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봬도 말짱해 - Quirky Yet Fine, 콩트
박정용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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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렇게 여러재능을 가지고, 하고 싶은거 다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 몇이나 될까.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해, 너무 가난해서, 혹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등등 여러이유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 이겠는가. 누군가는 자신의 탓이라고 할테고 누군가는 남의 탓이라고 불평하면서 말이다.


혜화동로터리에 있는 동성고등학교 출신이라니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나도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내가 고등학교때에는 대학로라는 말보다는 마로니에 공원으로 더 알려졌던 곳이었는데 저자가 7순이 되었다니 당시에는 그닥 낭만이 있는 곳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독재시대를 핍박받던 선배들이 지나온 시간들이 생각나 조금 울컥해지기도 했다.

여고시절 혜화동근처의 최류탄가스를 정말 많이 맡았고 참담했던 대학생들의 시간을 지켜봤었다.


우리가 시대를,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었기에 운명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저자처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세상을 보고, 마시고, 느끼고 그리면서 살아온 삶은 거저 얻어진게 아니어서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치과의사라고 하니 치과에서 일어난 일 위주일 것이라는 편견은 다 깨지고 영국을 비롯해서 세상구경도 함께하고 세계 각국의 술을 마셔보기도(?) 하면서 깔깔 웃게 된다. 요즘처럼 웃을 일 없는 시대에 실컷 웃었다. 이 감사의 마음을 어찌 전할까.


중간에 콩트작은 웬만한 작가의 수준을 넘어선다. 약주 이름 맞히기에 내기를 건 아베와 박원장의 에피소드에 손에 땀이 쥐어질 정도였으니 몰입감은 말할 것도 없고 기대했던 반전도 훌륭했다.

프랑스의 포도가 우리 실라(신라)에서 전해졌다는 썰과 소믈리애(소물리애)에 얽힌 전설까지 이렇게 풀어놓다니 역시 대물리애는 다르다. 신체의 다른 곳은 다 삐걱거리고 굳어가는데 대물리애의 중요부위만 부드러워졌다는 말에 가슴이 아리다.


40만 Km정도 된다는 지구의 둘레를 아마도 서너 바퀴이상은 돌만큼 세상구경도 하고 하루 8천보걷기까지 했다니 백세는 너끈하게 살아낼 사람이다.

집안내력이라는 당뇨정도는 이미 식이요법으로 극복한 것 같고 아버님도 장수하셨다니 왜 내가 다 다행이라는 생각이들까. 이 다음 작품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보니 살만해!'라든가 '잘 놀다보니 더 말짱해'같은 제목으로 기다려본다.

아마 저자는 내 글을 볼 것이다. 대범한 듯 하면서도 은근 소심한 구석도 있으니 확인은 필수일텐데 우울의 시대에 실컷 웃을 수 있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온 기록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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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토스트 - 김영주 냅킨 에세이
김영주 지음 / 밑줄서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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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빵보다는 밥을 좋아하지만 빵냄새에 침이 꼴깍 넘어가는 순간이 있다.

갓 구운 빵의 냄새는 정말 참기 힘들정도로 나를 유혹한다.

빵순이 딸이 아침에 토스터기에 빵을 구울때면 가스불에 얹어놓은 콩나물국을 슬쩍 포기하고 싶어진다. 노릇하게 구워진 빵에 쨈이나 버터를 발라먹으면 정말 맛있다. 




얼핏 토스터 레시피가 있는 책일까 싶었는데 저자의 말처럼 작고 가벼운 책을 만들고 싶었다던, 그래서 누구나 집어 들 수 있는 친근하고 만만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던 바람이 잘 녹아든 토스트 한 개 보다 조금 큰 정도의 책이었다.

시 같기도 하고 에세이같기도 한, 매일 뭔가를 적어보겠다는 다짐이 만들어 낸 소중한 기록!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백지에 뭔가를 쓰려고 맘을 먹으면 첫 줄부터 썼다가 또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게 된다. 잘 해보려고 하면 막상 어려워지는 일들.

