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이스 1 아이네이스 1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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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출간과 함께 새옷 입은 1권! 너무 멋집니다!! 로마 건국과 신화의 역사,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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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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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린 왕자와 여우가 나누는 대화다.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거야......의례가 필요해.


p 95

 

어릴 때는 멋진 말이라고 생각해서 다이어리에 적어놓기도 했던 이 말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누군가와 4시에 만날 약속을 하면 그 4시의 약속 때문에 3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었다. 상대가 친하지 않은 사람은 물론, 가까운 사람이어도 예외는 없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고, 그저 준비를 하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부터 번거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차라리 아무 예고 없는 만남이 더 좋았다. 책이 가장 친한 친구였던 데비 텅 처럼,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뛰어들어 책을 읽는 시간이 제일 자유롭고 행복했다.

 

그럼 약속을 하지 않으면 될 것을, 또 좋은 사람들은 만나고 싶은 욕심에 같은 일의 반복. '나는 왜 이러는가, 무슨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점차 스트레스를 쌓이게 했고, 결국 해답은 하나였다. 그런 나를 인정하는 것.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이런 성향의 사람이라 이런 부분은 내 마음대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부터 조금 더 편해졌던 것 같다.

 

[어린 왕자]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에 힘입어 처음 이 작품을 읽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사실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어린 왕자가 아니라 '장미'였다. 어린 왕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다가 결국 어린 왕자가 떠난다고 할 때에야 그 사랑을 깨달은 장미. 자존심이 강하고 오만해서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장미.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어린 왕자의 단 하나뿐인 소중한 장미라니, 로맨틱해!'라고 느낄 때, 나는 어린 왕자의 별에 홀로 남아있을 장미를 계속 생각했다. 어린 왕자도 장미를 사랑한 게 아니었나. 사랑하는데 왜 굳이 장미를 두고 여행을 떠나야 했나. 장미는 왜 어린 왕자를 붙잡지 않았을까. 나에게 장미와 어린 왕자는 슬픈 사랑의 주인공들이자, 오히려 자신들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한 안타까움의 상징이었다.

 

이번에 읽을 때는 또 다른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어른들은 자기들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때마다 자꾸자꾸 설명을 해주자니 어린애에겐 힘겨운 일이다.


p 10

 

생각의 전환이랄까. 그동안 줄곧 설명을 해주는 쪽은 엄마인 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그린 그림, 주변을 둘러보며 하는 말의 의미 등을 이야기해주는 것은 늘 아이 쪽이었다. 엄마를 이해시키기 위해 그 작은 머리를 총동원해 어떻게 표현할지 궁리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살며시 미소가 나온다. 그래, 이런 엄마를 이해시키기 위해 네가 참 고생했겠구나. 앞으로는 아이의 설명을 듣기 전에, 먼저 오랫동안 아이가 그린 그림을 들여다봐야겠다.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를 처음 접했을 때 [어린 왕자]가 포함된 것을 보고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고 멋지게 읽힐 이 이야기가, 나는 예전부터 제일 어려웠다. 다른 어른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그리고 나중에 아이들이 자란다면 어떻게 느낄지 제일 궁금한 작품 중 하나. 이런 순수함에 똑같이 순수한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에, 약간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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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숨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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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남자든 여자든 아름다운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고 들었다. 편견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 본 TV 프로그램에서는 연쇄 살인마 중에는 잘 생기고 스마트한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꽤 높았다. 외모를 무기로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유혹하여 자신의 욕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삭막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 아무리 과거에 나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한 사람일지라도 갑자기 매혹적인 누군가가 나타나 입의 혀 같은 달달한 말을 내뱉는다면 일단 내면의 가드를 올려야 하는 게 아닐까.

 

무기력하거나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달콤한 한 마디의 말은 희망이 되기도 하고 유혹의 손길이 되기도 한다. 가나코는 후미에에게 무엇을 주고 싶었을까. 정작 후미에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녀에게 도움을 받았다면서 꼭 은혜를 갚고 싶다는 가나코. 육아와 살림으로 과거의 미모는 찾아볼 수 없는 데다 해리성 장애까지 앓고 있는 후미에에게 접근한 가나코는 '너는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어'라는 말로, 후미에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에 불을 지핀다. 얼굴에 상처가 있어 앞에 나설 수 없는 자신 대신, 프랑스의 유명 화장품의 얼굴 마담이 되어 달라는 가나코의 제안에 넘어간 후미에. 이제 다시는 초라한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다짐하며 새로운 생활에 흠뻑 젖어간다.

