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점 4
감독 강미자
출연 한예리, 김설진, 김선재, 정명원, 김승환
장르 드라마
독서모임에서 추천이 올라와서 함께 본 영화. 예고편에 낚였다. 예고편은 감각적이고 음악도 시도 멋졌는데. 막상 까보니 내가 생각했던 영화가 전혀 아니었다.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딱딱 끊기는 느낌.
감독, 배우 인터뷰를 보니 내가 불편했고 좋지 않게 느꼈던 부분들이 대부분 의도된 것이었다. 음... 색다른 실험 정신은 좋지만 내게는 어색하게 다가왔다.
인터뷰를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때 인상파는 대중으로부터 이상한 그림이라고 외면 당했다. 기존의 익숙한 그림들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인상파가 인기를 끌고 주류가 되었고 지금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영화에도 이런 패더라임의 전환이 있었을까?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자잘한 개선은 많았겠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만한게 있었을까?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전환이 생각난다.
영화 <봄밤>이 보여준 방식이 훗날 관객들로부터 선호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며 드는 생각은 '날로 먹는다.' 는 생각이었다. 같은 프레임, 같은 배경으로 비슷한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저 장면은 찍고 바로 또 찍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게 반복, 상승 효과보다 내게는 지루하게 느껴졌다.
카메라 워크도 없다. 대부분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찍는다. 회화처럼 느껴지려는 의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지루하게 느껴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이 떠올랐다. 고레에다의 데뷔작이다. 이 영화도 슬픔을 표현하는 영화이다. 카메라 워크가 없이 절제된 방식으로 촬영했다. 미장센은 아름다웠지만 역시 내겐 지루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인터뷰가 생각나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 후 그 방식을 버렸다고 한다. 이유는 잘 기억이 안난다.
<봄밤>은 많은 것을 생략하고 두 인물의 사랑을 보여준다. 생략은 좋지만 너무 많이 생략하는 것은 좋지 않다. 관객이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두 인물이 왜 가까워지는지. 왜 서로에게 그토록 끌리는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은 좋은 영화는 체험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 기준에 비추어 보면 <봄밤>은 전혀 체험, 공감이 안됐다. 처절한 사랑, 고통을 전혀 체험, 공감하지 못했다. 한예리 배우의 연기는 좋았지만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딱딱하게 느껴졌다. 연기 탓인지 연출탓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봄밤이 체험형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나는 아마 극 중 영경(한예리) 이라던지 수환(김설진)에게 공감해서 상대방을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다.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고 애절함을 느꼈을 것이다. 상대에게 빠져드는 것을 천천히 혹은 확 느꼈을 것이다. 영화 속에 그런 장면은 없었다. 내가 눈치 못챘을 수도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한 설명, 묘사가 충분하지 않았다.
감각적인 영화를 기대했는데 무감각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전혀 슬프지 않았다.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가 없었다.
평점 10 : 말이 필요없는 인생 최고의 영화.
평점 9.5: 9.5점 이상부터 인생영화. 걸작. 명작
평점 9 : 환상적. 주위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 수작
평점 8 : 재밌고 괜찮은 영화. 보길 잘한 영화.
평점 7 : 나쁘진 않은 영화. 안 봤어도 무방한 영화. 범작
평점 6 :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 6점 이하부터 시간이 아까운 영화.
평점 5 : 영화를 다 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한 영화.
평점 4~1 : 4점 이하부터는 보는 걸 말리고 싶은 영화. 망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