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의 디킨스가 스물일곱 더 어린 배우 넬리 터넌을 만나서 사랑을 한다. 급기야 본부인을 정신병원에 가두려고 까지 했으나 불발하자 세상의 여론을 의식해 넬리와 주고 받던 편지와 기록을 없앴다. 하지만 그녀의 흔적은 여기 저기에서 발견되서 결국 논픽션 작가의 책으로 나오고 학자들도 디킨스와 넬리의 관계를 밝혀냈다.

https://www.nytimes.com/2019/02/23/world/europe/charles-dickens-wife-asylum.html

 

2013년 영화는 좀 평이하다. 넬리의 목소리에 더 힘을 실어주는 듯하지만 평이하다. 결국 그 씁쓸한 미소로는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했다. 널판지로 못박고 막아버린 문 안 쪽에 갇힌 미세스 디킨스는 어찌 되었는지. 바로 미세스 로체스터가 생각나고요. 아이를 열이나 낳은 부인을 '이제는 사랑하지 않아, 그녀는 내 문학을 이해 못해' 라고 하면서 화면 가득하니 둔하게 살찐 부인의 벗은 몸을 보여주는 방식은 너무나 뻔하다. 내 예술을 알아주는 젊은 여인, 다시 샘솟는 젊음! 아니에요, 아저씨야. 그 어린 여자애 한테서 손 얼릉 떼란 말이다!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가 어린 넬리와 입맞추는 장면 너무 더러워.

 

부인은 부인대로 모욕당하고 무시당하고 영화 내내 대사도 거의 없다. 넬리는 넬리대로 엄마와 디킨스에 치이고 막히다가 끝까지 남편과 아이 앞에서 입을 다문다. 그녀가 속 이야기를 성직자에게 하는가, 멀리서 관객은 추측만한다. 예술하는 사오십대 유부남 남자에게 어린 여성 독자/제자의 선망과 손길이 가 닿는다. 불륜 혹은 사랑, 그리고 예술. 그 예들이 현실에서도 빈번하다. ㅅㅇㅇ 작가와 ㅂㅇㅈ 시인. 그녀들의 목소리를 순수하게 만날 수 있을까. 그녀들은 동등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까.

 

대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위대한 유산'의 결말에 대한 넬리와 디킨스의 대화 장면은 인상깊다. 맺어지지 않는 두 연인. 성장하는 두 인간. 아, 핍과 에스텔라 얘깁니다. 디킨스랑 넬리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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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9-02-2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위대한 유산을 안 읽었다는... ㅜㅜ

유부만두 2019-02-27 07:48   좋아요 0 | URL
읽으세요. 강추.
 

제주 시장에 가서 맨도롱 또똣한 빙떡 사먹고 송키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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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을 읽을까요, 알아맞춰 봅시다, 딩동댕.

미셀 오바마 책 이어읽기로.
이제 챕터 20 까지 읽었다. 버락 오바마가 neat해진 자신의 모습에 뿌듯해 하자 미셀이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재미있(고 조금 슬펐)다. 백악관 생활을 조금씩 바꾸는 이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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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9-02-1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리일미 최근에 잼있게 읽었어요. 빨리 봄나물이 먹고 싶어집니다~^^

유부만두 2019-02-10 16:04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이에요. 판형도 크고 멋지네요!
 

채식 관련 책을 읽다가 사찰음식도 접하고 비건 요리책도 만났다. 비건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피할 뿐 아니라 동물로 부터 얻어지는 물건들, 가죽, 모피, 동물실험 화장품 등도 사용하지 않는 생활 원칙을 가진다, 고 한다. 나는 비건도 못되고 절에 살지도 않는 그저 밥이랑 떡을 좋아하는 사람. 고기도 즐겼더랬는데 어찌 어찌 하다 다섯 달째 채식을 하고 있다. 할 만 합니다. 사람일 모르는 겁니다. 장담은 금물.

 

양재동에서 1회 비건페스트를 한다기에 남편과 함께 갔다. 거위털 파카를 입고 '비건' 행사장에 가자니 민망하고요. 이미 유명한 비건 레스토랑과 빵집 대신 작은 빵집들 부스가 많았다. 유명한 '콩고기' 코너는 기름과 양념 냄새가 진동했고 샘플을 권하는 부스도 많았다. 젓갈을 넣지 않은 석박지랑 버터/계란 없이 만든 간식과 마요네즈를 사고 부추전이랑 떡볶이를 맛본다음 나왔다. 행사는 크지 않고 어수선 했다. 채식 요리사의 강연 겸 시연이 진행되는데 개인 채식사가 길게 늘어졌다. 그 옆엔 동물 보호단체 부스도 있고 반려 동물 용품도 눈에 띄었는데 어쩐지 통일성이랄까, 구심점이 보이지 않았다. 채식은 어디에서 시작하는 건가. 그 한쪽 끝에는 동물 사랑이 닿아있다는 건 확실하다.