 

아내이자 엄마인 후미에의 시선과 형사 하타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가나코의 유혹에 빠져 화장품 판매를 시작한 후미에의 모습은 어쩐지 불안불안하다. 분명 이것은 사기라고, 가나코에게는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물론, 이 행복에 만족하는 후미에에게 어서 빨리 빠져나오라는 조급한 마음을 갖게 된다. 형사 하타가 조사하는 살인사건의 어딘가, 분명 후미에와의 접점이 있다. 살해당한 사람은 누구이며 사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가늘고 길게 뻗은 잎 끝부분에 항아리 같은 모양의 자루가 달려 있다. 예전에 TV에서 본 식충식물이다. 달콤한 꿀로 벌레를 끌어들여 안으로 떨어진 벌레는 먹으면서 산다. 이름이 떠올랐다.

-네펜테스


p 443

 

가나코와 후미에의 관계는 상상했던대로였으나, 진상에는 더 깊은 사연이 있었다. 혹자는 가나코를 옹호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녀 나름대로의 생존 방법이었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분명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모든 선택의 순간, 길 위에 거침없이 발을 올려놓을 게 아니라 한 번만 더 숨을 고르고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어떤 모습의 자신이 있을지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자신이 선택한 저울에 타인의 목숨이 달려 있다면 더욱.

 

생각지 못한 후미에의 사연에 마음이 아파 조금 울었다. 그녀가 해리성 장애를 갖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가나코의 달콤한 꿀에 그리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 후미에를 어리석었다고 탓할 수 없다. 우리 모두 어떤 순간의 '꿀'을 원하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강력한 한 번의 꿀이 아니라, 일상에서 매일매일 느낄 수 있는 온기와 평온일 것이다.

 


학교 성적이나 학력 같은 것만 따지다니 한심하지 않냐? 학력 같은 건 없어도 괜찮아. 대단한 사람이 안 돼도 상관없어. 그냥 웃으며 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p 161

 

**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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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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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올직히 말하자면 일단 욕을 한 바가지는 하고 싶다!! 평소 욕을 하지도 않고 아는 욕도 얼마 안 되는데, 아는 욕 모르는 욕 있는 욕 없는 욕 다 동원하고 싶은 이 마음. 내가 이런데 하물며 우리 엘리자베트 루세 양의 참담한 심정이야 오죽했으랴! 보불전쟁 당시 천한 매춘부의 신분이었을지언정 프랑스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자존감만큼은 살아있었던 루세. 그런 그녀를 프로이센 장교의 손으로 밀어넣은 '교양 있고 품격 높은' 사람들의 인면수심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을 '라 마르세예즈'로 조롱하는 한 남자. 비록 속세에 통달한 그였으나, 그 순간 이 남자는 그 자리에 있던 누구보다 도리와 정도를 아는 사람이었다.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작가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작품을 잘 알고 있었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 정작 읽어보면 '이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었나!' 놀라게 될 때가 종종 있다. 기 드 모파상의 작품은 이 단편집에 실린 <목걸이>가 가장 잘 알려져 있을 터지만 표제작인 <비곗덩어리>를 읽고 탄성을 금할 수 없었다. 절로 박수가 나오는 작품이라고 할까. 명예와 품위를 논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자아마저 짓밟을 수 있는 파렴치한 이들의 뻔뻔스러운 면면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이야기로, '라 마르세예즈'가 전달하는 결말의 전율은 가히 천재적인 것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두 친구> 이야기도 짧지만 강력하다. 역시 배경은 보불전쟁. 굶주림으로 허덕이던 모리소는 친구 소바주와 함께 프랑스군 초소를 통과해 낚시를 하러 갔다가 프로이센군에게 붙잡힌다. 그들이 맞이한 운명에 이변은 없었고, 모든 일은 마치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순식간에 끝난다. 모리소와 소바주가 잡은 물고기를 '산 채로 튀겨오라'는 프로이센 장교의 명령. 프랑스의 처지를 '산 채로 튀겨지는' 생선으로 묘사한 작가의 기교가 탁월하다.

 

<목걸이>의 안타까움과 연민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을까. 주인공 마틸드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에서 나의 마음도 함께 쿵 떨어져내렸다. 그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한 10년이라는 세월. 시간이 유수같다고 해도 절망과 괴로움으로 가득 찬 삶은 10년이 아니라 100년처럼도 느껴졌을 일이다. 이 작품이 선사하는 반전은, 수많은 스릴러 소설의 결말을 능가한다.

 


 

 

총 세 편의 작품을 합쳐도 10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가슴이 꽉 채워져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무 재미있었고, 아껴 읽고 싶었으나 역시나 한번에 휘리릭. 엄지 척할만한 수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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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의 저편 이판사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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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고 나면 항상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이번 작품은 어떨지. 그만큼 강력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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