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읽는 루이즈
세오 마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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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이 생기거나 어떤 선택을 할 때 무엇을 고를지 망설여진다면 한번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죠. 저는 점괘를 크게 믿는 편은 아니었고, 타로 카드 점도 재미로 한 두 번 본 것이 끝이라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줄 알았어요. 시어머님이 점을 무척 잘 믿는 분이라 결혼 초기에는 저에게도 부적을 붙여라, 옆지기가 장례식장에 다녀오면 뭘 태우고 뭘 뿌려라 하시는 통에 영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제가 그런 것에 얽매이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 걸 아는 옆지기가 눈치껏 알아서 잘 행동해준 덕분에 지금은 그냥저냥 살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말입니다!! 이것이 또 아이들 문제가 되니 달라지더란 말입니다. 어머니가 저에 대해서는 별 말씀 안 하시지만 아이들에 대해 한 마디씩 하실 때가 있어요. 그것이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어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인생에는 정해진 것도 있지만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존재할 거라 생각해요. 바꿀 수 있는 그 무언가에 대한 선택도 사실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머리가 아파지니, 그냥 제 말이 맞다고 해주떼요!! 결론은 별자리 점이나 타로 점, 그 외 점들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힘든 순간 소소한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좋지 아니한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별을 읽는 루이즈]도 읽은 거고요. 세오 마이코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로 알게 된 작가인데, 이 작품은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본명은 요시다 사치코, 그러나 루이즈 요시다라는 이름으로 점술 일을 하는 그녀는 사실 예언 능력은 하나도 없어요. 단지 점을 보러 온 상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듣고 첵에서 찾아 기본적인 사항을 읊어주었을 뿐. 하지만 이내 그것도 귀찮아진 루이즈는 상대의 말투와 행동을 보고 직감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사항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 루이즈가 직감이 좋은지 그게 또 은근히 잘 맞아떨어져요. 거기에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을 붙여주면 금상첨화죠.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네 명의 특별한 손님들. 대애충 설렁설렁 점술 보는 일에 임해왔던 루이즈도 그들과 연인 미치히코를 통해 점차 성숙한 점술가가 되어갑니다.

 

정말 필요할 때는 점술에 의지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그런 것보다도 결국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줍니다. 점괘도 점괘지만 그것이 영 아닌 것 같다 싶을 때도 있을 테니까요.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이쪽 길이 후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만의 '별' 아니겠습니까. 가볍고 산뜻하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 문득 타로 카드 점이라도 한 번 보러 가볼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루이즈가 전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무척 따뜻했기 때문일 겁니다!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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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쌩쌩 기차 탈것박물관 23
안명철 지음, 탈것발전소 기획 / 주니어골든벨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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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를 키우는 집들이 모두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저희집 형제들은 자동차와 기차 등 탈 것에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 집 근처에 음료수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공장 비슷한 곳이 있는데, 첫째가 세 살 정도 되었을 때일까요? 우연히 그곳을 같이 지나가다 첫째가 지게차를 처음 보고 그 자리에 딱 붙어버렸어요! 가만 놓아두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서서 계속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 집에 가자고 살살 달래 돌아온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도 어린이집이 끝나면 지게차 보러 가자고, 소방서에 소방차랑 구급차 보러 가자고 해서 산책 삼아 돌아다니기도 했고요. 그런 아이가 책을 통해 기차를 접하고, 기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처음으로 기차를 탔을 때는 얼마나 좋아하던지요! 지금도 여전히 자동차와 기차를 향한 사랑을 변하지 않았답니다. 그런 형아를 따라 동생도 마찬가지!!

