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스포일러. 책을 읽지 않던 가족이 책을 맛있게 즐기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맛있는 책 요리점’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너무 지루하고 뻔했다. 삼세번의 법칙이라지만 거만하고 어려운 책, 지저분하고 해로운 책은 피해야한다는 전형적 독서지도.

책을 만드는 과정, 요리사들의 협업에 대한 내용과 책요리를 즐기는 과정은 재밌지만 짧아서 (직접 각자의 책을 즐기라는 의도겠지) 아쉽다. 결말로 아빠는 출근길에 재미있게 웃을 수 있는 책을 읽고 엄마는 요리책을 읽으며 가족과 친구를 위해 요리한다;;; 책을 늘 주위에 뒀지만 열어서 한줄한줄 그 맛을 음미하지 않던 사람들이 책맛에 빠지게된다면.....그건 꿈일까. 김유 작가의 전작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처럼 전형적인 인물들, 억지스러운 설정과 과한 비유에 너무 달고 느끼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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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민준이는 전학간 동네에서는 강해지려고 애쓴다. 같은 반 경수가 아이들에게 치이는 걸 보곤 얼른 가해 무리에 끼어든다. 발도 걸고 밀치는데도 별 반응 없는 경수. 민준이와 경수는 택견 수련장에서 만나게 되는데... 택견 사부님은 덩치도 큰 사람이 별로 힘자랑도 안해서 민준이의 성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강한 사람은 타인을 괴롭히는 '악당'을 제압할 수 있는 존재. 민준이는 경수에게 사과하고 다른 아이들이 습관처럼 경수를 놀리는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강한 사람은 남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아름답고 착한 이야기라 자꾸 현실을 돌아보고 마음이 아파진다. 그래도 자꾸 가르치고 되새겨야한다.

 



 

치하루(천번의 봄)아저씨가 나와서 일본 작가의 책인가 싶었는데 프랑스 작가의 글에 일본 아티스트의 그림이다. 동물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친절한 아저씨, (내복만 입고 돌아다니다) 집에 와선 고양이에게 책을 읽어달라 조른다. 집사를 바라보는 쿨한 고양이 표정도 재미있고 글을 가르치는 결말도 신선하다. 때론 다른이가 읽어주는 책 듣는 일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좋아.

 

 

책만 읽던 남작이 전쟁에 들고 나간 건 책. 무겁고 두꺼운 책. 전쟁과 평화...가 무기가 된다. 책으로 적을 맞추어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적군이 읽도록 한다는 게 反轉이라면 反戰. 적군이 밤새 읽고 종전 선언. 다 못읽어서 싸울 시간이 없다고. 아군에겐 2부를, 적군에겐 1부를 떨어뜨려서 서로 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니...이건 독서모임이야. 결국 종전이 되었으니 다행이지만 책이라고 다 좋은 평화주의 책만 있는건 아니고.... 어이없지만 '전쟁과 평화'가 나와서 반가웠다. 책 던질 때 뽁뽁이도 택배 박스도 없이 던지만 책이 망가질텐데...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가로 세로 방법으로 읽는책.디테일 그림 설명이 줄거리보다 더 많아서 구석구석 살펴보게 된다.고양이와 새들을 불러모으는 아이, 아니 기사. 비를 두려워 하지만 ('마이 리틀 자이언트'의 거인들도 비를 두려워했음). 배를 곯는 이웃, 아니 성의 백성들을 위해 빵을 굽고 초콜릿케익 배달 하느라 자신의 두려움을 극뽁했다. 작은 동물들이 함께 모여서 빵도 굽고 사다리도 함께 만든다. 하하호호 화기애애. 이웃들의 애정 화살, 작은 그 얼굴의 세세한 감정표현도 재미는 있는데...너무 심심하다. 큰 책, 기사, 초콜릿, 빵, 새, 다 나와도 뭔가....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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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우습지만 슬프고, 또 날카롭기까지 한 소설의 주인공은 디테라는 이름(체코어로 ‘난장이’란다)이 말하듯 키작고 볼품없는 사나이이다. 신발에 키높이 깔창을 덧대면서, 웨이터복의 깃을 빳빳하게 풀 먹이면서, 돈으로 여자를 사면서, 키가 커졌다고 이제 어른이노라고 되뇌며 산다. 그의 인생의 목표는 그가 속한 서빙의 세계인 호텔에서 대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는 돈을 모아야했고 사람들에게서 인정을 받아야 했다. 

