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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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8년에 태어나 일흔여덟 살에 죽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일흔여덟 살 드신 어머니를 잃은 건 1963년.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이 34년차에 들어섰을 때. 계약결혼이 1929년. 이 때 드 보부아르 가에선 시몬의 일을 두고 가문의 수치로 한 차례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1960년대 초반에 일흔여덟 번째 생일을 한 달 정도 지나고 초상을 맞았다면 호상 아냐? 환갑만 되도 기생 불러다 장구치고 소리하고 잔치할 땐대. 근데, 십여 년 전에 개봉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송재호와 김수미가 손 꼭 잡고 동반자살해서 장사를 치룰 때 젊은 문상객이 문상하고 육개장 앞에 놓고 호상이야, 호상 하며 쐬주 한 잔 마시다가 이순재한테 “이 사람들아 뭐가 어쩌고 어째? 세상에 호상이 어딨어, 호상이.”하는 장면 기억하시나? 나는 그 영화에서 송지효라는 여배우를 처음 보고 참하구나, 라고 여긴 적 있었다. 물론 나중에 <쌍화점>에서 조인성하고 러브 씬 하는 걸 보고 워, 워 했지만.
  왜 난데없이 로맨스그레이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언급하느냐 하면, “세상에 호상은 없다”, 이게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의 주제라서 그랬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1963년 10월 24일, 이 당시 대한민국의 국경일이었던 국제연합의 날, 속칭 유엔 데이UN Day에 로마에 있는 미네르바 호텔방에 묵고 있었다가 오후 네 시에 어머니가 욕실에서 넘어져 대퇴부 경부골절이라는 중상을 입었다는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혼자 살다가 대퇴부 골절을 당했으니 이걸 어쩌나. 욕실에서 전화기까지 온몸을 끌고 기어가는데 만 두 시간이 걸린 보부아르 여사는 급한 대로 친구 타르디외 부인에게 전화를 해서 119 불러 현관을 부수고 자기를 좀 구해달라고 연락을 한다. 딸만 둘 있는 보부아르 여사. 큰 딸 시몬은 로마에 행사차 가셨고, 작은 딸 푸페트는 결혼해서 알자스 지방에 살고 있으니 결국 친구에게 전화를 한 것. 그래 부시코 병원 응급실을 거쳐 B교수가 집도의로 있는 최고급 C병원으로 이송한다.
  노인네들한테 가장 위험한 사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대퇴부 경부골절이다. 그럼 몇 달 동안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하고 이 동안 많은 노인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삶을 놓아버린다. 그러나 보부아르 여사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진단을 받는데, 대신 위암으로 추측할 수 있는 소화기 암 말기인 것이 발견된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곧 죽고, 하면 한 달 정도의 삶을 더 살 수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결정한 두 딸. 결정인지 의사의 드라이브에 창졸간에 결정한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수술을 했고, 어머니에게는 복막염 수술이라 거짓말로 알렸고, 진짜 복막염이라고 믿기로 결정한 어머니는 삶의 연속을 강력하게 꿈꾸다가, 죽음에 이르고, 초상을 치룰 때기까지의 과정을 적은 책이다.
  독후감은 이 정도면 됐다. 난 부모의 하해와 같은 사랑과 하늘이 무너지는 죽음, 뭐 이런 거 가지고 지지고 볶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년에 시몬 드 보부아르의 <레 맹다랭>을 읽을 예정이라 부담이 되지 않으면 눈에 띄는 대로 읽고 있다. 이 책은 그 일환이기도 하고, 믿고 사서 읽는 을유문화사의 신간이라 주저하지 않고 골라 읽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리기를, 내가 기대했던 딱 그 수준의 작품, 그 정도의 내용. 별점? 네 개. 다섯은 기대했던 정도를 능가해야 주는 거니까.

 