저자의 말처럼 '잘'을 지우면 조금 더 편하게, 정말 잘 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며칠 전부터 장마같은 비가 내렸다. 비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막상 외출하려고 하면 난감한 날씨인데 이제 비가 그치면 하지 뭐, 하는 여유도 생겼다. 그게 나이를 먹었다는 뜻은 아닌지. 엊그제 읽은 책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을에 태어났다고 하더니 내 생일도 얼마남지 않았다. 비 한번에 가을에 훌쩍 여름을 제끼고 달려왔다.




손톱밑에 가시가 얼마나 아픈지 안다. 잘 보이지도 않아서 뽑기도 힘든 그 조그만 존재가 얼마나 성가시고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는지. 하지만 가슴에 박힌 가시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누군가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가 가시가 되어 박히면 보이지도 않아 빼내기도 힘들다.

지금도 내 가슴속 여기저기 박힌 가시가 콕콕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아마 죽어야만 잊혀질 가시들.




책을 너무 좋아했지만 어려운 형편에 어려서는 헌책방에 자주 갔었다. 청계천 책방에 가면 그렇게 행복했었다. 지금은 대형 문고에 가도 실컷 책을 읽을 수 있어서인지 헌책은 사지 않게 되었지만 누군가의 책장에 머물렀다가 내게로 온 책이라는 저자의 섬세한 마음이 퍽 다정하게 다가왔다. 아 헌 책에는 누군가의 시간이 담겨있었겠구나.


잘 구운 토스트위에 버터를 바르고 써니 사이드업 계란을 얹어 바삭하게 씹은 것 같은 고소하면서도 따끈한 책이다. 커피 한 잔 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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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껴도 맑음 (10주년 기념 특별판) - 달콤한 신혼의 모든 순간
배성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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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긴 워낙 오래되기도 했지만.

알콩달콩 신혼일기를 보니 달콤하고 부럽고 이런 감정들이 제발 오래가기를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 '안사람'역활을 하는 저자와 바깓일을 하고 있는 아내의 사랑이야기가 참 아름답다. 혼자살면서 요리에 청소같은 살림에 익숙했던 안사람의 털 이야기에 빵 터지고 말았다.

우리집도 사랑스러운 댕댕이가 두 마리 있어서 정말 털 천지인데다 딸내미들의 머리털도 장난이 아니다. 기어이 로봇청소기를 사서 매일 돌리고 있지만 각자 자신의 존재를 아낌없이 발휘하는 가족들덕에 그냥 여기 그림처럼 털이 들어간 음식이 당연해지고 말았다.


정말 안하면 티가 확나고 해도 별로 티가 안나는게 살림이다 보니 안사람의 투정이 확 와닿는다.

그래도 청소를 해놓고 좀 알아봐주었으면, 칭찬해주었으면 하는 남편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귀엽다. 성품이 퍽 따뜻하면서도 정이 많은 사람같다. 외려 바깓사람이 좀 와일드해보인다. ㅎㅎ


신혼의 달콤함과 뜨거움이 느껴져서 살짝 열이 오르기도 하는데 눈치없이 냥이들이 침대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하니 참 난감했겠다. '망고, 젤리 나가있어' 눈치좀 챙기자 망고, 젤리!

그런데 그렇게 귀엽던 젤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긴 이 책은 이미 10년전에 세상에 나왔던 것이고 10주년판으로 새롭게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이라니 적어도 10년 이상 살았다는 것인데 그래도 너무 짧게 살다간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우리 댕댕이들도 언젠가는 무지개 다리를 건널텐데...어쩌나.


첫만남부터 프러포즈, 신혼생활을 그린 작품덕분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거의 매번 등장하는 우리 망고와 젤리 그림이 어쩌면 그렇게 귀여운지 내가 다 행복해졌다.

여전히 신혼처럼 알콩달콩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아기는 안가지는건지 그건 좀 궁금하고.

