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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있었다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5년 5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이지만 화려한 이력이 눈길을 끈다.
이력과 함께 늑대의 존재가 호기심을 불러온다.
요즘 늑대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 많이 바뀌고 있다.
늑대를 나쁜 동물이고, 유해하기만 하다고 한 것에 반론이 생겼다.
멸종 위기에 처했던 늑대인데 늑대 연구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알려졌다.
동화 등에서 단골 악역이었는데 영리하고 가족적인 면들이 밝혀졌다.
하지만 아직 우리 머릿속에는 늑대는 잔인하고 위험한 동물이다.
이 선입견을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설의 무대인 스코틀랜드의 고산지대 케언곰스 지역민들도 마찬가지다.
생태계 상위 포식자인 늑대. 포식자가 사라진 후 늘어난 사슴.
우리는 쉽게 초식동물인 사슴을 더 귀엽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슴의 개체수가 많아지면 문제가 늘어난다.
그들이 먹는 풀과 씨앗 등이 생태계의 균형과 목축업에 피해를 준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 중 하나로 14마리의 늑대들이 재야생화를 위해 왔다.
단순히 늑대만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이들을 관찰할 생물학자 팀들도 같이 왔다.
이 팀의 팀장인 인티는 쌍둥이 자매의 언니이고, 특이한 질병을 가지고 있다.
거울 촉각 공감각인데 자극적인 첫 문장이 여기에서 비롯했다.
상대 혹은 대상이 느끼는 촉각 등의 감각을 인티도 같이 느낀다.
“아빠는 목에서 배까지 나를 갈랐다.”는 실제 인티가 느낀 감각이다.
이 감각은 자신이 타인을 때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폭력 행위가 심한 무엇인가를 볼 때도 이 감각은 그녀를 힘들게 한다.
사람들이 많은 곳보다 자연 속에서 그녀의 마음이 더 편한 것은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재야생화를 위해 그녀의 팀은 지역민들과 대화를 나눈다.
선입견과 오해는 지역민들의 반발을 불러오는데 당연한 반응이다.
그녀가 숲을 돌다 다리가 부러진 말을 구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경무관 던컨을 만난다.
처음에는 던컨이 경찰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몇 번의 만남 이후 둘은 같이 자는 사이로 변한다.
둘은 자신들의 과거 일부를 숨긴 채 욕망에 충실할 뿐이다.
이야기는 인티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풀려나온다.
과거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부모님의 이혼에서 시작한다.
경찰인 엄마와 친환경 생활을 위해 숲에서 살아가는 아빠.
서로 다른 환경과 입장은 쌍둥이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살게 된 두 딸들이 경험한 일들은 현실의 한계를 보여준다.
둘은 대학에서 서로 다른 전공으로 열심히 공부한다.
이때만 해도 인티보다 동생 애기가 훨씬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모를 이유로 현실에서 애기는 집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 사연은 과거 이야기가 더 흘러나오면서 풀리는데 현실의 사건과 닮아 있다.
현재는 늑대를 관찰하고, 재야생화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라는 삶이 이어진다.
하지만 늑대에 대한 선입관과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가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경계선 밖에 나타난 늑대를 총으로 쏜다.
배우자를 잃은 늑대는 하울링을 하고, 이것은 다시 주민들의 불만과 공포를 불러온다.
그러다 인티가 발견한 시체 한 구는 다양한 가능성을 늘어놓는다.
늑대가 죽였다면 늑대들의 죽음으로, 사람이라면 살인 사건 수사로.
이 선택은 이후 다른 사건과 또 엮이고, 오해를 불러오고, 사실을 은폐한다.
작가가 살짝 흘린 단서를 생각하면 늑대인지,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인티는 그 사실을 파고들지 않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한다.
이 과정에 이 마을의 과거와 현재 상황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까지 일어난다.
마지막까지 인간의 오해와 늑대의 존재 등이 엮이고, 사실의 일부가 가려진다.
기후위기와 생태주의까지 담고 있어 풍성한 재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