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공부합니다 - 음식에 진심인 이들을 위한‘9+3’첩 인문학 밥상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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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는 것은 때로 정말 고민이 되기도 하고 즐거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보통의 우리들은 아마도 그저 '맛있다, 맛이 없다'의 기준에서만 음식을 바라보고 있을 듯 한데요, 여기 30년 넘게 음식을 공부해온 사람이 있어요!! 처음에는 '음식을 공부하는 직업도 있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음식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것만큼 또 중요한 일이 없겠다 싶더라고요. 의식주,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여겨지는 것 중 어쩌면 제일 본능과 직결된 것!! 그 음식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음식 하나하나가 그렇게 대단해 보입니다.

 

이 책은 2021년 <EBS 클래스 e>에서 강의한 '음식 인문학'의 강의록이 수정되고 보완된 것입니다. 음식의 내력을 따져라, 음식의 범주를 따져보라, 제조 과정의 핵심을 정리하라, 유행 시점과 장소가 기준이다, 오래된 문헌 기록도 의심하라, 식재료의 확보 가능 시기를 파악하라, 시대별로 변하는 품종에 주목하라, 특정 시기에 유행한 요리법을 모아라, 산업화로 즐겨 먹는 때가 바뀜을 알라, 언제부터 전 국민이 먹었을지 생각하라, 유명해진 곳이 어딘지 찾아라, '만들어지는' 음식의 전통에 속지 마라-의 12가지 음식 공부법에 맞춰 여러 가지 음식이 소개되어 있어요. 저는음식을 공부할 마음은 없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음식의 역사와 기원 등에 대해 아주 재미나게 읽었지만, 음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에게는 기초적인 교재로 쓰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많은 음식 중 특히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라면과 떡국이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음식들이거든요. 옆지기가 라면을 그렇게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라면이 일본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일본어 사전에는 중국어라고 되어 있다고 해요. 중국어의 '라몐'이 일본어의 '라-멘'이 되었고, 그것이 우리나라로 와서 '라면'이 된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었지만 저자가 직접 중국에 가서 알아본 바, 중국에는 라몐이란 것은 없고 국수를 만드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라면은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가 만든 인스턴트 라면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최초의 '즉석 삼양 라-면'은 재미있게도 처음에는 '옷감'으로 오해까지 받았다고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와요.

 

다른 아이들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저희 아이들은 떡국을 참 좋아해요. 사골국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떡과 만두를 넣으면 간단히 한끼가 해결되니 엄마들에게도 효자 메뉴입니다. 설날이 되면 당연한 듯 한 그릇씩 비우곤 했던 떡국. 그런데 이 떡국도 전국적으로 먹던 음식이 아니었다고 해요. 본래 서울 지역의 설날 음식이었지만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양력설만 쇠도록 강력한 정책을 펼치면서 떡국차례와 떡국 먹기가 정부의 캠페인이 된 것이죠. 심지어 17세기 초반이 되기까지는 설날에 떡국 대신 만두국을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니, 아주 오래된 전통으로 알고 있던 '설날에 떡국먹기'도 알고보면 그리 유서 깊은 행사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됐지 그 기원이나 문화,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왜 중요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라면과 떡국마저도 담겨 있는 이야기를 알고 나니 조금쯤은 달리 보이지 않으세요? 알고 먹는가와 모르고 먹는가의 차이는, 아마 식탁에서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느냐로 증명될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아이들에게 해 줄 이야기거리가 풍부해진 듯한 기분이 들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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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걱정 수피아 그림책 5
초모 지음 / 수피아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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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지만, 예전의 저는 지금보다 훨씬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강박도 심했어요.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외출하기 전에 가스렌지 안전밸브를 서너 번 확인하는 건 물론, 현관에 도어락이 설치되기 전에는 열쇠로 문이 제대로 잠긴 건지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습니다. 어느 때는 문에 매달려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심했는지 상상이 가실까요. 잠들기 전에는 카드나 열쇠가 제자리에 있는지 꼭 확인해야 했고, 깜빡 잊고 불은 껐을 때는 다시 일어나 확인을 해야 편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그 때의 저는 뭐가 그리 불안했던 걸까요. 왜 그렇게 제 자신을 믿지 못했던 걸까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지금은 이상하게도 예전의 그런 강박들이 없어졌어요. 심지어 요즘은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찾으러 다니는 게 일입니다. 대신 아이들에 대해 느끼는 불안-일어나지 않은 무서운 일에 대한 상상-이 새로 생겨났지만, 그것은 예전의 저에 비하면 새발의 피로 여겨져요. 그리고 그런 불안을 바탕 삼아 자신을 다잡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니,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봐야 할까요.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걱정해봐야 그 걱정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이 정도면 저 많이 발전한 거겠죠?