 

소설 Q&A 와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한 보잘것 없는 인간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나름대로 역할을 해내는 것을 그렸듯이, 이 책도 체코의 한 키작은 웨이터의 삶 에 어떤 "믿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나를 보여준다. (예를 들자면 존스타인벡이 그의 호텔을 사려고 흥정하는 식이라니!) 이 책의 압권은 그가 인생 최고의 손님 아비시니아 황제를 접대하는 부분인데, 만찬용 음식을 준비하는 분주하고 정신없는 장면의 묘사는 가르강투아의 멋들어진 패러디라고 부르고 싶다. 각 장들은 디테의 입을 빌어 마치 데카메론 처럼 지금 부터 내가 하는 얘길 잘 들으쇼라고 시작하고 "괜찮았나요? 오늘은 여기까지" 로 맺는다. 하지만 발랄한 말투의 인생사가 마냥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과 단순한 해피앤딩으로 책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다르다.

 
진정한 웨이터가 되기 위해서, 우리의 꼬맹이 디테는 모든것을 꿰뚫어 보고 들으면서도 못본체, 모르는 체 해야한다. 이런 보이지 않게 존재해야 하는 웨이터이기 때문에, 그는 더욱더 보이고 싶고, 들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의 싸부 중 하나가 "난 영국왕을 모셨지, 그래서 척하면 다 알고 다 보여“ 라고 버릇처럼 말한 것처럼, 그도 에디오피아 왕을 모신 경력과 그때 받은 푸른색 훈장을 인생 내내 들먹이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사람들 속성을, 고위관직의 인간들이 이 투명인간 웨이터들 앞에서 벌이는 은밀하고 ”천진난만한“ 행각들을 보고 듣는다고 해도, 그가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는 존재가 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운명처럼 눈높이를 맞추며 만나서 "슬라브 인답게 정열적으로" 사랑하게된 독일 여성 리자는 하필이면 나찌 간호장교이고, 그가 굴욕적으로 이름과 몸을 독일로 변형시키려 애쓰는 동안 독일은 그의 고향을 침공한다. 그가 어쩔 줄 모르며 독일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장면은 너무나 슬프지만 우스꽝스럽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인생을 걸고 얻은 아들 하나는 그저 바닥에 못을 박고 또 박으면서 아빠를 몰라 본다. 금수저 하나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자살을 하려고 목매달 나무를 고르는데 나뭇가지는 너무 낮거나 너무 높다. 또, 백만장자들 속에서 그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안고 디테는 공산당이 백만장자들을 잡아 가둔 수용소로 자수하며 걸어 들어간다. 그 수용소 내의 전혀 감옥같지 않은 생활의 묘사들은 로베르토 베니니가 <아름다운 인생>에서 장난스럽게 나찌수용소 생활을 하는 것과 흡사하다. 하지만, 역시나, 이곳에서도 디테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키작은 사내로 남는다. 아무도 그가 내미는 잔에 맞받아 건배들지 않았고 그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디테가 드디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일은 자기가 스스로를 바라 보기 시작하는 때 이다.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일들이 하나하나 실제로 일어났다. 이제 범위가 점점 좁아지면서 나는 서서히 어린 시절로, 그리고 청년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고 다시 견습 웨이터가 되었다. 그렇게 멀리 갔다가 다시 돌아오곤 하면서 여러 번 나 자신의 모습을, 내가 원했던 모습이 아니라 그때 있었던 모습 그대로 직시했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내 삶을 똑바로 마주 보게 해주었다. (289-290)” 
 
그에게 이제 웨이터복은 “무슨 무대의상을 입은 느낌 (292)”을 들게 했고 그 깨달음 후에야 죽은 부인의 가방에서 꺼내온 우표가 없어져서 더 행복해진다. 그는 드디어 “프라하 시내를 걸어가면서 [...] 더 이상 넥타이를 매지 않았으며 조금 더 커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299)” 산장에서 만난 프랑스 교수가 아무리 형이상학적인 (그리고 현학적인) 말을 해도, 그는 개의치 않을 수 있게 된다. 드디어 디테가 득도를 한 것이다! “내가 나의 가장 좋고 가장 편안한 동반자, 나의 또 다른 자아, 나의 격려자이며 나의 선생이었다. (312)”. 
 
