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전, 큰 아이를 입대 시키고 허전한 마음에 무어라도 해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총을 들 수는 없으니 책을 읽겠다고 (무슨 일만 생기면 '대신' 책을 읽겠다는 이 마음, 이건 다른 사람들이 즐기지 않는 - 아, 여기 이곳 서재에서는 반대지만 - 취미를 무슨 고행인양 생색내는 버릇이다) 그것도 이왕이면 길고 지루하고 인기 없는 번역소설을 골랐더랬는데 


기권 


그러는 새 아이는 제대하고 학교로 돌아가 맘껏 복학생 티를 내며 신입생들 앞에서 주름 잡지도 못하고 집안에 머무른지 어언 일 년이 되었다. 시간은 화살처럼 흐른다. 



다시 읽기로 했다. 이런 결심을 세우고 뽐내기 좋은 시기, 연초에. 

알라딘에서 받은 스누피 달력에 하루에 삼십쪽 쯤 계산을 해서 써넣으니 반년을 채운다. 


그 책. 작년까지 겨우겨우 1권의 2부까지 읽었던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읽기로 했다. 


우리 안의 질료는, 물질적 요소들은 우리의 사후에도 소멸되지 않고 부유하다 다른 질료나 '오성'을 만나서 시간을 무시하고 기억을 불러낼 수 있다고 프루스트 전공학자인 역자가 서문에 써놓았다. 그 유명한 마들렌느의 맛 이외에도 저 높이 솟은 교회 첨탑, 달큰한 시골집 방에서 맡던 냄새,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의 한 꼭지 등은 습관이 무디게 했던 나를 어느 순간, 틈을 파고들어 의식이나 이성 저 너머에 있는 질료들과 연결시키고 순간 이동도 가능하게 한다. 


사회적 카스트를 엄격하게 여기는 (스노비즘 쩌는) 부르주아 가정의 한가로운 부활절 휴가 일상들이 조금씩 보여진다. 섬세하고 민감하고 짜증도 부르는 화자와 그의 엄마, 외할머니의 독특하고 어쩐지 어설픈 모습들. 두번째로 읽으니까 좀 더 친근하게 읽힌다. 지난번에 잘 읽히지 않아서 민음사로 갔다가 어쩐지 길을 잃은 기분이었는데 다시 펭귄이다. 완역되었으니 천천히 나아가봐야겠다. 고색창연한 어휘들이 국어 고전문학 수업 생각도 불러온다. 남편을 '나의 벗님'이라고 부르는 젊은 엄마가 나오는 19세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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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1-01-06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2권까지 읽다 포기 ㅠㅠ

유부만두 2021-01-06 08:5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 보단 더 읽으셨네요. ^^;;;

psyche 2021-01-06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학생 형 노릇을 못한다니 내가 막 안타깝네. 2021년에는 학교에 갈 수 있으려나

유부만두 2021-01-06 08:56   좋아요 0 | URL
글쎄요. 봄학기 절반쯤 등교를 했으면 좋겠는데
전철 타고 통학한다니 걱정도 되고
마음이 복잡해요.

Falstaff 2021-01-06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교도소에 들어가 읽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라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에서 얘기했습지요. ㅋㅋㅋㅋ
전 김창석 번역으로 읽었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좋습니다. 민음사에서 번역하고 있는 김희영 선생도 김창석 번역을 참고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동의합니다. 저도 이 책, 완독은 했는데, 죽다 깼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06 08:58   좋아요 1 | URL
그렇죠... 그런데 저도 교도소 식당 아줌마 입장이라 이미 읽을 준비는 돼있어요.
펭귄은 이형식 선생님 번역인데 문장이 아주 옛스러워요. 그래도 그럭저럭 흐름을 따르려고 노력하며 읽고 있어요.
Falstaff님께서 살아돌아오심을 경축드리오며 ... 전 이제 사지로 떠납....

다락방 2021-01-06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세상엔 왜이렇게 도전하고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은가요. 저는 2023년쯤에나 도전해볼까 싶습니다. 2021년에 성경 2022년에 코스모스 예정이라 2023년에야 차례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유부만두님 화이팅이요!! 완독을 기원합니다. 빠샤!

유부만두 2021-01-06 10:19   좋아요 0 | URL
응원이 이렇게 많다니!!! 기필코 완독해서 ‘잃어버린 시절/시간‘을 되찾아보겠습니다. 다락방님께서도 성경 완독하시고 구원받으세요? 그런데 그전에 복장 터지실듯...