또 10년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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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트리거 - 나를 이끄는 뇌, 생각을 이끄는 나
김진우 지음 / 리드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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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것을 깨닫게 한 책이다. 도파민이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행복 호르몬'이라 불린다고 한다. 도파민은 참 긍정적인 호르몬이라고 생각되지만 저자의 말처럼 양면의 날을 지닌 검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성호르몬같은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하지만 도파민의 경우는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급격한 신체, 환경의 변화같은 것들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 말은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도파민 생성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중독이나 불안, 회피같은 자포자기로 이어지기도 한다니 우리 삶의 정말 중요한 물질이 아닐 수 없다. 부족증의 증세를 보니 행동이 느려지거나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저자처럼 알콜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단다. 나도 도파민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최근 몹시 우울하고 의욕도 줄었으며 입맛도 달라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불우하고 가난한 어린시절의 아픔을 극복하고 잘 이어지던 삶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점차 무너졌고 아내의 죽음은 알콜중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슬픔과 아픈 기억들을 술로 잊고 싶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고 홀로 남겨졌을 무렵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그 노부인은 아마도 운명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전생에 덕을 쌓았던지 죽은 아내의 보살핌 덕분이 아니었을까.


도저히 일어설 기미가 없는 사람이었다면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노력이 여전히 어딘가에서 보였기에 가능했을 기적이었다.

다행스럽게 연구를 다시 시작하고 자신감을 얻으면서 알콜도 멀리 했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럽다.

나도 술을 좋아하지만 술로 얻은 것보다는 잃은게 더 많았다는 자책감이 몰려왔다.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였다면 시큰둥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치열하게 도파민과의 전쟁을 벌였던 사람이었기에 정말 공감이 되었다.

아마 누군가에게 이 책이 도파민 트리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도파민 부족증을 겪었던 사람들, 그래서 불안과 중독에 이미 망가져가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될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처럼 다시 열심히 살아가고 싶은 힘을 얻을 기회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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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뺏기 - 제5회 살림청소년문학상 대상, 2015 문학나눔 우수문학 도서 선정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2
박하령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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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사회는 경쟁사회이다. 승리한 사람이 대체로 살아남고 성공했다는 평가는 받는 그런 냉혹한 공간이다. 가진 것 없는 나라에서 태어나 많지 않은 자리를 차지해야만 살아남아야 했던 기억이 유전자속에 새겨져있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도 그렇게 키웠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내가 만약 쌍둥이를 낳았다면? 그것도 말 더럽게 안듣는 똑같이 생긴 +아들녀석이 둘이나 있었다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안다. 그래서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한 부모가 쌍둥이중 한 아이를 할머니집으로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이 키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중에 모정을 넘어서는 탐욕이 진짜 이유임을 알고 경악했다. 그러니 할머니집으로 보내졌던 은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서울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쌍둥이 동생 지우가 몹시 부러웠고 몹시 서러웠다.

버려진 아이같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은오는 6학년 때 잠시 일탈을 결심하기도 했지만 인신매매의 덫을 간신히 빠져나왔고 할머니의 재산이 어디론가 빠져나갈까 걱정했던 외삼촌 가족들까지 더해진 좁아터진 할머니집에서 눈치를 보고 살아왔다. 언제나 지우가 우선이었고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었던 부모가 살던 서울이 낯설었다.


하지만 계속된 불행으로 또 어쩔 수없이 지우와 한 여고에 다니게 된 은오는 지우와 쌍둥이라는게 너무도 싫다. 그리고 아주 우연하게 부산 할머니집에 살 때 우연히 알게된 선집이라는 남자아이와 마주치게 된다. 같이 밴드활동까지 하게 되면서 선집이가 은오의 마음에 들어오는데 은오는 지우가 첫사랑이라면서 만나게 해달라고 조른다. 눈치가 없는거니. 염치가 없는거니.


원하는 노래공부까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은오는 다시 탈출을 감행한다. 불과 삼일천하로 끝나긴 했지만 난 이 장면에서 은오를 잡아준 펜션의 그 아줌마가 몹시도 존경스러웠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손을 내밀어준 진짜 어른이 아니던가.

항상 지우에게 양보만 하고 살아야 했다고 생각한 은오의 '의자 뺏기'는 작가의 말처럼 경쟁사회에서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이 아니고 자존감을 갖고 자기 몫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만났는데 글을 참 잘쓴다. 호두과자속에 호두가 들어있듯 진심이 들어있다.

슬픔과 아픔, 외로움같은건 거의 누구나 다 경험한다. 그래도 은오가 '지우세이'를 빌려 얘기했던 날숨으로 밖으로 내보내보자. 바람으로 흩어져 버릴 수있게.

누군가를 이겨야하고 늘 빼앗기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 아니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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