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의 부모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아일랜드에서 형제 많은 집에서 자란 아버지 제랄드, 첫사랑에 실패하고 고향을 등진 프랑스계의 우아한 어머니 엘렌. 제랄드가 맨손으로 미국으로 건너와서 자리 잡는 과정과 그 시대의 서술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여자의 ‘바른’ 길과 결혼에 대한 훈계와 그에 반발하는 스칼렛 (비록 고래뼈로 만든 코르셋을 조이면서)의 모습은 현대극 같기도 하다. 그리고 ... 남부 목화 농장의 노예들.

책 읽다가 간식으론 스윗 스칼렛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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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0-14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포도 이름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이랑 딱이네요!!!

유부만두 2020-10-14 21: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

파이버 2020-10-1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도의 붉은색이 보석처럼 예쁘네요~

유부만두 2020-10-14 21:55   좋아요 1 | URL
예쁘고 또 달콤해요.

Falstaff 2020-10-14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엔 용서할 수 없는 게 몇 개 있는데요, 첫문장도 포함됩니다.
˝스칼렛 오하라는 미인이 아니지만....˝
세상에나! 스칼렛, 하면 비비언 리가 저절로 떠오르는 게 인지상정인데 비비안 리 보고 미인이 아니라고요? 이거, 뒤집어지는 겁니다.
두 번째, 작가 마거릿 미첼 여사가 전형적인 남부 백인 우월주의자로 심지어 이 책을 통해 KKK단까지 미화시켰다는 점이고요.

ㅎㅎㅎ 근데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습니다. 크너센의 아동용 오페라 <히글리 피글리 팝>과 <거친 것들이 사는 곳>의 음반 표지를 위해서 사용했던 괴물들이네요. 재미있습니다. 그림은 약간 다릅니다만.

유부만두 2020-10-14 22:01   좋아요 0 | URL
용서할 수 없는 게 많은 책이에요. 초원의 집 처럼 이 책도 저자의 행보와 더불어 재평가 되고 비판 받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 남부에선 되려 더 인기라는데 ...왜 하필 전 지금 이걸 읽고 있는 걸까요? ;;;;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썼더라고요. (이런 젠장) 아버지/어머니 결혼 이야기나 풍광 묘사, 사람들 배경과 심리(랄 것도 없지만) 묘사가 재미있어요. 성공/전쟁/재건에 거친 사랑이 더해지니 우리나라 (예전) 주말 드라마 같은 느낌도 들어요. 첫문장 읽으면서 저도 바로 비비안 리 생각에 고개를 저었어요. 그나저나 스칼렛이 16살, 엄마가 32살인데 아빠가 환갑인 가족이라 러시아 소설인줄 알았어요.

프로필은 그림책 작가 모리스 샌닥의 1979년 독서캠패인 포스터입니다.
 

아직 카포티의 작품을 읽지 못했다. 추천 받은 논픽션 <인 콜드 블러드>를 읽으려 했는데 독서 엣세이에 언급된 <다른 목소리, 다른 방>이 궁금해졌다. 표지의 작가 사진에서 보이듯 이 소설은 카포티의 젊을 적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다. 


이혼한 어머니의 사후, 이모와 살던 소년 조엘은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그를 만나러 간다. 낯선 곳의 낯선 저택. 아버지는 만날 수 없고 그의 새부인과 기괴한 사람들, 그리고 살인 사건들을 접한다.  


아버지를 만나러 간 영웅 테세우스, 기괴한 인물들을 가둔 거대한 오버룩 호텔 등이 연상된다. 천선란 소설집의 고시원 공간도. 그 단편 <검은색의 가면을 쓴 새>를 읽을 땐 듀 모리에 단편도 떠올랐고 문목하의 거대한 씽크홀, 혹은 비파가 이동하던 통로도 생각났다. 이렇게 꼬리를 무는 연상작용에 '아....그거....그거.... 왜 ... 거기서 ...' 하고 생각 날듯 말듯 놓쳐버리는 어떤 소설 혹은 영화, 어쩌면 그냥 내가 꾸었던 꿈의 조각들도 있다. 많이 읽고 또 많이 잊지만 다 잊지는 못한다. 간질간질한 느낌의 네버 엔딩 연상 작용.