 

그래서 저도 기차를 다루는 책은 그냥 넘어가지지 않더라고요. [세상 모든 쌩쌩 기차]는 기차에 대해 아이가 의문을 가질 법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요. 부끄럽지만, 저 지금까지 아무 생각없이 '길기 때문에 기차인가' 해왔네요;; 200년전 영국에서 증기의 힘으로 달리는 증기기관차가 등장했고, 이 증기기관차를 줄여 '기차'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철로 위를 다니는 교통, 운송 수단을 모두 기차라고 부른다고 해요. 아이에게 설명하기 딱 좋은 기차에 대한 정의. 부모도 처음 알게 되는 사실이 많아 같이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일반 철도와 도시 철도에 대해 설명된 부분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기차들도 살짝 소개되어 있어 아이가 아주 좋아했습니다. 여행 가서 꼭 타보고 싶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눔의 코로나, 도대체 언제쯤 되어야 편하게 살 수 있게 될까요. 장거리 기차 여행에서 먹는 음식들 부분도 재미있었어요. <대한민국> 은 '삶은 계란과 사이다'라고 적혀 있는데, 그 위엄있는 모습이라니요! 중국은 컵라면, 잠비아는 열대과일과 빵, 일본의 에키벤 등 기차 여행을 하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 사진을 본 둘째가 '머고 싶어!'라고 말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이 밖에도 기차가 움직이는 힘, 기차 내부의 모습과 기차 역의 풍경, 우리나라 기차의 역사 같은 것도 실려 있어요. 저 어렸을 때 타보았던 무궁화호의 사진이 실려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지금 무궁화호를 대체하는 열차는 '누리로'라고 합니다. 새마을호는 2014년부터 새 열차로 바꾸고 중간 등급인 itx-새마을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서 요것도 반가웠네요.

 

<탈것박물관> 시리즈로 출간된 책들 중 하나였던 기차. 뒤에 '빠방이' 관련 책들이 좍 나열된 것을 본 형제들, 당연히 흥분했고요, '다 사줘, 다 사주세요'라고 해서 진땀 한 번 뺐어요. 이해하기 쉽고 사진들도 큼지막하게 실려 있어 재미있게 본 책인만큼 앞으로 시리즈 한권 한권 모두 읽어볼 생각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주니어골든벨>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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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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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마지막은 어떠할까.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이 살아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숙제일 것이므로. 누구나 무병장수하다가 잠자는 듯 세상을 떠나길 원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생의 곳곳에 숨어있을 위험과 끝내는 찾아올 마지막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끝도 없는 블랙홀에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는 일일테지만 이왕이면 죽음의 순간의 모습은 내가 정하고 싶다는 바람. 암에 걸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우미노 시즈쿠는, 그 바람 하나로 호스피스 '라이온의 집'에 들어간다.


"시즈쿠씨. 사자는 동물계의 뭔지 아세요?"

"백수의 왕이잖아요?"

"그렇습니다, 정답입니다. 요컨대 사자는 적이 덮칠 거란 걱정이 없답니다. 안심하고 먹고 자고 그러면 되는 거예요."

"그렇군요, 그래서 여기는 라이온의 집이군요."


p164

 

365일 아침마다 맛있는 죽이 나오고, 가슴을 상쾌하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에 인접한 라이온의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 간식시간이 있다. 이곳에 머무는 게스트들이 생의 끝을 앞두고 한 번 더 먹고 싶은 간식을 사연과 함께 신청하는 것. 모두 둘러앉아 누군가의 사연을 들으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간식을 앞에 두고 그의 추억 한 조각을 함께 떠올린다. 아침에는 무슨 죽이 나올까 기대하고, 눈꽃같은 개 롯카와 산책하며, 라이온의 집에 들어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시즈쿠. 그러나 그녀는 확실히 죽음에 한발한발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시즈쿠의 마음에는 여전히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억울함이 남아 있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이, 과연 쉬운 사람이 있을까. 괜찮아, 나는 이제 죽을 준비가 되었어-라고 아무리 다짐해도 결국에는 '왜 나야!'라고 울부짖는 것이 진짜 마음이다. 시즈쿠는 그런 자신까지 모두 끌어안고 여러 게스트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비로소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는 죽는 순간에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마돈나의 배려가 한몫하는데, 죽음 뒤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는 데서 오는 묘한 기대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읽다보면 문득 어쩌면 죽음도 생의 축제 중 하나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살짝 당황했지만 그만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덜어주는 이야기라고 할까.

