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에서 자주 인용되는 라신의 연극 <페드르>는 NT live 목록에도 올라있다. 20대의 마지막 겨울에 보고 나서 처음이다. 



테세우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오자 그동안 억눌렀던 의붓아들 히폴리트에 대한 집착을 고백하는 왕비 페드르. 그동안 널 피한 건 사랑이었노라며 자신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자 제안한다. 하지만 젊은 왕자의 치욕적인 (당연한) 거절과 함께 남편이 돌아온다. 게다가 히폴리트, 그 차가운 왕자는 정적의 딸 아리시를 사랑한다네?! 중전의 상궁 에논의 거짓말에 테세우스는 아들을 추방하고 아들은 바닷괴물에 놀란 말의 질주에 바위에 으스러진 채로 왕궁, 아빠 앞으로 돌아온다. 테세우스는 항상 그렇듯, 뒤늦게 자신의 의심과 행동을 후회하며 포효하고 페드르는 (고전극에서와 다르게) 무대 위로 올라와 독을, 그것도 메데이아가 준 찐독을 마셨노라고, 히폴리트는 결백하다고 확인해주며, 메아쿨파를 외치고 쓰러진다. 


이 공연 영상에서 페드르는 헬렌 미렌, 테라멘은 존 슈랍넬(영화 노팅힐의 영화사 pr 담당자)이 열연한다. 특히 극의 절정에서 히폴리트의 죽음을 '재연'하는 존 슈랍델 부분은 압권이다. 작년 발렌타인 데이에 돌아가신 존 슈랍델. ㅜ ㅜ 


바이 더 웨이, 


엄마-아들의 텐션 혹은 금지된 욕망의 모티브는 '프랑소와 르 샹피'로 반복된다. 엄마는 그 책을 읽어주시며 애정씬은 다 건네뛰셨지. 프루스트의 화자가 원한 건 엄마의 뽀뽀. 무서운 아빠가 금지할 바로 그 뽑보. 일단 꿈나라로 간 다음엔 자기가 알아서 게르망트 공작부인과 스완 양과 놀테니 현실의 금뽀뽀가 그 입장표로 필요하다. 


---

NT live는 작년 봄 유툽에 무료로 영상을 공개했고 지금은 유료앱으로 (12000 정도/한달) 그때 맛들인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며칠 후면 War Horse (에쿠우스)가 공개된다. 하지만 내가 정말 기다리는 건 '시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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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1-19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드라는 예전에 앤서니 퍼킨스가 아들 역할을 맡았던 1962년 영화 <페드라>로 재미나게 본 기억이 있어요. 흑백 영화라 뭔가 더 낭만적인 기억이 ㅎㅎㅎ

유부만두 2021-01-19 09:40   좋아요 4 | URL
그쵸?!!!! 영화에선 애정 관계가 달라지고 새엄마도 엄청 매력적이죠!

잠자냥 2021-01-19 09:54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제가 아들이라도 새엄마 사랑했을 거 같은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19 09:57   좋아요 1 | URL
네 ㅋㅋ 하지만 이번 nt live의 페드르는 ;;;; 젊은 히폴리트가 많이 놀랐어요. 무섭기도 했겠고요.

잠자냥 2021-01-19 10:5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올려주신 영상 돌려보고 깜놀 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1-01-19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작년 6월에 런던 출장에서 워호스.프랑켄슈타인 봤는데
워호스는 무대 연출이 압도적이였어요
코로나로 공연이 중단되니 로얄 오페라 내셔널 시어터는 이렇게 영상으로 팬들 사로잡고 돈도 버는데 미쿡은 굶어죽는다는 소리만,,,
매카보이 시라노 nt유료 회원인 1人
기대하고 있음 +.+

유부만두 2021-01-20 10:54   좋아요 1 | URL
직접 보셨군요! 부럽습니다.
전 영상으로만 접해서 (실은 자막 없으면 대사를 못알아 들어요;;;) 현장 관람 분위기는 상상만 하고 있어요. 언젠간 기회가 되려나요?