벼르고 별렀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기 시작했다. 곽아람 작가의 엣세이를 읽으면서, 어릴적 봤던 영화 때문에 (난 절대 콧수염 남자를 인정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인정), 서재 이웃님의 강력추천에 늘 내 장바구니에 있었던 책을 이제야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전자책은 태블릿으로만 읽었는데 요즘엔 막내가 주로 쓰고 있어서 전자책 앱을 내 핸드폰으로 옮겼다. 전자책을 폰으로 보는 데 부담이 있었지만 왭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을 훌렁 훌렁 읽다보니 습관이 들었다. 이웃님의 말씀대로 난 참 두루두루 이것저것 다 읽는군요. 장강명 작가도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주로 읽는다니 아, 그럼, 저도,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랐쟈나. 스칼렛 오하라가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니! 그런데 사랑하는 애슐리가 다른 여자랑 약혼한다는 소식에 분노에 가까운 슬픔을 느낀다. 또 스칼렛의 아버지의 풍채 (키가 150 이시라고요?)와 성격 묘사가 너무나 푸근하고 생생하다. 엄마 노예를 사는데 아이 노예도 제 값을 쳐서 샀다는 아버지. 어떻게 엄마에게서 아이를 떼어놓냐고 하는 말에 .... 아....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는데 (정말 엄청) 읽는 내내 죄책감을 안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니까 당연히 우리의 타라, 박경리 작가의 <토지>가 생각이 났고요. 이렇게 ... 개미는 (빰빰) 오늘도 (빰빰) 열심히 책을 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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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테드 창으로 시작해서 김초엽, 문목하를 거쳤으니 요즘 젊은 작가들의 sf 소설이 더 궁금했고 읽을 자신이 생겨서 드디어 천선란 작가의 단편집을 읽었다. 제목 부터 '물질'이 들어가서 언뜻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 이 생각났다. 제목이 과학 같은 소설들.


8편의 이야기들이 그리는 세상은 미래의 지구, 우주, 다른 행성이다. 다 망쳐버린 지구에서도 사람들은 고달프지만 여전히 애닲게 사람의 온기를 찾는다. 너와 나의 경계, 옳고 그름, 같고 다름, 여자 남자의 기준은 하찮다. 표제작인 <어떤 물질의 사랑>은 배꼽도 없고 성별도 정해지지 않은 주인공이 성장해 나가는, 여러 사랑, 경계 없는 사랑을 겪으며 자라나는 이야기다. 후반부엔 초반의 생동감은 줄고 작가의 염려 어린 설명이 많았지만 그만큼 신기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사랑하는 대상에 따라 '바뀌는' 성별이라니. 그걸 심드렁하게 말하는 엄마라니. 표지에서 보여주는 '넌 알에서 태어났어' 이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건지. 그래도 좋아. 


sf에 빠지지 않는 AI 이야기로 자동차 사고 시뮬레이션용 Dummy 이야기 <마지막 드라이브>가 따뜻하고 인상 깊었다. 더미도 사랑을 합니다. 임신 중단 이야기 <너를 위해서>는 자녀 출산을 준비하는 태도를 조신한 남성에게 묻고 있는데,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인생을 내 놓는 게 지금 누군가 생각하면 찬물 한 잔을 마시게 된다. 


