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애영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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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르 클레지오가 부계는 영국, 모계가 프랑스. 그래서 영어와 불어 둘 다 모국어로 사용하지만 뭔가 정치적으로 수가 틀려서 프랑스 말로만 작품을 쓰겠다고 작정을 했다, 이렇게 들은 거 같은데 아닌 모양이다. 하, 여태까지 그런 줄 알고 잘난 척하고 막 그랬으니 진상을 아시는 분들이 들었을 때 속으로 얼마나 욕을 바가지로 해댔을꼬.
  르 클레지오는 엄마는 남프랑스의 니스, 아빠는 프랑스의 북서쪽 브리타뉴의 남쪽 해안에 있는 모르비한 사람들이란다. 다만 부계 쪽에 프랑수아 알렉시 르 클레지오 할아버지가 처자식을 솔가해서 1798년에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 동쪽, 인도양 왼쪽에 있는 작은 섬 모리셔스로 이주해 거기서 계속 살았다가 몇 년 가지도 않아 영국이 섬을 통채로 프랑스한테 빼앗아 졸지에 영국인이 된 거였다. 영국은 모리셔스 섬의 프랑스 언어와 풍습 등을 계속 사용하고 누려도 좋다고 승인을 해서 그냥 눌러 살았단다. <아프리카인>을 읽어보면 1960년대 모리셔스가 독립을 하게 되어 J.M.G 부친의 영국 국적이 말소되고 한 방에 모리셔스 국적으로 갈아탄다. 그리하여 현재 J.M.G 르 클레지오는 프랑스와 모리셔스의 국적을 다 가지고 있는 이중국적자이며, 스스로 모리셔스를 ‘작은 아버지 나라’라고 부른다나. 이래서 르 클레지오의 작품 속에 모리셔스 섬이 자주 나오는 거였다.

 

  르 클레지오의 아버지 르 클레지오 씨가 젊은 시절에 작은 식민지 섬 모리셔스에서 모종의 사고를 치고 섬을 떠나 영국으로 간다. 어떤 사고인지는 책에도 다른 자료에도 안 나와 있어서 모르겠지만 하여튼 다시는 섬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작정을 한 아버지는 런던에서 공과대학을 다니다가 다시 의과대학으로 전과를 했는데, 여차해서 향토장학금(변방의 부모가 보내주는 학비와 생활비)이 끊기는 바람에 졸업 후 조건이 있는 장학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나보다. 게다가 전공으로 한 것이 열대지역의 풍토병 같은 거라서 처음엔 카메룬 산악의 반소 지역 병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연애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이때 결혼 초기였고, 아내와 함께 부임한 신임 의사는 산악지형인 카메룬에서 극도로 안전하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며, 멀고 먼 곳까지 부부가 함께 말을 타고, 때로는 걸으며 왕진여행을 다니는 동안 첫째 아이를 임신한다.
  아무리 평화롭다 해도 척박한 아프리카에서 출산을 하긴 어려워, 어머니는 임신한 몸으로 해산을 위해 고향마을 남프랑스의 니스에 와 J.M.G와 그의 형을 출산한다. 아이를 낳을 때 아버지도 휴가를 받아 먼 길을 떠나 이들의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던 건 물론이다. 그러다가 이들 가족의 행복에 금이 간 건 2차 세계대전의 발발. 프랑스 사람들은 독일이 아무리 세도 프랑스 중부지역에서 전쟁이 끝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나치 군대가 물밀 듯이 쳐내려와 현역 영국 의무장교의 가족은 고향 니스를 떠나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이때 나이지리아에서 근무하고 있던 아버지는 처자식 걱정에 날 지새는 줄 모르고 있다가 하루는 결심을 한다. 내가 직접 프랑스에 가서 처자식을 데려오고 말리라! 그는 군인정신에 충일하여 나이지리아에서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대상, 낙타 대상은 아니고 트럭 대상의 한 자리를 빌어 알제에 도착,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니스로 가 장인, 장모는 모르겠고, 아니, 안되겠고, 장인, 장모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처자식만 달랑 데리고 오겠다는 오진 꿈을 꾼다. 그러나 장대한 원정길 도중 알제리 근처 야영지에서 자기 몸을 거부하는 오아시스 물을 마셨다가 아래·위로 거의 모든 수분을 따 뽑아내고는 어처구니없게 체포당해, 어느 군대에 체포당했는지는 몰라도 다시 나이지리아로 회군(그렇다, 군인 아버지였으니까 ‘회군’이란 용어를 용서하기로 하자!)하기에 이르렀으니 참 가상한 남편, 아빠였다.
  그리하여 처자식이 다시 나이지리아에서 아버지를 상봉했을 때가 1948년. 전쟁은 아버지를 어떻게 말로 하지 못할 만큼 피폐시켰던 건 사실이다. 아버지는 그동안 아프리카 사람들, 이 가운데서 성인 남자가 여자와 아이들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어떻게 훈육하는지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두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프리카 성인 남자와 거의 비슷하게 아이들을 엄하게 훈육하기에 이른다. 프랑스 땅에서는 성질 더러웠던 J.M.G도 생전 처음 나뭇가지로 만든 회초리가 자기의 종아리를 그렇게 따끔하게 갈길 수 있다는 걸 아는 기회를 갖기도 하고, 팔꿈치가 식탁에 닿기만 하면, 설마 진짜로 이러지는 않았겠지만, 숟가락으로 머리통을 후려갈기기도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왕진 여행이 잦던 아버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하면, J.M.G 형제는 다른 아프리카 검은 아이들과 똑같이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진 채, 치누아 아체베의 고향에서, 치누아 아체베의 작품처럼 “사바나의 개미언덕”을 향해 지평선에서 자기네 집이 안 보일 때까지 뛰어가 몽둥이로 흰개미 언덕을 퉁퉁 두르려 속이 찼는지 아닌지 알아보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어린아이들 특유의 공격성으로 개미언덕을 무차별 파괴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그저 일화 몇 개를 소개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아프리카인을 자칭한 아버지에게 아프리카란 무엇이며, 그의 아들인 자신에게는 또 무엇인지, 어떤 것을 아프리카라고 하는지 저 먼먼, 1940년대부터 60년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독립을 쟁취했거나 얻어낸 시기까지를 흑백 사진을 들여다보며 사색에 잠기는 일이다. J.M.G는 참 묘한 방법으로 한 시절 완고하고, 겁나고, 심지어 공포스럽기도 했던 아버지에 대한 정과 사랑을 표현한다. 전쟁으로 인한 고립과 고독, 불안, 걱정, 의료장비와 약품의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의 의사라는 상황. 이런 모든 것들이 아프리카 대륙에 홀로 남은 유럽인에게 한꺼번에 몰아닥친 것. 한 번 유럽을 떠나 은퇴하기 전까지 아프리카를 벗어날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초상이 쓸쓸하게 그려져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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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6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6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6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1-08-26 1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전적인 소설인가보군요? 아버지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 저는 잘못하면 항상 긴 자로 손을 맞곤 했던게 생각납니다. 넓은 면으로는 제법 버티니 옆?으로 때리셨던 충격과 공포😳