시라노는 얼마전 국립극장 상연도 했는데 코로나 상황이기도 했지만 제가 표를 못구했어요. 정말 정말 궁금해요. 랩배틀 장면이 있다는데 어떻게 그 구애장면들을 만들었을까 알고 싶어요.

수이 2021-01-20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야지!

유부만두 2021-01-20 14:51   좋아요 0 | URL
책은 이미 갖고 계실듯!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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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 손에 들린 촛불의 그림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던 계단 벽이 존재하지 않게된 지도 오래다. 내 마음속에서도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면서,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이 생겨났고, 그와 더불어 예전 것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녀석하고 같이 가구려.˝ 라고 말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한 시간의 가능성은 두 번 다시는 내게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귀를 기울이면, 아버지 앞에서는 억제하다가 엄마하고 단둘이 되고 나서야 터져 나왔던 흐느낌이 다시 뚜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흐느낌은 결코 멈춘 적이 없었다. 단지 지금은 내 주변 삶이 더 깊이 침묵하고 있어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낮 동안 도시 소음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함 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처럼. (72-73)




소설가가 쓴 책은 꿈과 같은 방식으로, 그러나 우리가 자면서 꾸는 꿈보다 더 선명하고 더 오래 기억되는 꿈으로 우리를 뒤흔들 것이다. 소설가는 한 시간 동안 모든 가능한 행복과 불행을 우리 마음속에서 폭발시키는데, 실제 삶에서라면 그중 몇 개를 아는 데도 몇 년이 걸리며, 또 그중에서도가장 격렬한 것들은 너무도 느리게 진행되어 우리 지각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코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을 것도 있다.(이처럼 삶에서 우리 마음은 변한다. 이것이 가장 커다란 고통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고통을 단지 독서나 상상력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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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17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이 올려주신 부분 저는 김창석 번역본으로 찾아 읽어봤어요.
[ 이 일이 있은지 오랜 세월이 흘러 갔다. 아버지가 손에 든 촛불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 그계단의 벽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다. 나의 몸안에서도 언제 까지나 계속되리라 믿고 있던 허다한 것이 허물어지고 새로운것이 지어져 그것이 그당시에 예상할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을 낳았고 그와 동시에 옛것은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이녀석하고 함께 가구려.‘ 하고 아버지가 엄마에게 말하지 않게 된지도 오래다. 그러한 시간이 또다시 내게 생길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귀를 기울이면 매우 똑똑하게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버지 앞에서는 기를 쓰고 참다가 엄마와 단둘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터져 나온 그 흐느낌이 실제로 그러한 흐느낌은 결코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나의 귀에 다시 들리는 것은 삶이 나를 둘러 싸고 더욱 깊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그랬을 뿐이다. 마치 낮동안에는 거리에 소음에 모조리 덮여 이제는 못 울리게 되었는가 싶었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 속에 다시 울리기 시작하듯이]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 손에 들린 촛불의 그림자가 올라오는 것이 보이던 계단 벽이 존재하지 않게된 지도 오래다. 내 마음속에서도 영원히 계속되리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들이 세워지면서,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고통과 기쁨이 생겨났고, 그와 더불어 예전 것은 이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녀석하고 같이 가구려.˝ 라고 말하지 않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한 시간의 가능성은 두 번 다시는 내게 생기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귀를 기울이면, 아버지 앞에서는 억제하다가 엄마하고 단둘이 되고 나서야 터져 나왔던 흐느낌이 다시 뚜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 흐느낌은 결코 멈춘 적이 없었다. 단지 지금은 내 주변 삶이 더 깊이 침묵하고 있어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낮 동안 도시 소음에 파묻혀 들리지 않던 수도원 종소리가 저녁의 고요함 속에서 다시 울리는 것처럼] 1955년 플레이아드 문고본과 프루스트 2013년 100주년 기념판과 원문 번역에 차이가 있는듯

유부만두 2021-01-17 21:55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궁금했던 김창석 번역본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민음사 번역은 확실히 깔끔 매끈하네요. 그만큼 그 아련함, 지워지고 다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져요. 스콧님, 함께 하실래요?

scott 2021-01-18 09:57   좋아요 1 | URL
만두님 페이퍼에 댓글로 도배될까봐 첫번에 올려주신 발췌본만 올렸어요 소심한 1人 ㅋㅋ
만두님 덕분에 주말에 잃찾사 1권 여러번(김창석 번역본-영어 몽크리프 번역본-불어본) 읽었네요.

