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7인 7색, 배낭 메고 말레이 제도
박진섭 외 지음 / 북트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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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낳으면 돈을 줄 생각하지 말고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있다.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은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은게 인생이다.

그러니 많이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주저말고 떠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만고만한 청소년 7명이 3주간 떠난 여행은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즐겁고 그랬다.

잠깐 들린 상하이에서의 모습에서 중국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했고 한국이 겨울일 때 떠난 여행이었기에 한여름의 말레이 제도의 뜨거움에 혼이 났다고도 했다. 그게 여행이다. 편하자고만 하면 집에 있지 뭐하러 떠나겠나.



떠나기에 앞서 자주 만나 여행일정도 짜고 나름 준비도 철저히 한다고 했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고 보니 난관들이 수없이 등장했다. 새벽에 도착하니 오후 3시나 되어야 숙소에 들어갈 수

있어서 더위에 기다리느라 힘들었고 부르는게 값인 택시비 깎느라 안해본 경험도 해보고.

빨래방에서의 경험은 나도 당황스럽다. 아직 말레이쪽 나라에서는 전자기기의 성능이 낮은 모양이다.



사실 한 두명이 어울려 여행하는 것 보다 7명이 다니는 여행이 훨씬 힘들다.

제각각 의견도 다르고 행동패턴도 다르고 이동수단에서도 몇 배 선택의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 나눔의 시간을 통해 성숙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매일 죄를 짓는데 진심으로 회개는 하는지, 그동안 몰랐던 이웃들에 대한 사랑도 느끼고 고국에서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일에도 감사함을 느꼈다니 여행의 장점을 제대로 잘 느낀 것 같다.



더운 나라 음식은 향신료를 많이 쓰기 때문에 입에 안맞을 수도 있고 갑작스런 발병으로 곤란함도 느꼈지만 현지인들의 친절함에 위기를 넘기는 장면도 멋있었다.

같은 종교안에서 소통할 수 있었던 점도 여행의 어려움을 잘 넘기는 요소였던 것 같다.

3주간의 배낭여행은 아마도 평생의 거름이 될 것이다.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큰 힘이 되어줄 7인의 여행길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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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블랙박스를 요청합니다
세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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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해 연쇄살인이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골목마다 설치되어 있는 CCTV와 블랙박스덕이라고 한다. 이제 어디가나 숨을 곳이 없다는 뜻이다. 범죄를 줄이는데에 한몫을 하긴 하지만 과연 이런 현상들이 긍정적이기만 할까.



2050년 이제 전국민의 머리속에는 블랙박스칩이 이식되어 있다. 덕분에 죽은 원인을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고령화 속도가 엄청나고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으니 분명

신속한 발견을 위해서나 사인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경찰이 한가해지긴 했다. 미제사건도 거의 없고 수사가 필요한 것은 그저

소소한 범죄뿐이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된 이큰별 역시 그저 그런 날을 보낼

뿐이다.



하지만 이상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사망의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가 없어진 사건들.

블랙박스를 열어볼 수 있는 권한을 지닌 곳은 머리에 이식가능한 블랙박스를 개발한 '더 블랙'뿐이고 사망한 이후에만 확인가능하다. 그런데 블랙박스가 없는 사람의 사망사건이라니.

더구나 '더 블랙'의 전략기획실장 윤현태역시 블랙박스가 없는 상태로 심장마비로 죽는다.

큰별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진짜 경찰'이 되기로 한다.



큰별이 수사를 시작하자 수사과에는 헛질하지말라고 경고를 한다. 이제 '더 블랙'은 엄청난 권력들과 손을 잡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윤현태의 전여친이면서 글을 쓰는 은하는 방송작가일을 조금했지만 지금은 백수이다.

절친인 방송국PD 고운과 간간히 술자리를 하는게 다다.

그런 은하에게 경찰에서 연락이 온다. 현태의 죽음을 수사하는데 참고자로 부른 것이다.

현태는 보육원출신으로 가족도 친구도 없는 사람이다. 은하는 그런 그의 죽음에 자신이라도 진실을 밝혀 위로해주기로 한다.



하지만 사건에 다가서는 사람들이 하나, 둘 다시 죽기 시작한다.

현태의 여친이면서 '더 블랙'에 같이 다녔던 민아도 '더 블랙'의 변기호소장도.

평소 지병도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혈액암으로 죽거나 심장마비로 죽는다. 과연 인위적으로 가능할까.

