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내내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어떤 뜨거운 힘 때문에 참을 수가 없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는 사실 얼마나 나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나약함과 더불어 우리에게 신이 또 하나 주신 '믿음'이라는 자산때문에

우리는 멸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모양이다.

바로 이 순간도 나는 여러 갈래의 길 위에 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이정표도 없고 성공의 확신도 알 수 없는 막막한 길 위에 서서 오로지 자신만의 직관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을 선택해야 한다.

 



 

"어른이 되면 자신을 믿기가 어려워진단다. 방금 A그룹이 B그룹에게 직선의 크기를 맞히는

것을 방해한 것처럼 세상에는 수많은 방해자들이 있어. 그들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지.

방해자들은 우리를 혼란에 빠뜨려.. 그리고 우리에게 부정적인 프로그램을 주입시켜서

우리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지." -44p

 

언제인지도 모르게 숨어든 바이러스가 호시탐탐 면역력이 떨어질 때만을 노렸다가 가차없이

공격해 오듯이 그 방해자들은 이미 내 마음속에 숨어있을 것이다.

보지 말아야 할 것들과 듣지 말아야 할 것들과 믿지 못할 것들이 많아지는 어른이 되면

씩씩하게 자라나던 자신감이 고개를 숙이고 결국 스스로 무릎을 꿇는 실패감을 맛보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이런 패배감이나 절망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못난이'라는 별명을 붙여 사랑스럽고 예쁜 딸을 지키고 싶어했던 로라의 부모님들이 좀 더

현명하게 로라를 키우고 자신감을 심어주었더라면...

돌고래보다 못한 IQ를 가진 바보라고 놀림을 받던 빅터에게 사실은 멘사클럽에 들어갈만한

두뇌를 가진 아이였다는 것을 진작에 알게 했더라면 그들의 고통의 시간에 갇혀 보낸 17년은

없었을 것이다.

IQ가 높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IQ73의 바보로 놀림을 받는 아이가 받았을

상처는 환하게 빛났을 한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부모의 엉뚱한 사랑의 방식이 재능 많았던 로라의 삶을 망쳐놓은 것 처럼

나도 내 아이들과 주변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못난 바보 어른이 되어 세상과 제대로 소통못하고 더듬거리며 오늘도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절망에 빠진 제자들에게 스스로 자신을 믿으라고 조언했던 레이첼선생처럼 누군가 지금 내게

"나는 너를 믿는다. 그리고 네가 얼마나 재능이 많고 훌륭한 인간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해준다면 막막하고 어두운 길 위에서 작은 불빛 하나를 만난 기쁨을 느낄 것 같다.

그래서 씩씩하게 그 불빛을 따라 아무 의심없이 내 마지막 여정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빅터, 로라! 내게 힘을 줘. 나를 믿을 수 있게 내 손을 잡아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 위의 인문학 - 현장의 인문학, 생활 속의 인문학 캠페인
구효서 외 지음 / 경향미디어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이 시대를 이끄는 지성이 생각하는 인문학은 어떤 모습일까.
인문학하면 얼핏 어렵고 골치아픈 학문이라고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많은 지성인들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인문학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인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도덕과 철학과 종교와 역사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공기와 물이 필요한 것 처럼 우리의 인생이 단단해 지려면
이 모든 것이 들어있는 인문학은 인생의 필수요소인 셈이다.





정민교수의 다산이 머물렀던 강진의 동천여사와 사의재에 대한 이야기는 다산의
긴 유배시절에 그의 곁을 지켰던 인물들과 그가 유유자적하던 백운동과 백년사의
아름다움이 절절히 녹아있다.
황병기가 그린 다산은 유배의 고통을 함께 나눈 지인들의 이야기이다.
진보의 왕 정조가 정략적으로 이용한 인물들에 대한 평가도 새롭게 다가온다.
마음으로 사랑하는 신하이건만 당쟁으로 어쩔 수 없이 내쳐진 인물들의
억울하고 고단한 삶을 보니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바람처럼 스러져간 야생화의
삶이 차라리 낫지 싶다.
특히 눈을 끄는 곳은 역사학자 이이화의 남존여비 사회의 세 여성의 삶이었다.
실제보다 과장스럽게 그려진 면도 있겠지만 고통을 인내하고 어진 아내와 어미로
한국여인의 표상이 된 신사임당이 죽음 직전 남편에게 재혼을 하지말라던 당부는
무엇때문이었을까. 혹시 계모의 설움에 시달릴 아이들을 생각했을까. 결국 아내의
당부를 무시하고 재혼을 한 남편으로 하여 자식인 율곡이이는 후에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신사임당의 우려가 기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랑 없는 남편과 먼저 세상을 떠난 두 아이..스물 일곱이라는 어어쁜 나이에 세상을
떠난 허난설헌의 삶은 너무나 눈물겹다.
조선에 여인으로 태어난 것이 한(恨)이라는 말이 너무나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더구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내를 힘에 겨워했던 소심한 남편의 몰골이라니.




