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지난 8권에서 정리되는 분위기였고 이번 권은 아쉬워하는 팬들을 달래는 '스페셜' 재방송 같다.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어' 라고 힘차게 말하는 '성장한' 스즈를 보여준다. 하지만 스즈와 언니들의 성장이 왜 꼭 결혼, 커플, 출산으로만 표현되는 것일까. 네 자매들 중 한 두 명은 애인 없이 혼자서 독립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게 뭐 나쁠까.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 그리고 대학, 사회인이 되고도 취직과 승진, 연애와 출산, 그리고 노년엔 깨달음과 너그러움이 착착착 이어져야한다는 강박/압박감이 느껴진다. 너무 공식적이다. 번외편으로 실려있는 스즈와 이복/이부 (완전 남남) 남동생과의 십이 년 이후 만남과 추억 더듬기는 더할 수 없이 아쉽다. 왜 스즈 얼굴을 안 보여주지? 왜 스즈의 몸이 축구선수 몸이 아니라 야리야리하지? (왜 ...... 스포를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만 도와주질 않는거야?)

 

이제 너무 잔잔잔잔....... 하게 가라앉은 파도만 남은 바닷마을. 그래도 나의 애정을 주고있다. 왜? 사람들이 착해. 너무 착해. 다들 '행복'에 매달리고 아끼고 살아. 답답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현실에는 없지. 있어도 나는 귀찮아 질 것만 같고요. 만화책에서만 살아있는 이쁘고 착한 사람들. 아쉬운 마무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주는 게 10권과 그 이후를 조르지 않게 될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스즈, 결혼하지마. 그리고 축구 이야기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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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의 단편을 찾아서 읽었다.

 

금성,은 별이 아니라 경주의 옛 이름이다.  삼국통일 후 당나라에 사신을 동행해 갔다가 십 년이 흐른 다음 고향으로 돌아가는 샌님 자은은 답답한 마음에 불안이 가득하다. 그에게 다가서는 백제 출신 유학생 목인공은 친근하게 굴지만 어쩐지 경계하게 된다. 물고기를 닮았다니 좋을리가 없다.

 

선상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사신단에서는 여지껏 챙기지도 않던 자은에게 살인범을 찾으라 명하고 ... 과연 이들은 금성에 무사히 다다를 것인가. 까만 밤, 까만 바다 위의 자은은 자신의 신분도, 얼핏 들리던 울음 소리에도 불안하다.

 

그리고 ... 재밌게 읽는 독자는 이 짧은 이야기의 뒤를 상상해본다. 20부작의 1부만 보고 난 느낌. 감질난다. 재미있는데 이렇게 똑, 끊어버리면 어쩌란말입니꺄. 세랑하는 작가님. 미스테리아는 소장하고 싶은 잡지다. 다 사 모을까, 생각만 하다가 책장을 쳐다보니 밉살스러운 '어린이과학동아'와 '보물찾기' 시리즈들이 버티고 있다. 저것들만 치우면 어찌어찌 미스테리아를 모실 수도 있을거야. 상상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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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62화

세랑합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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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스텝,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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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버지들의 마지막 날들..... 이 제목이 곧 내용이다. 제 2차 대전 중 레지스탕스들과 연계해서 영국 정보원 산하에서 활동한 프랑스인들의 이야기. 그들이 견뎌낸 훈련과 전쟁, 그 비극들과 견뎌낸 힘, 전우애,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조국에 두고 떠나온 가족, 아버지. 아버지.

 

진정한 '인간' 이 볼드체로 강조된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 분연히 일어선다, 그리고 인간 답지 못한 것들을 처단한다. 그 가치의 끝에는 아버지가 있고. 그 아버지들의 마지막은 아들과 연결되고 대를 잇는다. ... 잠깐만요, 딸들은요? 어머니는요? .... 왜 꼭 창녀 이야기는 속죄와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까? 21세기의 불란서 현대 젊은 작가의 소설이 어쩐지 육이오 전쟁 소설 같은 건, 그닥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증오, 잔인함이 참된 인간을 누를 때 전쟁이 난다, 그걸 잊지 않아야 하는데 인간의 희망인 '아들'이 있어서 가능하다. 아, 어머니는 아름답지요. 뭐 이런 흔하고 낡은 공식. 그리고 '영웅' 을 한 번 더 뒤집어 보면서 아,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아들이구나, 하지만 으으리이를 외치는 전우들은 정의의 기준점을 슬쩍 깔고 앉아버린다. 소설의 마지막은 어째 훗, 하고 웃음마져 나왔는데 작가의 넘치는 자의식이 설마 그 정도일 줄은 몰랐었기 때문인데요. 어째서 내가 부끄럽고 막.

 

그래, 그저 흥미진진하며 널리 알려지지 않은, 어쩌면 부끄럽고 그래서 더 인간적인 (인간이라는 단어가 정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쓰이는 단어) 인물들의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다. 소설이니까. 하지만 소설이 책장이 넘어가게 만드는 힘이라도 최소한 있어야지. 문장이 멋지거나. 전개가 지루하고 반전이랄 것도 없는데 인물들 마저 평면적이라 다른 친구들에게 차마 권할 수가 없다. 아니, 말리겠어. 이 작가는 첫 소설이 끝인 거 같어. 인물들, 작가가 자기 페르소나와 현실을 범벅해서 녹아들어간 그들의 애국심도 막연하고 모든 레종데트르인 부자관계도 작위적이며 신선한 도구는 (엽서 마저 '새벽의 약속'의 재탕)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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