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 사망과 사랑이 맴도네.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 작가 괴테에 대한 주절주절



나에게 혼자 파라다이스에서 살게 하는 것보다 더 큰 형벌은 없을 것이다

-괴테-


  <괴테와의 대화>의 저자 에커만에게 연민을 느낀 난, 성격 뭐 같고 제 자랑 심하고 말많은 할아범 괴테를 떠올린다. 괴테란 이름에 괴자 하나 들어간다고 괴상을 떠올리지를 않나, 파우스트에서 스크루지를 혼합한 노인 괴테까지를 막 그리고 있다. 대문호로 칭송받는 괴테를 이토록 곱지 않은 눈으로, 처음부터 완고한 그 모습의 노인으로 바라보는 건 앞서 말한 에커만에 대한 연민 때문이고 ‘노인’ 괴테를 먼저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에 대해 부족한 이해가 크게 한몫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괴테의 책을 처음 접한 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먼저였지만 당시에 괴테에 대한 기억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다. 이십년도 더 되었으니까 그런가 싶다가도 어떻게 젊은 베르테르의 괴테를 잊어먹었을까. 아니, 그 베르테르가 어쩌다가 저런 파우스트 노인으로 변해버렸을까. 

  괴테는 평생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그의 부모님 덕분이기도 하다. 괴테의 아버지는 황실 고문관으로 법학을 공부한 부유한 인사였다 하고 그의 어머니는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이라 하니 그는 탄생에서부터 경제적 어려움과 맞닥뜨린 적은 없는 것 같다. 더구나 그의 아버지는 황실고문관이라는 명예직을 돈 주고 샀다고 한다. 귀족 신분에 대한 갈망이 컸던 모양이고 그것을 얻을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었으니, 뭐 다행인가.

 이러한 부유함과 지식에 대한 욕구를 가진 아버지는 괴테가 여러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해 주었다. 괴테의 부친은 괴테를 법률가로 만들기 위해, 라틴어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말과, 수학, 역사, 지리, 미술, 승마, 피아노 등 다방면의 교육을 하도록 해 주었다. 또한 부유한 부친은 집안에 서재와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화랑을 꾸몄고 또한 여행에서 얻은 기념물로 집 안을 장식했다. 괴테의 수많은 저작 속에 나타난 다방면의 학문과 지식은 일찍부터 받은 이러한 교육과 집 안에 가득한 다양한 예술품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괴테는 이러한 지식 외에 어머니로부터 문학에 대한 열정 또한 배울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재치있고 발랄한 성격에 교양이 풍부하였고 어린 괴테에게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주었기에 로마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읽었고 어려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8세 때 쓴 조부모에게 보낸 신년시는 여전히 보관되어 있다. 13세에는 첫 시집을 내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문학청년이기에 문학으로 기우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을 공부하고 20대 초반 변호사로 개업을 했지만 그는 계속 문학과 관련된 독서와 공부를 지속하고 문인들과 교제한다.


  괴테의 연보를 보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사망’과 ‘사랑’이다. 이 두 가지 단어는 모두 사람과 연결되는 말이다. 그의 긴 생애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그가 사랑하였고 그가 사랑하였기에 그들의 부재는 괴테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먼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는 동생들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에겐 다섯이나 되는 동생들이 있었지만 여동생 크로넬리아 한명을 빼고는 모두 태어나 얼마되지 않아 사망했다. 그들의 부모가 받았을 충격이 무지 컸으리라. 그리고 또 어린 괴테 역시도 일찍부터 상실감을 겪었을 듯하다. 그것이 누가 괴테와 결혼할까? 괴테는 누구를 사랑했나?와 같은 생각을 들게 할 정도의 많은 여성들을 ‘사랑’하는 경험을 하게 한 것일까. 아무튼 적어도 13명 이상의 여인들을 사랑했다 하는데, 과연 사랑일까? 욕망일까?


 1) 파우스트 구원의 여인 그레트헨

 참, 조숙하기도 하지. 하긴 일찍부터 시를 짓는 감수성이 그렇게 이끈 것일까. 괴테의 첫사랑은 파우스트에 나오는 여인의 이름과 같은 그레트헨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빠른 세의 이 사랑이 깨어진 후 그는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하면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보낸다.