Falstaff 2021-08-26 10:48   좋아요 3 | URL
예. 아버지가 느꼈을 고독과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상상하면서, 사진과 곁들여 잔잔하게 써놓았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누구나 부모라는 짐을 어깨에 올려놓는 거 같아요. 그게 회초리가 됐든, 30cm 대나무 자가 됐든. 아니면 늦게 들어와 잠에 빠진 아이들을 굳이 깨워 먹게 했던 스펀지 케이크이든 (제 얘기 아닙니다) 간에 말이지요.

coolcat329 2021-08-26 1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파란만장한 아버지의 애잔하면서도 쓸쓸한 이야기로군요.
저는 우선 강추하신 <황금 물고기>를 읽어야하지만 이 책도 그 다음으로 꼭 읽고 싶네요.

Falstaff 2021-08-26 12:07   좋아요 3 | URL
이 책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읽으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바람돌이 2021-08-27 0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Falstaff 님 서재에서는 항상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한편으로는 좀 부담스럽기도 해요. 아니 이런 작가가 하고 아 이 작가도 읽어야 하는구나라면서 책탑만 쌓여간다는.... ㅎㅎ

Falstaff 2021-08-27 08:21   좋아요 1 | URL
호호호.... 고맙습니다.
이 책은 특히 작가가 자기 아버지를 이야기하는 바람에 출생부터 유년기까지가 다 나와 있어서 바이오그래피를 더 상세하게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
 
붉은 왕세자빈 - 영혼의 한중록
마거릿 드래블 지음, 전경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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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국 셰필드에 교사 캐슬린 매리와 소설가 존 드래블 씨 부부가 살았는데 금슬이 좋아 딸 셋, 아들 하나를 두었다. 큰딸은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여왕으로부터 여성 작위 Dame을 부여받은 안토니아 브랫이고, 둘째 역시 Dame의 위를 얻은 소설가이며 오늘 소개하는 마거릿 드래블이요, 셋째 헬렌 랭던은 미술 사가로 활약을 했으니 이 집 딸 셋을 날 때부터 확실하게 뮤즈가 입김을 불어 그 바람에 쑥 빠져나온 것이 틀림없으렷다. 아들 하나 있는 것도 변호사로 평생 밥을 먹고 산 리처드 드래블이라 하니, 캐슬린과 존 드래블 부부가 다른 건 몰라도 자식 농사 하나는 근사하게 지었다, 라고 일반 상식적 시선으로 볼 수 있을 듯. 마거릿 드래블은 주로 TV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클리브 스위프트와 결혼해 순서에 입각해 아담, 레베카, 조 스위프트를 낳고 15년 동안 살다가 1975년에 이혼해버린 다음 7년 동안 돌싱 생활 끝에 전기작가 마이클 홀로이드 경Sir하고 두 번째 결혼생활에 들어가 오늘에 이른다. 다른 건 몰라도 하여튼 타인의 사생활이 조금 궁금하더라도 이쯤에서 참자.
  여든 두 살의 영국 할머니 작가의 책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쓴 명작 <찬란한 길>이 갑자기 생각이 나, 마거릿 드래블의 다른 책을 검색했고, 다른 책이라고는 오직 한 권, <붉은 왕세자빈>만이 번역 출판되었는데, 그것도 품절 상태라 얼른 알라든 중고 가게에 주문하게 된 것. 속으로는 <찬란한 길>이 3부작이라고 하니 3부작 가운데 다른 책도 혹시 나오지 않았을까 김칫국물 벌컥벌컥 마시고 검색을 했던 차라, 내심 저 동쪽 변방에 있는 작은 반도국가 한국에서 2백 년 전에 있었던 엽기 궁중 잔혹극, 사도세자 이야기, 바로 혜경궁 홍씨의 자서전 <한중록>을 엮어 쓴 작품만 보여 조금 실망을 하긴 했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화자는 놀랍게도 혜경궁 홍씨. 그럼 시대가 18세기 중순이냐고? 아니다. 21세기다. 근데 화자는 혜경궁 홍씨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독자가 볼 수 있는 화자는 몸을 가지고 있는 여성, 혜경궁 홍씨가 아니라, 인간으로 80년을 살고, 죽어서 백년 넘게 동서양의 숱한 도서관을 유람하며 공부를 계속해 정치, 경제, 철학, 역사, 문학, 인류학, 의학, 특별히 신경정신학 등에 통달한 혜경궁 홍씨의 영혼이다. 그리하여 혜경궁 홍씨, 즉 헌경왕후는 시아버지 영조는 물론이거니와 친 시어머니 선희궁 영빈 이씨 기타 등등의 심리분석을 너끈하게 해낸다.
  당연히 마거릿 드래블이 극동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의 별 볼 일 없는 근대사에 깊은 관심을 쏟은 건 아니어서 헌경왕후 영혼의 발언을 통해 주장하는 건, 당시 영조와 정조 시대의 정치적 필연성 같은 거엔 조금도 관심이 없었고, 오직 하나, 영조가 사도세자를 핍박했고, 사도세자가 정신분열에 이르러 환관을 비롯한 나인, 심지어 작은댁을 도살하고, 정부인인 헌경왕후에게도 엣다 이거나 먹어라, 무거운 바둑판을 집어던져 광대뼈와 눈두덩이 검보라색으로 무지막지하게 부어오르게 하는 등의 패악질을 거듭하다가, 뒤주에 갇혀 사형을 당하는 일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2부에서는 옥스퍼드에서 1년간의 안식년을 지낸 주인공 바버라 할리웰 박사가 조선호텔에서 오프닝을 하고 주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사용할 국제 학회에 약 1주일 동안 참석하기 위해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해 돌아올 때까지다. 할리웰 박사는 비행기 안에서 읽기 위해 책 세 권을 가지고 가는데 이 가운데 한 권의 제목이 <18세기 궁정 회고록 : 한국 왕세자빈의 메시지>, 바로 <한중록>의 번역본이다. 바버라는 비행기 안에서 이 책에 완전히 빠져버린다. 그래 인천공항에 내려 자기의 샘소나이트 수트케이스와 똑같은 가방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냥 가지고 출국장을 빠져나와 숙소인 파고다 호텔에서 곤경을 맞는데, 덕분에 친절한 한국계 네덜란드 의사인 우박사를 만나 다시 한국을 떠날 때까지 진짜 무거운 신세를 지고 만다.
  역시 우연은 작가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바버라는 평생 처음 자기 수트케이스 대신 다른 사람 것을 들고 나오고, 그것을 계기로 선량하기 이를 데 없고 친절하긴 부처님 가운데 토막 수준인 우박사를 만났는데, 뉴욕에 사는 우박사의 여동생이, 헌경왕후의 하나 남은 아들 정조가 환갑잔치를 베푼 수원 화성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UN 직원이자 학자여서, 우박사를 따라 창경궁과 종묘와 비원과 성균관을 구경할 수 있었던 건 물론이고 수원 화성까지 돌아보는데, 화성의 영어가 유창한 여성 안내원조차 글쎄 우박사 동생의 제자였던 거 아니냐 말이지. 그래 섣부른 독자들은 우박사와 바버라 사이의 인종을 초월한 러브씬 하나 정도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진짜 베드씬은 바버라가 참석한 학회에서 가장 유명하고 저명한 학자인 예순여덟 살의 네덜란드인 얀 반 요스트와 벌어진다.