  이렇게 독후감을 끝내려고 하니까 좀 섭섭하다. 그래서 내 어머니 정여사의 죽음의 침상에 대해 한 번 써보자. 너무 긴장하지 마시라. 부모의 사랑과 죽음 가지고 지지고 볶는 거 싫어하는 인간이니까 심각해질 이유가 없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되겠다.
  2007년 음력 시월 열 사흗날. 정여사 입원해 계신 병원으로 문병을 갔다. 특별하게 아픈 곳은 없고 그냥 시름시름 온 몸에 기운이 없으시다 하시어 입원하신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다. 그래 처자식은 다 집에 두고 나 혼자 둘러본다고 가 침대 옆 보호자 의자에 앉아 이러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한 두어 시간 지났을 무렵 정여사의 아주 오랜 동무님 두 분이 문병을 오셨다. 종로구 경운동에서 같은 소학교, 중학교를 다니던 동무님들이셨다. 일흔 네 살의 여성 세 분이니 나이를 합치면 222세. 내 예비고사 수험번호가 222888, 망통. 정여사는 222888, 번호 보시고 나서 한참 후, 얘, 예비고사 망쳤을 거 같더라니까, 라고 본고사까지 치룬 다음에 얘기하셨다.
  아침에 학교를 가면 집이 먼 순서대로 나서서 한 동무네 문 밖에서 ㅇㅇ아, 학교가자! 하고 외쳤다가 합세하고, 두 꼬마숙녀들이 정여사 집 앞에서 또 △△야, 학교가자! 해서 세 명이 서로 손 잡고 흔들면서 소학교 다닌 기억이 아직도, 무려 222세가 됐음에도 생생하단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대학에 진학하는 바람에 같은 동네에 살았지만 자주는 만나지 못했다. 정여사는 여대 국문과에 가고, 한 분은 여대 가정과에 가고, 다른 한 분은 서울대로 가 산부인과 의사가 됐다. 정여사가 의사 선생한테 실실 눈웃음을 치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얘!”
  연세가 일흔 넷인데 정말로 호칭이 “얘!”였다, “얘!”
  또 피식 웃으면서, “아무것도 아냐.” 하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근데 정말.”
  “그래 물어봐.” 의사 선생이 웃으면서 받았다.
  “그게, 진짜 여자마다 아래 생긴 게 다 다르니?”
  정여사는 평생 궁금해 하시던 걸 기어코 물어보았다. 의사 선생은
  “얘는 별 걸 다 묻는다. 다 큰 아들 옆에 놓고.”
  “쟤는 괜찮아. 알 거 다 아는 나이잖아.”
  의사 선생은 잠시 묵묵부답. 정여사 싱긋 한 번 더 웃으시더니,
  “곤란하면 얘기 안 해도 되고.”
  “응.”
  “응? 뭐가 응이야?”
  “다 다르다고.”
  “아, 그렇구나.”
  조금 후 동무 두 분은 병원을 나섰고, 이후 어릴 적 동무들은 다시는 서로를 볼 수 없었다.
  나도 화들짝. 불과 삼십 분 전까지만 해도 이제 자신에게 죽음의 손이 다가온 것을 직감하셨는지, 비록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았지만, 하필이면 왜 이런 건 나한테 먼저 오느냐는 말이야, 라고 한탄하시던 정여사께서는 그게 그리도 궁금하셨나보다. 나도 곧 병원을 나섰고, 여사께선 그날 밤 갑작스레 혼수상태로 떨어지셔서 시월 보름날 새벽, 마지막 숨을 쉬셨다.
  이 날이 내가 마지막으로 정여사와 이야기를 나눈 날이고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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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21 09: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 님은 별 다섯개를 ‘기대했던 정도를 능가해야‘ 주시는군요. 알겠습니다! 암튼 이 책은 이상하게 손이 안 가더라니, 안 읽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부모의 하해와 같은 사랑과 하늘이 무너지는 죽음, 이런 걸로 지지고 볶는 내용을 그다지 안 좋아해서요; 암튼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05-21 10:13   좋아요 6 | URL
보부아르는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지난 시절에 자신(과 아이들)을 희생하고 남편에게만 헌신하는 여성의 삶에 깊은 회의를 던집니다.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지난 세대의 여성을 바라보는 일하고, 죽어가는 어머니를 그나마 객관적인 시각으로 관찰하며 죽음에 관한 철학자의 개념을 쓰고 있습지요.
ㅎㅎㅎ 저도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레이스 2021-05-21 09: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죽음을 쓴 퀴블러로스와는 또다른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예요.
퀴블러로스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당사자의 것이라면, 이 책은 옆에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시선과 당황스러움, 죽음의 폭력성에 대한 무력감 ... 그런 내용이었어요.
엄마의 죽음을 옆에서 보고 있지만 객관적인 시선이 있어서 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볼때는 지지고 볶는 내용은 없었는데...^^
사실 그래서 더 좋았는데.

Falstaff 2021-05-21 10:17   좋아요 4 | URL
옙. 지지고 볶는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딸의 시각으로는 조금 냉정하다고 할 수 있겠고요.
사람마다 한 가지씩은 특별하게 언짢아 하는 게 있는 법인데, 저는 그게 하필이면 부모의 죽음이라서요. ;;;
걍 이번 건은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주심이....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5-21 10:17   좋아요 3 | URL
예~^^

청아 2021-05-21 10: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지고 볶는 것도 좀 좋아하고 써주신 느낌의 글은 더더 좋아함요. ^^* 역시 어머님이 국문과DNA를 넘겨주셨네요.

Falstaff 2021-05-21 10:22   좋아요 4 | URL
ㅋ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저만 알고 있어야 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말입죠.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5-21 10: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 어머님 얘기를 읽다보니 죽음도 결국 일상이구나. 억울해하고 비극적인양만 하지 않으면 그렇게 일상으로 죽음을 대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어머님이 지혜로우셨던것 같아요.

Falstaff 2021-05-21 10:55   좋아요 4 | URL
헨리 제임스가 쓴 <한 여인의 초상>에서 주인공 이사벨 아처가 이모부한테 거액 7만 달러, 지금 원화가치로 250억 원 정도를 상속 받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이모부겠어요. 근데 아파서 곧 죽을 거 같더랍니다. 이사벨이 이모부한테 가서,
˝이모부 님, 얼른 완쾌하셔야지요.˝
이모부는 참으로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싫다. 그럼 나중에 이런 고통을 한 번 더 겪어야 하잖아.˝

저도 마지막엔 이렇게 절묘한 농담 한 번 해보고 싶은데, 현대 의학이 너무 발달해서 가능할 거 같지 않네요. ^^

붕붕툐툐 2021-05-21 11: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기억이 밝고 유머러스해서 참 좋네요~ 정여사님 완전 멋진 분이셨을 거 같습니다. 세상에 호상은 없죠, 암요~

Falstaff 2021-05-21 12:1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재미있는 분이었습니다.

coolcat329 2021-05-21 1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다음 달에 읽으려고 사뒀어요~~~^^

Falstaff 2021-05-21 12:1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쿨캣님하고 합이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21-05-21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 어머님 이야기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호상이란 말은 그냥 유족 위로하느라 하는 말 같습니다.
저의 아버지가 30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60도 안 되셨죠.
근데 그걸 두고 호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아버지가 생전에 사업을 하셨던 관계로 사람들을 많이 알아
북적거리니까 그러는 거 같더라구요.
우리 할머니대는 80만 되도 호상이라고 했지만
저의 어머니대는 90은 넘어야 호상이라고 할 겁니다.
저의 대는 못해도 100살은 넘어야할 것 같구요.
근데 몇 살에 죽던 호상이 어딨겠습니까?
세상 떠나는 본인이 만족해야 호상 아닐까요?ㅎ

책을 참 규모있게 잘 읽으시는 것 같아요.
벌써 내년 독서계획도 세워놓으시고.
저는 좀 그때그때 두서가 없죠.ㅠㅋㅋ

Falstaff 2021-05-21 13:34   좋아요 4 | URL
어차피 처음과 끝까지가 모두 다 삶이잖아요. 호상이냐 아니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ㅎㅎㅎ

내년에 읽을 책은
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 쇠망사 6권 세트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비극전집, 아리스토파네스 희극전집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시몬 드 보부아르, 레 망다랭
발자크, 잃어버린 환상
스티븐 핑거,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티머시 스나이더, 피에 젖은 땅
서보 머그더, 프레스코
국립극단 희곡우체통 희곡집 2018, 2019 / 서울연극제 희곡집 2016~2020
소병국, 동남아시아사
에인 랜드, 파운틴 헤드

현재까지는 이렇게 잡아 놓았습니다. 희곡집은 이번에 읽을 희곡우체통이 좋으면 계획대로 가고, 아니면 반 정도만 읽으려 하고요.