  그녀는 술집에서 잔심부름을 하고 있었고 괴테를 어린이처럼 취급했다하는데 괴테는 이 소녀를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아름다움’이라 예찬했다. 아마도 미화의 측면이 있었던 게 아닌가 사람들은 비판하기도 했다고. 왜냐하면 실제로 어린이 취급에 매우 분개해 잊을 때까지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2) 안나카타리나 쇤코프

 첫사랑과 헤어지고 1765년 9월말 공부하러 떠난 도시에서 괴테는 식당 주인의 딸 쇤코프를 만나 사랑한다. 그녀에게 <아테네>라는 시집을 바쳤고 그녀와의 사랑과 연애경험을 통해 로코코풍의 시와 희곡, 목가조의 희극 <애인의 변덕>, <공범자>와 같은 글을 쓰게 된다.

 이 때 그리스 연구가 벵겔만이 살해되는 일이 일어나는데 괴테는 벵겔만의 작품을 자주 읽어왔 터라 벵겔만의 살해 소식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내 폐결핵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3) 스산네 폰 클레텐베르크

1768년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젊은 열정으로 또다시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 시를 짓던 그는 자유로운 생활을 했음에도 병을 얻었던 것이다. 요양생활을 하면서 파우스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신비주의와 중세 연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머니의 친구인 클레텐베르크 양과의 교제를 통하여 경건한 신앙에 접근하게도 되는데 그녀는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의 모델이 되었다 한다.


 4) 프리데리케 브리온

 죽을 때까지 참회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던 여성으로 지센하임의 목사 딸이라고 한다. 괴테가 21세 때 열렬히 사랑했다 하며 그녀 역시 결혼을 원했지만 괴테는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고. 파우스트에게 유혹당했다 버림 받고 자식을 죽여 사형에 처해지는 처녀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프리테리케의 일과 다른 여성들에 대한 참회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 볼 수도 있다고.  ‘시골 하늘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세상에서도 아름다운 별’과 같이 그녀를 예찬하는 말은 많이 하지만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헤어질 때 말 위에서 손을 내밀자 그녀의 눈에 눈물이 넘쳐 흐르는 것을 목격하고 그녀의 슬픔을 알게 되었다고만 기록하고 있다 한다. 프리데리케 브리온에 대한 사랑으로 민요풍의 소박한 서정시를 만힝 썼는데 슈베르트의 작곡으로 알려진 <들장미> <환영과 이별> 등이 있다.


 5) 짝사랑, 이상의 여인, 샤를로테 부프

  몸이 회복되고 1770년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법률박사 학위를 얻었다. 이 무렵 괴테는 고트프리트 헤르더를 만나면서, 문학의 본질에 눈뜨고 성서, 민요,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등에 친숙해진다. 귀양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만 문학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괴츠(Gottz)>의 초고를 쓴다. 다름슈타트의 메르크와 친교를 맺었다. 1772년 법률 실습을 위해 베츨라 고등법원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는 그의 오랜 사랑이자 이상인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그가 사귄 요한 케스트너라는 친구의 약혼자인 샤를로테 부프이다. 괴테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짝사랑하게 된다. 그녀와는 이후 12년에 걸친 연애를 하게 되는데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모델이 된 여인이다. 이 작품의 폭발적 인기로 괴테는 엄청난 유명 작가가 된다.


 5) 약혼녀, 릴리 쇠네만

  1775년 4월 프랑크푸르크 은행가의 딸인 릴리 쇠네만과 약혼을 하지만 가을에 파혼한다.  그는 많은 여인을 사랑했는데 갑작스런 결혼 결심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릴리 쇠네만과 약혼하기 전 그는 16세의 소녀 맥시밀리아네를 사랑했다는데 곧바로 프랑크푸르크로 돌아오자 약혼을 한 것이다. 이 약혼이 정착하고 싶었던 때문이라고 얘기되는 듯한데 그런 정착 결심이 계절 하나를 지나 사라져 버리다니.

