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품 남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오정화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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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를 묻고, 잔잔하고 여운을 남기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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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품 남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오정화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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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다. 찾아보니 읽은 책이 없다.

제목과 표지를 보고는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어설픈 오빠와 야무진 동생의 가족 되기란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재혼 가정의 의붓남매는 부모님 두 분의 사고사 이후 같이 살게 되었다.

여동생을 돌봐 줄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오빠 요이치는 다니던 대학도 중퇴하고 집으로 돌아와 회사에 입사했다.

여동생 유카리도 오빠를 선택했고, 둘은 5년 동안 같이 살았다.

이 평범한 듯한 남매 가족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그 처음은 바로 길고양이 다네다 씨가 아이다 가문의 일원이 된 것이다.


모두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계절을 다룬다.

길고양이 다네다 씨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에피소드가 시작한다.

물론 처음에는 이름도 없었고, 오빠는 키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고양이의 주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주인을 잘못 알아 생기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와 성격 등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의붓남매가 함께 산다는 것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을 로맨스처럼 풀어낸 소설 등이 있으니까.

요이치의 후배가 못된 상상을 할 때 그가 한 질문 하나가 사과를 얻는다.

제목 애매 도시락의 애매는 사랑하는 누이란 의미다.


평범한 일상이라고 하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은 계속 이어진다.

비 오는 저녁 오빠에게 우산을 전하러 갔다가 우산이 없는 초등학생에게 좋아하는 우산을 준다.

이 소년이 똑 부러지는 성격의 여사친과 함께와 사과하는 장면은 재밌다.

왠지 그 여자의 모습이 어딘가에서 자주 본 듯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밝혀지는 비밀 하나와 두 초등학생과의 인연은 진행중이다.

뜨거운 여름 옆집 할아버지가 열사병으로 쓰러지셨다.

곧 태어날 손자를 위한 채소를 키우려는 마음이 꺾일 위기다.

유카리는 핢아버지 대신 이 밭을 가꾸겠다고 말한다.

무더운 여름, 따가운 햇살 아래 땀을 흘리고 피부가 새까매진다.

유카리의 강한 의지와 착한 마음씨와 무더위가 함께 훅 다가온다.


유카리는 오빠가 여자친구도 없이 사는 것이 살짝 걱정스럽다.

친구 하세가와의 언니와 몰래 이어주려는 마음으로 함께 극장에 가자고 한다.

오빠는 하세가와의 언니에게 살짝 빠지고 둘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유카리의 마음에 찾아온 질투의 감정. 뭐지?

이것은 남녀의 사랑이 아닌 자신에 대한 관심이 다른 여자로 간 것에 대한 것이다.

다시 오빠를 위해 그녀가 노력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진학 상담에서 오빠의 중학교 동창이자 반의 부 담임인 시카노 선생님과의 인연이다.

둘 다 모두 멍한 부분이 있는데 두 사람이 연인이 될 듯한 장면이 조금씩 나온다.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 둘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대학 중퇴한 오빠는 직장에 취직해 돈을 번다.

여중생 동생은 가정 일 대부분을 한다.

음식을 준비하고, 빨래도 하면서 오빠 도시락까지 준비한다.

둘이 살기에 빠듯한 소득, 덜컥 게임기를 사는 오빠의 일탈.

서로가 의지하고 살지만 오빠는 자신들이 모조품 남매가 아닌가 걱정한다.

자신의 욕심으로 동생을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둘은 분명한 남매이고, 가족이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없지만 잔잔하면서 가슴 속으로 파고들고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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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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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권이다.

개정판으로 나오던 책이 이번 달에 모두 나왔다. 반가운 일이다.

앞의 몇 권을 읽고 중간 몇 권은 건너 뛰었다.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운 부분이지만 언젠가 읽지 않은 앞편들을 읽을 예정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번에도 역시 캐드펠의 활약에 빠져들었다.

캐드펠은 세상 경험이 풍부하고 관찰력과 추리력이 뛰어난 노수사다.

의도치 않게 살인 사건과 이어지면서 탐정 역할을 한다.

이번 사건도 남편을 잃은 주디스 펄이 수도원에 기부한 집 때문에 살인이 일어난다.

기부의 대가로 성 위니프리드의 축일에 백장미 한 송이를 받는 조건이다.