책 말고 바릴리 현악사중주단의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CD도 사서 들어볼 예정입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알라딘엔 없고 응24에만 재고가 있는 품목이예요. ㅋㅋ) 제가 듣는 바릴리-베토벤은 소위 빽판이라서 말입죠. ^^;;;

그레이스 2021-05-22 11:56   좋아요 1 | URL
기번 읽다 중도 포기한 1인 입니다
쏟아져들어오는 정보들을 외면해야 끝까지 읽어낼수 있는 책이란 생각하면서. 잠시 접었어요.
다시 시도해보고픈 마음이 드네요
아이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 파네스는 다행히 읽었네요.^^

Falstaff 2021-05-22 12:59   좋아요 1 | URL
기번은 벼르고 별렀다가 내년으로 콱 찍었습니다.
이렇게 공표를 해놓으면 지가 끝까지 읽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ㅋㅋㅋㅋ

2021-05-21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21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1-05-22 0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Falstaff을 새대가리라고 부르셨던 정여사님 이야기네요 ㅎㅎㅎ 왠지 아는 분 같습니다 ㅋ

Falstaff 2021-05-22 13: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렇습니다. 재미있는 우리말을 많이 알고 계셨습지요. 비밀인데, 여사님 부부가 다 그랬습니다. ㅋㅋㅋ

아기바다새 2021-06-1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담해서 더 슬프네요.

Falstaff 2021-06-18 12:19   좋아요 0 | URL
슬프면 안 됩니다. 다 사는 게 그렇지요 뭐. ^^;;
 
전차를 모는 기수들 1 대산세계문학총서 165
패트릭 화이트 지음, 송기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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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한 작품이 있는 사람이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낯선 작가였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유일하게 배출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대농장주 화이트 부부가 유럽 여행을 하다가 1912년의 런던에 도착해 낳은 아들이 패트릭이었다. 십 대 시절에 영국 학교에 다니며 적응을 하지 못해 오스트레일리아 농장에 왔다가 스무 살에 다시 케임브리지의 킹스 칼리지에 입학해 언어를 전공한다. 대지주의 아들답게 집안의 후원에 힘입어 아버지가 다달이 송금해주는 돈으로 예술가 가문의 유명인들과 친교를 다지며 작가의 기틀을 다져가는 동시에 이미 십 대 시절에 싹이 보였던 동성애 기질을 이어간다. 특히 화가 루아 드 메스트르와 돈독하게 지내 조금의 구설에 오르긴 했어도 드 메스트르와는 연인 사이가 아니었단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 공군으로 참전을 했다가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인 장교 메놀리 라스카리스를 만나 평생의 동반자가 되어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한다.
  이이의 작품은 유머, 화려한 문체, 서술의 전환, 의식의 흐름 등을 특징으로 한다는데, <전차를 모는 기수들>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듯하다. <전차를....>에서 유머나 화려한 문체 같은 건 거의 눈에 띄지 않으며, 현대 소설에서는 서술의 전환이나 의식의 흐름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작품도 거의 없는 편이니까.

 