차라리 뭇 남자들에게 웃음을 팔아야 했던 기생 황진이의 삶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사대부의 무능을 농락하고 자신의 끼를 아낌없이 발휘한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했으니까.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몰랐던 서울 이야기 또한 흥미롭기만 하다.
서울안에 목장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안 사실이려니와 그에 따른 지명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정통한 지식들을 골라내어 구성한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서재에 꽂힌 지식이 아닌 말 그대로 '길위에' 있는 살아있는
인문서인 셈이다.
혹여라도 인문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편한 맘으로 인문을 만날 수
있는 책으로 강추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해, 널 사랑해! 주니어랜덤 세계 걸작 그림책
로웬 팜 글.그림, 노경실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해 널 사랑해!

아니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할만큼 널 사랑해!

이 아름다운 동화를 읽으면서 나는 자꾸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십 몇년전 제 모습과 늦둥이 아들녀석이 모습이 자꾸 겹쳐왔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 아들녀석의 전화번호에는 '보물단지'라는 닉네임이 찍혀있습니다.

통통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아장아장 걷던 모습이며 영롱하던 눈빛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 세상에서 내 아이가 가장 소중하고 예쁘고 머리도 제일 좋을 것 같은 그런 환상에 빠져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그런 날들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자식입니다.

울어도 웃어도 어느 모습 안 예쁜 적이 있었을까요.

어느 날밤, 펄펄 열이 오른 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뛰어가면서

여린 팔에 꽂히는 주사바늘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던지요.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네가 살아가면서 겪을 모든 아픔과 슬픔을 다 에미에게 주어라.

그렇게 기도했던 날들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계속 될 겁니다.

 



 

사춘기가 온 늦둥이 아들녀석때문에 힘든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아이가 내 인생에 얼마나 소중한 의미인지...다시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다시 외칩니다. "사랑해 사랑해 널 너무 너무 사랑해!"

혹시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와 대면했을 때의 감동이 잊혀졌다면 다시 이 책을 펼쳐보시기를..

그래서 샘물같은 사랑이 다시 퐁퐁 솟구치게 해서 마구 마구 사랑해 주자구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 섬을 품다 - 섬은 우리들 사랑의 약속
박상건 지음 / 이지북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는 책에서는 고달픈 인생살이 때때로 지치고 허기질 때는 무조건

바다로 가라고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바닷가에 가서 회나 먹고 돌아올 양이면 바다는 그저 커다란

물덩어리일 뿐이라고 바다에 대한 예찬을 쏟아놓았었다.

 

그 때부터 바다는 나에게 또다른 고향이 되어 버렸다. 나 뿐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늘 바다를

그리워 한다는 것을 안다. 생명의 기원이 바다라고 하더니 우리네 어딘가의 유전자에 바다가 새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바다와 섬을 우리에게 이어주는 이 책의 저자같은 이가 있어 바다가 내가슴에 더 가까이 와있는 듯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우리땅이면서도 바다와 섬으로 닿는 길은 왠지 멀기만 했던 것이다.

그저 사진으로 소개하는 책이 아닌 저자 스스로 버스도 타고 걷기도 하면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바다내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런 책이라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바다는 땅의 끝에서 만나는 또 다른 세계이면서 또 다른 시작의 땅이다.

그곳에 도달한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힘을 얻어 돌아오기도 하고

고향에 다다른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바다에 좀더 자주 가깝게 닿을 수 있도록

내 손을 끌어주는 이가 있어 낯선 바다도 정답게 다녀올 수 있을 것만 같다.