코스모스 책, 저희집에도 곱게 있답니다. ^^

blanca 2021-01-06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그런데 저 펭귄판 너무 예쁘네요. 저는 민음사 번역 순서대로 아주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이 순서 대로라면 완독 가능할 듯. 2년에 두 권씩 나온답니다. ㅋㅋ

유부만두 2021-01-06 10:21   좋아요 0 | URL
예쁘죠?!!! 원서 권수에 맞추어 7권, 저런 양장본으로 내겠다고 시작해서 겨우 2권 낸 다음에 페이퍼 백으로 바꿨어요. ㅜ ㅜ
민음사 양장본 예쁘던데요. 이제 곧 완간이겠군요.
프루스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전 일년 안에 판가름을 내려고 지금 두번째 시도를 시작합니다! 으쌰!

수이 2021-01-06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번역이 별로예요? 펭귄이 나아요? 민음사꺼 오고 있는데 ㅠㅠ 잘못 샀나..... 저도 유부만두님 따라 갈래요 올해 프루스트 읽기!

단발머리 2021-01-06 10:02   좋아요 0 | URL
이 분 어디서 많이 뵌듯 아이디가 익숙하다 했더니 저랑 버지니아 울프 읽기로 하신 분 아닌가요?

단발머리 2021-01-06 10:03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이러시면 상권 침해로 오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어마어마합니다. 프루스트 폭풍 어쩌시렵니까?!? @@

유부만두 2021-01-06 10:23   좋아요 1 | URL
아니요, 아니요! 전 번역 비교한거 아니에요.

그냥 펭귄으로 시작해서인지 그 어투가 그나마 나아서 펭귄으로 읽기로한거에요.
그리고 책이 저렇게 예쁜건 두 권이 고작이라 모아놓아서 예쁘지도 않아요. ㅜ ㅜ

민음사 판 번역 좋다고 들었어요. 저 땜에 흔들리지 마세요~

유부만두 2021-01-06 10:34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그 폭풍을 제가 일으킨 겁니까?!?!!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칭찬과 뽐뿌를 어젯밤 단발님께 보내드렸더랬지요???? 서재에서 상도덕을 지키지 않고 이 책 저책 마구 읽어대는 그 이상한 아줌마가 저랍니다?!

Falstaff 2021-01-06 10:32   좋아요 2 | URL
민음사의 잃어버린을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완역 기다리다가 제가 먼저 숨이 넘어갈까봐였습니다. ㅋㅋㅋㅋ

수이 2021-01-06 11:21   좋아요 0 | URL
아니 왜 이러십니까, 단발머리님 저 지금 열렬하게 올랜도 읽고 있는데 ㅋㅋㅋㅋ 우리 언니 따라 프루스트도 읽자요. 응? 응!

수이 2021-01-06 11:23   좋아요 0 | URL
양장본 탐도 나서 ㅋㅋㅋ 일단 저는 두 권 비교해보면서 읽어볼게요, 김창석 선생님 번역본으로 5권까지 읽다가 중도포기 했는데 이번에 다시 도전! 올해 기다려! 프루스트 할배 기다려!

유부만두 2021-01-06 16:38   좋아요 0 | URL
아니, 여러분들 이미 저보다 더 많이들 읽으셨었군요!
전 ... 깨갱.

scott 2021-01-06 1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펭귄판 빛바랜듯한 표지가 넘 예쁘고 유부 만두님 손떼뭍어 있어서 더더욱 프루스트적이게 보이고 ㅋㅋㅋ저는 아주 오랜세월동안 집안에서 먼지 뽀얗게 쌓여 있는 김창석번역판으로 읽었었는데 이번에 유부만두님처럼 1권부터 매일 30페이지씩 스누피 다이어리에 체크해가며 읽어야겠네요.

유부만두 2021-01-06 10:25   좋아요 1 | URL
제가 프루스트 뽐뿌의 중심에 있는건가요? ^^

하지만 저 표지는 절판이고요, 2권까지 밖에 안나왔고요.

스누피와 함께 하는 프루스트 ... 함께 해주신다면 전 영광이에요.
자 보리수 차 한 잔?