 당시 18세였던 바이마르 공 카를 아우구스트의 초청으로 11월 바이마르에 가게 되는데 가을 파혼한 괴테에게는 얼마나 위안이 되는 일이었을까 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10년의 기간 동안 괴테는 정무를 참당하여 추밀참사관, 추밀고문관, 내각수반의 정치적 활동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연구에도 매진한다. 물론 정치적인 영향을 갖춘 괴테가 보다 많은 사람과 교류했을 것은 당연하다. 아우구스트공의 모후 안나 아말리아, 시인 빌란트, 고전적 교양미가 풍부한 크네베르 소령, 궁정가수 코로나 슈레타 등 궁정 안의 많은 사람들과 친교를 맺으면서 자연과 인생에 대해 배우며 이른바 질풍노도의 슈투름 운트 드랑의 격정을 지나 보다 평안하고 원숙한 변화를 이루었는데 거기엔 당연 샤를로테 부인의 영향 또한 있었다. 그녀 역시 시간의 변화와 함께 일곱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고 지적이고 우아한 여성이었다 한다. 그러나 1786년 갑작스럽게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남몰래 괴테가 이탈리아로 떠나면서 샤를로테 부인과의 관계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6) 괴테의 아내,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

 수많은 여성을 사랑한 괴테가 갑자기 결혼을 결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자식의 어머니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결혼을 한 것이 아니었다. 1788년 바이마르에 돌아온 괴테는 그의 나이 38세에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를 만난다. 그녀는 괴테보다 15세 어린 바이마르 조화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이었다. 원래는 좋은 집안의 신학자이자 법률가 집안의 딸이었으나 그녀의 아버지의 알콜 중독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한다. 그녀는 23세에 바이마르 공국 추밀관인 괴테에게 일자리를 부탁하러 갔다가 만나 동거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해 그들의 아들 아우구스트가 태어나는데 아들이 17세 성인이 된 것을 계기로 1806년 가을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네가 병으로 사망하기까지 28년의 세월을 함께 했다.

 그가 그의 아내를 만나며 사랑도 보다 안정되던 1974년 실러와 만나게 된다. 괴테는 실러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 파우스트의 집필에 실러의 지속적인 독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의 우정은 괴테의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실러와의 교류 중에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헤르만과 도로테아>와 같은 작품을 썼다. 1805년 실러의 죽음은 괴테에게는 더할 수 없는 충격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충격과 상실감을 극복하고 창작에 몰두하고 자연과학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을 때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네의 죽음은 또다시 그를 쓸쓸한 인생을 보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816년 그의 아내가 죽은 후 쓸쓸했던 괴테는 시안 하피스의 작품을 읽고 자극을 받아 창작열을 불태웠고 또다시 빌레머 부인을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사모하여 읊은 <서동시집>을 발표하게 되는데. 그때가 1819년이다. 사랑한 인생의 동반자가 죽은 지 3년도 안 되어 또다시 사랑, 정말 괴테는 사랑이었나. 하긴 그의 아내가 있고 그가 좋아하던 실러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던 그 시기에도 괴테는 또다른 사랑을 하고 있었다. 미나 헤르츨리프와의 사랑인데, <친화력>이 이 소녀를 모델로 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이 소설ㄹ은 1809년 출간되었다. 그러니...

 

7) 마지막 여인, 울리케 폰 레베초프

 72세의 괴테는 자신이 잘 가는 휴양지 마리엔바트에서 17세의 이 소녀를 만나 구애한다. 구애의 과정이 웃긴다. 그는 72세의 나이로 결혼을 하면 몸에 독이 되는지 의사에게 물었고 의사는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그러다 2년 후에 청혼을 하는데 울리케는 거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후에 수녀가 되었다 한다.