 

  만일 당신이 이 책을 읽겠다면, 이왕 품절되기도 했고 그런데 굳이 찾아 읽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물어보겠다. 내 옆에 있거나, 하다못해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 사는 독자라면 그냥 내 책을 주든지. 나 이래봬도 내 책 잘 주는 사람이다. 이런 책은 말이지.
  말한 것과 같이 1부의 화자는 혜경궁 홍씨로 알려진 헌경왕후. 그러면 2부와 좀 장황하고 억지스런 에필로그 격인 3부는 헌경왕후하고, 아니면 <한중록>의 주요 등장인물들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연결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연결이 된다. 단, 연결은 독자가 최선의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억지로” 시켜주면, 된다. 까짓것.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줄창 외치고 또 외쳤던 구호가 뭔가. “하면 된다.” 또는 “까라면 깐다.” 그렇다. 기꺼이 맞춰주면 맞춰진다.
  난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딱 하나 보고.
  마거릿 드래블이 작품을 써나가는 솜씨.

 

 


  근데, 혜경궁 홍씨를 검색하려니까, 혜경궁 다음에 홍씨 앞에 왜 김씨가 먼저 나오지? 한 번 클릭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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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8-24 09: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타 트렉 작가가 세종 대왕을 주인공으로 쓴 판타지 ‘킹 세종 더 그레이트’ 생각나요! ^^

Falstaff 2021-08-24 09:23   좋아요 3 | URL
아, 그 작품이 외국 작가가 쓴 거였군요! 크... 재미있습니다.

새파랑 2021-08-24 10: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뭔가 특이한 설정의 책이군요. 주고 싶은 이런 책이라고 하시니 왠지 꺼려지는군요🙄 다 읽으셨다는걸 자랑스러워 하시는 기분이 드네요 ㅎㅎ

Falstaff 2021-08-24 10:40   좋아요 4 | URL
니옙. 구태여 품절된 책을 찾아 읽으실 필요까지는 없을 듯합니다.
읽는 재미는 있어요. 마가릿 드리블이 글이 참 좋거든요. 본문에 썼다시피 대산세계문학전집에서 낸 <찬란한 길>, 정말 괜찮습니다. 전 그 책에 반해서,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8-24 14: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중록을 텍스트로 한 컨텐츠가 워낙에 많다보니 일단 소재에서부터 약간 식상한 느낌입니다. 근데 외국인들이 보면 또 좀 다르게 음 하면서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

Falstaff 2021-08-24 14:58   좋아요 2 | URL
이제는 궁중 이야기가 정치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드래블도 여전히 궁중에서 벌어진 잔혹극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많이 실망했습니다.
별 거 없어요. 혹시 도서관에 가셔서 발견하시면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
 
19세
이순원 지음 / 세계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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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엔 문이당에서 "청소년 현대문학선"이란 시리즈의 책으로 나온다. 미쳤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책이 돼버린 거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저 먼 기억, 우울하고 유쾌하고 조급하고 갈급하고 무엇보다 누추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며 피식,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청소년 현대문학선"이란 타이틀이 빼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 평엔, "아들 키우는 사람들은 꼭 읽어..." 나참. 내 속의 추억, 그건 중요한 거 아닌가?

 오늘 좀 난감. 마음먹고 야~한 얘기하려 단단히 마음 먹었는데, 어제 술이 과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부터 19세 까지의 시기를 그린 성장소설. 주인공 이정수의 70%는 작가 이순원일 것이다. 이순원은 참 문장이... 아리아리하다. <수색, 그 물빛 무늬>를 읽고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도 아리아리해서 어떻게 흠을 한 번 잡아보려고 했다가, 드디어 했다. 그의 첫 소설집 <그 여름의 꽃게>를 찾아 읽은 후 이런 혼잣말을. "아휴, 이 상 찌질이가 용 됐다, 용 됐어." 그도 처음부터 아리아리한 글을 쓴 건 아니었고, <19세>는 하물며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요절복통이다. 아예 눈물을 쏙 뺄 때도 있다. 근데 문이당 책에 대해 잘 뜯어보니, 청소년을 위해서 작가가 다시 고쳐쓴 거란다. 그러니 그딴 건 읽을 필요 없단 얘기. 차라리 중고책을 사서 보시라.


