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으로 등단했던 그가 어느 날 온 세상을 누비고 다니는 여행작가가 되었다.
어찌보면 그가 쓰는 시와 세상을 향해 들이댄 카메라의 렌즈가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긴 망막에 맺힌 사물의 그림으로는 해독 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써내려간 싯구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삶은 더욱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낸 것일까.
그가 내민 이 책은 세상을 보고 느끼고 말하고 싶었던 것들중에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전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와 풍경을 담아 전하고 있다.



집에 한달만 있으면 어느새 아내가 답답하다며 밀어낸다고 궁시렁거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한 때 여행지를 소개하던 기자생활을 하다가 불쑥 사표를 던지고
배낭을 꾸려 길로 나서게 된 이면에는 그의 핏속에 흐르는 역마살때문이 아니었을까.
외항선원이었다는 아버지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배를 탄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낯선 곳에 수없이 닿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어느새 다시 세상밖을 꿈꾸는 그가
혼자 먹는 밥에 쓸쓸함과 비애를 버무려 넣으면서도 길 위에 서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을 닮은 사람들을 만나고 지나간 추억을 만나고 낯선 곳의 공항과 터미널의 경계에서
삶을 넘나드는 그에게 여행은 무엇인지 조금씩 읽혀졌다.
그가 닿은 곳이 바다이든 산이든 숲이든...그곳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결국 그가 만난 것은 자기자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행의 목적은 결국 자신을 만나는 일!
바람이 미친듯이 몰아치는 제주도의 우도에서 밤새 텐트줄을 붙잡고 날을 새면서도
참치 통조림을 깨끗이 비우기 위해 간 사람처럼 허허롭게 돌아오면서도 그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내인생!' 하고 메시지를 보낼 것만 같다.

비우기 위해 떠났던 여행에서 결국 비우지 못한 것들과 
붙들 수 없는 것들이 교차되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 그가 나를 자꾸 부르고 있는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크놀로지의 세계 1 - 기술의 탄생과 미래 기술, 발명과 진로까지 선생님이 들려주는 기술의 모든 것 테크놀로지의 세계 1
미래를 생각하는 기술교사 모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예술', '기술'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테크네(techne)'와 '말', '연설'을 나타내는 '로고스(logos)'의 합성어

테크놀로지아(technologia)는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도구를 발명하여 진화를 거듭해 오는 동안 현대를

특징적으로 정의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우연이었든 필요에 의한 발명이었든 인류의 위대한 능력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눈에 보이는

문명뿐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세계까지도 끌어 들여 문화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기초하는 과학은 우리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지만 왠지 어렵고 멀리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선입견을 해결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지금 이 순간 밤을 밝혀주는 전등도 한 순간도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휴대폰도 역시 이 과학의 산물인

테크놀로지아의 산물인 것이다. 단순하게 보이는 바퀴의 발명이 한 나라의 건국과 멸망을 결정짓기도 했고

단순한 질그릇하나에도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얻는 발효의 비밀이 숨어있다.

거중기를 이용하여 무거운 돌을 들어올려 화성을 건설하고 물이 얼어 팽창하면 성벽의 틈새가 벌어진다는

것을 알아내어 성벽 사이에 '미석'이라는 눈썹 모양의 작은 돌을 이용하여 물이 흘러드는 것을 방지했다고

하는 것은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거대한 둑도 바늘만한 구멍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장치라고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의 과학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인쇄한 '직지'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인류의 발전을 이끈 발명가들은 수없이 많다. '발명왕 에디슨'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실제로 만들어진

작품은 별로 없지만 위대한 예술가 '레오나드로 다빈치'가 남긴 스케치를 보면 그가 얼마나 위대한 발명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는지...그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후대에 위대한 발명품이 되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인류를 이끈 과학기술의 세계를 중요시대, 인물별로 정리한 것은 물론 현대 혹은 미래의

중심이 될 직업의 선택에 필요한 과학기술은 무엇인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10대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까지 총망라되어 있다.

인류의 미래를 이끌 테크놀로지의 세계를 보고 있노라니 무작정 공부만 하라는 강요보다는

좀더 창의적인 사고를 위한 교육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았다.

10대를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10대를 둔 부모에게도 자식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줄

견인차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괜찮나요, 당신? - 서른, 당신의 마음이 묻습니다
멘나 반 프라그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인생에 서른이란 나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공자의 말씀으로는 학문을 세우고 독립을 해야한다고 했다.

풍요롭지만 삶이 더욱 치열해진 요즘의 서른 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서른, 당신의 마음이 묻습니다. 괜찮나요, 당신?'

영국에서 태어나 명문 옥스퍼드를 졸업한 서른 살 즈음의 여자가 우리에게 물어왔다.

굳이 서른 살의 사람들 뿐만아니라 지금 이순간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2010년을 마감하고 2011년을 맞은 첫 날, 우연히 읽은 첫 책이 바로 나에게 이렇게 물어왔다.