만두님이 오케이 하셨으니
후편도 올려볼께요 ^0^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에 가기 전에, 지금 자신이 어디에 누워있는지, 자기가 누구인지, 잠이 깨기나 했는지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 낮에 읽던 책의 주인공과 싸우거나 친구가 되었더라도, 일단 현실로 내팽겨쳐졌다면 지금이 한밤중인지 새벽녘인지 알아야 한다. 침대 옆에 핸드폰 어딨더라. 현실 귀환 직전 그 짧은 순간에 (내가 경험 했던, 혹은 전설 이야기의) 과거의 시공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프루스트는 그 찰나를 아름답고 계속 이어지는 문장으로 몇백쪽에 걸쳐 이야기를, 그것도 시리즈로 남겼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71년생, 올해가 탄생 150주년이고 내년이 그의 소천 100주기다. 펭귄 판 (이형식 역)은 12권 (페이퍼백)으로 완역되었고 민음사 판(김희영 역)은 10권까지 나왔는데 아마 올해 내년에는 완역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읽어보려고요. 이게 아마 서너 번째 시도인데 내 나이도 꽉 찼으니 (넘쳤;;;) 이제 읽어도 뭔 말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마가렛 미쳴의 난리 부르스 소설도 읽었는데 그 동시대 유러피언 백인 유산계급 한량의 글이라고 무서워할 건 없지.

 

그 몽롱하고 나긋나긋 우아한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나는 너무 무딘 사람인지라 읽은 문장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곱씹어야 (물론, 우리말 번역본) 겨우겨우 의미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프루스트가, 아니 화자가 어디에 (20세기 초, 백년전의 파리 혹은 19세기 말 콩브레 숙모님댁 혹은 몽주뱅 피아노 선생님 댁 뒷 언덕) 있는지 누구를 바라보고 생각하는지 고민했다.

 

1권 스완네 집 쪽으로의 1부 콩브레를 읽었다. 펭귄판으로 2부 스완의 사랑, 까지 재작년에 겨우 읽었고 이번에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해서 1부 콩브레는 세 번을 읽었다. 펭귄 판 번역은 어휘나 문장 투가 매우 고풍스러워서 고전문학 수업 교재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쉼표와 하이픈으로 겹쳐지고 더해지는 묘사와 비유에 길을 잃고 미궁에 빠지기도 부지기수. 뭔지 몰라도 그래도 아름다워서 고풍스러움과 우아함에 취해버리는 .... 상상을 하다보면 졸고 있었다. 펭귄 판은 직역을 주로하며 원서의 언어, 비유의 레퍼런스를 꼼꼼하게 - 때론 과하게 - 주석으로 길게 달았고 (거의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 정도) 민음사 판은 중심 내용 (주어 누구? 동사 뭐? 장소 어디?)에 집중해서 매끈하게 정리해 번역했다. 펭귄에선 엄마가 아빠를 '나의 벗님'이라고 부르고 민음사에선 '당신' 이라고 칭한다. 친인척 호칭도 펭귄은 불란서 식으로 민음사는 책 초반에 중심인물 관계 설명을 하며 간단하게 이 시리즈의 밑그림을 그려두어 독자들을 준비시킨다. 다만 스포가 노골적이다. 물론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결말이라고 (그러니까 해피 엔딩인가요?) 알고는 있지만 어쩐지 김이 새버린다. 펭귄 판의 주석이 스포의 늪이라면 민음사는 깔끔하게 스포 정리 카드를 달아준 셈. 민음사 판은 주석이 본문 아래에 있어서 (그 양이 펭귄의 반의 반도 안 됨) 훨씬 본문에 집중하게 된다.