라로 2021-01-0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미 읽으신 줄 알았어요. 한참 읽으실때 제가 왔다가 또 사라져서 그랬나봐요. 저는 아예 읽을 엄두를 안 내고 있으니 혼자 안심합니다. 이런 포기는 잘하고든요. 그나저나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이 아니라 에어파드! 이름 새겼어요??? 저는 이름 새겼는데. 큰아들에게도 이름 새겨서 크리스마스에 선물했어요. 가장 잘 사용하는 선물이라고 하던데 정말 넘 좋죠!!😅😅😅

유부만두 2021-01-06 16:27   좋아요 0 | URL
그때 포기했어요. 띠엄띠엄 생각날 때 읽으니까 별 재미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요. 다른 책 읽다가 잊었어요. 이번엔 조금씩 양을 정해서 끊지 않고 읽어보려고요.
전 에어팟에 이름 안 새겼는데요. 이름 새기기도 하는군요.
이게 한 쪽씩 꽂을 수가 있어서 헤드폰 보다 훨씬 쓰기 편해요. 걱정한 것 보다 착용감도 좋고요. 만족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0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웃님의 홍보? 덕에 올재클래식에서 권당 2900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김창석 선생님 번역본을 재작년에 영입했는데 유부만두님 페이퍼 보며 사놓고(그렇죠 이년 간 장식품..)처음 펼쳐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살포시 덮었습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06 16:31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러셨군요.
전 요란스레 읽겠다고 설치다가 삼년전 흐지부지 되었고요, 실은 그 이전에도 몇번의 시도가 더 있었고요. 뭐 이젠 나이도 나이인지라 눈이 더 나빠지기전에 읽어야겠다는 서글픈 이유가 있어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06 16:40   좋아요 1 | URL
차분차분 천천히 읽어가셔요. 번역도 30년이 걸렸다 하니 저도 그만큼 잡아놓고 느리게 읽어볼까 합니다 ㅎㅎㅎ

유부만두 2021-01-06 20:28   좋아요 1 | URL
아...30년...그땐 저 책 들 힘도 없을거에요. 호로로롤

하이드 2021-01-0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한 달에 한 권씩 읽을거에요. 지금 3권까지 사뒀음! 같이 가요! 다음주부터 읽을거에요. 막 계속 물어봐야지. 프루스트 얼마나 읽었어요?

유부만두 2021-01-06 22:34   좋아요 1 | URL
원서는 7권 짜리인데 펭귄은 (예전 하드커버는 1, 2권이 페이퍼백 1-4권) 12권으로 나왔더라고요. 원서 1-5권이 두권씩 분권되어 나오고 6,7권은 그대로 한 권씩이고요.

1권의 1부, 반쯤 읽은 것 같아요. (130쪽쯤) 마들렌느 이야기, 콩브레 교회 종탑 이야기, 아돌프 숙부(외할아버지의 형제) 댁에 약속 없이 갔다가 숙부의 애인을 보게되는 이야기 까지 읽었어요. 빙빙 돌려말하는 사람들 대사랑 비꼬는 말들, 넘쳐나는 비유와 묘사에 정작 지금 뭘 얘기하는지 헷갈리는데 ... 그게 묘미겠죠? ^^

저도 하이드님 독서 기록 보면서 읽겠습니다. ^^
실은 전에 새해에 프루스트 이야기 꺼내주셔서 용기냈어요.
 

부자가 나날이 늘어나던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새로운 유행 품목이 되었다. 부자들은 새집을 지으면 정원에 값비싼 식물을 심어 부를 과시했다. 이때 여러 화려한 색의신품종 튤립처럼 훌륭한 자랑거리는 없었다. 튤립 구근 거래 한 번으로 임금의 수십 배를 버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어느새 튤립은 최고의 투기와 도박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튤립 신품종 열기는 1636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 절정에 달했다. 1637년 2월5일, 알크마르에서 열린 경매에서 튤립 구근 하나가 최고 2000 휠던에 팔렸다. 이날 경매의 총 거래액은 9만 휠던이 넘었다. 최고 품종인 셈페르 아우구스투스의 구근 가격은개당 1만 휠던까지 올라갔다. 1만 휠던은 암스테르담의 최고급 저택 가격과 맞먹는 금액이었다. 의자 하나가 1훨던, 침대가 10~15휠던, 황소 한 마리가 120휠던, 부유한 상인의1년 수입이 3000휠던이었던 시절이다. 당시 물가와 비교하면 튤립 구근 가격은 분명 비정상적이었다.