 주인공 이정수는 생일이 빨라 13세에 시험을 보고 중학교에 입학해서, 보나마자 강릉 중학교지 어디겠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년. 자, 그럼 그림은 일단 그려진다.

 2학년으로 진급한 정수, 사실은 반의 모든 아이들의 최고 관심사는 ① 어느날 갑자기 돋기 시작하는 배꼽아래 까실까실한 털, ② 여자 아이의 갈라진 장소의 윗부분 또는 주위에도 이같은 털이 돋을까 하는 궁금증, ③ 하물며 여자한테는 오직 생식을 위한 기관이 그 속에 있다는 충격적 사실의 인지, ④ 게다가 그 독특한 기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피가 나온다는 터무니 없이 악의적인 거짓말의 횡행, 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그렇게 궁금하기 짝이 없는 도대체 말이 안 되는 갈증과 ⑥ 다른 아이 건 다 몽둥이만큼 굵어보이는데 왜 내것은 거의 엄지손가락 굵기밖에 안 되는지  앞으로 30년을 더 짊어지고 다녀야하는 낭패감의 시작, 뭐 이런 거다. 일단 위의 여섯가지 상상이 들기 시작하면, 여성들은 생각도 못하실지 모르지만 이 여섯가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데, 그 증상이 일단 시작하면 공부도 없고, 어미아비도 없고, 담임선생도 없고 오직 그거 뿐이다. 그래서 어느날 수염을 배꼽 아래까지 허옇게 기른 신령님이 나타나 내게 "네 생애가 그다지 성공한 거 같지 않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라고 하면 내가 정중하게 거절하겠다고 마음먹은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어휴, 이거 진짠데, 나 소싯적에 쓴 짧은 메모에 "이렇게 강한 갈증은 고통보다 더하다"고 적혀있었기도 하다.

 내 경우 위의 여섯가지 가운데 ③과 ④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③은 당연히 내 몸엔, 일단 눈으로 봐서는 그런 기관이 없고(두 쪽 부랄은 할머니들이 손자 뉘어놓고 기저귀 갈아주면서 호로록 따먹는 간식거린줄 알았다), ④ 피는 상처가 아니면 몸에서 나올 수 없는 건데, 여자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 줄은 초등학교 시절에 여자 아이들이 변소 뒤에 일렬로 쪼그려 앉아 오줌누는 걸 여러번(거의 상습적으로) 봐서 알았다시피 "혹시 찢어져 갈라진 게 아물지 않아서 피가 나오는 건가?" 아주 아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당시에, 참 무식도 하지,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의 성교육 전담 개인교수, 여드름이 완전히 얼굴을 덮고 있던 김지호(이새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아버지한테 중국집 물려받아 수타 짬뽕 두드리고 있을까?) 마저도 "그냥 나오는 거야"라고밖엔 이야기해주지 못했으니. 이런 성적인 무식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2학년에 시작해서 3학년 정도가 되면 남자아이들은 놀라운 능력을 지니게 된다. 또래 여자 아이들, 좀 위 여고생, 심지어 여대생, 여자 직장인 등등 거리를 지나는 거의 모든 대한민국의 젊은 여성들을 척, 보기만 해도 그냥 알몸이 다 보이는 투시력이 생기는 거다. 난 이 초능력이 나한테만 국한하는 초능력인줄 알았다가, 그것도 무려 30여년 동안이나, 내 아이 중학교 3학년이 돼 "너도 그러냐?" 물어봤더니 무심하게 "응"하는 걸 듣고, 그게 남자들 공통의 능력인 줄 깨닫고는 실망한 적이 있다. 만일 나 만의 능력이라면 하루종일 공항 검색대에 앉아 테러분자와 밀수 및 마약사범 색출에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어 억대가 뭐야, 수억대 연봉까지 보장했을 텐데 말씀야. 하긴 하느님은 절대 나한테는 그놈의 '능력'같은 걸 아예 주지 않기로 작정을 했으니. 하여간 당시 내 상상 속에서 했던 것이 모두 다 이루어졌다면 대한민국은 아니고, 그 중에 수도 서울까지도 아니나, 적어도 그때 살던 서울시 성북구 구민 가운데 모든 가임여성은 전부 내 애인이었을 걸?


 나나 이 소설을 쓴 이순원이나 반올림하면 동갑내기니까 내 얘길 하면 이순원 어렸을 당시 이야기하고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지금 열심히 구라를 풀고 있는데, 그때 청소년,아니, 남자 아이들이 얼마나 무식했느냐 하면, ③과 ④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고서야 궁금증이 풀렸으며, 대학에 들어가서도 여자들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③ 주위에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조차 아무것도 몰랐다. 놀랐지? 사르트르, 마르쿠제와 강만길을 읽는 사내애들이 여자애들의 생식기관에서 일어나는 현상조차 알지 못했다는 게. 하긴 유럽에서도 여성들만의 기관, 오직 성적 흥분 만을 위한 기관을 '발견'한 게 겨우 16세기, 기껏해야 5백년도 안 되었음에야. (페데리코 안다아시, <해부학자> 문학동네. 2011. 참조)

 근데 주인공 이정수라고 읽는 이순원이 다른 인간들하고 달랐던 것이 정말 골통이었다는 점. 지가 삼국지에 나오는 촉의 용맹무쌍한 장군이자 잔머리의 왕자, 뒤통수 반골의 소지자 위연이라 지칭하는데 천만의 말씀, 이순원이 어려서부터 똥을 싸게 절차탁마와 동시에 백두산석마도진 해봤자 위연 꽁무니도 못 따라갈 테지만, 하여간 제갈무후를 칭하는 형한테 얻은 별호 위연 장군 흉내를 내는 듯, 남들 다 하는 짓, 정해진 규격대로 움직이며 그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일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러니 골통일밖에. 나는 정말 이런 인간이 좋지만, 그게 내 아이들 가운데 있다면 참 헛심 빠지긴 할 거 같다. 그게 뭐냐고? 에이, 그걸 내가 어떻게 가르쳐드려. 여태 해온 것이 있는데.

