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해서 그 애들이 소년원에 들어간들 그 애들은 전과도 생기지 않아요. 사회에 돌아오면 이름을 바꿀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죽을 때까지, 아뇨, 죽은 뒤에도 사진이 돌아다닐 거예요. 그거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p 169

 

얼마 전 읽은 어떤 책에 인상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학교폭력에 휘말렸다고 해도 내 아이가 피해자일거라고만 생각하기에는 힘든 세상이 되었다고. 설사 그 말이 진실이라도 부모라면 '내 아이=피해자'라는 공식을 깨기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아이들의 어릴 때 잠든 얼굴을 기억하는 부모라면 내 아이가 가해자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겁니다. 저부터도 그러하니까요. 아이가 자라고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점점 다가오면서 걱정되는 것은 학습도 뭣도 아닌 바로 '학교폭력'입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순수하지만은 않고, 그들의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의 생활은 어쩌면 생존과 직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현실. 생각만으로도 몸에 한기가 들어요.

 

첫째 아이를 낳고 저는 한동안 제대로 잠들 수 없었습니다. 이 작은 아이를 내가 지켜줄 수 있을까, 두려웠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걱정들. 시댁이나 친정에 아이를 잠시 맡기고 볼 일을 보러 갔을 때조차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서둘러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불쑥 고개를 드는 부정적인 상상들만으로도 가슴은 충분히, 화석처럼 굳어갔어요. 그런데, 그런 아이가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면, 부모인 우리에게 말도 못 꺼내고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이건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 아닙니까. 미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겠죠. 아이와 함께 한 추억, 힘들어도 말 한 마디 못했을 아이의 심정을 생각하면, 아이가 세상에서 사라진 순간부터 부모의 마음도 같이 죽은 거나 매한가지일 겁니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작품은 뒷맛이 써요. 절대 개운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결말이든 이미 피해를 당한 아이는 등장하고, 그 상처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에요. 내 아이는 세상에 없는데, 그런 소중한 자식을 죽음으로 내몬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생활을 이어간다는 것, 심지어 여전히 죽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 없이 또 다른 아이를 괴롭히며 살아간다는 것에 분노한 아버지는 복수를 결심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맛봐야 하는가. 누구도 대답해줄 수 없는 의문 속에서 죄인이 된 그의 기도가 마음을 울립니다.

 

저는 굉장히 기준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고, 여전히 그 기준에 맞춰 살아가려는 사람이지만 요즘은 그 '기준'이라는 것이 흔들리는 것을 느낍니다. 학교도 마찬가지. 우리가 학교에 열심히 다녀야 한다고 아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요? 아주 오래 전부터 가져온 이 의문들에 대한 답을, 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짧은 듯 하지만 짧지 않고, 지금 당장 학교를 그만둔다고 해서 큰 일이 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사회적인 시스템, 이런 거는 이제 말하기도 싫어요. 요즘은 아이들이 소년법을 들먹여가며 범죄를 저지른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봤어요. 이 사회가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생각하면 가슴만 답답해지니 저는 제가 할 일을 해야겠습니다. 작품 속에서 자살한 아들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손가락 인형이라도 만들어주고 괴로울 때는 아무 말 없이 그 인형을 내보이라고 할 걸 그랬다며 가슴을 쳐요. 혹시 나도 아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의 홍수 속에서, 힘들 때 힘들다고 아이가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가 고심하며 저만의 손가락 인형을 만들어보렵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틀린 집 안전가옥 오리지널 11
전건우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틀린 집 안전가옥 오리지널 11
전건우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거야! 그거라고. 동사택이니 서사택이니 하는 말 모르지? 대충 설명하자면 집의 방위에도 음양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거야. 집, 대문, 안방, 주방, 심지어 화장실까지 동사택이면 동사택, 서사택이면 서사택으로 배치가 되어야 길한 집이지. 반대로 동사택과 서사택이 섞이면 그게 바로 뒤틀린 집, 즉 오귀택이 되는 거야.