 

내게 서른 이란 숫자가 새겨졌던 그 시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지금이라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어찌보면 간단한 물음에..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지금의 나는 괜찮은걸까.

 

부모로 부터 혹은 억압으로부터 독립을 요구받는 서른 이란 나이는 살아갈 많은 시간들을

과연 어떤 길로 갈 것인지..이미 결정이 되어있거나 결정을 해야 할 시기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 세계적인 불황과 금융대란의 여파로 고용시장은 엉망이고 백수가 넘치는

시간을 맞은 대부분의 그들에게 서른 이란 숫자는 가혹하기만 할 것이다.

 

대학원으로 유학으로 돌파구를 찾아보기도 하고 참담한 현실을 외면해 보기도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결코 그들의 삶을 비켜가지 않는다.

설사 현실의 상황이 좋다하더라도 인생의 분기점에 다다른 그들에게 이정표도 없는 여정은

두렵기만 할 것이다.

 



 

작가를 꿈꿨던 마야는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코코아 카페'를 운영하게 된다.

달콤한 케잌과 초코렛 크루아상을 만들어 단골들에게 행복을 주는 그녀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

지지부지한 매출로 빚은 늘어만 가고 알수없는 공허와 외로움에 의한 폭식으로 몸은 자꾸 불어만 간다.

환상적인 사랑으로 현실을 탈출하고 싶지만 뚱뚱한 그녀에게 프로포즈할 남자는 없어보인다.

마야는 이런 현실을 탈출할 방법을 모른 채 거친 바다에 내 팽개쳐진 표류자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이런 그녀에게 나타난 수상한 노부인 '로즈'로 부터 따뜻한 조언으로 시작된 그녀의 미래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하지만 성공한 미래로 가야 하는 길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자신감의 회복이다.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의심하고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는 마야에게

불가능해 보였다. 용기를 가지고 시도해 보았지만 다시 두려움에 빠진 마야는 그전보다 더한 절망에

갇히게 된다.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고 말해주었던 소피와 소심한 그녀를 응원해주는 빌, 그리고 영원한 소울메이트 벤을

만나면서 서서히 그녀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된다.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여성들의 동화이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공주의 이야기가 아니고 처절한 현실과 싸워나가는 상처투성이의 일기이다.

마야가 원해던 삶은 돈과 멋진 남자와 초코렛과 같은 조건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행복으로 가는

길에 부산물일 뿐이다. 자신이 어떤 길을 결정하고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분명하게 결정하고 그 결정을

한 자신을 믿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삶을 누리는 것임을 알게된다.

 

"괜찮나요, 당신?"하며 손을 내민다면...수많은 마야중에 한 사람인 당신은 어떻게 답할지..이 책을

읽고 해답을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야처럼 진정한 삶과 사랑을 쟁취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뚝배기 하실래요? - 입맛 확~ 당기는 손맛 한 그릇
정경지.손유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들 수록 미끈하게 생긴 도자기 보다 잘 구운 질그릇이 편안하고

파슬리가 장식된 파스타보다 먹는내내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리는 뚝배기가 좋다.

질박하고 꾸밈없는 몸테를 숨기지 않고 묵묵히 제 역할을 다 해낼 것 같은 듬직한 뚝배기!

수 천년전 인류 최초의 음식을 담은 그릇이기도 했고 지금껏 불위에서 여전히 자신을

불살라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충실한 머슴같은 그 그릇에 담기는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고향의 어머니가 끓여주던 토장국속에 따뜻하게 녹아있던 사랑과 희미한 백열등불아래서 옹기종기

둘러앉아 김치 보시기 그릇옆에 놓인 투박한 청국장속을 휘젓던 가난한 형제들의 모습과,

아직은 일이 무섭지 않았던 한창 젊은 어느날 점심값 누가 내나 눈치볼 걱정없이 우르르 몰려가서

입천정을 데어가며 불어 먹던 순두부의 맛까지 고스란히 담아있는 그런 그릇이 바로 뚝배기이다.

 

한때는 요염하고 미끈한 도기와 금속그릇에 뒷방 늙은이처럼 숨어버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배부르고 등 따뜻해진 요즘....더욱 애틋하고 각별한 동무가 되어 귀하게 대접받는 그릇이 되어버렸다.

 



 

재료: 우동사리 1개, 대하 3마리, 깻잎 1장, 굵은 파 1/4대, 쑥갓, 후추가루

 

그리고...사랑 두 스푼!

 

왠지 뚝배기에는 눈에 보이는 재료보다 마음이 더 많이 담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뚝배기가 비워지는 만큼 배가 불러와도 여전히 식지 않는 뚝배기의 온도처럼

그렇게 내 마음이 식지 않을 것만 같다.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주는

넉넉한 품속에 담기지 못할 음식이 없어 보인다.

 

온갖 면요리에 탕과 찌개는 물론, 퓨전요리에 이르기까지...뚝배기로 못 할 요리가 없어보인다.