 

어른인 화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그 유명한 홍차와 마들렌의 맛에서 되살린다. 그러면서 환하게 번지듯 펼쳐지는 레오니 숙모님 댁, 그 뒷 골목, 콩브레 소도시 전체, 특히 스완네 댁 쪽 방향과 게르망뜨 방향의 두 산책길을 다시 걷는다. 희열을 불러오는, 하지만 뭔지 의미를 모르지만 집중해서 파고들기에는 피곤했던 사물들이 주는 이미지들, 그 이미지들이 겹치고 잊혀지다 어느 날, 어린 시절 마차에 앉아서 써내려간 글, 단어들로 바뀌어 펼쳐지던 이미지들이 주는 행복을 경험한다. 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펭귄 판은 '시절'이라고 다른 단어를 쓴다) 시리즈는 작가가 맘껏 맛 본 그 행복감을 담고 있는 셈이다. 이미 인물관계도와 주석에서 스포는 당할대로 당해서 스완씨가 화류계 여자랑 결혼을 해서 딸을 하나 두었고 화자가 그 딸을 짝사랑하지만 연애가 쉽지는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큰 줄거리'라는 게 이 시리즈의 전부가 아니다. 산책길의 꽃나무들을 껴안고 이별의 눈물을 흘리는 아이, 아름다운 엄마를 만사 기분파인 아빠에게서 뺏어온 밤, 감정이 북받쳐서 울어버리는 아이가 그 감수성을 많이 덜어내지 않고 - 상상 속의 귀부인과 망상 속의 시골 처녀, 그리고 궁금한 스완씨 딸에 대한 온갖 열정도 키우면서 고개 돌려 저녁 하늘 멀리 서 있는 교회 종탑에 희열을 느끼는 글을 쓰는 이야기니까.

 

뭐라고 나도 덩달아 할 말이 많았는데 그게 뭐였드라....

아, 만연체 화려체 문장도 전염이 되는구나.

 

책에는 마들렌 말고도 여러 음식 이야기가 나온다.

새해 첫날 스완씨가 가져오는 맛밤, 여성 편력이 화려한 아돌프 할아버지가 내주시는 아몬드과자 (massepain)와 귤, 콩브레에서 줄기차게 먹던 아스파라거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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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16 2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돌프 할배가 주는 아몬드 가루로 반죽한 과자보다‘맛‘밤이 쵝오죠 아스파라거스는 유부만두님 손에 어떤맛이 될지 궁금한데요≧◡≦

유부만두 2021-01-17 07:21   좋아요 3 | URL
아스파라거스는 그냥 굽거나 볶을 거 같아요. 스프를 만들려 했더니 귀찮아서요. 한국선 아스파라거스 저렇게 나오는데 프루스트네 하녀는 아스파라거스 다듬다가 천식에 걸려서 결국 일을 그만뒀다고 해서 놀랐어요.

맛밤을 물엿에 조려 볼까봐요. 그래야 진정한 ‘맛‘밤, 마롱 글라세 아니겠습니까...하지만 벌써 맛밤 다 먹어서 없어요. (음식 남기는 게 뭔지 모름요)

하나 2021-01-16 2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문체전염 너무 즐겁게 보고 있는 1인 ㅋㅋㅋ 야채호빵쇼크 이후로요! 👀

유부만두 2021-01-17 07:22   좋아요 3 | URL
쇼크를 드렸나요, 제가! 감히! 하나님께!

근데요 진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쩌면 잃어버린 주어와 마침표는 어딨냐, 심정이 될 때가 많았어요. ^^

수이 2021-01-17 0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시작해요. 프랑스어는 상상도 못하고 민음사판으로 슬슬 조금씩, 맛밤이라니........이 야심한 시각에 아......