  책에는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윈야드의 와인 중개상을 해서 막대한 부를 쌓은 노老 헤어 씨의 재산을 물려받은 과시 소비형 인간 노버트 헤어 씨. 이이의 무남독녀 따님 헤어 양.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을 받는 자그마하고 못생긴 외모이지만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같다. 아일랜드로 추정할 수 있는 유럽의 영어사용 지역에서 보편적 서민으로 살다가 아버지가 재혼하는 바람에 독립해 오스트레일리아 배에 오른 신체 건강한 여성 고드볼드 부인. 착실한 하녀 출신으로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당시 여주인이었던 노파에게 성녀로까지 기억이 될 만한 심성을 지녔으나 운명이 늘 그렇듯이 불성실하고 가정폭력을 서슴지 않는 악당과 혼인하여 딸만 여섯을 낳아 키우면서도 주위의 힘들고 불쌍하고 아픈 이웃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아끼지 않는 여성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을 일컫는 애버리지니 출신의 ‘검둥이’로 개화를 위해 성공회 신부 남매의 집에 입양되었으나 동성애 성향 신부와의 관계가 발각이 나 도망쳐버린 청년 앨프 더보. 그림에 특별한 자질이 있어서 작품의 제목과 같이 불의 전차를 모는 네 명을 그려내는 결핵성 출혈 환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인공 모르데카이 히멜파르프. 1880년대 독일 태생의 유대인이지만 아버지는 사업을 위해 배교를 하고 가톨릭에 귀의한다. 이이는 사업 대신에 공부하는 쪽을 택하여 1910년대 초반에 영어 박사학위를 받고 옥스퍼드로 유학해 학구적인 생활을 하다가 1차 세계대전이 터져 독일로 돌아와 사병 신분으로 참전한다. 전쟁 중에 아버지가 재혼해 고향을 떠나 작은 도시인 비넨슈타트의 대학 부교수로 임용한 그는 그곳에서 통통하고 꽤나 촌스러운 소녀 레하를 만나 결혼에 이르러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유한다. 이후 독자 누구나가 다 짐작할 유대인들의 정해진 코스를 따라 레나가 먼저 잡혀가고, 히멜파르프는 도피 끝에 결국 자수를 해 수용소로 가게 되는데, 가스실 바로 앞에서 극적으로 죽음을 면한다. 대신 수많은 벌거벗은 시신들을 목격하고, 그들을 땅에 묻어야 했으니 히멜파르프가 남은 생애 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이이는 전쟁이 막바지를 향해 갈 때 레지스탕스와 수용소 내 유대인 노동자들이 연합해 벌인 작전으로 탈출에 성공해 이스탄불과 팔레스타인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착해 교수직을 버리고 일용 노동자의 삶을 살면서 동포들의 죽음을 수수방관했다는 죄의식 속에서 지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사는 시간과 장소가 1958년 이전의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것. 당시 세상 어디가 그렇지 않은 곳이 있었을까만, 오스트레일리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더불어 가장 차별이 심한 곳이었다. 원주민 애버리지니는 아직 진화가 덜 된 미개인으로 치부하여 이들을 보다 사람과 가까운 인류로 만들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와 교회는 어린 원주민 자녀들을 강제로 빼앗아 백인 가정에 입양해 사람 꼴을 그나마 갖추게 하는 캠페인을 1900년부터 무려 70여 년 동안이나 벌였다. 그러니까 1970년대에도 원주민의 아이들을 폭력으로 빼앗아 왔다는 말이다.
  이런 차별은 원주민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계 흑인은 물론이고 아시아 유색인종까지를 망라해 악명높은 백호주의White Australia Policy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백호주의의 시작은 골드러시 시절에 중국인과 인도인의 대량 유입에 위협을 받은 백인 노동자들의 권익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차츰 모든 외국인에 대한 반대로 번져 백인 유럽인 말고는 인간 취급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더러운’ 유대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쨌든 피부색이 비슷한 유대인들은 적응력이 유별나게 뛰어나 책에서도 나오듯 ‘하임 로젠바움’이 영국식 이름 ‘해리 로즈트리’로 개명을 하고, 가톨릭이나 성공회로 개종도 하고, 자신들이 결코 유대인이 아니라고 확신에 차서 거짓 맹세를 한 다음에 사업을 하는 경우엔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도 뻔히 알면서 모른 척해줄 수 있었다.
  조금 뒤집어 생각해보자. 돈 많은 유대인이 개명만 하면 알면서 모른 척했다, 이건 선조가 잉글랜드에서 살인, 방화, 신성모독 등의 죄를 짓고 유배를 온 순혈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회 밑바닥 신분으로 떨어졌거나, 자신 혹은 (여성의 경우엔)남편의 행실이 개차반이라거나, 빈곤의 수렁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거나, 천한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아무리 부자라도 신체와 정신이 건강해 보이지 않는, 이런 것들을 다 합해서, 약자 또는 실패자라고 여길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면, 이들 역시 다른 어느 사회에서보다 냉혹한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는 뜻이다.

 

  이런 땅 위에 우리의 주인공 네 명. 화려한 대 저택과 장원의 지주이지만 못생기고 왜소하고, 늘 덤불 속이나 고목 사이에 숨은 듯 앉아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늙은 헤어 양. 나는 헤어 양의 에피소드가 집중된 1부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노 헤어와 아버지 노버트 헤어 씨. 그의 과시욕에 의하여 지어진 저택 제너두. 세계 일주 도중에 들르게 된 어머니 쪽 친척 유스터스 씨와 그를 위한 무도회, 이를 지켜보는 어린 헤어 양. 세월이 흘러 은둔생활을 하는 늙은 헤어 양에게 저 멀리 저지섬에서 헤어 양에게 가정부를 두고 살라고 용돈을 보내주기 시작한 더 늙은 유스터스 씨. 그리하여 다 쓰러져가는 저택에 입주하게 된 졸리 부인.
  헤어 양이 졸리 부인의 선한 의지에 기대 점차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의지의 호주인 시리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졸리 부인이 등장할 때부터 헤어 양과 있을 수 있는 오해와 신경전 같은 것을 펼치는 것도 적절한 긴장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래전에 헤어 양이 친절을 베풀어준 유스터스 씨가 보답으로 보내주는 현금으로 고용한 가정부이니. 그러나 천만의 말씀. 오해였다. 졸리 부인이 후에 등장하는 플랙 부인, 플랙 부인의 조카라고 주장하는 블루라는 이름의 청년을 포함한 일곱 악당과 더불어 도무지 개전의 정이 없는 악역을 맡을 줄이야.
  서양에서 여성이 하는 가장 천한 일 가운데 세탁이 있다. <목로주점>에서도 제르베즈 아줌마의 직업이 세탁부다. 조금의 이익을 위해 여성끼리도 악다구니와 주먹다짐을 주저하지 않는 천민들의 직업으로 묘사된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상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존중할 직업은 아니며, 건장한 체격의 고드볼드 부인은 여기에다가, 흰 피부 곳곳이 퍼렇게 멍이 든 상태이니 시민들이 곱게 볼 이유는 없다. 원주민 앨프 더보와 더러운 유대인 모르데카이 히멜파르프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책을 읽는 일이 상쾌하지는 않다. 두 권 860여 쪽을 읽어가며 대중에 의한 약자들에 대한 비방, 비웃음, 멸시, 폭력과 결과적으로 이것들에 대항하는 또는 서로를 치유하는 형태를 띠는 약자들의 연합이 애초에 즐거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특정한 개인 또는 소수의 집단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것보다, 침묵하는 다중들, 일찍이 마르셀 파뇰이 <마농의 샘>에서 이야기했듯, 침묵하는 자들, 그러면서 구경할 건 다 구경하고 마음 한쪽에서는 부당하다는 것도 인식하며 고요히 침묵하는 모든 자들이 더 싫었다. 어떤 내용인지는 차마 내가 여기에 쓸 수는 없고 직접 읽어보시기 바란다.
  책에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의가 저질러질 때, 모든 침묵하는 자들은,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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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5-20 09:1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1960년대나 늦어도 80년대에 읽었으면 더 감동이었을 듯하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TV에서는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공습을 연일 보도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수천년 동안 핍박받았기 때문에 이제 자기들이 저지르는 어떤 폭력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역겹다.

잠자냥 2021-05-20 09:37   좋아요 6 | URL
저 요즘 이스라엘 하는 꼴 보기 정말 역겨워서;; 홀로코스트 다룬 문학 읽을 때 예전처럼 감정이입이 잘 안되더라고요;; -_-; 썩을놈들... 에휴.