 



 

언젠가 바닷가 한적한 마을에 주막을 세우고 고단한 인생을 살다 지친 이들을 위해 막걸리 한사발

따라주는 것이 소망인 내게 이 책은 꿈에 좀 더 빠르게 다가가게 해주는 GPS가 될 것이다.

혹시 이 책을 읽고 바닷가로 가고 싶다면 늙은 여인하나가 세운 주막에 꼭 들러주기를 바란다.

나처럼 고단한 인생을 살았을 당신에게 바다도 나도 한껏 안아줄 모양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따뜻한 온기와 가장 닮은 책이 있다면 분명 김려령작가가

쓴 책일 것이다. 분명 나보다 세상을 살아온 시간도 적었을테고 그 고운 얼굴에 어떤 슬픔도

느껴지지 않건만 왜 그녀는 빛의 반대편에 서있는 어둠속의 슬픔을 그토록 잘 헤아리는 것일까.

뜨거운 연애이야기도 아니고 파란만장의 대하소설도 아니건만 그녀의 글에선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과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

 

어느 날, 아리랑 아파트 후문 앞 건널목도 없는 길에 한 남자가 노란 안전모 앞뒤에 빨간 동그라미와

초록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괴상한 모자를 쓰고 교통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검은색 천에 흰색 페인트로 칠을 한 카펫을 길에 깔아 재밌는 건널목을 만들어 학교에 오가는

아이들이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게 해주는 남자에게  아리랑아파트 사람들은 쓰지않는 경비실

하나를 내어준다. 

 

'참 이상하지? 근사하게 생긴 사람도 아닌데, 가진 게 많아서 듬뿍듬뿍 퍼 주는 사람도 아닌데,

사람들은 건널목 씨를 좋아했어.(중략) 좋은 사람이란 그런 거야. 가만히 있어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 (중략)그런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참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78p

 

건널목 씨라고 불리는 남자와 엄마 아빠의 싸움때문에 번번히 도망을 다녀야하는 도희와 도망간

엄마와 병으로 죽은 아빠때문에 지하셋방에 버려진 태석,태희 남매의 아름다운 만남이 시작된다.

 

고물을 주워 두 남매의 방세를 내주고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건널목 씨와 도망다니다가 건널목 씨의

경비실에 찾아들어온 도희는 자연스럽게 가족이 된다. 건널목 씨의 에너지는 상처뿐인 아이들을

치유하고 희망을 키워가는 싹을 키워주었다.

 

정말 자신들이 받은 상처만큼 남에게 베풀면서 그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난 이 소설이 허구가 아니길 간절히 빌었다. '문밖동네'라는 엄청 큰 출판사에서 '내 가슴에 낙타가 산다'라는

동화로 백만 명 중에 구십구만 구천구백구십구 명이 모르는 상을 받은 '오명랑'이란 애송이 작가가

분명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절대 허구로 남아서는 안된다. '오명랑'이 실제 하므로. 아리랑아파트가

있는 어느 동네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살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건널목 씨를 찾을 수 있을테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혹시 검은색 카펫에 흰색 페인트로 건널목을 그려 돌돌 말아 가지고

다니는 아저씨를 보면 꼭 알려주시길..부탁한다. 꼭.

 

결코 무겁지 않고 탱글탱글 발랄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큭큭 거리는 웃음이 나온다.

박장대소보다는 개구장이같은 킬킬거림. 그리고 살아온 세월 동안 물기는 날아가고 진액만 남아 버린,

한 때 남매를 버리고 떠났다가 돌아와 이제는 늙어버린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처럼 농이 짙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울어 버렸어야 할 때를 놓쳐 아직 눈물이 몸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눈물을 아낌없이 덜어내도록

작가는 단단히 맘을 먹은 모양이다.  그리고 비어 버린 곳에는 따뜻한 감동이 차오른다. 진작 이랬어야 했다.

 

나도 어딘가에 있을 건널목 아저씨에게 꼭 하고 싶은 말.

고맙습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랑의 실체를 보여주셔서.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

여전히 몸안에 남아있던 눈물을 아낌없이 덜어내게 해주어 정화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어서.

아직 세상에는 건널목 씨같은 희망이 있어 살만 하다는 걸 잊을만 하면 한번 씩 깨닫게 해주어서.

그래서 고맙습니다. 진실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