1000휠던에 팔렸던 구근은 같은 해 5월 6휠던까지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 금액그러나 투기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1637년 2월 첫 주부터 튤립 구근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공포에 사로잡힌 꽃장수들은 사놓은 구근을 헐값에 팔아치웠다. 이해 1월의 5퍼센트만을 건지고 파산했다. 대공황에 필적할 만한 시장의 몰락이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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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5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5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몇년 전 명동극장에서 <메데이아>를 관람했다. 이해영 배우의 멋진 연기에도 불구하고 코러스 여인단의 불분명한 대사 전달과 극의 마무리가 실망스러웠다. 자신의 두 아이를 죽여버리면서 남편에게 복수하는 여인. 이미 아버지와 오라비들을 버렸고 남편과 아들을 버리면서 슬픔에 울부짖지만 당당하게 일어서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여인. 마녀의 원조라고도 불리는 여인. 하지만 



명동 공연에서 이아손은 좌절하며 쓰러지는 대신 메데이아에 호통치며 코러스 여인들이 그의 명령을 따라 비극의 뒷처리를 맡아 아이들의 피를 닦는다. 이아손이 메데이아의 범죄를 재판하고 전체 극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아손이 된다.



NT 의 메데이아는 헬렌 맥크로리가 맡았다. 남편의 재혼에 괴로워하는 그녀는 민소매 티에 배기팬츠, 담배를 물고 나와 이아손의 부정함과 속물근성을 욕한다. 마침내 아이들을 해치고 나서 그 시신이 담긴 백을 남편이 만지지도 못하게 으르렁거린다. 뱃속에서 끓어나오는 대사를 내던지며 메데이아는 아이들의 시신을 힘겹게 이고 지고 자기 힘으로 다른곳으로 가겠노라고 뚜벅뚜벅 꾸역꾸역 떠난다. 이아손은 울고 소리지르다 엎어지고 만다. 그는 고작 그런 남자, 새로운 질서에 편승하려다 쪽박난 사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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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4-1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17 맥크로리 부고 ㅠ ㅠ
 

라로님 처럼 나도 위대한 여인을 새로 만나고 있다! 잠이 확 깬다!!!

적어도 중세 이후 여성들은 남성들과 달리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재주를 키웠다. 서양 음악사에서 작곡가가 분명하게 밝혀진 음악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을 작곡한 힐데가르트 폰 빙겐은, 음악가이면서 수녀, 작가, 과학자, 철학자, 그리고 그리스도교 예언자이기도 했다. 빙겐은 역사상 최초로 남성 수도원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된 수녀원을 두 곳이나 설립하고 이끌었다. 빙겐이 남긴 많은 저술은 신학에서 식물학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 그는 의학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많은 세월이 흐른 뒤 초기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이 의과 대학에 다닐 권리를 주장하는 근거로 빙겐의 예를 들었다).
다재다능한 빙겐은 유럽 전역에서 존경받는 강연자이자 탁월한 저술가이기도 했다. 빙겐이 쓴 글 중에는 현재까지 남아 있는 400통의 편지 외에도, 노래, 시, 그리고 세계 최초의 도덕극으로 인정받는 〈오르도 비르투툼>을 비롯한 여러 연극이 있다. 틈틈이 장식사본 제작을 감독했고, 링구아 이그노타라는 새로운 문자와 언어도 만들었으며(학자들은 이 문자와 언어가 수녀들 사이의 연대감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 독일 박물학의 창시자로도 여겨진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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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늘그랬듯이 마음가는 대로 읽었다. 역사와 음식이 주관심사 였던 한 해. 자주 화풀이나 재미로 읽었고 그만큼 실망한 책들도 많았다. 새해엔 조금 더 계획있는 독서를 하리라 결심해본다. 제일 마음에 남는 책들만 골라 목록을 만들어 봤다. (예쁘고 가지런하게 ㄱㄴㄷ 목록을 만들려 했으나 이빨 빠진 갈가지;;;) 