 

 

선재 스님의 책을 두 권 읽었다. 엣세이 중간 중간에 간단한 요리법이 실려 있다. 준비 과정이 길고 복잡하지 않아서 따라해 봄직하다. 선재 스님의 인생사와 요리 철학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모든 가공식품=암, 이라며 거듭 반복 주장하는 문장들은 불편하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음식이 병을 키우기도 하겠지만 암이라는 중병의 원인을 환자 자신 책임으로 단정 짓고 다그치는 기분이 든다. 먹거리만 관리하면 되는게 아닌데. 채식의 다른 쪽엔 자연치유가 보인다. 자연인, 병원 거부, 자가 치유, 그러다 예방접종 거부까지.  채식으로 암을 고쳤다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의사의 처방, 약 복용과 정기 검진을 거부하고 산으로 들어가 풀을 먹고 버섯을 캔다. 너무 극단적인데 그런건. 내 미식 취미와 독서의 방향이 어디로 뻗어갈까.

 

나는 통밀빵과 채소 과일을 많이 먹고 있다. 기름과 설탕을 피하려 하지만 (쉽지 않고) 현미밥에 된장과 두부도 많이 먹는다. 몸은 꽤 가벼워졌고 장 보는 비용도 줄었다. 대신 부엌에서 신경 쓰며 음식 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래서 서재에 소홀해 졌다고 변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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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2-0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건페스티벌이라는 것도 있어요? 건강한 데이트 하셨네요. ^^
정말이지 설연휴에 고기 위주로 먹었더니 몸이 바로 반응을 하더라구요. 저는...
이제 고기 좀 줄여야지 하는데 독한 마음 아니면 정말 실천이 어려워요...(고로 언니는 독함..ㅋㅋ)
이렇게 내 삶이 변화면서 몸도 변하고 관심사도 변하고 그리하여 독서의 방향도 변하고...
이런 게 사는 건가 싶어요!
언니글 서재에서 자주 못봐서 아쉽지만 그만큼 언니가 건강해지는 거라 믿겠나이다~ ^^

유부만두 2019-02-10 16:11   좋아요 0 | URL
고기 먹는 게 덜 좋은 식단은 아닐거야. 자기 몸에 맞는 음식, 덜 가공된 음식을 먹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니까.
먹거리와 운동은 계속 신경 쓰고 꾸준하게 해야하나봐. 매일매일 안까먹고 챙기려고 애쓰고 있어. 독한 거 아님 ㅜ ㅜ

책읽는나무 2019-02-0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제대로 채식생활을 하시고 계시군요..무려 5개월을!!!!
저는 늘 채식위주의 생활을 하겠다 단언하지만 고기 못 먹음 어지러워 얼른 고기 씹어 먹으면서 아~난 채식은 절대 안될 몸인가봐!!
절래절래 흔들게 되더라구요.
제 친구 중 육식을 못먹는 진짜 채식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걔를 만나고 오면 영향을 받아 고기 안먹다가 며칠 지나면 다시 원상복귀!!!ㅋㅋ 정말 힘들더라구요.
그나마 채식을 싫어하진 않아 채식도 함께 죄다 먹으니 늘 위장이 그득그득한 느낌이에요ㅜㅜ
사진에 토마토랑 빵도 맛나 보이고,된장국은 더 맛나 보이네요.
전 된장찌개보다 저렇게 국물이랑 건더기 많은 된장국 좋아하거든요^^
암튼 유부만두님의 채식생활 응원합니다.
저도 좀 시간이 많이 지나면??
따라해 보려구요^^

유부만두 2019-02-10 16:14   좋아요 1 | URL
먹거리 신경 써서 장보고 음식 하는 데에 시간이 꽤 들어가네요. 괜히 외식과 간편식이 나온 게 아니었어요. 따져가며 식단을 챙기자니 절로 도닦는 심정이 됩니다;;;;;
나이가 나이니 만큼 건강의 소중함도 깨달았고요, 이렇게 달라지는 제 몸과 생활이 재미나기도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