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미국인
그레이엄 그린 지음, 안정효 옮김 / 민음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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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엄 그린, 이라고 하면 당연히 <제3의 사나이>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흑백영화 <제3의 사나이>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두 컷의 장면을 담고 사는데, ① 폐허가 된 빈의 대관람차에 오른 해리 라임(오슨 웰스)가 평생 친구인 홀리 마틴스(조지프 코튼)에게, 지상의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내려다보라고 하면서, 저 가운데 하나 혹은 둘이 지워진다고 한들 세상에 어떤 영향을 주겠느냐, 라고 했던 대사와, ② 말 그대로 비처럼 쏟아지는 낙엽을 뚫고 걸어와 차를 옆에 세워둔 채 담배 한 개비를 물고 그녀를 바라보던 장교 캘러웨이(트레버 하워드)를 완전히 무시하고 가던 길을 계속 걷던 애너 슈미트(알리다 발리)의 장면이었다. 나처럼 보통의 독자가 그린을 소설문학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나는 건 그리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 살다가 우연히 책을 좋아하는 습관을 들였을 경우, 책 가게에서 그레이엄 그린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게 되면? 어떤 작품이 됐던 간에, 일단 구입을 하고 본다. 이게 정상이다. 나도 마찬가지라 여태 <권력과 영광>, <제3의 사나이>, <그레이엄 그린 – 정원 아래서 외 52편>, <브라이턴 록>을 사서 읽었고, 이제 다섯 번째로 읽는 그린, <조용한 미국인>은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역자 고 안정효의 해설을 보면, 그레이엄 그린 자신이 대중적 호소력에 의존하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은 대중 소설가였으며, 그런 화법의 추리소설들을 스스로 오락물(entertainment)라고 불렀다고 한다. 오락물로의 소설. 이건 필연적으로 다수 작품을 영화로 다시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서, <조용한 미국인> 역시 스스로 “헐리웃 키드”인 안정효가 아주 재미있게 영화 버전의 그린 작품들을 비교해가면서 설명/해설한다. 진짜로 읽어 보시라. 대중예술로의 영화와 소설, 헐리웃 은막 위에서 펼쳐는 환상과 꿈이란 시각으로 보면 안정효의 해설과 <조용한 미국인>이 얼마나 재미있나 말이지. 이 작품의 무대가 1950년대 초반 인도차이나, 베트남에서의 대 프랑스 독립투쟁 시기였다. 안정효는 게다가 처음엔 카빈 소총을 들고, 후에 본격적으로 악명 높은 베트콩의 땅굴 소탕 작전 당시엔 M16 소총을 들고 베트남 전선에 직접 투입이 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니 상황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했겠다 싶다. 그러나 딱 거기 까지다. 그레이엄 그린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토머스 파울러는 영국의 신문사에서 사이공으로 파견한 종군 기자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선을 누비는 종군 기자 말고, 베트남 전쟁이 늘 그랬듯이 똑부러진 전선이 있다고 말하기 힘들어 주로 사이공에 머물면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간혹 전선을 둘러보고 기사를 쓰는 정도다. 나이가 지긋한 파울러는 영국에 아내와 다 큰 자식들이 있지만 도무지 가정에 정을 붙지 않아서 아주 오랫동안 베트남에 발을 붙이고 있다. 부부간에 금슬이 좋은 적이 없어 인도차이나로 오기 전에 앤이란 아가씨와 정분이 나기도 했으나 원래 불륜이란 것이 늘 그렇듯이 책임없이 헤어진 바 있고, 베트남에서는 후엉凰 암컷 봉황이란 이름의 날씬한 베트남 여성 특유의 낭창낭창하고 뇌쇄적인 여성과 동거를 하고 있다. 마음 같으면 아내와 이혼을 하고 후엉과 재혼을 하고 싶으나, 아내가 하필 성공회 고교회파라서 이혼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이들 사이를 한 미국 남자가 파고 든다. 올든 파일. 32세. 미국 경제지원단 소속으로, 홍보나 연극 어쩌면 극동분야 연구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학위를 받아 인도차이나의 발전, 그리고 작품 속에서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지만, 인도차이나의 공산주의화를 저지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자 파견된 아주 진지하고 순진한 남성이다. (세상에 순진한 남자가 어딨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러니까 늙은이 토머스 파울러와 연애를 하고 있던 후엉, 50년대 초반 작품의 여주인공답게 매혹적인 얼굴과 몸매에 어울리게 속이 시원할 정도로 무식한 지적 수준을 지닌 후엉에게 한 눈에 반해 기어이 파울러의 품에서 낚아채, 미국으로 데려가서 뉴 잉글랜드 부모님을 접견시키고 보스턴에서 신혼살림을 꾸리는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진짜로 파울러한테서 여자를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파울러는 당연히 열통이 터지지만 나이든 영국인답게 며칠 후 이들의 관계를 인정하고 어차피 깨진 쪽박, 그나마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책을 열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자 토머스 파울러는 이 조용한 미국인 파일을 음침한 냉혈동물이며 겉만 번지르르한 허풍선이라고 단정해버린다. 이 때는 독자가 아직 갈피도 잡지 못하고 있을 즈음으로 파일이, 다카오로 가는 다리 밑 강물에서 익사한 변사체로 발견이 된다. 흙탕물에 빠져 질식사해서, 폐에 다량의 진흙을 발견한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여태까지 파일을 설명한 구절들, 조용한 미국인이니 허풍선이니 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파울러가 파일의 시신에 대고 독백을 하기를, 적어도 쉰 명의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이란다. 그러니 어떻겠어? 이 작품은 파일의 정체,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파일이 무려 50여 명의 사람을 죽였으며, 누구를 죽였는지를 밝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파울러의 파일에 대한 독백이 상당히 앞부분에 나와서 소개를 하는 것이지, 아니면 모른 척했을 텐데, 하여간 독후감 쓰기는 편해졌다. 파일더러 아메리칸 합중국에서 파견한 “경제지원단” 소속이라고 했는데 적어도 50명의 인명을 살상한다? 그럼 그는 경제지원단의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 전략사무국)의 후신인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 중앙정보국)의 일원일 수도 있다. 책에서는 얼핏 가능성만 이야기하는 바, 파일 및/또는 파일이 속한 조직은 어차피 프랑스는 인도차이나를 무력으로 지배하는 데 실패할 것으로 전망하고, 만일 권력을 베트남 시민들에게 이양할 것이라면 공산주의를 주창하는 베트콩이나 베트민한테는 절대 집권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세력도 약하고 행동도 극악하지만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테 장군을 지지하기로 결정해 대량 살상무기를 지원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듯이, 이것들이 미국이 지원한 무기로 사이공 시내에서 다중을 향한 무차별 테러를 저지르는 거였다. 이 내용을 밝히는 것도 께름칙한데 어떻게 또다른 주인공 파일이 죽음에 이르는가, 하는 건 정말 말할 수 없다.

