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으로 데려다줘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친아버지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태어나기도 전부터 사지마비가 된 아버지를 돌보던 피오나는 간병인들에게

줄 돈과 아버지를 돌보는 의료기계들을 구입하는데 들어갈 돈을 걱정하던 참에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이탈리아에서 사망한 안톤 클라크라는 남자가 자신의 친아버지이고 장례식

다음날에 유서를 공개할 예정이니 꼭 참석해달라는 전화였다. 사실 피오나는

11년 전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이 도달하기 직전 자신에게 친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겨를도 없이

엄마는 떠나버렸고 엄마의 부탁처럼 아버지에게는 비밀로 한 채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친아버지가 죽었고 유언장 공개에 나와달라니...




혹시라도 돈이 급한 피오나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서둘러 이탈리아로 날아간

피오나는 친아버지 안톤이 거대한 와이너리를 통째로 그녀에게 유산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자신을 만난적도 없는 친아버지가 왜?

엄마의 고백이 있고 나서 피오나는 불륜으로자신을 태어나게 한 남자를 원망했었다.

어쩌다 하룻밤의 열매였을지, 아니면 원하지 않은 폭력으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 존재인 나에게 친아버지는 거대한 유산을 남겼다.




이미 친아버지에게는 전부인 사이에서 낳은 딸 슬로운과 아들 코너가 있었다.

그들에게 남긴 유산은 안톤이 가진 유산으로 보면 정말 몇 푼 안되는 정도였다.

슬로운과 코너는 깊은 배신감을 느꼈고 조작된 유언장임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하게 된다. 피오나조차 이런 유언이 왜 남겨졌는지, 엄마가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와이너리에 일하러 와서 어떤 시간을 가졌는지 그 여정을 쫓게 된다.




엄마의 그 여름, 남편인 프레디를 배신하고 안톤과의 사이에서 자신을 왜 낳았는지

하나 둘 밝혀지게 된다.

눈물겨웠던 엄마와 안톤과의 만남과 사랑의 시간들.

그리고 코너가 그렇게 찾아헤매던 안톤과 엄마가 나누었던 편지를 읽게 되면서

모든 진실이 드러난다.




'내로남불'이란 말이 있다. 누가봐도 엄마 릴리안과 안톤의 사랑은 불륜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에게 그 여름의 사랑은 진심이었고 평생 그 사랑에 대한 댓가를 치뤘다.

아무도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을만큼.

안톤이 왜 만난적도 없는 피오나에게 토스카나의 와이너리를 물려주었는지도 알게된다.

그 가슴시리고 아름답던 사랑에 대한 보답이었을 것이다.

폭염이 여전한 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폭염보다 더 뜨거운 사랑에 가슴이 시렸다.

내가 릴리안 이었다고 해도 나는 안톤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남편을 배신할만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그 남자를 선택한 댓가를 치를지라도.

책을 편 순간부터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잠시도 멈출 수 없었던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을 포기하라 - 힘들고 지쳐가는 나를 지키는 무행복의 역설
오영철 지음 / 새빛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복을 포기하라'? 혹시 '행복을 추구하라'를 잘못 쓴 것이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이 제목이 결국은 행복을 찾아가는 열쇠라는 것을 책을 덮을 때쯤

알게 된다.



저자 말마따나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의 반열에 들었다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더 행복해졌을까? 6~70년대 가난했던 시절보다

분명 더 잘 먹고 잘 입으니 행복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물질이 넘칠수록 공허와 우울이 증가하고 심지어 자살자도 늘어났다.

뭐가 문제인 것일까.




넘치는데 부족하고 갈증이 나는 걸 느낀다면 그건 욕심, 집착이 많아진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맞다. 채워도 채워도 더 많이 채우고 싶은 욕심.

그리고 남보다 더 가지고 싶다는 집착. 그러니 행복은 이제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무지개가 되고 만 것이다. 그러니 저자의 말처럼 행복을 포기하면 오히려 마음의

평화, 즉 행복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가졌어요, 인기를 먹고 살아도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서, 불행해서 일 것이다. 저자 역시 이런 공허감에 마음공부도

하고 명상도 하고 맨발걷기도 하면서 행복의 실체를 찾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에 대해 '포기'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 뒤편에 수록된 행복론 어록 또한 마음에 와 닿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선인들의 이야기가 더 그렇다.