 근데 위에서 얘기한 성적 성숙과정 및 골통짓, 이런 모든 걸 다 합쳐 우리는 뭐라고 칭하느냐 하면, 성장이라 한다. 커감. 그리하여 드디어 어느 날 문득, 이젠 자신의 모든 것을 엄정하게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빌어먹을 성인이 돼버리고, 뒤를 돌아다보는 순간 내 뒤에 펼쳐지는 무수한 누추한 그림들. 그건 우리는 추억이라 부른다. 당신 뒤의 아름답지만 누추한 그림을 바라보는 일. 그것이 이순원의 짧은 장편소설 <19세>를 읽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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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8-23 2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이순원 작가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네요. ‘수색, 그 물빛 무늬‘도 좋게 읽었고 이 ‘19세‘도 읽었는데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폴스타프님 글 읽고 어느정도 기억이 나요. 그때 각종 문학상을 흽쓸던 작가들이 그립습니다^^

Falstaff 2021-08-24 08:11   좋아요 1 | URL
물빛 무늬 읽으셨군요! ㅎㅎㅎ 아이고 그 아리삼삼한 문장들이라니.
당시 작가들이 쓴 작품들도 무지 좋은데 이젠 그 가운데서 새로 찍혀 나오는 것들이 별로 없어 저도 아쉽고 쓸쓸하고 그렇습니다. ^^

파이버 2021-08-23 2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공감입니당 진짜 그시절 추억담 같은 주석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 고생고생하며 첫농사 지어 벌은 돈으로 어른들이랑 고스톱치던게 인상적이었어요

Falstaff 2021-08-24 08:09   좋아요 1 | URL
그죠, 근데 문이당에서 다시 나온 건, 작가가 각주를 본문에 밀어넣었는지는 몰라도 하여튼 그게 없어졌습니다. 아쉽지요.
근데 ㅎㅎㅎ 이 작품은 엄연한 픽션이라서 전 내용 전부를 진짜 경험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붕붕툐툐 2021-08-23 21: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학 시절 좋아하는 작가였고, 제 첫 발령지가 강릉이라 남자 애들한테 많이 권했던 책인데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갑네요. 폴스타프님이 쓴 페이퍼 중에 읽은 작품 나오니 감개무량!ㅎㅎ
요즘이 이 작가님 그림책도 쓰셨더라구요!^^

Falstaff 2021-08-24 08:08   좋아요 0 | URL
윽, 이순원의 그림책. 설마 그림을 그렸다는 건 아니겠지요? ㅎㅎㅎㅎ
강릉, 좋은 동네입니다. 오징어도 껍데기를 하얗게 벗겨 자시는 분들. 생각 외로 토종 사대부들이 많아, 요즘에야 어딜 그렇겠습니까만, 텃세도 만만치 않던 곳입니다.

독서괭 2021-08-24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미아비도 안 보일 정도란 말입니까🤣🤣🤣
성교육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네요. 투시능력에 빵 터집니다 ㅋㅋ
근데 청소년을 위해 고쳐쓰다니.. 애초에 청소년문학으로 나온 좋은 소설도 얼마나 많은데요🙁

Falstaff 2021-08-24 08:06   좋아요 1 | URL
요즘엔 주니어 용으로 <서울, 1964 겨울>, <관촌수필>, <병신과 머저리> 같은 것도 나온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입시가 여러 사람들 죽입니다.
ㅋㅋㅋㅋ 하여튼 그 시절이 보내기 참 어려워요. 어떤 할리우드 영화였는지 아버지하고 (사춘기 전의 어린)아들이 바뀌는 내용이 있었는데, 어린이로 변한 아버지가 열을 내면서 하는 말이, ˝사춘기를 또 보내야 한다는 거야! 아우...˝

케이 2021-08-2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소설은 몰라도 <병신과 머저리>의 주니어 버전은 대체 어떨지 상상이 안가는데요? 그리고 팔스타프님 이번 독후감을 읽으니 제가 딸만 둘 낳은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네요.ㅋ

Falstaff 2021-08-24 19:30   좋아요 0 | URL
저도 주니어용 이청준은 안 읽어봐서리 뭐라 답글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휴, 세상 사는 거, 남자도 겁나 힘들어요. ㅋㅋㅋㅋ 다행스럽게도 저는 이번 생을 끝으로 다시는 윤회를 하지 않는다는 물고기 자리입니다. 이젠 지긋지긋한 한 살이는 오메, 아뒤...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군요.
 
비평가 / 눈송이의 유언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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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년생 뱀띠 스페인의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는 마드리드 인근 고급주택가 참베리Chamberi에서 낳고 자랐다. 스페인 국립연구원에 입학해 철학자 레이예스 마테를 사사한 후 파리와 베를린의 뮌스터 대학에서 학업을 쌓고 1997년에 국립원격교육대학 (National University Distance Education)에서 박사 학위를 얻었는데, 이후에도 물론 꾸준히 철학 공부를 했겠지만, 극작가로 더욱 알려져 있다. 이이가 영어권 국가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17년 영국의 런던 스페인 연극 축제 당시에 마요르가의 2004년 작품 <천국으로 가는 길>을 공연하고부터라고 한다. 책 뒤의 자료에 의하면 마드리드 왕립드라마예술학교에서 교수로 지내다가 지금(2019년)은 카를로스 3세 대학에서 무대예술 강좌를 총괄하고 있다니 학과장쯤 되는 모양이다. 아내와 세 자녀를 두었다. 2011년에 “라 로카 델 라 카사‘라는 극단을 만들어 한 해에 한 작품씩 직접 연출을 한단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비싼 책값으로 악명이 높았던(지금은 조금 저렴해졌지만 그래도 약간 비싼 수준) 출판사 지만지를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보다시피 두 편의 희곡을 담고 있다. <비평가>는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장편이고 <눈송이의 유언>은 눈송이라고 불리던 적도 기니 출생의 흰 고릴라가 바르셀로나 동물원에서 피부암으로 안락사를 당할 당시를 배경으로 삶과 죽음과 기타 등등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 짧은 3인극이다. <눈송이의 유언>, 죽음에 대한 상당히 고급스러운 비유를 함유한 문학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그건 독자의 직접 독서를 위하여 남겨두고 오늘의 독후감은 <비평가>만 얘기해보기로 한다.