인적이 드문 산골 노동자 숙소에서 드디어 그는 인생 최대의 질문인 죽음을 생각하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진정한 세계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더 이상 무엇이,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 강물에 녹아들고자 했다. 이제야 드디어 눈에 보이게 된 그의 주변에는 그가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산길을 내달릴 지경인 가축들이 있다. 또,  산골 마을 사람들은 그의 수다를 들으려고 그를 기다리고, 찾아오고, 파티에 초대한다. 그의 웨이터복은 이젠 입기에도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분명 특별한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고 디테는 행복하게 말한다. 물론, 그의 반어법적인 혹은 겸손한 표현을 따르자면 이 모든 일은 다 “아비시니아 황제를 모신”  덕이다. 
 
시대를 웨이터의 눈으로 속속들이 꿰뚤어 보고, 너무나 철학적으로 고민한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이 책은 1989년 프라하의 봄까지 출판이 금지되었단다. 낯선 작가의 낯선 곳 이야기 속에서 의외로 우리 역사를 찾아  읽을 수 있었는데, 세계 어디서나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상상해 봤다. 

 

2009.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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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2019-02-03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저는 구입했어요
미스터버티고 라는 서점에 연락해보세요
어떻게든 읽고싶어서
출판사 찾아보다
연결 연결 찾아서
그저께 받았어요ㅎ

유부만두 2019-02-07 07:35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찾아볼게요.
 

큰 애와 읽었던 책인데 이번에는 우리말 번역으로 다시 읽었다. 부드러운 번역문과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담긴 섬세한 문장, 세련된 장 전환, 역시 로이스 로이.

 

덴마크, 하면 햄릿만 있는게 아니라 말을 타고 시내를 다니며 직접 국민을 만나는 크리스티앙 국왕도 있고 그를 사랑하는 국민이 있다. 그 국민 중에는 유태인도 있고, 유태인 친구를 챙기고 보살피는 안네마리 가족같은 사람들이 있다. 생명과 정의,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안전을 지키기위해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 그 모든것을 어린이들이 보고 배우며 자란다. 그 이야기가 책이 되고 멀리 떨어진 나라의 아줌마도 아이들과 읽으면서 자기네 나라 역사를 생각한다. 그리고 부끄럽다가 조금은 희망을 가진다.

 

엄마의 고향 어촌 마을에서 유태인들의 탈출 작전을 돕던 중, 중요한 물건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한 안네마리. 엄마는 발목을 다쳐서 움직일 수 없고 시간이 없다. 안네마리가 항구까지 숲을 가로질러 바구니를 들고 뛰어가야만 한다. 독일군인들을 만났을 때 '어리숙하게 굴어야' 한다고 엄마가 말했다. 용기있는 안네마리, 어두운 숲, 두려운 마음, 하지만 자신이 구해내는 친구를 생각한다. 독일군인은 늑대 같다. 늑대 만큼 사나운 사냥개를 끌고 다니며 바구니 안의 빵을 멋대로 꺼내 먹고 던진다. 하지만 군인은 빨간 모자, 아니 안네마리의 용기와 정의를 향한 마음을 얕잡아 보았다. 그리고 다행히 빛을 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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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5-10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이스 로리 좋아! 이 책도 좋지만 역시 The Giver는 최고. 그치?

유부만두 2018-05-10 07:57   좋아요 0 | URL
The Giver는 그야말로 인생책이죠!!!!
 

빨간 모자..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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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8-05-0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책-이 강렬한 제목! 훅 당기는데요. ^^
빨간 마스크 책은 이런 류의 책은 읽지 말아라 했던 그 책? 읽으셨어요? 읽으실 거예요?

유부만두 2018-05-09 23:19   좋아요 0 | URL
수상한 아이.. 는 추천받은 책이고요, 빨간 마스크는 자 표지 만으로도 무서워서 눈을 돌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