나는 행복했을까. 오늘 자정 내가 죽는다면....내 삶을 되돌아본다면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을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를 생각하지 말라 했는데

죽음이 임박하다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내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대단하지도 않았다. 혹시 남들에게 폐만 끼치고 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문득 나라도 나를 사랑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늘 뭔가로 채우고 싶었던 내 삶의 창고를 조금 가볍게 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을 포기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80가지 짧은 이야기
김창옥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어달 전 가까운 지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갓 오십정도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강아지를 키우려고 분양도 받았고 자신도, 주변사람들도

그렇게 허무하게 삶을 마감하게 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 한 번쯤 더 만나 맛있는 밥이라도 먹을걸. 목소리라도 한 번 더 들어볼걸.

그를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던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마음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말해줄걸'이 아니었을까.

참 쑥스럽게도 우리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잘 건네지 못한다.

알겠지뭐. 이심전심이니까. 하지만 말로 꺼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마음이지만 말로 꺼내면 더 빛이 나는 것들도 있음을 이제 안다.




저자인 김창옥은 성악을 전공한 강연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방영되고

있는 tvN을 통해 그의 강연을 들으면서 멀리서만 바라보던 사람이 불쑥 내 마음에 들어옴을

느낄 수 있었다. 외로웠던 어린시절, 청각장애를 가진 아버지와의 불화, 최근 알츠하이머

진단에 대한 이야기들을 꺼내놓은 모습에서 아주 오래 곰삭아 비로소 맛이든 장맛이 떠올랐다.

텁텁하고, 풋내도 나고, 가끔은 벌레도 들락거리고, 그럼에도 뜨거운 햇살아래서 익어갔을

그의 지단한 시간들이 느껴졌다.




유명 강연자들의 강연을 꽤 많이 들은 나로서는-기업에서 직원들 교육을 맡은 위치이다

보니 강연자 섭외가 일상이었다-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짜 강연의 고수들은

그저 입담만 좋아서도 안되고 강연자의 삶 자체가 파노라마 같았을 때, 희노애락을

처절히 경험한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성공가도만 걸어왔고 성공의 길만 전수하는

강연자도 인기가 있지만 마음 깊숙히 파고드는 인생의 참맛은 그런 사람들만이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강연자 김창옥은 아주 제대로 된 고수가 맞다.



청중들의 달고 시고 쓴 인생의 이야기를 상담해주고 속시원한 처방전을 내놓을 때

아픈 사람들은 위로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아무에게나 있는 달란트가 아니다.

사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장르가 바로 자기계발쪽인데-왜? 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소리가

거슬려서?-비 맞고 넘어지고 충분히 곰삭은 시간을 걸어온 이의 말이라면 듣게 된다.

그럴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 대중들은 결코 멍청이가 아니다. 미사여구로 허술하게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세상이다. 이토록 오만한 대중들이 그를 인정한다는 건..진심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삶도, 말도, 위안도.



장녀인 나 역시 가족들의 아픈 시간속에서 버텨내고 강한 척 하는 위치에 서있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울어라'고 얘기해줘서 울컥 울고 싶어졌다.

불화한 부모로 인해 외롭고 무섭고 견뎌야 했던 어린시절의 나, 가난을 견디기 위해,

아무도 나를 이끌어주고 막아주는 사람도 없는 을씨년스러웠던 내 젊은 날의 시간들을

견딘 나름 기특한 나에게 등을 두드려주면서 울어라고 얘기해주니 묵었던 슬픔들이

한꺼번에 와 소리를 내고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문득 혹시라도 길을 걷다가 김창옥을 마주친다면 아는 척은 하지 말아야지 했다.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자유를 잃은 그에게, 아직도 수줍음 많은 그에게서 살짝

떨어져서 하트 뿅뿅만 날리기로 했다. 아마 충분히 전해질 것이다.

은근 소심한 그가 분명 이 글을 읽으리라고 믿으면서-100%-

혹시 신인연기상같은걸 기대하지는 않으리라 또 믿으면서, 하지만 대종상은 아니고

대중상..중에서도 '감사상'은 충분하다고. 부상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하자고.