나는 긍정적 사고보다 부정적 사고가 많은 편이다.

인류의 미래 역시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가 디지털이 되고 AI가 등장하고 사람보다 기계에 더 의존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은 결국 인류의 멸망을 앞당길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이 그저 소설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멀지 않은 미래에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읽으면서 내내 영화나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던져 정의를 실현한 한 경찰의 의로움에 소설이지만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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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망할 소행성 다산어린이문학
세라 에버렛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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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멸망한다는 시나리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소행성충돌이다.

과거 지구에 살던 거의 모든 생명이 멸종했던 빙하기가 도래한 이유도 소행성충돌이라고 하고 크고 작은 돌(?)들이 지구와 부딪혀 생명체들에게 위해를 가한 일들은 많았다.



대체로 소행성충돌에 관한 것은 예측이 되는 듯 하다. 여기 소설에서처럼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경우는 드문듯 한데 고작 3일후면 지구와 충돌하는 소행성의 출현이라니...당황스럽지 아니한가.

소행성 앰플러스. 보랏빛 소행성은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고 고작 3일후면 인류는 멸망한다.

열 한살 소녀 케미는 과학과 확률을 좋아하는 머리가 뛰어난 학생이고 집안에 큰 딸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엄마는 나이지리아인에서 온 이주민 딸이고 아빠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대체로 흑인들이 모여사는 동네에 살다가 파인뷰라는 부유한 백인들이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다.

환영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빠는 견디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갑자기 소행성이 등장하면서 케미의 가족들은 이모가 사는 예전 동네로 모였다.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에는 가족 모두 같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여동생 로와 아직 엄마 배속에 있는 여동생 Z에게 미래는 없어보였다.



케미는 이대로 사라지는 것은 인류가 해야 할 마지막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케미는 언젠가 도래할 인류를 위해 타임캡슐을 남기기로 했다.

가족들이 꼭 남기고 싶었던 의미있는 물건들을.

이모부부는 결혼식날 아빠에게 건네받은 양말을 넣겠다고 했다. 그 많은 물건중에 하필 양말이라니..아빠는 끝까지 뭘 선택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케미는 아빠가 의미있는 물건을 찾아주기 위해 실험을 하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된 아빠와의 실험은 행복했다. 하지만 엄마는 임신중이어서 그랬는지 침대에서 요양중이고 다른 가족들도 큰 슬픔에 빠져있다. 친한 친구 디아는 마지막 선물이라면서 옷이 담긴 상자를 건넸다. 이제 정말 멸망이 코앞이다.

과연 케미는 타임캡슐에 넣을 물건을 잘 골라 묻을 수 있을까. 정말 소행성은 인류를 멸망시킬 충돌을 일으킬까.

얼마든 가능한 종말이라 몰입해서 읽었다. 하지만 이런 반전이라니.

영화 '식스 센스'를 뛰어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을 것!

인류의 종말을 향한 여정에 마음 졸이고 가족간의 사랑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결국은 슬픔에 빠져버리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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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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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게 소통의 가장 일차원적이면서 어렵기도 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한국어는 대단히 어려운 언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우리야 모르겠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보면 오 무척 어려운 언어구나 이해가 된다.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모국어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 언어가 쉬울 수가 없다.

웃고 들어갔다 울고 나온다는 일본어도, 울고 들어갔다 웃고 나온다는 중국어도 어렵다.

그렇기에 몇 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보면 존경의 마음까지 드는 것이다.



정말 대단할 것 없어 보이는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군이 루마니아어로 소설을 쓰고 루마니어 친구들고 소통하고 살고 있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영어도 아니고 프랑스어도 아니고 심지어 독일어도 아닌 루마니아어로!

동유럽의 언어들이 다들 비슷하게 들려서 따로 루마니아어가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우크라이나어나 불가리아, 체코같은 곳들의 언어는 러시아어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저 막연하게 그렇게만 생각했다. 저자의 말로는 태생은 비슷하게 시작된 모양이다.



또한 언어의 퍼짐성(?)은 국력과 비례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한 때는 공산국가였고 아직은 빈약한 루마니아어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하필 일본의 지바현 구석에, 그것도 부모님집에 얹혀 살고 있는 히키코모리가 루마니어와 만난 인연은 정말 특별하게 다가온다. 심지어 가장 흔한 영어조차 별볼일 없는 성적이었다는데..