 

  비단 문학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장르에서 언제나 시비 분연한 관계는 창작자와 비평가 사이였을 것이다. <비평가>에서는 노골적으로 극작가와 연극 비평가 사이의 관계를 사각의 링 안에서 심판도 없이, 판정도 없이 누군가가 하나가 녹 다운 될 때까지 벌어야 하는 권투시합으로 비유한다. 그렇다고 연극에 진짜로 극작가와 비평가가 나와서 트렁크 한 장 걸치고 주먹다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급 학교에서 제대로 문학을 배운 먹물답게 말 하나로 진검승부를 펼친다.
  작가는 스카르파, 평론가는 볼로디아.
  일찍이 십 년 전에 볼로디아가 스카르파의 작품에 대해서 무지막지한 비평을 가한 적이 있었다. 만일 가능했더라면 한없이 낙심했던 스카르파의 당시(지금은 이혼해버린) 아내에 의하여 살해당했을 수도 있을 정도로 가차 없이 혹평했던 것. 이후 스카르파는 절필에 들어갔다고, 거의 모든 사람이 믿었으나 누구보다도 스카르파를 이해했던 볼로디아는 그가 여전히 창작 중일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그만큼 비평을 했으되 신뢰해마지않던 극작가였다. 이 사이, 이해하시려나? 스카르파는 볼로디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십 년 만에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린 날.
  연극은 대성공. 스카르파와 연출자, 배우들은 연극이 끝난 후 무려 15분 동안 기립박수를 동반한 커튼콜의 영광을 받는다. 하지만 볼로디아는 천생이 비평가. 그는 15분의 기립박수를 지켜보지 않고 도중에 급하게 집으로 가서, 연극 극장의 매표소 직원이었던 어머니가 살아생전 빽빽하게 기록한 회계장부 뒷면에 오늘 자신이 감상한 스카르파의 연극에 대한 비평문을 쓰기 시작한다. 회계장부 뒷면, 그러니까 짝수 페이지에 비평을 쓰는 건 볼로디아의 루틴이다. 그는 연극 초연을 관람하고 곧바로 집에 가서 딱 그 종이, 어머니가 젊은 시절에 사용했던 회계장부의 뒷면을 이용해 비평문을 쓰고, 정각 자정에 신문사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대고 자신이 쓴 비평을 읽어 다음 날 아침 신문에 실리게 하는 널리 알려진 습관이 있던 바. 사실 볼로디아는, 어머니가 위에서 얘기했듯 매표소 입장권 판매원이었고, 아버지는 극장 기도 정도였다고 보면 되는데 뛰어난 관찰력으로 관객들의 출신 성분과 교육수준, 빈부 정도를 뛰어넘어 그들이 느끼는 공감과 감동 수준까지 정확하게 알아채는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이 능력을 이어받은 것. 게다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 예술을 감식할 수 있는 능력까지 배양했으니 비평가로서는 최고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오늘은 스카르파가 오랜 침묵 끝에 새로운 희곡을 쓰고, 그것을 무대에 처음 올린 날. 위에서 이야기했듯 볼로디아는 커튼콜이고 뭐고 하여튼 극이 끝나자마자 극장을 뛰쳐나와 눈썹이 휘날리게 집에 돌아와 어머니의 회계장부 짝수 페이지에 자신의 비평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날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이날은 특별히 빼어난 연극 한 편이 만들어지려고 그랬는지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볼로디아에게는 거의 없던 일. 그는 오직 홀로 작업하는데 이골이 난 인물이라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신경이 곤두서버린다. 누굴까. 볼로디아는 문을 아주 조금만 열고 누구? 라고 묻는다. 방문객은 다름 아닌 스카르파. 스카르파는 오늘 초연한 연극의 극작가답게 우아한 연미복을 입고 문이 조금 열리자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문을 밀고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그보다 나이가 많은 볼로디아는 막지도 못하고 들어오게 내버려 둘 수밖에.
  이렇게 해서 극작가와 비평가 사이에 먼저 신경전이 펼쳐지고, 곧바로 오늘 스카르파의 작품에 대한 비평가-극작가 사이에 진검승부가 벌어진다. 이에 걸맞게 오늘 공연한 작품이 권투 선수와 코치, 그리고 한 여인이 등장하는 연극으로, 희곡을 읽는 누구나가 권투 선수-극작가, 코치-비평가로 환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제3의 등장인물인 여자. 극작가와 평론가의 변주자로 등장하는 연출가는 여인을 나체로 등장시킨다고 하는데 그건 다음으로 하자. 사실은 일종의 스포일러라 여인에 관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음을 고백하고, 극작가와 비평가의 몰입한 토론은…….

 

  …… 토론은, 극작가와 비평가 사이의 놀라운 수준의 토론. 만일 이 작품을 별 다섯 개로 평점을 매긴다면 만점을 받을 만한 고급스러운, 기본적 논의에 초점이 맞추어진다고 본다. 모르긴 몰라도 극 작품의 시작과 동시에 탄생했을 비평. 창작과 비평 사이의 기묘한 신경전과 불일치와 때론 투쟁 관계는 비단 변증법이란 골치 아픈 과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서로 긴밀하게 협조, 고양, 가끔가다 비위 맞추기, 아부, 상호 협조, 격려 등의 선순환 또는 악순환의 사이클을 쉼 없이 거쳤으리라. 그런데 21세기 와서 이제 충분하게 세속화되어 있는 독자들한테 난데없이 창작과 비평의 잣대를 들이밀고 각자의 소신을 주장하니, 신기하게도 이게 또 참신하다는 거 아닌가. 얼마나 참신한지는 직접 읽어봐야 아실 듯하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시작했다가 저절로 작가의 의도에 함몰되어 독자 스스로 심각해지는, 참 근사한 작품, 극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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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23 1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곡 마니아이신 폴스타프님 별 5개라면 읽어봐야 겠군요. 두편 모두 관심이 가네요. 이미 장바구니에 들어있는건 함정이라는 🙄

Falstaff 2021-08-23 10:31   좋아요 3 | URL
조심...하셔요.
진지한 이야기, 이 가운데서도 ‘창작행위와 비평에 관한 진지한 토론‘을 다른 말로 하면 ˝재미 없음˝일 수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8-23 12: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이런 리뷰에 후안 마요르가면 꼭꼭 읽어야겠는데요?! <비평가>극작가와 비평가 사이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지 너무 궁금합니다. 볼로디아의 사람을 간파하는 능력은 셜록을 능가하는 것도 같고요😉

Falstaff 2021-08-23 12:11   좋아요 3 | URL
좋은 작품입니다.
<눈송이의 유언>도 재미있습니다. 눈송이란 바르셀로나 동물원에서 진짜로 죽을 때까지 살았던 흰털 알비노 고릴라의 최후를 묘사하면서, 죽음에 대한 사색을 도모합니다. ㅎㅎㅎ 다만 책값이 좀 비싼 게 흠입니다. 도서관에 책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요.