 

까망이의 걱정도 끝이 없습니다. 낙엽 가루, 무지개 설탕, 바람 크림, 머리 위를 떠다니는 먹구름을 모두 모아 섞은 다음 마지막으로 뚝뚝 흐르는 눈물들을 넣어 만든 까망이만의 특제 수프.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할 양의 수프를 만든 까망이는 그 수프를 앞에 두고 지금도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웃 친구들을 초대해 수프를 나눠 먹기로 결심한 후 초대장도 만들지만 이 초대장도 바람에 날아가 버려요. 누군가가 찾아오지는 않을지, 혹은 아무도 오지 않으면 어떨지 고민하는 까망이에게 초록이가 찾아옵니다. 행복한 기분으로 잠들려는 까망이. 이런, 그런데 잠든 까망이 머리 위에 또다시 먹구름이 가득해집니다.

 

머리 위에 먹구름을 만든 채 잠들어 있는 까망이를, 저는 안아주고 싶었어요. 다른 이가 보기에는 하찮아 보이는 그 걱정이 까망이에게는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알 수 있었거든요. 까망이는 이대로 불안을 안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가, 걱정도 잠시, 그 불안을 해소시켜 줄 존재들이 맨 뒷장에 나타납니다. 불안은 스스로는 어쩌지 못해요. 머리로는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마음이 도저히 떨쳐지지 않으니까요. 다만, 감히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 불안을 해소시켜줄만한 무언가가,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무엇 때문에 비롯되었는지 모를 저의 강박이, 왜 때문에 갑자기 사라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제 마음 속 무언가가 채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다보면, 제가 눈물콧물 다 빼고 아이들은 멀뚱 앉아있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요, 역시나 이번에도 그러했습니다. 요즘 그림책은 어린이보다 어른을 더 겨냥하고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왜 이리 심금을 울립니까. 여러 번 읽다보니 더 먹먹해지는 그림책. 까망이의 걱정도 이렇게 점점 사그라들고 머리속 먹구름이 필요없는 날이 오기를 살짝 빌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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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공부합니다 - 음식에 진심인 이들을 위한‘9+3’첩 인문학 밥상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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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면 꼭꼭 챙겨먹는 떡국!! 저희집도 아이들이 좋아해서 명절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즐겨 해 먹는 음식입니다. 사골국물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다시마 국물에 고명 올려 먹는 맛있는 떡국. 생각만 해도 츄릅!!

그런데 이 떡국이 전국적인 음식은 아니었다고 해요. 저는 당연히 아주 오랜 옛날부터 떡국을 먹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동서남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설날에 떡국을 먹고 차례에 올리는 관습이 없었을 거라고 말씀하신 대목에서도 깜짝!! 아니, 명절 대표 음식이 아니었단 말입니꽈??!!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음식에 대한 편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역사 이야기. 아이들에게 어떻게 더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찬찬히 읽었어요. 읽을 때마다 배가 고파져 힘들었으나, 아주 맛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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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걱정 수피아 그림책 5
초모 지음 / 수피아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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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아가 버린 초대장. 혹시라도 누가 초대장을 발견하고 찾아오지 않을까, 혹은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까망이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런 까망이에게 과연 누군가가 찾아와줄까요?

지금은 좀 나아진 듯도 하지만 예전의 저는 지금보다 더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계획에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질색팔색했고, 제가 대비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까 봐 늘 전전긍긍했죠. 강박도 심했저는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가 그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때는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요.

요 까망이가 마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면서도 미소가 나옵니다. 지금 막 잠자리에 들려던 까망이에게 또 다른 걱정이 생겼거든요!! 하지만 까망이도 언젠가 알게 되겠죠? 걱정하지 않아도 다 잘 될 거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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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공부합니다 - 음식에 진심인 이들을 위한‘9+3’첩 인문학 밥상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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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에서 중요한 것은 '당연히' 아이스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심은 '크림'이었다. 자주 먹으면서도 아이스크림의 기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탈리아의 역사학자 알베르토 카파티와 맛시모 몬타나리(어딘가 맛있어 보이는 이름!!)는 '밀크 소르베토'를 그 기원이라고 보았다고 한다.

시댁 어르신도 아이스크림을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다 아이스케키라고 부르신다. 아이스케키는 아이스크림이라기보다 아이스바에 속한다. 크림 대신 설탕과 향료를 녹인 물을 직사각형 틀에 넣고 작은 나무 막대를 꽂아 얼린 것으로, 그러고보니 어머님이 아이스케키라고 가리키신 것은 대체로 이 빙과류였던 듯. 어쩌면 어머니가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셨던 것인지도??!!

이제 여름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돌리면서 들려줄 이야기가 하나 더 늘었다!! 메모메모, 체크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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