주디스는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우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이 죽고, 아이를 유산한 후 방황을 하면서 그 집을 기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건부 기부와 그녀가 가진 부가 문제를 일으킨다.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젊은 수사 엘루릭은 어릴 때부터 수도원에서 자랐다.

그는 주디스에게 매년 백장미를 전달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에서 자라는 주디스에 대한 연모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수도원장에게 부탁해 이 임무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원장 등은 현재 그 집에 살고 있는 청동 세공인 닐에게 그 업무를 부탁하려고 한다.

주디스는 남편의 선물 수선을 닐에게 맡기려고 온다.

닐도 아내를 잃었고, 딸은 여동생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키우고 있다.


주디스의 부를 노리는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 주변에 있다.

각각 다양한 의도를 가지고 그녀에게 구혼한다.

주디스는 이런 현실 속에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까지 생각한다.

수녀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의 진심은 지금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녀가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는 같이 사는 이모가 늘 하는 말과 관계 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듯한 일상인데 하나의 살인 사건이 큰 변화를 불러온다.

닐이 여동생 집에 다녀온 후 집에서 발견한 엘루릭 수사의 죽음이다.

집안 장미나무를 누군가가 꺾으려고 했고, 엘루릭 수사가 막다가 죽은 듯하다.

캐드펠은 사건 현장에서 수상한 발자국 하나를 발견한다.

그 신발 자국을 밀랍으로 본을 뜨고 범인을 찾으려고 한다.


장미 한 송이 때문에 생긴 듯한 살인 사건.

주디스는 조건 없이 그 집을 기부하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누군가 그녀를 납치해서 설득하거나 강간해서 그 부를 가지려고 한 것이다.

용의자들은 당연히 그녀에게 구혼한 남자들일 것이다.

그녀를 찾기 위해 성의 군사들과 시민들이 동원되지만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주디스의 직원 중 한 명인 버트레드가 자신의 엄마에게 수상한 말을 한다.

버트레드는 늦은 밤 홀로 자신이 생각한 장소에 가서 주디스의 흔적을 발견한다.

실종 사건의 두 남녀의 대화 속에 드러난다.

하지만 낡은 목재가 부스지면서 버트레드는 떨어지고, 경비견 등에게 쫓긴다.

강에 떨어져 정신을 잃었는데 누군가가 나타나 그를 강으로 밀어 넣는다.


두 개의 살인 사건, 하나의 납치 사건.

이 모두 주디스를 둘러싼 사건들이다.

후반부로 가면서 사건 당사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다.

아직 캐드펠이 이 사건들을 하나로 엮어서 추리할 정도의 정보가 모이지 않았다.

새로운 사건과 날카로운 관찰력이 어느 순간 사건의 진상을 떠올려준다.

홈즈의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자 빛나는 추리력의 결과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우연과 탐욕 등이 작은 소망과 뒤섞인다.

중세 여성들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런 일들이 왜 발생했는지 조금은 이해된다.

이전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섬세한 심리 묘사와 감정의 변화 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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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서 온 남자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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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면도칼이라 불리었던 조폭 진혁.

2년 전 사랑했던 서희가 죽은 후 삶이 무너진다.

의욕을 잃고, 조폭에서의 자리는 점점 추락한다.

그러다 받게 된 건강검진,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는다.

치료받으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자살을 결심한다.

사랑했던 여인의 납골당을 들러 헌화를 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만난다.

마지막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도중에 다중 추돌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앞차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사고 때문에 열린 트렁크에서 수십 켤레의 하이힐이 보인다.

창문을 열지도, 차밖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수상하다.


빠르게 진혁의 상황을 풀어내고 연쇄살인범과 만나게 한다.

라디오 등에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뉴스가 나오지만 자살할 진혁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교통 사고 현장에서 도망가는 운전자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뒤좇아 가 그를 잡는데 칼을 휘두른다.

한때 조폭의 에이스였던 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운전자를 잡아 경찰에게 넘겨주지만 이 남자는 경찰을 해치고 도망친다.

진혁은 그를 뒤쫓는데 이상하게 차를 버리고 산으로 올라간다.

결국 그를 잡지만 갑자기 찾아온 통증은 진혁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놈은 달아나고, 정신을 차린 진혁은 다시 놈을 찾는다.

그러다 발견한 동굴, 이 안에 그놈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동굴을 통과한 후 그가 마주한 세계는 어제의 세계다.


진혁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연쇄살인범을 좇은 날은 5월29일.

