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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쿠데타 - 글로벌 기업 제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
클레어 프로보스트 외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4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들은 런던 탐사보도센터의 회원들이다.
둘은 민간 대기업 등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기업 권력을 강화하는 지 파헤쳤다.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기업 사법, 기업 복지, 기업 영토, 기업 군대에 관한 이야기다.
이전에 다양한 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지만 낯선 이야기들도 많다.
낯선 부분 중 유엔 산하 기관들이 본연의 목적을 잃은 것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IMF 사태를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저자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여행하면서 자료와 정보를 수집했다.
읽다 보면 무시무시한 현실들을 만나게 되고, 생각할 거리들이 수없이 생겨난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한국 경제와 엮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기업 사법 이야기는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사모투자펀드 론스타 소송이었다.
몇 년 전 한국 정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소송에서 패해 엄청난 손해배상금을 물었다.
IMF 사태 이후 금융시장을 해외에 개방하고, FTA 등을 체결하면서 이 부분은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강행한 정부와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언론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그 결과 해외 투자기업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했다.
엄청난 국부가 유출되었는데 이 일에 대해 책임지는 공무원은 현재 없다.
한국 밖으로 눈으로 돌리면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들도 소송의 대상이 된다.
퍼시픽 림 대 엘살바도르 소송은 개발도상국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의 상황은 그 범위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알려준다.
하지만 후진국으로 가게 되면 이보다 더 심한 시민에 대한 현실적 공포가 있다.
이 현실적 공포는 기업이 고용한 준군사조직 등의 폭력과 학살 등이다.
현재 수많은 영화 등에서 전쟁대행주식회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현실에서 우리가 이런 준군사조직을 만날 기회는 없지만 보안회사라면 다르다.
한국에서도 이런 경보, 보안회사들이 수없이 생겨 이제는 익숙하다.
단순 경비라고 생각하면서 쉽게 받아들였는데 이것이 좀더 커지면 준군사조직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역사 속 개인 권력자들의 사병이 떠올랐다.
지역 영주나 지주 등이 사병을 거느리고 지역을 다스리던 그 시대 말이다.
놀라운 것은 핵 보안 사업마저도 대기업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기업으로 넘어가면서 이전에 공시되었던 정보들이 기업 비밀로 묵였다고 한다.
너무 광범위한 기업 비밀 조항에 대한 축소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민지 시대가 끝난 후 많은 나라들이 민족을 내세워 독립했다.
독립한 나라는 자본이 없거나 일부 식민지 기대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당연히 기업들은 독립 과정에서 그 나라와 문제가 생겼고, 소송도 벌어졌다.
그리고 이 나라들을 지원하기 위해 저개발국 원조가 일어났다.
그런데 이 원조가 빈곤국의 예산 자원에 쓰이지 않고 선진국 기업들에 썼다.
대부분의 원조 자금들이 선진국 기업들의 물건이나 서비스 구매에 사용된 것이다.
이런 지출은 당연히 빈곤국 국민들의 생활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제대로 사용되었다면 그 국민들의 생활 환경 개선과 산업 개발 등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제국주의를 가진 대기업들이 바라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경제특구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어린 시절 배운 수출자유지역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 말하는 특구와 어떻게 같고, 다른 점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가장 익숙한 형태다.
이 경제 특구가 아일랜드의 발명품이란 사실은 처음 알았다.
중국으로 이야기가 넘어가면서 그 악명 높은 아이폰 공장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들이 이런 폭압적인 노동 탄압을 받다니 얼마나 황당한가.
이것은 기업이 만드는 도시 이야기로 넘어가면 상상을 초월한 현실이 나타난다.
그 중에서 우리가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베트남 하노이의 임대료가 월 4천불 이야기는 놀랄 수밖에 없다.
이 거대한 토지가 이전 거주자들에게 약탈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역사 속에서도 이런 약탈과 폭력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들은 더 깊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대기업들의 변화와 수탈에 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