  1950년대 전 세계인들이 미국과 서유럽 헤게모니에 현혹당한 일은,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투쟁한 것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르주아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 였다는 거. 나중에 보니까 공산주의 하는 나라가 하나도 빠짐없이 극한의 독재를 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어쩌다 보니 결과적으로 당시의 투쟁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였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게 되었다는 거. 세상 참 살기 어렵다, 그지? 뭐 그런 거다. 올든 파일은 1950년대 초의 미국이라면 당연히 행했을 세계질서 재편작업의 일환으로 매우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이기도 한 행위를 하다가 미국 역사에 한 줄도 남기지도 못하고, 장가도 못 들고 그렇게 죽어갔다. 삼가 명복을?

  아무리 그레이엄 그린을 좋아한다고 해도 식민지에 관한 그의 시각에는 동의하기 쉽지 않다. 주인공 토머스 파울러가 인도차이나 독립전쟁의 당사국 국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파울러의 모국인 영국 역시 식민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바에, 식민지 베트남에서 파울러는 철저하게 국외자로만 존재한다. 베트남이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이 될지,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중에 파일에 의해 대중 50명 이상이 희생을 당한 후에야 베트남 내 좌익세력과 모종의 일을 꾸미는 것을 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편 피우고, 후엉의 몸을 만지고, 파일에 은근한 질투를 하고, 이혼해주지 않는 아내 때문에 포기하는 마음이나 먹고, 뭐 이런 것이 주류다. 다른 건 아닌데, 이런 면에서 좀 그린 답지 않다. 하긴, 그린에게 무슨 철학적, 또는 역사적, 탐미적 작품을 바란 건 아니지만, 아니, 아니, 그러면 됐지. 세상 모든 작가가 다 진지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재미있게 잘 읽었다. 하지만 그린 치고는 조금 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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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8-04 06: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늘도 삽질해 봅니다. 다음 주 예정 독후감입니다.
화요일,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 <소용돌이>
수요일, 스테판 츠바이크 <우체국 아가씨>
목요일, 윌리엄 트레버 <마지막 이야기들>
금요일, 쓰시마 유코 <빛의 영역>