 

 수많은 여인들을 사랑한 괴테의 특징이라면, 그녀들을 사랑하고 그녀들을 위해서인지 그녀들과 헤어져서인지 꼭 관련된 작품들을 남긴다. 마치 자신의 사랑을 꼭 기록해야 하는 것처럼 혹은 작품을 위해 여인이 뮤즈인 듯이 행동하는 괴테의 기질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아무튼 많은 사랑을 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던 괴테는 돌연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1786년부터 1788년까지의 3년 동안이었지만 이 여행이 괴테에게는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었다. 일단, 여행부터가 갑작스런 떠남의 욕구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떠난 여행, 이때 오랫동안 사랑하던 여인 샤를로테 부인과의 관계도 있었는데 이 여행으로 그녀와의 만남도 소원해지고 괴테의 문학적 성향도 고전주의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1832년 3월 22일, 괴테는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평생의 친구 실러의 무덤 옆에 묻혔다고 하는데 괴테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 에커만은 “평안한 기색이 고귀한 얼굴 전면에 깊이 어려 있었다. 시원한 그 이마는 여전히 사색에 잠겨 있는 듯했다.”라고 그의 작품에 기록하고 있다.



•이원용, 세계를 움직인 12인의 천재들, 을유문화사, 1996.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12명의 천재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책이다. 딱 괴테에 대한 내 생각을 확정짓듯이 괴테의 천재성을 사랑, 괴테의 창작의 창조성은 사랑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피카소의  뮤즈와 같다고 볼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천재 혹은 창작자들의 뮤즈는 '여성'인 것이 도식적이기도 하고 여성편력에 대한 자기변명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랴. 많은 여인들을 만나고 나서 그림을 그렸다 하고 글을 썼다 하는데......다른 11명이어야 어떻든....


 •네이버 지식백과, 네이버캐스트, 위키백과

•괴테, 파우스트, 민음사

•페터 요한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민음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은 신이 각본을 쓴 코믹 대서사극이야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정서웅 옮김, 민음사, 2003.


   파우스트는 크게 1권과 2권으로 나뉜다. 이 두 권의 나눔은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1권은 젊은 시절의 괴테가 2권은 노년의 괴테가 완성한 작품으로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던 시각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파우스트는 괴테의 창작 속의 인물이 아니라 전설 속의 인물이라 한다. 그러니까 16세기 살았다는 떠돌이 학자라 한다. 마술과 점성술을 가지고 신학과 의학에도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범상치 않은 행동이 그를 전설 속의 인물로 만들었던 모양이다. 그런 이유로 파우스트는 다양한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되었고 여러 형태의 이야기로 전해졌다. 여기에 괴테도 동참한 것이다.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듯 이 이야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악마와 계약을 맺는 이야기다. 계약의 내용, 조건이 무엇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괴테는 이 이야기를 1권은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천상의 서곡, 비극의 1부로 구성하고 2부는 비극의 제2부로서 5막으로 구성하여 전개시키고 있다. 괴테식 파우스트를 이해하기 위한 이 버거움을 어떻게 할까.


이 희곡의 중요한 의도는 강렬한 인식에의 욕구를 지나고

용기 있게 자아를 성취해 나가는 르네상스식 인간상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이 책은 상당한 분량의 작품해설을 삽입하고 있는데 주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래? 그렇군이라고 이해하면서도 처음에는 운문을 까닭없이 속독으로 읽었던 탓에 내용을 유리시켜버림으로 다시 정독하기를 반복했다. 상당히 사변적으로 느꼈다. 재미와 감탄도 아주 조금 했다. 아마도 지식이 풍부한 괴테였기에 수많은 학자들과 예술가들이 집합되어 그들의 특징을 잘 살린 한편의 파노라마를 풀어냈겠지. 그저, 괴테가 만든 향연 속에 아는 학자 이름이 나오면 반갑네 할 여력밖에 없었다. 어쨌든 충분히 내게 놀라움을 주었다. 그러다가, 아주 우습게도 요런 형태의 복잡하고 많은 이들이 떠들어대는 희곡은 중학교 시절 학예회 시간에 아주 우습거나 재밌는 연극을 만들 때 썼던 컨셉인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 희화화하기 위해 그때 내가 아는 인물들을 총동원하여 그들의 특징을 살려내어 극 속으로 끌어 들였다. 나는, 단순 재미였지만, 괴테는 그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고 그의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니 진중하겠지. 그래서 그 진중이 무엇인지를 집중하고픈데, 잘못된 선입견이 코믹으로 읽으려한다.