모든 이야기에는 사랑하는 이들이, 여자 친구를 기다리고 보호하는 여성, 딸을 찾는 엄마, 여동생을 구하려는 언니, 치매 엄마를 보살피는 딸 등 여성들끼리의 사랑이 주가 된다. 의도적으로 남성을 배제했거나 우매한 적으로 만드는 설정도 있지만 억지스럽지는 않다. 다만 작가의 애착어린 개입이 드러날 때가 많은데, 그래서 결말이 아무리 끔찍하게 보이더라도 어쩐지 희망을 바라게 된다. 비극이고 절망인데 그 절망을 작가가 반쯤 막아준 덕분이다. 네, 사랑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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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2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2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지가 웃기다고 생각했다. 외출하고 헛되이 지치느니 '고전' 속 여자 등장인물들을 만나고 수다를 떠는게 낫다, 는 표지의 글에 어울리려면 누가 저런 브래지어 차림으로 침대에 엎드려 있겠나. 속옷은 벗고 대신 헐렁한 티셔츠 바람이 낫지. 


그런데 이 책 속에서 말하는 저자/독자 유즈키 아사코는 저런 검은 속옷 차림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외모와 나이, 결혼과 연애 이야기가 짧은 서평의 많은 부분을 잡아 먹어서 시시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 이야기, '수다'라 여기고 편안하게 읽었다. 고전 소설이라고 무게 잡고 인상 쓰면서 읽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책 내용은 프랑스,영국,미국, 일본의 "고전 소설"을 읽은 후 감상문인데 일본 소설의 경우 책 목록이 덜 고전적으로 보였다. 


어느 소설을 만나더라도 여자 등장인물의 장점, 강인함 혹은 의연함을 발견해 칭찬하는 저자의 긍정 마인드가 놀랍다. 친구들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완독하고 핼러윈 파티 겸 코스튬 플레이와 테마 디너를 준비했다니, 고전을 갖고 놀 수도 있다는 게 (그 젊은 나이와 더불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잡지 엣세이로 젊은 여성 독자를 의식하는지 너무 달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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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0-1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수다 떠는 것같은 느낌이 드는 책들이 편안해서 끌리더라구요. 선선한 가을밤 심심할 때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유부만두 2020-10-11 20:38   좋아요 1 | URL
네. 가볍게 친구랑 책 이야기 하는 기분으로 읽었어요. 읽고 싶어지는 책 목록도 당연히 챙겼고요. 선선한 가을밤....감기 조심하세요~

북극곰 2020-10-1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첫 단락 완전 동감인데욧! 비웃비웃 ㅋㅋㅋㅋ 라고 생각했는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읽고 파티하는 여자는 다른 건가.... (괜히 시무룩)

유부만두 2020-10-12 16:17   좋아요 0 | URL
저자의 전작들과 글 분위기가 표지의 으잉? 스러움과 닿아있지만, 저자가 완독한 고전들 이야기에는 ‘네...‘하는 자세가 되더라고요. ^^;;; 고전 읽고 ‘놀기도‘하는 젊은 마음이 부러웠고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아직 못 읽었지만, 완독 한다면 전 아마 영화를 다시 볼 거 같아요.
 

교통사고로 오래 잠들었다가 깨어난 오기. 사십대 지리학 교수인 그는 동승했던 아내가 사망한 걸 알아도 턱부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통증도 느낄 수 없다. 그에게 남은 '가족'은 장모 뿐이다.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시작했는데도 긴장하면서 읽었다. 등장인물 누구도 편들고 싶지 않았다. 오기도, 그 부인도, 장모는 더더군다나. 그런데 이런 불쾌감을 안고도 계속 읽을 수 있던 건 소설이 '안전하게' 한방향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끝이 보였다. 제목의 그 홀. 구멍. 구덩이. 어차피 빠지게 되어있다. 이미 빠져 있었고, 피할 수는 없다. 


오기의 부인이 겪었던 허영과 좌절이 낯설지 않다. 그 부인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깔려 있다고 상상했다. 가짜 같고 엉성해 보이지만 그만큼 더 괴상한 장모와 함께. 생각해 보면 여기 저기, 끔찍한 아가리를 벌린 구멍들이 일상 도처에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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