ㄱ 곰의 부탁 

ㄴ 나보코프 문학 강의 

ㄷ 돌이킬 수 있는  

ㅁ 모차르트, 맛 그 지적 유혹 

ㅂ 배움의 발견 Educated  

ㅅ 사기  

ㅇ 어린이라는 세계

ㅈ 제인에어 NT 

ㅊ 

ㅋ 큰일한 생쥐 

ㅌ 

ㅍ 페넬로피아드 

ㅎ 호메로스 이부작  



























































대서사시 두 편을 읽고 재미가 붙어서 중국사 이야기를 찾아 읽었고 일본사도 조금 뒤적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건 노화의 증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혹은 두려움이 든다. 돋보기 쓴 할아버지들이 중국사 (웅얼웅얼)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시력은 점점 나빠진다. 옛날이야기를 탐닉하는 흰머리의 옛날 사람이다. 그 흐름이 이어져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중권까지 읽었다. 발랄하고 당찬 스칼렛이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어떻게 자신의 힘으로 변화하고 일어서 다른이들을 돕는가, 하는 이야기, 미국판 <토지>라고 여겼는데 ... 초반부터 두드러지는 인종차별 요소가 3부엔 노골적이다 못해 전후 북부군 이야기와 맞물려서 프로파간다 수준이다. 하다하다 이젠 '필연적 행동'이라는 KKK단 까지 나온다. 쎄하더니 이젠 역겹기까지 하다. 이들은 북부의 오만과 폭력에 자구적으로 일어섰다고 외치는데 트럼프의 MAGA가 겹친다. 과연 내가 이 책을 마저 읽어야 할까. 이 책은 서재 친구들에게 추천하지 못하겠다. 책 읽기 초반에 재미있어 하며 썼던 포스팅 들이 부끄럽다. 고수님의 경고를 들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재주 좋은 작가가 포장해 놓은 백인 서사를 21세기에 노안을 무릅쓰며 읽는 나를 고백합니다. 잘못했어요. 연초에 읽었던 <솔로몬의 노래>를 다시 생각했다.  



올해초 영국의 National Theatre에서 일주일씩 유명 작품을 유툽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했다. 가끔 한국 극장에서 상영하기도 했는데 놓쳤던 <제인에어>를 시작으로 몇몇 걸작들을 만나서 더없이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 무료 스트리밍 때 <코리올라누스>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 <한여름밤의 꿈>을 만났고 12월엔 NT live at Home이라는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서 <아마데우스>와 <메데이아>까지 관람했다. 



다양한 시간대와 지역을 싸돌아 댕긴 나의 1년 독서... 정리해보니 읽는 즐거움, 배우는 기쁨에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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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1-01-01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존경합니다. 유부만두님@_@;;;; 해피 뉴 이어^^

유부만두 2021-01-01 20:14   좋아요 0 | URL
전 달밤님 존경하는데요~
특히 ‘어린이라는 세계‘리뷰 읽고 저도 눈물 핑 돌았어요.
그 책 너무 좋아서 전 리뷰를 못 쓰겠어요. 하지만 그 맘 아시죠?
새해에도 계속 좋은 책 읽고 이야기 나누어요, 우리.
해피 해피 뉴 이어!

수이 2021-01-01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제나 존경합니다! 🙏🏻

유부만두 2021-01-01 20:14   좋아요 0 | URL
수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제나 존경합니다. 저야 말로. ^^

몰리 2021-01-01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주 화풀이....!!!
화풀이 독서! 아... ㅋㅋㅋㅋㅋ 웃게 됩니다.
저도 화풀이로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들까지) 읽어야겠습니다.
해피 뉴이어!

유부만두 2021-01-01 20:16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전 화풀이 독서도 하고요, 길티 플래져 독서도, 컴포트 독서도 합니다.
완전 에고 독서랄까요. ^^
몰리님 서재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독서가도 계시구나, 하고요.
새해에 뜻하신바 이루시길 바랍니다. 해피 뉴이어!

파이버 2021-01-01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유부만두 2021-01-01 20:1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파이버님께도 복된 새해! ^^

단발머리 2021-01-01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의 이 ㄱㄴㄷ 리스트은 말 그대로 올해의 책 카테고리의 혁명적 시도네요!!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내년에도 새로운 도서 정리 신세계 기대됩니다!!

유부만두 2021-01-01 20:17   좋아요 0 | URL
혁명까진....ㅋㅋ 하지만 그 시도가 완성되지는 못했어요.
새해엔 좀 더 다양하고 알찬 책읽기를 하고 싶어요.
정리....아... 책장 정리 .... 미루고 있었어요. ;;;

psyche 2021-01-03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린이라는 세계> 너무 좋았습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1-01-03 18:55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