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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꾸준히 읽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이름이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는 작가가 있다.
아사이 료도 그런 작가들 중 한 명이다.
그의 첫 작품부터 이번 소설까지 4권을 읽었지만 이름이 각인되지 않는다.
소설들이 재미없었다면 ‘그런가?’ 할 테지만 그것도 아니다.
물론 검색하니 내가 잘 모르는 책들이 절판되어 있다.
몇 권은 표지가 낯익다. 중고 가격도 생각보다 높다.
중고라도 사서 읽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사그라진다.
혹시 도서관에 있다면 한 번 빌려 읽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
생식기. 한글로 적어 놓으면 누구나 생각하는 인간의 성기다.
그런데 한자로 적으니 生殖記다. 生殖器와 한자가 하나 다르다. 
성기가 아닌 생식, 낳아서 불림의 기록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이 소설에서 풀어내는 이야기와 관계 있다.
주인공 다쓰야 쇼세이는 상당히 수동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인다.
“손을 얹기는 하나 절대 힘을 주지 않는다.”라는 그의 온전함에서 드러난다.
이것은 그의 마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싶은 의도가 담겨 있다.
왜 이런 성향이 되었는지 알려주는 것이 그의 성 성향과 성장 과정에 나온다.
동성애자이고 어린 시절 이 성향 때문에 친구들의 폭력에 휘둘렸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야 하니 이런 껍질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

화자는 놀랍게도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생식기다.
이 화자는 인간을 두 번 담당했는데 다쓰야 이전에는 여성이었다.
화자의 수없이 많은 생식기 역사는 글 중간중간에 등장한다.
동물과 곤충의 생식기였던 과거는 잠깐 생물학 시간으로 독자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생식기의 개입이 많은 부분은 왠지 모르게 학술 서적을 읽은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순간적으로 진도가 쉽게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화자의 장광설을 통해 다쓰야의 말과 행동의 원인을 알게 된다.
일본 사회의 폐쇄적인 성 정체성 문제도 같이 나열하면서.
뒤로 가면서 화자에 익숙해지고 분량이 줄면서 가독성은 올라간다.
다쓰야는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입사 후 총무부를 지원한 이유도 이 부서가 성장, 발전 등과 관계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의견은 말하지 않고 대충 추임새만 넣는다.
머릿속에서는 다른 생각이 가득한데 그에게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착각은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현실에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심하게 욕할 정도의 행동도 많다.
하지만 오랜 세월 자신의 성 정체성과 생각을 숨긴 그의 능력은 대단하다.
그렇다고 그가 회사에서 월급 루팡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해서 빨리 처리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백미는 그와 닮은 성향이 다른 회사 직원을 만났을 때다.
상대방 신입 직원은 열성적으로 제품을 설명하지만 왠지 비어 있는 느낌이다.
서로의 상사와 함께 회의를 하다 각자의 상사가 자리를 비운다.
이때 이 어색함을 가벼운 이야기로 풀 수 있지만 둘은 그냥 편하게 있는다.
상사가 다시 들어왔을 때 그가 보여준 행동은 연극의 한 장면 같다.
이 직원과 다쓰야가 보여준 공감대는 나중에 다른 사람의 말에서 다시 한번 느낀다.
그의 부서 후배가 NGO단체를 설립하면서 설명한 이야기에서 말이다.
혹시 나중에 이 단체와 어떤 관계를 맺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잠시한다.
다양성의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다쓰야는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것을 가장 보여주는 것이 다쓰야의 다이어트와 요리와 운동이다.
살을 빼기 위한 규칙을 정해 그대로 실천하고, 고열량 음식을 먹은 후 운동으로 태운다.
다른 사람과 이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없기에 이 단순한 반복이 그의 행복이다.
그리고 인공 자궁에 대한 부분은 그가 겪은 편견을 해소할 미래처럼 말해진다.
지금보다 더 좋은 세계에 발을 내딛고 싶지 않는 그가 한 발 내딛은 것이 음식이다.
실패한 제과 제빵을 성공하기 위해 열의를 다하는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이제까지 사회가 그의 성 정체성을 배척했기에 그의 성장, 발전 의지가 사라진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알기에 조금은 그의 세계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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