붕붕툐툐 2021-08-23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서 재미가 두 배였습니다. 저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Falstaff 2021-08-26 09:34   좋아요 0 | URL
이 사람 책, 지만지에서 나온 게 또 있지요?
저도 그건 도서관에서 빌려야겠습니다. ^^
 
부다페스트
시쿠 부아르키 지음, 루시드 폴 (Lucid Fall) 옮김 / 푸른숲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1944년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르주 부아르키 씨의 장남으로 태어난 시쿠 부아르키 데 올란다 (Francisco Buarque de Hollanda)는 어린 시절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로, 이탈리아의 로마 등지에서 성장해 60년대를 대표하는 브라질의 삼바, 보사노바 장르의 대중음악 가수, 기타리스트, 작곡가, 싱어송라이터 등으로 활약한다. 물론 지금 유튜브를 통해 들어보면 다분히 낡은 창법과 돋보이지 않는 가창력으로 실망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대엔 많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이는 음악 속에 브라질의 사회, 문화, 정치적 이슈 등을 담아 노래해 권력을 잡고 있던 군부에 의하여 잠깐이나마 투옥되었던 경험도 있다. 물론 1970년대에 일종의 복권을 해 음악 활동을 계속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서는 시와 소설을 쓰고, 극작도 하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쳐 세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하)고, 2019년엔 포르투갈 언어로 쓰인 가장 훌륭한 문학작품을 골라 주는 가장 권위있는 카모에Camöe 상을 받았다. 아직 살아있고, 돌싱이며, 슬하에 딸만 셋 두었다.

 

  주제가 참신하다. 대필작가. 화자 ‘나’, 주제 코스타의 직업이다. 코스타는 친구 아우바루 쿠냐와 동업으로 문화대행사를 차렸다. 아우바루가 물려받은 재력과 주로 정치 방면으로 괜찮은 연줄을 바탕으로 고객을 물어 오면, ‘나’가 곧바로 대필을 해주는 식이다. 물론 처음엔 부잣집 자재들의 대학 리포트부터 시작해서 진정서나 연판장, 심지어 애인에게 보내는 연애편지까지 가리지 않고 일을 맡았지만 이젠 ‘나’의 작품이 공업협회장, 연방 대법원장, 리우데자네이루 추기경이나 대주교 이름으로 주요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일이 드물지 않을 만큼 ‘비밀리에’ 명성을 누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동업자이자 비즈니스 책임자인 아우바루는 이런 글들을 액자에 넣어 사무실에 전시하고는 했는데, 이건 ‘나’에게 내 글을 자랑하고 싶고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동반된 공허만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아우바루 입장에선 사무실을 방문할지도 모르는 고객들에게 광고효과를 주어야 했으니 뭐라 하지는 못했다. ‘나’의 글이 다음 날 아침 신문 1면에 실려 독자들이 열광하면 할수록 ‘나’는 더 깊은 허무의 골로 빠져들었다.
  ‘나’가 젊지는 않다. 공영방송국에서 앵커로 뉴스를 진행하는 ‘반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아내와 비만 증세가 있으며 다섯 살 먹도록 아직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아들이 있다. 반다는 뒤에 상파울루에서 방송하는 저녁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로 승진해 전성기를 맞는다. 그러나 아내는 남편이 쓴 글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가져다 바쳐도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다. 사실 이건 남편의 글이기 때문에 읽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활자를 읽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의 경우라고 믿는데, 글 또는 책이 성공한 사람의 베스트셀러라면 조금 달라서 읽고 경탄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도 하다.
  다시 대필업자로 돌아가면, ‘세계 대필작가 협의회’라는 것이 있어서 ‘나’는 멜버른 회의에 처음 참석을 했으며, 이듬해 이스탄불 회의도 참석했다. 이스탄불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중에 비행기는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할 예정이었으나 테러 위협을 받아 부다페스트에서 내려야 했다. 헝가리어. 지구에서 악마가 숭배하는 단 하나의 언어라고 한단다. 이것이 ‘나’, 주제 코스타가 처음 부다페스트를 방문한 경험.

 