Falstaff 2021-05-20 09:46   좋아요 4 | URL
심지어 이 책은 유대인이 아닌 호주 사람이 쓴 글인데, 아직 살았다면 정말로 이스라엘을 지지했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얘기하신대로 감정이입을 무지하게 방해했답니다. 아 증말 짜증나더라고요.

coolcat329 2021-05-20 1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읽고 호주에 갑자기 관심이 생겼는데, 이 소설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했다니 상받은 작품 좋아하는 저는 또 끌리네요 ㅎㅎ
자진해서 낚이겠습니다~

새파랑 2021-05-20 18: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 보니 뭔가 혈압 오르는 느낌이 드네요. 폴스타프님 🌟5개에 혹하긴 하는데 ㅎㅎ

Falstaff 2021-05-20 20:17   좋아요 3 | URL
괜찮습니다! 요즘 이스라엘 하는 짓거리만 아니라면 더 실감나게 좋은 책이라고 난리를 쳤을 작품이어서 아쉬운 게 참.....

coolcat329 2021-05-20 18: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쵸 ㅋ 피가 솟는 내용일거 같은데 별5개 노벨이가 또 ...

Falstaff 2021-05-20 20:19   좋아요 3 | URL
별 다섯 개의 이유가요, 피가 솟기 전에....
심장 부근이 뻐근해지면서 감당하기 힘든 애뜻함과 가여움, 뭐 이런 약한 형용사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는 겁니다. 아, 이건 정말 읽어보셔야 하는데요....
 
에콰도르 라 파파야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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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커피 갈아서 내려 마신 후로 소위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거 못 마시겠음. 쓰기만 하고 비싸긴 오지게 비쌈. 그거 사 마시는 거 보다 차라리 20분 먼저 일어나 커피 갈아, 물 끓여 내려서 한 잔 마신 다음 으 취한다... 아, 이건 아니지 참..... 두어잔 담아가지고 가겠다. 이것도 대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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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내민 손 문학과지성 시인선 293
이기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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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시인인 줄 알았다. 표지 그림, 홍익대 미술대학을 다닌 시인이자 《초식》을 쓴 소설가, 화가에다가 음반 취입한 가수이기도 한 이제하의 캐리커처. 시집을 읽기 바로 전에 귄터 그라스의 <고양이와 쥐>를 읽어서 그랬는지, 인물의 목을 가르는 수직선과 목 아랫부분의 자그마한 타원. 그걸 울대뼈로 봤다. 그리고 이름이 이기성. 남잔 줄 알았다. 근데 아니다. 1966년생. 정여사의 새까만 과 후배. 흠. 관심이 갔다. 그리하여 첫 번째 시를 읽어본다.

 


  열정

 

 

  닳아빠진 구두 밑바닥에 쩔꺽쩔꺽 들러붙는 생이 식당 앞까지 쫓아온다. 주먹만한 돌멩이를 집어던져도 킁킁대며 질기게 따라와 누런 혓바닥으로 딱딱한 내 발꿈치를 핥는다. 나, 누추한 신발 한 짝 잃어버린 적 없고 축축한 불륜의 문장 한 줄 엿본 적 없어도 텅 빈 구내식당 비릿한 공기 속에서 한 그릇 밥에 코를 박고 조금씩 파먹을 때 문득, 억울하다. 움푹한 그릇에 목묵히 쌓인 어둠 목 언저리 검은 주름으로 깊게 패이고. 유원지에 벗어둔 신발 두 손에 쥐고 하루는 눈 퉁퉁 붓게 울고 하루는 굶어죽는 것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하는 동안, 해는 지고 생은 거듭 누추해지고 혈세血稅의 계절은 닥쳐온다. 끈끈한 식탁에 엎드린 등 뒤에서 검푸른 제복을 입은 관리들이 컹컹 짖으며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문)

 

 

  시집은 2004년에 출간됐다. 이때 시인의 나이가 서른아홉. 시인은 누추한 신발 한 짝 잃어버린 적 없고 시류에 영합한 문장 하나 만들어본 적 없어도 비린내 나는 구내식당에서야 간신히 밥을 먹는 것이 좀 억울했을 수도 있겠다.
  근데, 아무리 억울하고, 심지어 굶어 죽는 것까지 생각해야 할 지경에 왔어도 그렇지, 이기성의 시들은, 적어도 내가 읽기에 과하게 혹독하다. ‘이기성’을 네이버 검색해 보면, 대표작으로 <수手>라는 시가 뜨고, 이 시집에 그게 실려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지 않은지 하도 오래라, 이 제목 <手>의 뜻이 ‘손hand’임을 알려드리는 것이 과한 친절은 아닐 듯.

 


  지하철 안에서 졸다 눈뜨면 불쑥, 어떤 손이 다가온다. 무거운 고개를 처박고 침 흘리며 졸고 있던 나를 뚫어지게 보며 움푹한 손 내밀고 있는 노파. 창 밖에는 가물가물 빈 등(燈)이 흐르고 헛되이 씹고 또 씹던 질긴 시간을 열차가 거슬러 갈 때, 내가 마신 수천 드럼의 물과 불, 수만 톤의 공기와 밥알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혓바닥으로 무수히 핥아댄 더러운 손. 환멸의 등은 꽃처럼 발등에 떨어지고 움켜쥔 손바닥에서 타오르던 길은 뜨거운 머리카락처럼 헤쳐진다. 살얼음 낀 공중변소 깨진 거울 앞에서 천천히 목을 졸라보던 손, 이제 검은 넥타이는 풀어지고 딱딱한 벽돌처럼 혀는 굳어 있다.
  그러니 이 지리멸렬의 세계여, 내민 손을 거두어라. 찌그러진 심장을 움켜쥔 누추한 손을 이제 그만 접어라. 젖은 이마에 등을 켜고 열차가 터널을 빠져나갈 때 천장에 매달린 가죽 손잡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세계의 지루한 목구멍이 찬란하게 드러난다. 악착같이 손 내밀고 있는 노파의 구부러진 등 힘껏 떠밀고 나는 어둠으로 꽉찬 통로를 달려간다.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입에 물고 있던 무수한 칼 쨍강쨍강 뱉어내며. 팽팽하게 당겨진 검은 피륙의 시간을 찌익 가르며 열차는 광폭하게 달린다.  (전문)

