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 씨의 책 '아무튼 스릴러'에서 언급되는 책이라서 구입했다.

 

 

배송된 책에는 떡하니 19금이라고, 비닐로 싸인 책이 그 안에도 띠지가 꽁꽁 봉하는 포장으로 배송되었다. 훗,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역겹고 지겹고 짜증이 났다. 범인의 자기연민이 끝없고 책 뒷면의 '살육에 이르는 병, 사랑' 이라니. 책 링크도 걸기 싫다. 마지막이 강한 반전이라고 해서 완독했다.

 

계속해서 정유정 작가의 책 '종의 기원'이 생각났다. 끔찍한 악의 이유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걸 상상으로 밝혀내 까발리고 글로 옮기는 사람들과 돈을 주고 사서 읽는 사람들, 그중에 나. 연쇄살인범 수사극을 보기도 했었는데. 마음이 무겁고 싫다.

 

이 소설의 마지막 트릭이 잠깐, 아, 하는 순간을 만들기는 하지만 작가가 그려낸 세계, 호감형 범인, 그의 미소에 넘어가는 멍청한 여자와 헛된 희망으로 일을 망치는 여자, 자신보다 30살 이상 연상 예순다섯의 퇴직 형사에게 매달리는 여자, 가슴으로만 묘사되는 여자, 그 극점에 앉아있는 엄마...라니...그 도식에 분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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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6-0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의 명성(?)을 익히 들었는데 덕분에 안 읽어도 책이 늘어서 좋아요.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6-04 13:13   좋아요 1 | URL
네... 한 권 지워드렸습니다. ^^;;;

syo 2018-06-0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기억합니다. 전 평생을 추리나 스릴러 장르에서 반전이나 트릭을 맞추는 일이 없이 사는데, 이 책은 맞췄어요! 그걸 맞추고 나니 정말 이 책은 정말 아무것도 남긴 게 없는 똥덩어리가 되었지요....

유부만두 2018-06-04 19:16   좋아요 1 | URL
syo님은 정말 스마트 하신가봐요. 전 까맣게 모르고 그 마사루(?) 모자(?!)의 서술을 순진하게 (하하, 그 범죄 이야기를 사서 읽은 저는 과연 순진할까요) 따라 가다가 우웩 했어요. 아니 그 반전 (물론 syo님 처럼 미리 간파한 독자도 있지만) 하나 갖자고 이 똥덩어리 피비린내 썩은내 나는 난리를 봐야합니까. ㅜ ㅜ 이걸 읽고나니 정유정 작가는 ‘종의 기원‘에서 정말 많이 순하게 했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psyche 2018-06-0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제목은 익히 알고 있는 책인데 덕분에 안읽어도 되네 ㅎㅎ

유부만두 2018-06-06 08:29   좋아요 0 | URL
어휴.... 괜히 사서 읽었어요.... 에비에비
 

“작가가 적은 문장들이 나에게 환기시키는 감각, 나는 그것에 일찌감치 매료되었다. 문장은 작가의 것이었지만 감각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으니까.”_ 역자 배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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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서전 수필이라고 듣기 전에 이미 그 표지에 낚여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친구 책을 먼저 보고 훑었더니 여백이 너무 넓고 글은 얼마 없는데다, 얇아서 흥미를 잃었다. 그때 작가 이름을 들었다.

 

저자와 역자의 소개글이 특이했다. 작고한 저자에게는 현재형 문장을, 반면 역자에게는 과거형 문장이다. 책 중간 중간에도 현재형 문장이 과거의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는데 억지 스럽거나 실수 같지는 않다. 원문은 어떨지, 저자처럼 외국어로 불어를 배운 처지에 '원서'를 읽어보고 싶다.

 

 

어린시절의 고생과 기숙사 학교의 외로움과 가난, 그리고 책과 글에 대한 사랑. 그후 망명으로 그 모든 정체성을 잃고 지붕과 옷, 그리고 비누를 받아들었을 때의 참담함을 적어놓았다. 이제 막 백일을 넘긴 아기를 안고 11월의 숲을 밤에 넘었다고 했다. 자유를 찾아서. 그런데 그 자유로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문맹이 되었다. 넉넉한 여백에는 저자가 모국어로 넘치듯 채울 많은 문장을 상상했다. 입에 붙어도 겉도는 불어로 이 책을 쓰고 교정 받고 그 과정에서 여러번 모국어롤 되뇌었을 문장들이 사라지지 않고 아직 현재형으로 저자의 책 주위를 떠돌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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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8-06-04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주문했는데. ^^

유부만두 2018-06-04 13:13   좋아요 0 | URL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전 좋았어요. 맘 속에서 울컥, 하는 느낌도 들었고요.
 