뜨끈한 국물요리가 있는 한식메뉴가 14개, 별미밥 8개, 일품요리 7개.

국수요리 15개, 오리엔탄 퓨전요리 18개, 이탈리언 퓨전요리 18개.

<1000원으로 국, 찌개 만들기>로 너무나 유명한 '더 뒤시'의 요리책이라면 실속으로나 맛으로나

이 요리책을 따라올 책이 없을 것이다.

대를 두고 물려도 싫증없이 사람의 마음을 담는 뚝배기요리..어떠신지.

 

"한 뚝배기 하실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 개정판
셔윈 B. 뉴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 마지막 날 아침! 이 책을 덮으면서 불과 10여시간 후면 다가올 2011년의 시간들은
그동안의 시간들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2,3년전쯤부터 유난히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안타까운 죽음들이 줄을 이어서 였는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죽음'에 대한 책들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왔던 것 같다.
'죽기전에 해야 할`' 같은 책을 보면서 짧은 생을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하고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는 의미있는 주제를 만난 기회였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인간이라면..아니 살아 있는 것들이라면 언젠가 맞닥뜨릴 죽음을
이런 시각으로 씌여진 책은 처음인 것 같다.
저자 자신이 50여년간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아 온 의사이기 때문에 이런 주제의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고 명예로운 '의사'라는 직업을 사실 나는
선호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보다는 아픈 환자들을 만나고 탄생의 기쁨보다는 슬픈 죽음의
현장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싫었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80%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7가지정도의
병으로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은 그가 죽음의 현장과 얼마나 가깝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전통 유대교를 믿는 종교인으로,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 때로는 존엄한 죽음이 과연 고통스런
생명의 연장보다 더 의미가 있는 일인지 고민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고뇌가 깊게 느껴졌다.
사랑했던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이모와 형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삶을 마무리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환자에게는 냉철한 의사의 모습이었으면서도
정작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에게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음을 후회하면서 이렇듯
죽음은, 아니 고통스런 결말은 죽어간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전도서-

현대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지긴 했지만 의학적인 시각으로 인간의 수명은 최대 110살까지로
본다고 한다. 우리는 결코 그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죽음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그 길이 고통스럽지 않고 평안하고 아름답길 바란다.
하지만 그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은 실제로 평화롭지 않았다고 했다.
사후세계를 경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육체적인 고통이나 상실감이 없이 고요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는 경우도 있기는 했다. 죽음에 이르는 가장 마지막의 순간 인체는
고통을 극복하려는 메카니즘의 발현으로 스스로 고통을 차단하거나 심지어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엔돌핀을 분비한다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단다.

하지만 우리가 죽음에 이르는 중요한 질병의 원인 7가지를 보면 어느 것 하나도 육체적인
고통이 없는 질병은 없었다. 죽음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는 '산소의 결핍'에 이르는 길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극심한 통증과 의식불명, 때로는 과연 살아생전 이 사람이 품위를
지키며 살아왔던 신체인가를 의심할 만큼 변해져가는 육체의 극심한 손상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떠났던 온유하고 사랑스러웠던 신사 '필'의
사례였다. 너무나 성실하고 아름다운 시간들을 지나왔건만 어느 순간부터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추한 기억만을 남기고 떠나야했던 기록들은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차라리 한순간에 심장마비로 죽거나 암에게 먹히는 편이 훨씬 나을 듯 했다.
자신을 철저하게 망가뜨리는 것도 모자라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떠나야 하는
그런 질병에 걸릴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태어남이 선택이 아니었듯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제외하고는 '어떻게 죽을 것'인지
역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이다.

아흔두 살의 웰치의 치료기는 현대의학과 인간의 존엄성, 어디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안긴다. 웰치는 노령에도 불구하고 수술과 치료로 얼마간의 생명연장이 가능했다.
저자는 당연히 의사의 본분으로서 살아온 동안 건강하게 잘 살아왔고 더 이상의 욕심이 필요없다는
웰치를 설득하여 수술을 했다. 하지만 수술후 회복하기까지의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던 웰치에게는
생명의 연장을 얻는 대신 고통스런 시간을 얻었을 뿐이었다.
의사로서 최선의 선택으로 그녀에게 돌려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웰치에게 최고 이익을 주고 싶었지만 '간섭주의'에 말려 들어 잘못된 결정이 아니었다 하는 의문.
바로 그것이 그가 승리자였는지 패배자였는지 판단하기 힘든 딜레마이다.

자연은 자신이 갈 길을 묵묵히 갈뿐이다. 그 자연적인 순환에 의해 우리는 숨을 멈춰야만 한다.
그의 환자였던 로버트처럼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죽기전까지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살았던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앞에 이렇게 초연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죽음을 보면서 지금의 내 삶을 바라다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다만 존엄성 있는 죽음이 내게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목숨연장을 위해 그 어떤 기계장치나 CPR을 하지 말라는 유서를 썼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가슴에 깊히 와 닿는 것은 오늘이 2010년 마지막 날이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