  하지만 어떤 순간 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적절하고 놀라운 대사들이 끊임없이 흥미롭게 하기도 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비트는 대사, 또한 그러면서도 영적으로 울리는 대사들. 여러 가지 다양한 면을 즐길 수 있었다. 

  파우스트는 한 사람이 쓴 것이 맞는지, 같은 내용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1부와 2부의 내용과 분위기가 달랐다. 거기에는 오랜 시간차가 있었다는 것을 알자 이해를 하면서도 오랜 시간 동안, 60년이라고 하던가. 같은 책을 붙들고 있었을 괴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니, 그가 죽기 전까지 꼭 붙들고 완성하고픈 책이었다고 하니.

 희곡이기에 장면과 막이 등장한다. 지문도 등장한다. 그러나 대사는 운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정확한 움직임을 그려내기엔 조금 어려운 끊임없는 운문의 향연. 그 비유와 은유를 보다 보면 놀라운 문장들에 빠져 내용의 줄거리를 가끔 놓친다. 어라, 그 문장 속에 담긴 의미가 그것이었나. 운문이라고 빠르게 읽었던 탓에. 처음부터 줄거리와 의미를 파악하고 문장을 곱씹었다면 괜찮았으려나 싶다. 아무튼 나같은 독자를 제대로 낚으셨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 자신의 영혼을 팔고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이야기로 줄거리가 요약된다. 그 과정 속에 사랑, 욕망, 속죄, 구원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데 처음과 끝을 보고 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저 가련한 인간이었다. 신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파우스트가 백세에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았을 때엔 화려한 젊은 시절의 환락보다 인생무상을 느끼고 도덕적 가치를 더 우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나이들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면 인생의 그늘에 대해서는 후회를 하고 좀더 가치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가. 신화속 등장인물과도 섞이고 과학자며 연금술 이야기들도 등장해 여하튼 재밌는 요소들이 많다. 그러나 종교적인 색채도 강하다. 영혼의 구원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끔 만든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시각은 얼마나 또 다르게 느껴질까.

  괴테의 시각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시작하자면 정리되지 않은 채 많은 말들이 막 나올 듯하다. 그래도 그냥,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싶기는 하다. 파우스트의 이해를 좀더 하기 위해 러시아 영화 파우스트를 봤지만, 잤다. 영화를 본 시간이 11시가 넘어서라는 오로지 시간 설정을 잘못하고 영화를 봤다는 한탄을 해보지만 역시 이유는 한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괴테의 파우스트 내용이 그대로이기를 빌었지만, 역시 감독이 재해석한 파우스트였다. 그래도 뼈대는 같으니, 다시 도전해 보겠다. 아침 11시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끼리든 벼룩이든 명성이 필요한 걸 


 코끼리와 벼룩 - 직장인들에게 어떤 미래가 있는가

 찰스 핸디 저, 이종인 옮김, 생각의나무


  <코끼리와 벼룩>은 서문과 맺음말 이외 총3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기업을 코끼리로 벼룩을 코끼리에서 벗어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피고용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저자는 코끼리의 삶에서 나와 벼룩의 삶으로 가는 여정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며 고용문화와 같은 변화된 사회환경,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결국 코끼리의 삶에서 벗어나 벼룩처럼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하며 이러한 삶을 포트폴리오 인생이라고 말한다.

  1부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하기에 앞서 유년시절과 그 시절 자신이 받은 교육과 깨달음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의 생이란 과거와 뗄 수 없는 것이므로 그 시절의 경험이 밀의 삶과도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2부에서는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의 변화를 설명하며 달라지는 기업환경과 그 속에서의 개인의 상황과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3부에서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일과 생활의 구획 짓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즉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삶에 대한 회고록이자 미래에 대한 예언서이고 저자는 이 책 속에 자신의 기억과 편견을 뒤범벅하면서 아이디어와 사상이라고 할 것들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훗날의 저서에서 아주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의 여러 가지 형태가 이미 그 책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중에 그게 그리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자신의 견해를 급격하게 또 빈번하게 바꾼다는 것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과거의 아이디어를 여전히 다루지만 새로운 현실에 비추어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새로운 통찰, 새로운 관점, 새로운 경험을 나눠줄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p277


