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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유령들
M. L. 리오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11월
평점 :
2017년 출간된 소설이다.
한국에는 처음 번역되었다.
배우였고, 셰익스피어 연구 석사 학위를 딴 이력이 있다.
이 이력과 연구의 결과가 소설 속에 하나씩 녹아 있다
읽다 보면 수없이 만나게 되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대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유명 대사가 아닌 것들이다.
읽다 보면 괜히 연극 대사톤으로 한 번 읊조리게 된다.
이 대사는 그들을 상황과 연결되어 있고, 그들의 감정을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은 아쉽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가독성과 재미를 보여주면서 몰입했다.
1997년 델레처 고전예술학교 연극과 학생 중 한 명인 올리버가 주인공이다.
이 학교는 오로지 셰익스피어의 연극만 공부하고 상연한다.
4학년 7명은 셰익스피어에 푹 빠져 있고, 가족보다 가까운 사이다.
뛰어난 외모와 연기 실력을 가진 동기에 비해 올리버는 특색이 없다.
이 특색이 없다는 표현은 다른 친구들의 강한 개성과 비교해서 그렇다.
이 일곱 명 중에서 사건과 관련해서 특히 중요한 네 명이 있다.
큰 키에 장군 등의 역에 어울리는 리처드, 그의 연인이자 아름다운 외모의 매러디스.
평범한 올리버와 함께 방을 사용하는 전형적인 영웅 캐릭터인 제임스.
4년을 같이 생활하면서 친했던 이들 사이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갑작스럽게 리처드가 폭력을 행사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작가는 5막으로 나누고, 각 막마다 프롤로그를 넣었다.
이 프롤로그에 감옥에 있던 올리버의 현재가 흘러나온다.
어떤 사건의 범인이 되어 10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이 당시 사건의 담당이었던 콜본 형사는 경찰을 그만두었고, 사실을 알고 싶어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형사가 함정을 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 그는 경찰을 그만두었고, 진짜 사건의 진실을 알려고 한다.
가석방에서 나온 올리버는 예전의 학교를 방문하고, 사건에 대한 것을 회상한다.
이 회상은 올리버의 시점으로 펼쳐지고, 청춘이었던 그의 욕망과 불안이 뒤섞여 있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 학교 생활과 셰익스피어 연극에 대한 것이다.
술, 마리화나, 섹스, 어려운 학교 수업, 셰익스피어의 희곡.
정형화된 듯한 배역이 어느 순간 바뀌기도 한다.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그들은 검술과 무술을 배운다.
감정 표현과 몸의 움직임, 캐릭터 해석과 무대 동선들.
다른 책에서 읽은 부분이 없다면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었을 내용들이다.
물론 알고 있어도 이 부분은 작가에 따라 표현하고 묘사하는 부분이 다르다.
오직 셰익스피어만 파고 드는 학교, 셰익스피어에 매혹되어 이 학교에 온 학생들.
당연히 상연되는 모든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연극이다.
특정 상황에서 이들은 뮤지컬처럼 자신들의 감정을 대사로 표현한다.
일상에서 대사 한 구절을 인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정말 이 부분은 아는 만큼 재미를 누릴 수 있는 대목이라 아쉽다.
극 중반에 올리버가 감옥에 가게 되는 사건이 나온다.
이 사건을 처음에는 사고로 처리했다가 나중에 살인으로 바뀐다.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죽였냐가 아니라 갈등과 불안으로 구하지 않은 것이다.
구하지 않음으로 인해 그들은 불안에 휘둘리고, 삶이 불안정해진다.
이 감정들, 숨겨져 있던 사실,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는 관계들.
셰익스피어의 극중 인물과 교차하면서 풀려나오는 감정들.
점점 클라이맥스로 가면서 불안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폭발한다.
제어하지 못한 감정들은 순간적인 폭력으로, 더 빨라진 대사로 드러난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청춘의 한 시절이 무너져 내린다.
올리버의 마지막 검색과 장면을 보면서 왜 다른 상상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