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같으면서 현실 비판 인가 싶다가, 모든 해석을 비웃고 이건 그저 이야기라며 어깨를 친다. '갓파'. 정신병원에서 만난 어느 삼십대 남자 환자, 기력도 쇠하고 등도 굽은 그의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는 그의 편에도, 의사의 편에도 서지 않는다. 그래도 화자가 갓파 월드에 깊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어쩌면 그가 삼십대 환자였을까, 그러기엔 너무 많이 '치료된' 느낌인데.

 

갓파, 의 모습은 일본 애니매이션 포스터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회색이다가 초록색이 되기도 한다는 작은 키의 미끈거리는 피부, 옷을 입지 않는 (개구리를 닮았지만, 개구리라고 불리면 치욕스러워 하는) 생물체. 남자는 여름날 등산 길에 갓파를 만나고 그 녀석을 잡으러 뛰어가다가 갓파의 세상으로 넘어/떨어져 간다. 아일랜드의 래프리콘은 황금 항아리를 숨겨둔다니까 잡으려 든다지만, 왜 이 못생긴 갓파를 잡으려 했을까, 그리 싫어하면서. 미워하고 깔보면서 잡아 괴롭히고 싶었을까.

 

모든게 반대이지도 않고, 어설프게 닮은듯 비꼰듯 펼쳐지는 갓파의 세상. 걸리버 여행기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별로 예리하거나 흥미롭지 않다. 후반으로 갈수록 갓파만의 특수성은 사라지고 자꾸 인간세상 이야기를 하려고 든다. 독자는 지루해서 자꾸 남아있는 쪽수를 헤아려봤다. 그러다 다시 환속(?)하는 남자. 그는 적응하지 못하고 병원에 갇히며 자신을 병문안 오는 갓파 친구들을 (그쪽 세계의 유력자들) 계속 만난다. 소설의 화자 눈에는 보이지 않는 책, 꽃다발, 그리고 물론 갓파 까지.

 

무얼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까, 꾸아?! (qu...로 시작하는 갓파의 언어) 옛이야기거나 현실 속 인간의 바닥이거나 혹은 전설 속 생명체를 끌고 와서 현실을 비꼬거나, 소설에선 다 해볼 수 있지 않겠나, 꾸아?! 문학이란 그런 게 아니겠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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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까지 바쁜 일이 있는 남편 때문에 여름 여행을 다음주로 미뤘다. 지금은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다면 이 더위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바다를 눈 앞에 두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책을 샀다. 낮최고 기온 25도를 기다리기도 했지만 최저 기온도 27도 라는 현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책 선택에도 보인다. 숨기질 못하는 내 마음. 떠나고 싶다. 훌쩍.

 

 

 

 하루키의 달리기 책은 3장 부터는 꽤 흥미롭게 읽고 있다. 장거리 달리기 준비와 중간에 겪는 근육통과 실수들, 자기 관리의 극한을 엿보고 있다. 독하다, 하루키 상. 그런 그가 '난 운이 좋았어' 라고 흘리듯 써놓은 인생의 선택, 작가로서 매일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며 의미를 곱씹고 써내려가는 소설은 꽤 멋져 보인다. (그래도 요즘 읽은 작품들은 ..... 기력이 다 하셨나봐) 난.... 아직 체력이 부족해서 달리기 대신 빠른 걷기와 조금씩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저질체력, 이라서 동네 한 바퀴도 못 도는 나. 그래도 달리는 이야기에 매료되는 건 무슨 까닭인지. 움직일수록 단련되는 건 체력과 독서력이 비슷하다. 계속 단단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덥고 지치는 매일, 식사조절을 하고는 있지만 금주 외엔 엄격하기 힘들다. 성장기 어린이 밥과 간식을 챙기면서는 유혹을 더 느낀다. 닭가슴살에 채소를 먹자니 재미가 없다. 더 독해져야 하나, 만두 부인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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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깨서 창문 열고, 선풍기 조절하고, 다시 잠깐 졸았는데.... 이 시간이다. 조금 있다가 시댁에 가야해서 서둘러 아이들 아침을 챙긴다. 어제 밤 부터 읽기 시작한 하루키 달리기 책은 생각보다는 재미랄까, 재치가 빠진 글이다. 다만, 일상, 매일 매일의 반복과 꾸준함의 중요성을 작가의 천성 대로 묵묵하게 적어놓았다. 매일 10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그. 나는 매일 5킬로미터 정도를 생활도보로 걷고 있으니 5킬로미터 정도 운동으로 (빠른 속도로) 걸어볼까 생각한다. 아, 이런 날씨의 야외는 말고.

 

 

 

 

생각과 상상, 꿈과 짐작으로는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기 어렵다. 무언가 내 몸을, 내 다리와 발로, 내 팔과 손으로 움직여서 짚고 잡아야 한다. 매일매일.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유물론이 가깝게 느껴진다. 더운 날, 시댁 가는 길이 힘들지만, 움직여서 땀 흘리면서 만나야 도리이고 식구. 효심이 가슴 한가득 이더라도 얼굴을 봐야 자식.... 아... 비뚤어질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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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엔 아이가 수영 강습을 받는다. 저녁 산책 겸 따라 나섰더니 .... 덥다.... 들고 온 책은 운동 테마. 하루키 달리기 책이다. 때늦은 선택인줄은 알지만 마라토너를 존경하기로 했기에 구매 했다.