   ‘솔직히 털어놓고 말해서 이 책은 기억과 편견의 뒤범벅이다’라고 저자 자신이 말했다. 나 역시도 동감한다. 이 책은 도대체 무언가 뒤범벅이다.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야기의 내용도 이제는 너무나 친숙해서 달달 외워 버릴 1인 기업가의 생활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저자가 이 책을 낸 연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저자의 포트폴리오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놀라웁게 여겨졌겠지만, 알고 읽는 입장에선 내용의 전개가 산만해서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저자도 이야기한 것처럼 일과 개인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이 통찰, 예견하는 사회도 말하고 있다. 저자는 포트폴리오 인생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그 삶을 제안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늘어놓는데, 어떤 사회에 대한 통찰보다도 오히려 아내의 부추김으로 인해 그 생활을 하게 된 것이 강조된다. 이것은 저자의 배움과 통찰로 바라보며 보다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전하는 이야기로 여겨지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이끌어준 아내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도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저자에게 이 인생을 결정하고 확신하고 이끌어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오로지 ‘아내’의 말이다. 전문적인 방법이나 통찰을 기대한 나에게 오로지 ‘나의 아내는 나와 달리 이것을 이렇게 말했다’라는 메시아적으로 언급하는 이 내용을 나는 얼마나 참고 읽어야 하는가.

 코끼리와 벼룩으로 조직과 개인을 비유하여 이야기를 끌어간 것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그 코끼리와 벼룩의 삶에 대한 대비 역시도 명쾌하기보다는 왔다 갔다 정리가 되지 못한 모양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삶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인가?

  과거의 나가 미래의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오히려 이 부분도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 요소가 되었다. 읽기 시작해서 얼마 안 있어, 뭐야, 이거 자서전이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서도 얘기했듯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에 이 부분도 당연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뭔가 핵심을 찔러 들어가는 식이 아니라 주변부를 맴맴 도는 듯한 이야기 전개가 시원스럽게 와 닿지 않았다는 것. 물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흥미가 덜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미 1인 기업가, 프리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새롭지 않은 이야기로 호기심이 당기지 않았다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13년 전의 상황에서 억지로 읽는 것처럼 이 책을 읽어나갈 수는 없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경제나 경영 분야의 책은, 시대의 흐름, 시간을 무시할 수 없는 거구나. 그 뿐만 아니어도 당대의 사회적인 분위기, 트렌드라는 것은 무시못할 요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리랜서 생활은 노출된 생활이다. 그것은 자기 신념을 필요로 한다. 비평 혹은 혹평의 형태로 다가오는 피드백으로부터도 배우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p319


  저자는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명성, 명성, 명성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랜서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오로지 명성이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개인의 명성, 프로필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런 형태의 자기 삶에 관한 이야기, 편하게 읽힌다는 장점은 물론 가지고 있지만, 딱히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형태에서 제일 중요한 차별성은 명성있는 ‘찰스 핸디’가 썼다는 것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을 못해서 목적함수를 못찾고 있나?!



 

삶의 정도 

윤석철 교수 제4의 10년 주기 작作

윤석철, 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삶의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이 가치 있는 삶을 완성하려면 ‘목적함수’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며 목적함수는 가야할 길을 위한 방향 설정이며 그 의지의 완성체라 말한다. 그리고 명확한 목적함수를 세우기 위해서는 ‘수단매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둘의 조화를 통해 비로소 삶의 정도를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복잡한 시대에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이나, 욕망과 가치관도 혼란스러워진 이때에, 조직의 경영목표 또한 복잡한 이 시대에 ‘간결함’을 추구할 것을 주장한다. 간결함을 추구하는 방법이 바로 수단매체와 목적함수이며, 이를 통해 삶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 설정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을 3부 12장의 구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1부는 수단매체에 대해, 2부는 목적함수에 대해 3부는 이 두 가지의 결합방법에 대해 저자가 추구하는 바대로 간결한 목차로 정리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복잡한 것은 자기 스스로의 복잡함에 얽매어 힘이 없다. 그래서 복잡한 것은 단순화 쪽으로 진화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 역사의 대세같다.