 

결말 부분은 혼수상태에 빠진 시즈쿠가 이미 죽음의 세계로 건너간 이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즈쿠가 아기였을 때 세상을 떠난 엄마, 계속 시즈쿠에게 추파(?)를 던졌던 아와토리스 씨, 롯카의 전 주인. 그리고 마지막까지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있던 '아빠'와 배다른 동생 고즈에와 만나면서 시즈쿠는 이제 가벼워진다. 라이온의 집에서 맛보았던 음식들과 그로 인해 구원받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나날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시즈쿠의 모습에 마음이 울컥하고 말았다.

 

이왕이면 살아있는 내내 행복하고 싶다. 그 행복을 온몸으로 실감하면서 '행복하다'고 자주 말해야겠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실컷 웃고,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별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볼 수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읽는 동안 많이 울었지만 흘려보낸 눈물만큼 나도 가벼워진 느낌.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는데 이 따뜻한 마음들을 어떻게 묘사해냈을지 올 겨울에 꼭 한 번 맛봐야겠다!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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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통행증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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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죠? 전 겨울만 되면 군고마를 앞에 두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와 그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올라요. 제가 기억하는 한, 저희 할머니는 군고마는 사주셨지만 옛날 이야기를 해주신 적은 없어요. 혹시 그런 일이 있었지만 무의식 안에서만 기억하고 있는 걸까요? 아무튼 그래서인지 '겨울=옛날 이야기'라는 공식 아닌 공식을 가지고 제 독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 독서에도 적용시키고 있더라고요! 유독 전래동화를 찾아 읽게 되는 계절. 이 계절에 미미여사의 '에도 시대 시리즈'만큼 딱 좋은 이야기도 없을 겁니다!

 

저는 소설만큼이나 역사도 좋아해요. 부족한 사람인지라 역사의식, 뭐 이런 게 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뜁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만큼 그들도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시간을 채워왔다는 생각만 해도 뭔가 아련하고, 그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던 재미는 뭐였을까 이런저런 공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마 그들도 이야기는 좋아했겠죠?! 그 중에서도 특히 괴이한 이야기, 캬! 여기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도미지로는 그런 괴이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답니다.

 

시집을 간 오치카 대신 청자의 자리에 앉게 된 도미지로. 이야기꾼 한 명에 듣는 사람도 한 명, 한 번에 하나의 이야기를 청하여 듣고 그 이야기를 결코 바깥에 흘리지 않으며,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는 이곳에 한 명의 무사가 찾아옵니다. 그가 들려주는 '큰북 소방대'와 '큰북님', 그리고 신묘한 능력을 가진 '터주님'에 대한 이야기는 섬뜩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어요. 도미지로가 자주 경단을 사 먹으러 가는 노점의 아가씨 오미요와 멋진 은발의 할아버지가 되었으나 한 때는 '깃토미'라 불리던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또 어떻고요. 이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사람 사는 세상 어디든 똑같구나, 어디에나 비열하고 못된 인간들과 그들에게 당해 눈물 흘리는 사람은 있구나-라는 생각에, 그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있는 세상이 전혀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러 오는지도 중요하지만 작품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역시 청자인 도미지로 캐릭터입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솔직하고 마음씨 착하고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익살맞은 '도련님'이에요. 오치카가 아기를 가졌다는 말에 너무 놀라 '막대처럼' 쓰러지고 마는 허약한 남자지만, 청자 자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서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야기를 듣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야무지고 단정한 오치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오히려 어딘가 빈틈이 느껴지는 도련님이기에 이야기하러 오는 사람들도 더 편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세 편의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기이한 일도 결국에는 사람의 의지가 어느 정도는 반영되어 벌어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터주의 뒤를 이어가는 것도, 분명 그럴 수 없었을 텐데도 아기들의 얼굴이 서로 닮아 있었던 것도,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 무뢰배들을 혼내주게 된 것도 어찌 보면 간절한 바람의 결과. 이게 무슨 소리인가 궁금하시쥬??!! 그렇다면 [영혼 통행증]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듣다보면 계속 듣고 싶어지는 이야기들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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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모든 말들 - 지혜롭고 재치 있는 여성 작가들이 사랑을 말할 때
베카 앤더슨 지음, 홍주연 옮김 / 니들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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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이 여성 작가들은 과연 사랑을 어떻게 정의했을까요? 감성세포가 말라붙어 버린 듯한 요즘, 이 책을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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