 

 

하지만 시원한 수영장을 바라보면서 달리기 책을 앉아서 읽자니 뭔가 어색해서, 가방에 넣어간 '도쿄의 부엌'을 꺼냈다. (다들 동네 마실 갈 때 가방에 책 두 권씩은 넣고 다니시죠?!) 살림여왕의 깔끔 화려한 부엌 화보가 아니라 도쿄 지역의 다양한 부엌 50곳을 들여다 보고 사연을 약간 곁들은 책이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다양한 가족 형태, (지만 디자인계통 근무자들의 1인 거주가 많은 편) 오래된 건물의 철거전 낡고 묵은 느낌의 부엌, 냉장고도 스토브도 없는 곤로 하나의 부엌, 노숙 부부의 부엌 까지 여러 '삶'을 보여준다. 저자가 조심하며 최대한 '프라이버시'를 건들지 않으려 하는 노력이 보인다. 몇년 전 여러 사람들의 가방 속 아이템을 보여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은 정말 지루했던 것에 비해 부엌은 여러 이야기와 모습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내 부엌은 .... 참 특색도 없고, 너저분하다. 긴 부엌 창으로 보이는 길 건너쪽 병원과 하늘. 그리고 쨍한 여름 기운. 보리차를 끓이기에 너무 더운 날씨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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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7-2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두권은 기본이죠~~~ㅋ)

유부만두 2018-07-22 10:04   좋아요 0 | URL
그쵸?!

psyche 2018-08-02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주로 이북리더를...

유부만두 2018-08-02 08:40   좋아요 0 | URL
나도 이북리더기 사고 싶어져요.

psyche 2018-08-02 08:48   좋아요 0 | URL
영어책 읽으려면 킨들을. 나는 누크인데 반스 앤 노블 망할까봐 걱정되 ㅜㅜ

유부만두 2018-08-02 09:00   좋아요 0 | URL
킨들.... 흠...

아이패드로 읽고 있는데
눈이 시려요. ㅜ ㅜ 노안도 있는데 걱정되고요.

psyche 2018-08-02 09:05   좋아요 0 | URL
아이패드나 타블렛은 눈아파서 안되. 진짜 이북리더로 읽어야지. 킨들이나 누크로. 크레마는 요즘 나온건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초창기 크레마가 하도 말썽이었어서 선뜻 사게 안되네
 

Les garcons par Montherlant

 

오래 동안 붙잡고 있던 책이다. 장르도, 스타일도, 또 인물들도 예상을 벗어나는 뭐랄까, 묘한 소설. 제목이 말하는 대로 Les garçons(소년들)의 사춘기 시절의 감정, 그들 주변의 어른들과의 소통을 다루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얼핏 생각난다. (영화는 안봤지만, 친구들의 평에 따르면)

 

파리의 가톨릭 학교 파르크. 16살 우등생, 귀족 집안의 알방이 같은 학교 하급생 조르주 (가난한 평민 집안 아이) 를 아끼게 되고 그저 귀여워 하며 갖고 노는 대신 (그 학교 '전통'이라니;;;;)  '바르게 인도' 하려고 마음 먹는다. 하지만 이 작은 변화는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님(신부님들)의 반감을 산다. 자기들의 '연애'는 바른 지도 활동이고 다른 관계들은 그저 즐거움을 좇는 하찮은 행동이냐고. 지들도 뽀뽀하고 다 했쟈나? 내로남불? 사실 알방은 가슴을 뜨겁게 채우는 조르주의 매력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알방을 바라보는 엄마 (얼마전 남편이 사망함)는 자꾸 곁을 떠나는 아들이 아쉬워서 어떡해서든 (일기장을 훔쳐보기까지 하면서) 아들의 마음에 다가서려고 한다. 한편, 학교에서 궁지에 몰리는 알방과 조르주 커플;;;; 도움을 청하려 했던 프리츠 신부는 도리어 알방에게 적대적이다. 왜냐. 실은 프리츠 신부가 조르주를 아끼기 때문에... 조르주에게 다른 사람의 영향을 (질투 아니라고 공들여서 말함)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쯤되면 아, 이건 BL 소설인건가, 싶은데...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매우 섬세하고, 엄마와 아들 알방의 기싸움이나, 알방과 프라츠 신부, 원장 신부 사이의 팽팽한 대화 장면들은 읽는 재미가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은 계속 어디로 가는지 종잡기 어렵다...가, 알방 엄마가 아프고 죽음을 맞이한다. 계속 엇갈리는듯한 아들과 엄마의 마음과 어설픈 표현들. 사랑에 집착하다가 놓아버리는 알방 엄마, 브리쿨 백작 부인. 20세기 초, 세계대전 직전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과 (여러 계급 아이들을 함께 교육한 학교가 상징적이다) 돈과 명예를 공고히 하려는 결혼시장의 묘사. 열여섯의 알방과 열아홉의 알방, 그 큰 차이를 보게 된다. 하지만 결국 알방은 알방,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한켠에는 소년들을 사랑한, 하지만 선을 지킨 (이건 참 애매한 문제) 프리츠 신부가 그만의 신앙심 문제를 품고 있다. 그의 인생에서 사랑은 어떤 의미 였을까.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비판했듯이 저자 몽테를랑은 이 소설에서도 매우 빈약하고 단편적이며 무능한 여성을 보여주며 차별 발언도 아끼지 않는다. 알방의 엄마는 근시안적으로 이기적인 사랑에 매달렸고, 반면 훨씬 반사회적인 인물 프리츠 신부는 아이들을 '사랑'하며 그들 속에서 행복하게, 그리고 끝까지 승리하는 걸로 보인다. 그 옆을 지킨 폴란드 여인도 그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한다. 남자들 끼리만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인도하지. 쯧. ... 그런데...말입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을 다 읽고 덮자니, 마음이 뜨끈하면서, 아, 인생이란, 아, 사랑이란, 하면서 책 뒷표지를 쓰다듬게 되더란 말이지요. 아, 소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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