목적함수는 외부로부터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의미 있는 목적함수는 부단한 자기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의 결정이다. 모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을 위해 저자가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은 특이하다. 그에 관한 철학책이라고 해야 할지 방법론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간결함을 추구하라고 말하듯이 책의 문장은 상당히 간결하다. 핵심을 찌르는 단문형태다. 가독성을 높여준다. 글의 분량도 매우 간결하다. 3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장은 여러 소제목으로 나누고 있는데, 소제목의 내용 또한 한두 단락이다. 소제목만으로 내용을 알 수 있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간결하다는 것, 문장 구성과 장의 구성의 간결함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글의 내용도 인문학과 물리학, 자연과학 등을 넘나든다. 이 속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끌어들이고 학자들의 어록들을 결합하고 있다. 한국의 ‘통섭의 대가’라는 명칭답게 저자는 자신이 공부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잘 결합한 글쓰기, 내용을 다루며 핵심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간간히 서술되고 있는 저자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 조서현의 이야기. 그 시절 어떻게 가난을 인지하게 되었는지 그것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누나의 혼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돼지를 기른 이야기. 그리고 여러 전공의 공부를 하게 된 계기들. 이러한 자신의 일화들이 실화이기도 하기에 좀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간결함과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목차만 훑어보아도 내용이 이해될 정도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청소년용 백과사전을 읽는 듯했다. 또한, 저자의 통섭을 극대화하는 방안이기도 하겠지만, ‘나 여러 전공을 했소’라는 것이 너무 표면적으로 드러낸다는 느낌도.

 농심의 사례를 많이 들었네 했더니 농심 사외이사이고, 한두 개 맘에 들지 않는 사례의 연결성에 의구심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뭘까를 생각했다. 좋은 방법을 가지고 다양한 장점을 가진 형태로 글을 쓸 수 있음에도 좀 미흡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철학이라고 하기엔 저자의 지식의 나열느낌도 나고, 간간히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읊조리는데 도대체 이 책의 장르는 뭘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사실, 모든 책의 줄거리는 간결하다. 그 간결함을 제시하기 위해 한 권의 책으로 나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저자의 매우 간결한 메시지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자 자신도 복잡함보다는 간결성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이런 생각도 든다. 어쨌든 지극히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이리도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해 놓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플하면 사과보다 먼저 생각나는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저,| 안진환 옮김, 민음사, 2011.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 책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성격 까칠한 스티브 잡스가 선택한 작가에게 자기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니까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이야기인 셈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를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스티브 잡스의 말로 전달하는 형태에 머물지 않고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스티브가 말한 사건들과 상황들을 해석해낸다. 

  스티브 개인의 생애와 그 과정에서 형성된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이룩한 명성인 ‘애플사’에 관한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된다.