 


  아침이건 저녁이건, 신도림이나 교대 트랜스퍼의 인파들, 내가 서울을 떠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나 역시 이들 속에서 고단한 평생을 보내기 싫어서였다. 그래 이 장면을 읽는 순간, 단박에 그림이 그려졌다. 망가지는 것을 무릅쓰고 잠의 악마에 굴복해 험한 모습으로 졸고 있다가 누군가가 섬찟하게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을 느끼는 순간. 화들짝 놀라 얼굴을 들어보니 한 노파가 내 눈을 뚫어져라 내려보며 텅 빈 손을 디밀고 있는 장면. 여기까지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다음이다. 시인은 이때 자신이 마신 수 많은 물과 불, 공기와 밥알, 혓바닥으로 핥아댄 더러운 손을 연상하고 이어서 공중변소에서 목을 졸라보던 손으로 확장하더니 검은 넥타이와 벽돌처럼 굳은 혀, 즉 죽음의 이미지까지 상상할 수 있는 시적 표현으로 전개해나간다. 시인의 삶은 이렇다. 밤 지하철을 타고 가는 시간과 사람살이가 어둠으로 꽉 찬 통로를 달려가는 인간, 눈과 귀를 틀어막고 칼춤을 추며, 시간을 찌익 가르면서 광폭하게 달리는 거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차라리 논문을 쓰지그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그건 아닐 듯. 시인은 도시인 또는 현대인의 삶 속에 담긴 비극이나 참담함을 표현하는 행위를 여러 방식으로 모색하다가 나름대로 적절한 형태를 찾았을 것이다. 지지한다. 그러나 이리 상세하게 서술함으로써 독자는 참담의 광경을 과하게 노골적으로 목격하게 된다. 예컨대 다음 시를 보자.

 


  모란시장에서

 


  내가 만났던 몇 장의 검은 구름을 끌고 구불텅거리는 길 돌아온다. 찐득한 누린내 가득 고여 있는 골목, 가래침 뱉으며 시커먼 고무장화 신은 사내가 철창 앞에 서면, 화들짝 벌어지며 경련하는 눈, 눈동자들. 허연 이빨 드러내며 필사적으로 으르렁대던 것도 잠깐, 사내의 핏발 선 눈과 딱 마주치자 개들, 빈 밥그릇에 눈길 뚝 떨구며 문득 고요해지는 것이다. 마른 절벽처럼 갈라진 정작의 틈새 그들이 마지막 본 것은 비릿한 공포가 아니라고 말해준 건 노점판에 엎드린 늙은 구름. 광대뼈 불거진 그의 비틀린 입가엔 거품 말라붙고, 하긴 누린내 속 어슬렁거리던 개들이 다리 사이에서 벌겋게 부풀어오른 꽃을 피우기도 했으리라. 나도 덩달아 붉은꽃 피는 몇 개의 풍경 지나 빈 저녁 떠도는 누린내 속 돌아온다. 목덜미에 축 늘어진 지루한 시간들 여태 좁은 진창에 뒹굴고 있다.  (전문)

 


  성남 모란시장 개고기 시장 광경일 터. 얘기했다시피 문제는 너무 잘 보인다는 거. 거기다가 시인 특유의 상징과 은유와 우화를 가미해 실제보다 살짝 과장된 비극적으로, 잔혹하게 받아들인다는 거. 이때쯤 해서, 아, 이 시집을 계속 읽어야 할지 고민했다. 내가 그래도 박상률의 잔망스러운 시집 《국가 공인 미남》도 끝까지 읽은 사람이다. 중간에 집어 던지지 않고. 하여튼 박상률하고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래서 그이와 비교하는 것이 이기성에겐 미안한 일(미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긴 한데, 나는 다음 시를 읽고서는 도무지 나머지 시를 다 읽을 자신이 없어 조용히 책을 덮었다. 시적 평가가 어떠하든 나하고는 맞지 않아서.

 


  소행성 에로스에 대하여

 


  너는 에로스에서 태어났다 아기야, 너는 물과 불과 네 어미의 빚이 낳은 자식. 반지하의 셋방에서 어미의 몸이 썩는 더러운 공기를 마시며 걸음마를 배운다. 더듬더듬 옹알이를 뱉으며 창 틈으로 들어온 햇빛을 따라 휘청휘청 걷는다. 나비처럼 한줌에 잡힐 듯한 햇빛 자꾸 달아나고 속주머니에 꽁꽁 숨겼던 네 어미의 빚이 썩는 냄새, 지울 수 없는 그 냄새가 너의 양수다, 그리운 탯줄이다, 아기야. 악취는 천천히 문틈으로 새어나가 이웃을 부르고 낯설고 무뚝뚝한 이웃들 도끼로 문 때려부술 때, 한줌 쇠냄새 나는 퍼런 공기 두 눈을 찌르고 두 살배기 아기는, 욕지기를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얼굴 없는 어미의 빚 받으러 달려온 허공의 검은 별자리, 컴컴한 방에서 울퉁불퉁한 얼굴처럼 껴입고 늙어갈 때 아기야, 먼지뿐인 너의 별 에로스는 천공에서 너를 기다린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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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18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인용된 시들이 다 공포물로 여겨져요ㅋㅋㅋㅋ 팔스타프님의 분석덕분에 시인이 너무 멀리 떠나보낸 균형감을 찾은것도 같구요. 이런 책 출판하셔도 좋을것 같은데요?😆👍

Falstaff 2021-05-18 09:36   좋아요 1 | URL
오, 이 시집은 진짜 호러물 비슷해요. 으스스... ㅋㅋㅋ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신 거 같아서 고맙습니다. ^^

coolcat329 2021-05-18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모란시장하면 저 개시장에서 받은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ㅠ 저 시에서 말하는 그 누린내...아직도 그 광경과 냄새가 기억납니다 ㅠ

소행성 에로스는 머리 속에 그려지는 상황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슬프네요.