  이후 부다페스트에 다시 방문해 플라자 호텔, 플라자plaza이면서도 언덕 위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 여장을 푼 ‘나’는 헝가리 언어에 관심이 생겨 한 번 배워볼까 싶은 마음으로 서점에 들러 기초 헝가리어를 뒤적거리다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탄 여성이 “마자르 말은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야.”라고 초를 친다. 정신병원의 간호사 또는 조무사, 그것도 아니면 간병인으로 근무하는 퓔레뮐레 크리스티나, 라는 이름의 피부가 희디흰 여성. 헝가리에선 크리스티나를 애칭 ‘크리슈카’라고 부른단다. 크리슈카는 ‘나’ 주제 코스타에게 명함을 건넸고, 그리하여 월 3천 포린트의 수업료로 밤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개인 교습을 받기에 이른다. 그의 이름 주제 코스타 José Costa, 이것을 헝가리 식으로 발음하면 Zsoze Kósta, 조제 코슈터가 되어 크리슈카의 어린 아들 피슈티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그를 미스터 코슈터, 라고 부른다.  주제 코스타는 한 작품의 주인공답게 나중엔 헝가리어를 거의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물론 그래서 사고도 치게 되지만.
  아직 헝가리어에 별 조예가 없을 시절. 그러나 ‘나’가 브라질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직업 정신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시라. 공업협회장, 연방 대법원장, 리우데자네이루 추기경이나 대주교가 자신의 글이라고 발표한 것을,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아서 어떤 인간이 등장해, 웃기지 마라, 그거 다 내가 돈 받고 써준 내 글이다, 라고 커밍아웃이라도 한다면 공업협회장 정도는 모르겠고, 한 나라의 대법원장이나 추기경, 대주교 입장이 어떻게 되겠는가.
  독일에서 온 카슈파르 크라베라는 문인이 있다. 쿠냐 앤드 코스타 문화대행사는 크라베에게 거액의 하청을 받는다.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소설을 써달라는 것.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열 개의 카세트테이프 양면에 꽉 채워 녹음하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300매가량의 장편소설을 청탁한다. 물론 작품은 카슈파르 크라베의 이름으로 발표할 것이며, 쿠냐 앤드 코스타 문화대행사는 저작권을 비롯한 어떠한 권리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조건이다. 동업자 아우바르는 이 일은 오직 코스타 만이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그에게 일을 맡기지만, ‘나’ 코스타가 테이프 한 개를 들어보니 더 듣고 말고 할 것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쉬운 말로 쓰레기 수준의 잡담에 불과했던 것. 그래 코스타는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자신만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원고를 넘겼으며, 출판까지 했는데 공전의 히트를 쳤고, 카슈파르 크라베는 그 사이 잘 나가는 앵커가 된 ‘나’의 아내 반다에게 야릇한 헌사를 적어 책을 선물 했으며, 이걸 알게 된 진짜 작가 코스타의 뇌 속에선 될 수 있는 대로 망측한 상상으로 번져, 아내의 양팔을 붙잡고 벽에 밀어부쳐 꼼짝 못 하게 해놓고서는 이를 악물고, ‘그 책 내가 쓴 거야.’ 영업비밀을 누설해버리고 그 길로 브라질을 떠 다시 부다페스트에 도착한다.

 

  재미있는 책. 짧아서 부담이 없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대필? 나도 직장 다니면서 한 20년 동안은 사장 연설문, 담화문, 편지글 같은 걸 대필해왔다. 가장 마지막 대필이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하고 사장이 입 닦으려 하기에, 사장 이름으로 ‘굿바이 레터’라도 한 장 보내시지요? 해서 그걸 내가 썼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제가 믿는 하느님께 기도하겠습니다.”
  이렇게 끝맺는, 지금은 생각나지 않지만, 당시엔 눈물이 앞을 가리는 간지러운 글이었다.
  사장한테 가져갔더니, 누가 썼냐? 묻더라. 그래서 제가 썼습니다. 했더니 그 새끼 하는 말이, 니가? 웃기네. 구라치지 마라. 그러더니 책상 위로 픽 던지면서, 그대로 보내. 해서 보냈다. 사장 새끼가 가톨릭 신자였다. 나이롱도 신자라고 치면 그렇다. 그 새끼 아빠 돌아갔을 때 내가 관도 들었다. 사장 새끼도 그 후 얼마 못 가서 잘렸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어쨌든 난 아직 다닌다. 내가 이겼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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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8-20 08: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 옮긴이가 루시드 폴이네요??

Falstaff 2021-08-20 08:56   좋아요 3 | URL
넵! 그이가 공부도 잘 하잖아요.

잠자냥 2021-08-20 10:51   좋아요 2 | URL
저도 지금 그 생각. ㅎ

그레이스 2021-08-20 09: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글이예요.
웃어야 할지...
대필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정서를 전달하는 데다, 대필작가는 서글프기도 하고 화도 나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저는 이제목이 항상 헷갈리는데...

그때 잠시 생각했어요.
대필작가도 작가인데 차라리 이름 올려주고 원고료도 똑같이 주면 안될까 하고...

그런데 역자 루시드 폴이 그 루시드 폴 맞나요?^^

그레이스 2021-08-20 09:08   좋아요 3 | URL
벌써 질문에 답을.^^
제게 루시드 폴이 직접 쓴 책 한권 있어요
노래는 잘 못하는데 작사 작곡은 잘 함. 책은 잘 모르겠고... 그런데 번역을?!
지금 찾아보니 번역을 꽤 많이 했네요 !

Falstaff 2021-08-20 09:10   좋아요 4 | URL
예. 역자가 그 루시드폴이 맞습니다.

대필 작가의 가장 큰 흠결은 딱 하나, 유명하지 않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전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대필작가를 ˝중원의 고수˝라 칭했는데, 이젠 작품을 쓰지 못하는 등단작가들이 작가 타이틀 가지고(돈 좀 더 달라는 의미) 대필을 하기도 하더군요.

앗, 1분 차이! ㅋㅋㅋ

그레이스 2021-08-20 09:10   좋아요 3 | URL
이 책은 품절이네요

coolcat329 2021-08-20 1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 폴스타프님 직장에서 대필작가로 활약하셨군요.

작가가 대중가수이면서 작가인 점이 역자 루시드 폴과도 겹쳐지네요.
브라질 소설은 한번도 읽어본적도 지금 생각나는것도 없네요. 대필작가가 주인공인점도 참 독창적이구요.

Falstaff 2021-08-20 11:34   좋아요 7 | URL
대필작가는 부수 업무였고요, 주 업무는 걍, 하루 종일 엑셀 파일 바라보고 수정하고, 보고하고, 승인받고 뭐 그땐 거였습니다. 한 마디로 엑셀로 벌어먹었습니다.

브라스꾸바스 사후 회고록? 창비세계문학전집에서 나온 건데 최초의 브라질 문학 어쩌구저쩌구 광고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말 그대로 이미 죽은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리.... ㅋㅋㅋㅋ

새파랑 2021-08-20 16: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 직장에 다니시는 대필작가 폴스타프님 1승 이군요 ㅋ 역시 루시드폴도 폴스타프님 (다 폴씨임) 처럼 다재다능~!!

Falstaff 2021-08-20 16:4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다재다능.
예전부터 내려오는 말 가운데, 재주 많은 놈은 빌어 먹는다는 게 있습지요.
즉, 진짜 잘하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
첫 직장 면접볼 때 그 회사 사장이 그러더라고요. 그 양반 아직 살아 있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