유부만두 2021-01-17 07:26   좋아요 3 | URL
읽기 진도표를 만들어 볼까, 했는데요,
민음사 기준 한달에 한권 정도면 좋을 거 같아요. 중간에 속도가 조금 붙기도 하는데 매일 매일 읽는 게 중요해요. 하루 쉬면 .... 내용이 기억이 안남;;;;

정말 우아하고 아름다운 묘사와 비유가 넘치고 인물을 기가 맥히게 그려내는데 하루 지나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헤매기도 하고 그 ‘느낌‘ 그 ‘감성‘을 다시 살리는데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읽을때 설정 이랄까, 폼 잡으니까 도움이 되더라고요? 나 자신도 우아하게 (그러니까... 나 블라우스 꺼내 입고 읽었다?)

앞부분 (90쪽 즈음에)에 마들렌느 까지 읽고 덮은 게 열 번도 넘었을 거에요. 1부 콩브레까지 두어번, 이번에 네 번 읽었네! 와우!!! 수학 정석의 ‘집합‘ 같은거죠.

하루 20쪽쯤? 잡고 매일 읽으세요. 비타민 먹듯, 그렇게. 마들렌느도 드시고 맛밤도 드시면서. 우아하게, 우리, 응?

라로 2021-01-17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스파라거스 저렇게 조금 들어 있다니 너무하네요. ^^;; 저거면 우리집에서는 한사람 접시에 올라갈 정도;;;
암튼, 올해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 끝내시겠네요!! 미리 축하!!^^

유부만두 2021-01-17 07:28   좋아요 0 | URL
저만큼이 오천원이에요. 하지만 식구들이 좋아하질 않아서 (다행이죠) 저혼자 구워서 볶아서 먹어요. 올해 차분히 읽어서 완독하는게 목표에요. 큰 산 넘었으니 읽히겠죠? 번역 탓인지 펭귄 판은 정말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작가가 제 나이 때 쓴거라 뭔가 더 알겠는 (착각일지 몰라요) 느낌이 들었어요.

라로님 요새 독서에 불 붙으셔서, 우와 하고 감탄하고 멋지다 우리 언니, 를 육성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코스모스, 라면 길가에 한들한들 꽃 밖에 모르지만 저도 우주로 날아가 볼까나, 하고 책 샀어요.

blanca 2021-01-17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모닝커피에 안성맞춤인 페이퍼네요. 민음사 속도 따라가는데 이 글 보니 빨리 완간해줬으면 좋겠어요. 아, 제가 그 생각을 못 했어요, 읽기 진도표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1-01-17 21:56   좋아요 0 | URL
네, 이야기 중간 중간 살짝 끊어지는 곳이 있으니까요. 먼저 많이 읽으신 블랑카님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
 

삼십이상팔십종호三十二相八十種好에서는 깨달은 자의 외양을 규정하며 아주 구체적인 서술을 하는데, 그 가운데는 ‘발바닥이 평평하여 지면에 골고루 닿는다足安平相, 발꿈치가 풍만하다足跟滿足相거나 ‘발바닥에 바퀴형 문양이 있고足千無輪相, ‘발등은 높고 두텁다足联高相‘는 것이 있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더라도 부처는 평발이고, 발바닥에 바퀴가 달렸으며 발등이 높아 스니커즈는 신기 힘들다. 손에 대한 서술을 살펴보면 ‘손이 무릎에 이를 만큼 길고過膝相, ‘손과 발가락에 물갈퀴 같은 막이 있으며手足指網相‘ 라는 서술로 평발에 바퀴가 달린 발에 이어, 수영 영웅 펠프스의 팔 길이를 거뜬히 넘는 팔 길이에 그 손에는 물갈퀴 또한 달려 있어 수영에 매우 능한 선수급 신체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건강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비범한육체에 비범한 정신이 깃드는 모양이다. (148쪽)

—-
NB: 막둥이 평발에 남편 발등 태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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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1-1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이랑 거꾸로. 남편 평발에 아들 발등 태백산. ㅋ 그래서 엠군은 운동화가 막 터지잖아.

유부만두 2021-01-13 16:13   좋아요 0 | URL
우린 득도한 자들과 사는군요. 어쩌면 우리가 해탈한 존재들인지도....
 