Falstaff 2021-05-18 10:02   좋아요 2 | URL
전 모란시장 말만 들었지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시 읽으면서 분위기 좀 잡았습니다.
근데 넓게 보시면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요 뭐. 것으로야 말끔한 거 같아도 말입죠.

전 이런 시도 소설도, 좋은지 안 좋은지는 다음으로 하고, 도무지 읽고 싶지 않답니다. ㅜㅜ

stella.K 2021-05-18 1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 중에 정 여사라 하심은ᆢ?ㅋ

Falstaff 2021-05-18 10:03   좋아요 1 | URL
어느 분 우편에서 편히 쉬고 계십니다. ㅋㅋㅋㅋ

stella.K 2021-05-18 20:58   좋아요 1 | URL
헉, 그리 쓰시면...?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분이 맞나요? ㅋㅋ

Falstaff 2021-05-18 21: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아니시겠지요, 설마.
근데 어느 분을 말씀하시는지 제가 몰라서 말입죠. ㅋㅋㅋㅋ

stella.K 2021-05-18 21: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아시는 것 같은데...
전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 falstaff님 가까이 옆에 계신 분이신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봅니다. 그러게 저리 쓰시면 저 같이 호기심 많은
사람은 잠을 못 잡니다. 오늘 밤 잠 다 잔 것 같습니다. 어쩌나..ㅋㅋ

2021-05-18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8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1-05-18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히 읽을 수 없는 시들이네요.
광기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Falstaff 2021-05-18 15:31   좋아요 2 | URL
옙. 절대 편하지 않습니다. 다 읽을 수가 없었습지요.
광기보다는 삶의 비극성을 제 수준의 독자가 감상하기엔 너무 처참하게 그려놓았다고 하고 싶습니다.

그레이스 2021-05-18 15:33   좋아요 1 | URL
그렇네요
스크롤하면서 잠깐 보기에도 그런 광경들이 보이는데 시집 전체를 다 읽고 나면 또한번 불면증에 시달릴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Falstaff 2021-05-18 16:09   좋아요 1 | URL
그럼 읽으시면 안 되지요. 불면증이라니..... 그게 을매나 고생스러운데요.
 
고양이와 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4
귄터 그라스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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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귄터 그라스가 1961년에 완성/발표해서 1963년에 출간한 책으로 <양철북>에 이은 단치히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노벨라 작품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개들의 세월>이 있다는데 아직 번역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작품의 무대는 1939년부터 1945년 초까지. 형식은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화자 필렌츠가 주인공 말케에게 내레이션을 하는 2인칭 시각이다. 물론 전형적인 2인칭 소설은 아니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필렌츠를 비롯한 친구들 사이에서 수영도 못하는 별 볼 일 없는 말케가 ‘위대한 말케’로 올라갔다가 전쟁 말기에 실종되기까지.
  말케는 목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큰 울대를 지니고 있다. 이 울대뼈를 라이트모티프로 해서, 울대뼈가 아래위로,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을 쥐로 착각한 고양이로부터 공격을 받는 첫 장면부터, 말케를 쥐를 달고 다니는 사람, 더 나가서 피공격자인 쥐를 연상하게 된다. 즉 울대가 나타나는 장면이 오면 말케에겐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책 속의 실제상황에서는 한 번도 진짜로 살아있는 쥐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첫 장면인 슐락발(이라는 독일 스포츠) 경기장에서 관리인의 검은 고양이가 나와 잔디밭에 잠들어 있는 요하임 말케의 움직이는 울대를 와락 덮치는 장면을 연출하고, 이후에도 몇 번 등장한다. 이 작품의 핵심 은유는 제목 그대로 고양이와 쥐. 쥐는 말케, 보기 좋지 않지만 눈에 잘 띄는 울대를 가지고 있고, 본인 스스로도 이를 가리기 위해 여러 장치를 하는 주인공.
  그러면 고양이는 누굴까. 말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일 수도 있고, 전쟁 상황일 수도 있으며, 이것들을 다 합쳐 사회라고 해도 좋겠다. 역시 첫 장면을 보면, 고양이가 말케의 울대를 쥐로 착각하고 덮치는 장면을 기억하는 필렌츠는, 그 장면이 고양이 스스로 공격을 감행한 것일 수도 있고, 친구들, 우리 중 누군가가 고양이를 들어 올려 말케의 목에 올려놓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이 고양이를 들어 말케의 쥐를 보여주었을 수도 있다고, 확실하지 않다고, 그래서 어떤 경우든 가능하다고 말한다.
  비평가들은 이 책을 평하면서, 당시의 소시민들이 전쟁영웅을 동경하고 기사 십자훈장을 최고의 자랑거리로 여기는 무비판적 사고방식을 가졌던 것을 비판하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독일인이라면 나치 수뇌부뿐만 아니라 소시민들 역시 전쟁의 공범이었음을 그로테스크하게 폭로한 작품이라고 했다(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요약). 물론 그렇게 읽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더구나 세계대전을 개전했으며 6백여 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그리 읽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좀 다르게 읽었다. 아마 주요 등장인물들이 하이틴 세대여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스토리 자체를 즐겼다. 제목과 이들의 행위가 어떤 것을 비판하거나 은유하는지 궁리하는데 신경 안 쓰고 말케라는 인물의 행동 자체가 너무도 흥미로웠으니.