p 152-153

 

신혼 때 살았던 집을 떠올리면 무섭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타인이 들으면 의아해 할 일이다. 신혼집을 떠올리면 무섭다니. 나름 한강 앞에 자리한 아파트라 경치도 꽤 괜찮았지만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현관 앞, 그 까만 복도 뿐이다. 안방 침대에 누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바로 현관이 보였는데 늘 컴컴하게 존재하는 그 복도에 꼭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아 항상 방문을 닫고 살았었다. 보면 안 될 것이 거기 있을 것만 같아서. 남들에 비해 특별히 감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여태 가위 한 번 눌려본 적이 없음에도 그 집은 무서웠다. 재미있는 점(?)은 그런 감정을 옆지기도 느꼈다는 것.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은 느낌. 그런 존재들은 어디에라도 묻어 있을 듯 해서 중고시장에서 물건을 잘 구매하지 못한다. 옛날 이야기에도 나오지 않는가. 골동품 같은 것을 잘못 가져와 화를 당했다는 이야기.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공간에 사람이 살아가는만큼, 집도 그 사람의 '기운'같은 것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아니면 집 때문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앞뒤 관계는 잘 모르겠으나 험한 일이 일어났던 집이 안 팔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케이스릴러는 잘 읽지 않지만 그 중 믿고 보는 작가님이 있으니 바로 '전건우' 님이다. 장르소설인만큼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살롱 드 홈즈] 는 너무 좋았고, 그 뒤 읽은 [밤의 이야기꾼들]과 [마귀]도 재미있었다. 막 으으음청 챙겨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름이 적혀 있으면 계속 손이 갔었던 듯. 그래서 읽게 된 [뒤틀린 집](호러공포소설)인데, 으아, 이거 너무 무섭다! 심지어 출판사 이름도 '안전가옥'이라니!! 나는 그저 집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을 다루는 줄 알았지 이런 끈적끈적한 어둠이 모여 있는 책이라고는 생각을 못해서 그 충격이 더 컸을지도. 표지와 제목에서부터 남다른 아우라를 자랑하기에 어쩐지 새벽에는 못펼칠 것 같아 낮에 읽기 시작했는데, 요즘같은 겨울날씨에 읽기에는 낮에도 으스스하다. 막 뭐가 나올 것 같은 기분!!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이런 의문이 든다. 집의 기운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라면, 사람의 기운도 집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닐까. 풍수지리라 해서 집터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집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기운들도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어쩐지 존재할지도 모를 착한(?) 혼들에게 미안해지는 기분이다. 읽는 내내 영상화된 모습들과 분위기가 떠올랐는데,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었다는 문구가 보였다.

 

 

자신의 책의 판매량이나 서평 수에는 관심이 없다는 작가님. 그저 자신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었는지만 궁금하다는 말씀에 엄지 척!! 그러니 부디, '마지막 장편소설'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작업한 일은 잊어주시기를. 무서웠지만, 재미있었으니까요!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안전가옥>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유대인의 단단 육아 - 자립적인 아이로 키우는 부모의 말
에이나트 나단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커갈수록 느끼는 부모로서의 어려움과 아이들을 위한 충고,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 통행증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집간 오치카의 뒤를 이어 괴담 이야기의 청자 자리에 앉게 된 도미지로. 어째 오치카에 비하면 미덥지 못할 것 같다는 처음 인상을 발로 차내고, 당당히는 아니지만 겸손하게 괴담 이야기를 들어준다.

신비한 존재의 몸의 한 부분이 들어간 큰북. 화재가 날 때마다 큰 불길을 막아주어 큰북'님'이라 불리는 영물이다. 그런 큰북님과 신비한 존재를 모시는 집안의 이야기. 어쩐지 안타까우면서 이상하게 목이 메어오는 이야기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렇지! 이런 겨울밤에는 이런 괴담 이야기가 최고지!! 역시 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 시리즈는 멋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