 아무래도 이 책은 ‘애플’사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니 애플이라는 회사의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그렇기에 애플의 창업과정 애플에서 개발한 다양한 상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인지 그러한 회사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했고 스티브의 ‘일’과 관련되지 않은 개인적인 부분에 관한 이야기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1장, 20장, 40장은 너무 안 맞는 말이지만 ‘인간적인’ 스티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이라서 흥미가 더 당겼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어느 정도 타인의 가십같은 삶에 이야기에 슬쩍 빠지게 되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 부분이 스티브 잡스의 인생 전체를 조금 더 이해하라고 연결해주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잡스의 자서전이 아니라 잡스의 전기이다. 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와 2년 동안 40여 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했고 어린 시절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스티브의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 잡스와 관계된 100명이 넘은 이들을 인터뷰했다. 수많은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한 기록들을 모아 저자의 평을 곁들인 것이 이 책이다. 스티브의 아내는 장점뿐 아니라 결점에 대해서 정직하게 써달라고 부탁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장점보다는 결점이 수두룩하게(?) 보이는 잡스의 일대기였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일대기는 많은 이들이 쓰고 싶은 소재였고 스티브 잡스는 탐나는 이야기를 갖춘 인물이었기에 많은 작가들이 스티브 잡스의 인생 역정을 조명한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성격대로 불쾌함을 표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직접 평소 친분이 있는 아이작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고 했다 한다. 스티브 잡스가 바란 것이 월터 아이작슨에게 조명된 자기 삶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도 저자는 너무나 덤덤하게 이 전기를 쓴 것 같다.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너무나 잘 묘사한 것을 떠나 적절하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생애와 애플의 창업과정의 연대가 주축이 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마치 스티브 자신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처럼 세세한 내용들이 잘 포착되어 있다. 또한 그러한 일들이 스티브의 언어로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시각까지 전하고 있어 한 사건에 대한 여러 상황과 스티브의 ‘성격’에 관한 것까지를 좀 더 잘 알 수 있었다. 상당히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글을 썼다. 그러면서 교묘하게 저자의 의견을 드러내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형태로 글을 쓰고 이끌어 나가는 것은 저자의 상당하고 예리한 통찰력 덕분인 듯하다. 또한 저자가 문학을 전공하고 역사를 전공해서인지 그 두 가지의 흐름을 잘 버무린 듯하다. 문장 또한 담백하다.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버겁기는 했지만, 저자의 자료 조사와 적재 적소에 연결되는 다른 이들의 인터뷰는 참으로 훌륭했다. 그것은 스티브 잡스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힘이 되었다. 한편으로 중립을 유지하듯이 하며 저자의 시선이 놓이는 곳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어떤 형태로든 저자는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사람이었고 대상을 무조건적으로 찬미하는 형태의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주관적일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료와 사건들을 잘 버무려 놓았다. 간혹 특정한 인물에 대한 전기는 조금은 영웅적인 형태로 묘사되거나 성격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일종의 변명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 스티브 잡스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좀더 속시원하게 스티브 잡스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쭈욱~이렇게 장편 대서사시처럼 쓴다며 선뜻 책을 읽을 마음이 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 보면 스티브 잡스의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데 그 과정마다 다양한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상품을 기획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에 관해 논의하는 과정, 그리고 출시되어 마케팅하는 과정, 성공인가 실패인가가 주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늘 스티브는 자기 성격대로 이끌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마찰이 있었다는 것이고, 스티브는 늘 지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고....반복적인 패턴의 이야기가 에피소드별로 반복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이 스티브 잡스의 생애였고 성격이었다는 것을 알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것을 매번 같은 패턴으로 이야기하기에 자칫 지루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월터 아이작슨은 전문 전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초당파적 교육 및 정책 연구기관의 CEO이며 타임지의 편집장과 CNN CEO를 역임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이 전기 작가를 하는데 분명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특히 그가 특정한 인물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데 매우 유용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만 해도 잡스와 관련된 인물 100여명을 인터뷰했는데 쉽게 쉽게(?) 저자를 만나줄 수 있는 것도 그런 것 아닐까. 물론 그가 이 세계에 영향력 있는 작가였고 무언가 믿을 만한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잡스의 전기를 통해 느낀 바 스티브는 매우 까다롭고 괴팍한 인물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써줄 사람으로 월터 아이작슨을 택했으니 말이다.

  참 희한하게도 전기를 읽는데 스티브보다 월터 아이작슨에게 관심이 더 쏠린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를 잘 전개했지? 인터뷰 대상에 몰입하면서도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얽히지도 않은 채 어떻게 글을 정리할까. 그것이 전기 작가로서의 역량이겠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다른 전기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분명 그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스스로의 이름도 나에게 알리고 있었다. 게다가 월터 아이작슨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분명 스티브에게서 나왔음에도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저자의 목소리로 연결되기 마련이니, 내가 스티브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국 저자의 시선과 같은 것일까? 상당한 관찰자적 시선과 제3의 시선으로 글을 써내려가려고 했던 것이 보인다. 글을 쓰는 과저에서 특히나 인터뷰를 하고 타인의 전기를 서술하는 과정에서의 전하는 이의 ‘감정전이’에 대한 부분을 깊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