당신의 위로와 '잔소리'(?)로 정신차렸다고 전하고 싶다. 탱큐, 김창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 대부분 힘들고 가끔 좋았던 내 인생
김양미 지음 / 헤르츠나인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맵고 짜고 시리고 아픈 인생에서 잠시 벗어나 실컷 웃었다. 소장하고 있다가 관속에도 넣어달라고 할 판이다. 우울하고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 이 책으로 살 힘을 얻을지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 - 대부분 힘들고 가끔 좋았던 내 인생
김양미 지음 / 헤르츠나인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인생이 맵던가. 시던가. 쓴맛이 더 나지 않았던가.

암튼 달달하고 좋은 맛만 나는 인생은 없다.

대부분 힘들고 가끔은 좋았던 기억이 뜨문 뜨문 있었던게 바로 내 인생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양미씨도 그러했던 모양이다. 몇 번의 가출을 감행하고-사랑때문이라니-

곱창집, 오리공장, 물류센터등 뼈와 살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은 현장에서 알바를 하고

늘 돈이 부족해 먹고 싶었던 것들을 포기하고 '돈'을 벌어야 했던 고단한 시간들을

건넜다. 그러게 돈 잘버는 남자를 만날 것이지. 하필 가난한 남자를 만나 몸고생, 마음고생

심하게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사랑 듬뿍 받는 막내딸이어서 엄마, 오빠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거.

그건 참 부럽다. 맏딸로 태어나 동생들을 먹이고 키우고 했던 나보다야 훨씬 낫지.

기댈 언덕이라도 있었으니 말이다. 아쿠아 전시관대신 수족관 앞에서 물고기들에게 행복을

빌어주는 장면은 참 가슴아프다. 갈치 한 토막을 맘놓고 먹지 못했던 시간들도 그렇다.

엄마니까, 그랬다. 그렇게 길러놔도 자식들이란게 맘처럼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나 역시 자식에 관해서는 할말이 많지만 또한 할말이 없다.




이성에 대한 좋은 감정은 유효기간이 너무 짧아서 내가 저 사람을 좋아했었나 하는

기억도 가물거린다. 자식때문에 살고 나중에는 불쌍해서 살고 그런거다.

되돌릴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고 그저 같이 갈 수밖에.

돈도 잘 벌어다주고 아이도 잘 돌봐주는 그런 남편은 세상에 몇 명 없다.

내 운명에 그런 남자가 엮일 확률은...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산지 오래다.




그 길을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려도 가더니 봐라 별볼일 없지.

지금 내가 아들녀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여전히 제 밥벌이는 못하고 있고

그 녀석밑에 들어갔던 학원비를 모았으면 지금쯤 노후걱정은 하지 않았을텐데.

전생에 은혜를 입어 이번 생에 곱배기로 갚아야 하는 인연이 자식으로 오는 것은

아닐까. 기대치는 이미 너무 낮춰서 더 이상 낮출 것도 없고 그저 사고나 치지

말고 제 밥벌이나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

별 기대없이 책을 펼쳤다가 어찌나 울었던지.

치매걸린 엄마를 돌보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둘째 언니때문에 운게 아니다.

너무 웃겨서, 정말, 정말 너무 오래간만에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음이 터져나와서.

웃음만 나오면 좋았겠는데 눈물도 너무 나와서, 그래서 우리 토리(이 책에서는

반려묘가 토리였지만, 우리집은 반려견 이름이 토리다)가 놀라서 허둥거렸다.

이 책을 누구에게 읽어보라고 할까. 정신과에서 상담받는다는 우리 딸?

남편때문에, 애들 때문에, 시댁때문에 살맛 안나는 모든 사람들이 꼭 꼭 읽을 수

있기를...읽고 나면 위안도 되고(나만 힘들게 사는건 아니었구나)

눈물이 쏙 나올만큼 실컷 웃을 수 있다. 보장한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책장 가장

가까운 곳에 꽂아두고 살기 싫어질 때마다 꺼내 볼 예정이다.

어쩌면 관속에도 넣어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저승사자나, 염라대왕과 함께

깔깔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암튼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써줘서 양미씨 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