동굴을 통과한 후 그가 사람들에게 들은 날짜는 5월28일.

연쇄살인범과 싸우면서 몸과 옷이 엉망진창이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의 신고로 그는 경찰에게 체포된다.

경찰서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말하지만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가 말한 곧 있을 야구 경기 결과는 어제 들은 것과 점수 차이는 나지만 승자는 같다.

유인하 팀장이 들어와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그녀의 도움을 풀려난 후 이 세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단순한 어제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것을.


이야기는 빠르고 거칠게 진행된다.

세부적인 상황들은 생략된 부분이 많고 핵심만 풀어놓는다.

뛰어난 가독성, 빠른 전개, 진혁의 필사적인 노력 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시 찾아온 기회, 실수, 또 한 번의 기회, 이제는 놓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 하나씩 밝혀지는 이 세계관의 일부 사실들.

그리고 보통의 타임슬립과 다른 설정 하나를 넣어 살짝 변주를 한다.

한 번 더 동굴을 통과하면 이전 기억을 사람들이 잊고, 전자기기는 먹통이란 것을.

그런데 펜으로 종이에 적은 것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런 사실을 진혁만 아는 것이 아니다. 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단계를 지나 마주하는 사실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속도와 재미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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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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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에세이다.

황석희란 이름은 나에게 낯설다.

근래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기에 이 이름은 더욱 낯설다.

하지만 그가 번역한 영화 제목들은 보지 않아도 익숙한 것들이다.

오역은 번역가의 숙명 같은 것이라 완전히 피할 수 없다.

한때 한 영화 번역가의 번역에 대한 짤이 인터넷을 도배한 적이 있다.

저자는 영화, 드라마 등의 번역에 대한 오역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오역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이 두 부분이 상당히 재밌다.

익숙한 이야기도 있지만 다른 시선에서 본 글들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미드 게시판은 개인이나 팀 번역으로 수많은 자막이 올라왔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드라마 등이 수입되기 전이라 이들의 자막을 최고의 선물이었다.

채널이 늘어나면서 갑자기 미드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야 했다.

이 자막 등에 대한 소송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본 것 같은데 확인이 필요하다.

일부 드라마의 경우 불법 자막을 그대로 넣은 것이 있다는 말도 있었다.

소문과 현실의 괴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되었다.

이 정리 과정 속에 자리잡은 번역가 중 한 명이 황석희 번역가인 듯하다.

그의 말을 빌리면 초창기는 다큐멘터리 전문이었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괜히 채널 돌리다 잠깐 본 다큐멘터리들이 떠올랐다.


번역자이다 보니 번역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많이 풀어낸다.

정역, 의역, 오역 등에 대한 글들은 나의 취향과 달리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잘 표현해준다.

대표적인 것으로 <파친코>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번역 이야기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 문장을 그는 원작자 등과 의논한다.

이 의논을 통해 그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원작자가 동의한 최고의 정역인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잘 된 번역이라도 오역이 없을 수 없다고 말한다.

비율을 정해 놓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 중 두 가지 언어를 잘 하는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는 아주 인상적이다.

꼼꼼하게 따지면 어색하지만 얼핏 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하는 한국말을 우리가 찰떡 같이 이해하는 것과 같다.

오래 전 선배가 번역투 문장이라고 했던 것을 한참 뒤에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할 때 이 부분은 늘 눈에 거슬렸다.

체 게바라가 했다고 알려진 문장에 대한 그의 탐구는 재밌다.

인터넷 밈이나 쇼츠로 알려진 문장 중 상당수가 정보 오류가 있음을 파고든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업들을 좋아하는데 번역가는 더 깊숙하게 들어간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판치는 웹에서 이런 작업들은 깨진 정신력을 일깨운다.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상황을 잘못 해석한다.

아이 이야기를 할 때면 이 오역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야기는 진영 논리에 의해 의도적으로 오역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이런 글을 읽다 보면 팩트 체크의 필요성을 점점 더 많이 느낀다.

자신의 번역을 오역으로 몬 유튜브 렉카 이야기는 최근 사건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를 섞어 혐오 장사를 하는 사이버 렉카.

거의 이런 것을 보지 않지만 잘 모를 때 이런 자극적인 정보에 혹한 적이 적지 않다.

아랫집에서 사 온 성심당 빵과 다정한 사람들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

화려하지도 겉멋을 부리지 않는 일상과 번역 이야기는 잔잔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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