 

  말케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을 소개하자.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수영을 못하는데, 이게 안 배운 건지, 못 배운 건지 처음부터 아리송하다. 차이카 급 소해정으로 짐작되는 배가 1939년에 발트해 연안에 침몰했을 때 말케는 분명히 수영을 하지 못했었다. 수영 강습에 꾸준히 다녔음에도. 하다못해 강습에서도 거의 유아반 수준의 어린아이들하고 배웠다고 할 정도인데, 소해정이 침몰해 친구들이 잠수해서 배의 부품이나 표지판들을 뜯어내온다는 걸 듣고는 단박에 수영을 배워버린다. 그것도 모자라 불과 며칠도 되지 않아 침몰한 배(선박의 일부는 물 위에 드러나 있음)까지 친구들이 수영을 해서 갈 시간이면 동시에 출발했음에도 벌써 도착해 이미 잠수 한 두 번을 하고 나왔을 정도다. 이게 또 일취월장이라, 늘 (울대를 가리려는 의도를 별로 드러내지도 않지만 화자가 훤하게 알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하고)목에 걸고 다니는 드라이버를 사용해 배의 뚜껑, 널빤지 조각, 발전기 부속품에 이어 독일제 소화기까지 건져낸다.
  그러다 굴뚝이 두 개 달린 병원선이 입항을 한다. 말케는 수영을 해 멀리 떨어진 배에 잠입해 이음매가 없는 영국제 셰필드 금속 드라이버, 아직 기름칠이 벗겨지지 않은 신품을 하나 훔쳐 가져온다. 해가 바뀌어 1940년 여름. 말케는 다시 소해정에 들어가 더 오래 잠수를 하고 새 드라이버를 이용해 수병의 선원용 가방을 꺼내오는데, 이 속에 손바닥만 한, 폴란드 독수리 밑에 메달 수여 날짜와 소유자의 이름이 새겨있고 뒷면엔 파우수트스키 원수가 부조되어 있는 동메달도 있고, 쳉스토호바의 검은 성모 같은 것도 들어 있었다. 나중엔 배 안의 눅눅하지만 공기가 통하는 작은 공간을 발견하고, 레코드는 없으나 고급 축음기까지 들어 내온다. 그러나 문제는 절도.
  거의 모든 체육에 탁월하고, 공부벌레 타입이 아니라 적당히 노력해도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누구나 자기 것을 베껴 쓰게 허용하고, 결코 고자질을 하지 않으며, 불결한 장난에 동참하지 않아 어느새 ‘위대한 말케’의 자리에 우뚝 선 주인공을 한 방에 추락시키는 일이 벌어진다. 이게 이 책에선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 말케와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의 선배이자, 유보트 함장인 선배가 기사 십자 훈장을 단 채로 학교에 방문에 연설과 체육활동을 하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훈장을 훔쳐 버린 것. 교장을 위시로 해서 난리가 나고 평소에 싱글싱글 잘 웃는 부슈만이 또 한 번 히쭉 웃었다가 대표로 끌려나와 귀싸대기를 수없이 얻어터지는 일이 벌어진다. 며칠 후 말케가 훈장을 선배에게 돌려주고 얻은 건 퇴학처분.
  이 와중에 날짜는 가고, 주가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서, 말케와 친구들 역시 전쟁에 나가야 하는 시절이 온다. 말케는 탱크 부대에 들어가 숱하게 많은 소련 탱크를 파괴하고 직접 철십자 기사 훈장을 받기에 이르는데, 이 과정, 말케가 훈장을 동경해 그걸 훔쳤고, 돌려주고, 기어이 입대해 다시 훈장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훈장을 훔친 이유로 자기를 퇴학시킨 학교에서 연설을 하겠다고 제의했다가 좌절하는 장면을 두고 독일 평론가들은 저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독일 국민이 전쟁의 공범’이라 주장했다 하는 거 같다. 말케가 훈장을 받아 그걸 가슴에 달고 휴가를 나올 당시의 나이가 한 열아홉 정도. 말 그대로 하이틴. 물론 성인이지만 아직 청소년의 때가 완전히 빠지지 않은 젊은이의 잘못된 동경을 반드시 정치적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표지 그림을 귄터 그라스가 직접 그렸다. 고양이 목에 걸린 것이 기사 십자훈장 Knight Cross. 그러니 정치적으로 책을 읽는 것이 작가의 의도대로 읽는 독법일 것이다. 맞는 독법을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우기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지만, 스토리만 가지고도 무척 재미있는 소설을 나처럼 읽는 독자가 한 명쯤 있어도 설마 세상이 뒤집어지겠는가. 그만큼 파란만장한 인물이 요하임 말케다. 어린 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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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17 0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말케 같은 애가 한반이거나 같은 동네 살면 친구하고 싶을 거 같은데, 이 책에서는 왕따(? 은따?) 당해서 참 신기했어요. ㅋㅋ

Falstaff 2021-05-17 10:00   좋아요 2 | URL
착하다 할 수도 없고, 말이 별로 없어 재미나지도 않지만 하여튼 꽤 오래 잊지 않고 연락할 수 있는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요. ㅋㅋㅋ 술도 잘 마실 거 같고요.
염병할 같은 반 친구, 데미안 비슷....하다는 생각을 은근히 했었습니다만.

바람돌이 2021-05-17 1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치히 3부작이라고요? 지금 양철북 읽으려고 쌓아놧는데 빨리 읽고 읽어야겟네요. 저는 아주 옛적에 양철북 영화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 아마 그 때 어려서 충격적이었던걸거예요. 지금은 뭐.... -귄터 그라스 책 읽어볼 생각도 못했는데, 이 책 소개보니 진짜 빨리 양철북부터.... ^^

Falstaff 2021-05-17 10:53   좋아요 2 | URL
이 책에서도 오스카(양철북 치는 만년 세 살 소년)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얼른 읽으셔요. ㅋㅋㅋ

ye8640 2021-05-25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되는 글이어서 댓글까지 쓰라 왔네요.ㅎ 양철북의 작가여서 궁금해서 읽었는데 그 시대의 그런 상황에서 한 소년이 살았었던 이야기.. 담담하게 말케라는 한 소년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읽었고 역사소설의 느낌도 났고 했는데..... 읽은 후 비평가들이 글이나 출판사 글이나 모두 거창한 말들이 많아서 당황했다.

Falstaff 2021-05-25 10:18   좋아요 0 | URL
아, 저처럼 읽으신 분이 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그냥 즐기는 게 제일이지요 뭐. 전문가들이 뭐라든 간에 독자가 제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