메리 윌킨스 프리먼의 책을 찾았다. 책정보에는 편역자 이름만 나와있다. 저자 이름도 표기 하지 않고, 역자의 약력도 이 한 권이 전부이며 현란한 표지와 책 제목... 어쩐지 이 책 자체가 서점의 괴담 같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의 괴담을 묶어서 9권의 시리즈로 내 놓았다. 이 출판사의 도서는 주로 토정비결, 운세, 명리학, 전생 등. 



실린 이야기들은 ... 


하숙집 괴사건, Hall bedroom -- 미신의 공포, Black terror -- 죽음의 幻覺, In the midst of death -- 나무와 결혼한 여인, Tree's wife -- 사악한 눈, Eyes -- 집념을 쏟은 衣裳, Romance of certain old clothes -- 미소짓는 사람들, Smiling people -- 달을 그리는 畵家, Moon artist -- 핼핀 프레이저의 죽음, Death of Halpin Frayser -- 검은 베일의 비밀, Minister's black veil -- 기피당한 집, Shunned house -- 악마에게 목을 걸지 마라, Never best the devil your head -- 대아가 죽은 이유, Story of the death of the r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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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1-12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raven 이 왜 ‘대아’ 인가 했더니 까마귀 ‘아’ 鵶 ;;;;

잠자냥 2021-01-12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리 윌킨스 프리먼 작품 읽고 나면 다른 작품 뭐 있나 더 찾아보게 된다니까요. ㅎㅎㅎㅎ 유부만두 님도 그 증상을 겪고 계시군요. 프리먼이 괴담 비슷한 글도 종종 썼나봐요. 국내 단편선에 실린 작품들 보면 좀 그런 듯.

유부만두 2021-01-12 09:49   좋아요 1 | URL
네. 얇은 단편집 한 권으론 목이 마르더군요. 그런데 저 책은 선뜻 읽고 싶지 않네요. ^^

cyrus 2021-01-1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에 번역된 메리 윌킨스 프리먼의 작품을 수집하고 있어요. <미국의 괴담>에 실린 프리먼의 작품명을 알려주실 수 있어요? ^^

유부만두 2021-01-12 10:52   좋아요 0 | URL
포스팅에 써 놓았습니다 ^^

cyrus 2021-01-12 10:59   좋아요 0 | URL
작품명으로 봐서는 누가 썼는지 잘 모르겠어요.. ^^;;

유부만두 2021-01-12 11:08   좋아요 0 | URL
도서관 서지로 찾은 책인데 저자는 프리먼만 표기되어 있고요, 책 안에 ‘원저자’에 대한 챕터가 있더군요. 아마 자세한 설명이 있겠지만 어느 단편이 프리먼의 것인지는 따로 검색 비교 해야 할 듯해요. 원서로 단편집은 꽤 많더군요.

잠자냥 2021-01-12 14:37   좋아요 2 | URL
하숙집 괴사건 (The Hall Bedroom)은 프리먼 작품이 확실한 것 같은데, 다른 작품은 모르겠어요. ㅎㅎ

참조 http://wilkinsfreeman.info/Short/HallBedroomSS.htm

cyrus 2021-01-12 15:12   좋아요 2 | URL
작품명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자냥님. <미국의 괴담>은 미국 출신 작가들의 공포 단편소설을 모은 선집이에요. 이 책에 프리먼이 쓴 소설이 두 편 이상 수록되었는지는 제가 이 책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의 괴담>에 수록된 ‘핼핀 프레이저의 죽음’과 ‘악마에게 목을 걸지 마라’는 확실히 프리먼의 소설은 아니에요. ^^

단발머리 2021-01-1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자체가 서점의 괴담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12 20:00   좋아요 0 | URL
이 괴담 시리즈는 표지도 베일에 싸인 원작자와 역자도 다 이상해요.

psyche 2021-01-1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70년대 나오던 책 같은 느낌이었는데 가서 보니 2000년에 나왔네?

유부만두 2021-01-12 20:00   좋아요 0 | URL
그래서 더 기괴한 분위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