섬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민속춤을 추는 여자. 다만 그녀의 얼굴은 섬의 원주민 보다는 본토 사람에 가까워서 섬사람들에게도 관광객들에게도 호기심 혹은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녀의 이름은 애슐리.

 

아무런 정보 없이 작가 이름으로만 주문하고 받아본 책은 얇고 작고 그림이 많다. 하루키의 버스데이걸, 생각 났고요. 이 책도 읽어가면서 장소가 어딜까, 외국어와 우리말의 자리바꿈을 의식하다보면 천명관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도 떠오릅니다.

 

본토와 섬 사이에 공식으로 존재하는 경제, 사회 구별과 차별.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 그 안전한 구별 혹은 가짜 전통을 흔드는 것 처럼 보이는 존재 애슐리,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런 저항도 혹은 변화도 꾀하지 않는다. 다만 하루 하루를 살아갈 뿐. 커다란 재앙으로 망가진 본토 그리고 그곳 사람들이 몰려오는 섬의 변화. 그 후의 추이는 평범한 영화를 한 편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문단으로 찬 페이지들 사이사이에 만나는 한예롤의 그림은 잠시 이 평이한 이야기를 애슐리의 이야기로 감싸안는다. 마지막, 애슐리의 행동이 진짜 소설의 시작이다. 그 소설은 평이하지 않고 아픈 곳을 헤집는다. 오늘도 섬은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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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어깨와 허리 (부상이라기 보다는 ....노쇠함), 부상하는 복부를 다스리느라 오랜만에 건강식 도시락을 싸주었다. 그리고 나는 또 책을 샀지. 키워드 체력 보강. 몸짱 개그우먼인줄 알았던 안선영씨 역시 육아에 치이며 맥주로 위안을 받았구나. 책은 철저히 동기부여용 워크북이라 한쪽엔 저자의 경험과 다짐, 오른쪽엔 그날그날의 식사와 운동량을 적는 노트 형식이다. 두꺼울 필요가 없었다. 사진은 의외로 적게 실려있는데 색조가 칙칙하다. 모든 음식이 맛없어 보임. 그래도 안선영씨의 주장은 확실하다. 체중감량 보다는 체력에 중점을 두고 꾸준하게 핑계 대지 않고 자신을 아끼자고 열변을 토한다. (하지만 한 페이지에 서너번씩 나오는 표현 '때려먹다'는 끝까지 적응이 안됩니다. ) '마녀체력'의 저자 이영미씨는 나보다도 나이 많은, 역시 책만 파던, 게다가 워킹 우먼이신데, 철인 삼종 경기까지 하신다니 경이롭기 그지없을 뿐. 그분의 말쌈에 이르길, 꾸준하게 하라고, 겁내고 핑계를 만들지 말라고 하시었다. 그러하다. 일단 시작하고 볼 일이다.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출판인이시라 글을 읽을 맛이 나서 안선영씨 책보다 훨씬 즐겁게 읽었다.

 

 

 이영미 저자가 꼽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 독서, 외국어, 운동. 에 동의한다. 이제 1년 거북이 걸음으로 배우는 일어는 조금씩 말이 들리고 보이는 중이며 (우리 쌤 보신다면 하하 웃으시겠지요), 영어와 불어는 입은 굳었어도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즐기고 있다. 오래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들은 내 머리와 몸에 남는다. 그걸로 부자가 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자, 이제 운동. 미워하고 창피하다면서 괄시해온 내 몸뚱아리에게 사과하며 오늘 부터 천천히 꾸준하게 체력을 쌓아보려고 한다. 먼저 팥빙수 안녕. 잠시 우리 헤어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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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6-0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마녀체력> 저자 인터뷰 읽고 운동 시작하신 분의 간증을 들었어요. 새로운 세상이라고 하시던데요 ㅎㅎㅎㅎㅎㅎ
절대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가 모두 제게는 머네요. 제가 시작만 하는 배신자라서요.
건강 도시락, 완전 굿입니다^^

유부만두 2018-06-01 23:02   좋아요 0 | URL
저도 운동을 시작하고 새세상을 만나고 싶군요. 전 철인삼종 경기는 저얼대 상상도 못하고요, 지하철 계단 오르면서 숨이 안차게 되는 저를 상상할 뿐입니다.

저 건강 도시락 하루 후, 남편은 오늘 회식을 하고 왔어요. ㅜ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