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400. 공감제로 (사이먼 배런코언)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상대를 인격체가 아닌 '사물'로 대하며 공감하지 않는다, 라는 출발점에서 저자의 연구는 시작했다. 그는 뇌의 특정 부분이 '공감'을 행하거나 거절할 때 더 혹은 덜 반응하는 것을 알아냈고 (살아있는 인간의 뇌의 반응을 살피는 방법이 궁금했음, 단순히 뇌파 측정용 전선을 연결하여 3D영상으로 보는건가?) 그 결과 공감이 평균치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공감제로의 경우, 세 가지 종류의 (해악/부정적) 집단을 분류해냈다. 경계성 성격장애, 사이코패스, 나르시스. 또한 공감능력이 떨어지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긍정적 공감제로로는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적 그룹을 규정했다. 저자는 계속해서 이런 공감 제로군들이 환경적으로도 형성될 수 있지만 유전적 결함, 공감 유전자 결핍으로 설명된다고 (설명 하고 싶다고) 주장하며 그 연장선에서 치료도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가도 저자가 보여주는 수치는 큰 의미를 담기에는 미미하며, 저자도 주장의 한계와 반론을 의식해서 사회적, 환경적 변수와 개인의 책임감, 그리고 '과학적' 공감 유전자 사이를 갈팡질팡한다. 결론은 손에 손잡고 벽을 넘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들면서!) 공감 제로군 설명과 공감 유전자 가능성은 흥미로웠지만 그 근거가 부족하고 환자들 사례들도 별 설득력이 없어보인다. 아무리 긍정적, 이라는 설명을 붙였지만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자폐아들이 가계유전 탓이라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 특히 저자가 말하는 '공감제로'는 병적 상태이기도 하다는데 그 주장을 범죄에 적용하면 모두들 '심신미약'이 아닌가. 매우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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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11-0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나서 고른 책이 Mr. Mercedes!

호냥이 2017-04-2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의 실천을 몸소 보여주는 책이네요. 타인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근거의 부족으로 인해 독자들마저도 공감제로라는 책에 공감할 수 없게끔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 ㅎㅎ
 

378/400. 강 (서정인)

시외버스로 세 남자가 지인의 혼례집을 찾아가 얼큰하게 취한다. 우연히 동승했던 여인은 술집겸 여인숙을 하고 있었고, 남자들은 그 여자의 집으로 가 흥을 마저 푼다. 다만 한 사람, 대학생은 피곤한 몸을 시골집 방에 뉘이며 심부름 하는 아이의 반장 완장을 쳐다본다. 눈 내리는 밤, 여자는 잠든 대학생을 살펴주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단순한 구조와 뻔한 사람들 묘사, 같지만 싸구려는 아니다. 심부름 하는 아이의 고단한 삶이 미리 보이는 듯하고, 여자의 축원도 쓸쓸하다. 짧은 소설 안에 여러 층으로 담긴 속이야기들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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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400. 깡디드 (볼테르)

볼테르의 신랄한 풍자를 신밧드의 모험 읽듯이 따라갔다. 죽었나 했던 인물들이 툭툭 부활해 튀어나오고 유럽을 거쳐 남미대륙, 엘도라도, 다시 서남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터키를 훑는 여정은 별로 놀랄 일도 없지만 뀌네공드의 오빠 남작의 고집은 참 한결같다. 막판에 깡디드도 할 말 뱉어내 주어 체증은 조금 가셨다. 하지만 이 세상, 최선이라 맹목적으로 믿건 말건, 밭을 갈아야 한다, 로 단순하게 결론 내기에는 더 복잡한 곳이 아닌가. 금수저로 태어나 세상의 바닥을 친 두 여인들을 생각해도 그렇고, 그 여인들 주변에서 주머니의 다이아만 짤랑 거리는 깡디드가 툭하면 꺼내드는 최선 타령은 지겹다. 이 소설을 문학의 범주에 놓아서 많은 사람들이 각잡고 읽어야 하는걸까. "그녀의 딸 뀌네공드는 나이 열일곱에, 혈색이 좋은데다 싱싱하고 통통하며 먹음직스러웠다. (128)" 라고 적으며 소설을 시작하고, 노동찬양으로 마무리 지은 볼테르는 영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지방에서의 첫 번째 관심사는 사랑이고, 두 번째 관심사는 험담하는 것이며, 세 번째 관심사는 멍청한 말 하는 것입니다. (242)

 

 

"악이 있건 선이 있건,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존께서 배 한 척을 이집트로 보내시며, 배 안에 있는 생쥐들이 편안할지 혹은 불편할지를 생각하며 난감해하시는가?"

"그러면 어찌해야 합니까?" 판글로스가 다시 여쭈었다.

"주둥이 닥치는 길뿐일세." 탁발승의 대꾸였다.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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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400. 혼신의 신혼여행 1 (메가쇼킹)

376/400. 혼신의 신혼여행 2 (메가쇼킹)

두달여에 걸친 자전거 전국여행,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완주해낸 메가쇼킹 부부의 신혼여행기록이다. 2권에 이르면 사진이 더 많아지고 되풀이되는 패턴 (날씨 나쁘거나 예상외의 일이 벌어짐, 부인 화냄, 남편이 음식으로 달램, 무한반복)이 지리하다. 귀여운 말장난이 계속되다보니 나도 모르게 '옥삼바리'가 나오는 타이밍을 맞추기도 했다. 그들이 이런 여행을 해냈지만 결혼은 중도하차 했다는 걸 뒤늦게 듣고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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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29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지금은 제주도에서 쫄깃센터라는 게스트하우스 겸 문화센터? 를 운영하며 재미나게 사시더라구요^^

유부만두 2015-10-29 09:0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이 책에서도 작가의 발랄함이 잘 보였어요. 전국 자전거 일주라니, 그 깡다구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어요.
 

374/400.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거야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어부 아빠와 엄마랑 사는 소년. 수영을 잘 하는 소년에게 엄마는 바다속에 사는 신비한 생물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소년은 아빠와 엄마의 빛나는 비밀을 알게된다.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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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5-10-2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진짜 매력적이라 막 갖고 싶어지더라구요^^

유부만두 2015-10-27 19:44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전 바다생물 나오는 장면이 너무 멋졌어요! 살짝 무섭지만 아름다운.... 하지만 엄마 이야기는 ㅜ ㅜ

그렇게혜윰 2015-10-27 19:45   좋아요 0 | URL
선녀와 나무꾼 생각 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