중요한건 그가 정말 열성적으로 전하는 루마니아어의 특징과 루마니아 작가, 친구들과의 에피소드가 아니고 그가 전혀 만날 것 같지 않았던 이국의 언어를 만나 소설을 쓰고 소통을 해나가는 과정이다. 그게 가능하다니. 제목처럼 정말 '뭐든 하다 보면 뭔가 되긴 해'가 절로 이해가 된다. 특별해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인간관계도 어설퍼보였던 한 청년의 성장이 놀랍기만 하다. 제 나라 말로 소설을 쓰기도 어렵다는걸 알면 이국의 언어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온 국민이 행복해졌다.

세상밖에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운 일이지만 놀라운 집중력으로 벽 하나를 뛰어넘은 일본의 청년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흠 이러다가 그가 쓴 루마니아어 소설이 노벨상을 받는건 아니겠지?

뭐든 하다 보면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기적이 현실이 되는걸 보여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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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어떻게든 되니까 - SNS에서 찾은 나만의 특별한 지혜
최보기 지음 / 새빛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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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걱정인형이 유행인 적이 있었다. 사람들의 걱정을 대신해주는 인형이랄까.

그렇게라도 자신들의 걱정을 조금 덜어야할만큼 우리는 필요이상 걱정을 붙들고 사는것 같다.

100개의 걱정 중 40개는 결국 일어나지 않고 30개는 이미 지나가 버린 걱정이고 22개는 일어나더라도 대처가 가능한 일이란다. 고작 남은 4개의 걱정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걱정이란다. 그러니 걱정을 붙들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알려주는 수 아닌가.



내가 최근에 붙들고 있는 걱정을 떠올려보자. 일단 조기치매증세로 자식들을 긴장시키는

엄마, 건강검진을 했더니 몇 군데 수상스런 증상을 발견한 것, 뜨거운 날씨로 두 번이나

심었지만 아직도 골골거리는 배추...치매로 고생하는 엄마는 완전치유가 불가능하니

진행이 더디기만은 기도해야하고 몇 군데 수상한 건강은 조심조심 살면 될 것 같고

배추는 비가오고 태양을 쏘이면 늦더라도 잘 자랄 것 같다.



그렇다면 좀 더 큰 걱정을 떠올려볼까. 오랫동안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들과 소원해진 일이 마음에 걸린다. 자기코가 석자라 내 마음 제대로 못 잡아주었다고 토라진 내가 참 한심하고 어린시절부터 늘 내가 챙기고 연락하고 했던 일들이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한 1년여가 지나고 보니 그닥 불편한 일도 없고 가끔 그립긴 하다. 좋은 인연이었나 불필요한 인연이었나 이 책을 읽으면서 곱씹어본다. 가는 인연이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나는 변화에 대한 감각이 뛰어날 정도는 아니지만 그닥 무감한 편도 아닌데 문제는 그 변화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늘 생각했다. 일단 귀찮다. 디지털 시대임에도 어떤건 그냥

아날로그가 더 그립고 AI가 어쩌고 하는데 난 그냥 좀 사람냄새 나면서 사는 삶이 더 좋다.

그렇다면 나는 불혹은 이미 지났고 그 시기가 지나면 변화를 주도하기도 어렵다고 하니 그냥 이렇게 살란다. 다만 마흔 근처에 이른 내 아이들은 이 글을 읽고 늦기전에 변화했으면 싶다.



절에 가면 공양을 하는데 절대 많은 양을 주지 않고 반찬가지수도 적다.

그래도 잘 먹고 감사한 마음으로 속세로 돌아온다. 흔히 부자도 가난한 이도 삼시세끼 먹는건 같다고들 하는데 물론 먹는 요리의 등급은 얼마든지 달라지겠지만 부자라고 해서 네끼 다섯끼를

먹지는 않을테니 삼시세끼라는 그 공평함이 묘하게 위안이 된다.

북칼럼리스트라는 타이틀이 붙은 저자가 한 때는 서평을 많이 썼고 지금은 SNS로 소통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이대는 알 수 없지만 따라잡기 힘든 변화를 잘 타고 있는 것 같아 살짝 부럽기도 하다. 더구나 군더더기 없고 꾸밈도 없고 지리멸멸한 변명도 없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콕콕 박힌다. 그래서 좋았다. 변화를 꿈꾸며 걱정을 하는 내 아이부터 2년 전 참사의 현장을 지켜보았던 친구가 이맘때면 병이 도져 아파하는데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다. 정말 많은 힘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선물용으로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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