stella.K 2023-08-04 15:35   좋아요 1 | URL
쉬엄쉬엄 읽으십시오. 눈에서 땀띠나십니다.ㅋㅋㅋ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더위를 먹은 나머지 골드님을 시기 질투하고 있는가 봅니다. 사탄 원수 마귀를 물리치십시오.ㅠ ㅋㅋㅋㅋ 😆
아, 빛의 영역 기대됩니다.^^

Falstaff 2023-08-04 15:4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오늘은 하루 종일 책 한 페이지도 들춰보지 않았습니다.
어제 위스키 마시고 뻗었다가 하루종일 빌빌거렸습니다.
좀 있으면 또 쐬주 마시러 나가야 합니다. 매운 낙지가 안주로 좋으려나, 흠... 큰일입니다. 오징어, 낙지, 문어... 이런 종류 안주 싫어하는데 말입니다. ㅜㅜ

자목련 2023-08-04 0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이야기들>기대할게요.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Falstaff 2023-08-04 08:46   좋아요 1 | URL
앗,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
어제 위스키 좀 마시고 자버렸더니 지금 강시...처럼 변해서 도서관도 못가고요 흑흑흑....
 
오렐리앵 1 창비세계문학 92
루이 아라공 지음, 이규현 옮김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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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세계문학 시리즈 나와 반갑습니다. 말로만 듣던 아라공이라서 관심 많았습니다. 쉬르레알리즘, 다다이즘 뭐 이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습니다.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한 단어도 안 빼고 다 읽었습니다. 놀랍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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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8-03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까말까했는데 이 리뷰를 읽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Falstaff 2023-08-04 06:5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저도 가끔 좋은 일 하고 삽니다. 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3-08-03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계문학 시리즈 중 사려던 책이 민음사에 없을 때 아쉬웠는데 앞으로는 창비세계문학을 찾아봐야겠군요. 좋은 정보입니다. 창비세계문학은 단편집으로 몇 권 갖고 있습니다.^^

Falstaff 2023-08-04 07:00   좋아요 0 | URL
민음사는 예전에 나왔던 책 별로 교정도 안 하고 그대로 베껴 다시 찍는 일을 자주 해서 말이죠. ㅎㅎㅎ 다 일장일단이 있더군요. ^^
 
함락된 도시의 여자: 1945년 봄의 기록
익명의 여인 지음, 염정용 옮김 / 마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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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작년 10월에 서강대에서 트랜스내셔널주의 사학을 연구하고 있는 임지현 교수의 책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을 읽을 당시 메모했던, 책 속 인용도서 몇 권 가운데 한 권을 고른 것이다. 임지현은 초국가적 관점으로 역사를 보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우리 안의 파시즘”과 “대중 독재” 같은 신선한 생각 거리를 장만하기도 했는데,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에서는 문제제기만 할 뿐 똑 부러지는 결론을 내지 않고 끝냈다. 대중 독재 또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과녁에 필연적으로 꽂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대중, 프롤레타리아 그리고 좌파) 안의 파시즘이란 것을 눈 밝은 독자들이 눈치만 채게 했다. 그리하여 정말 피곤할 뿐더러 쓸모 없는 다음 논제가 벌어지는데, 좌파 파시즘도 나쁜 것인가 하는 것. 대주제가 파시즘이다. 우파냐 좌파냐는 그냥 양념이고. 어떤 집단에 의해서 이루어지던 파시즘은 나쁜 것이다. 이건 두 번 생각하는 것도 칼로리 낭비다.

  하여간 오랜만에 읽은 현대 사학자의 책 <희생자의식 민족주의>가 재미있어서 늘 기억하다가 당시 메모가 눈에 띄었고, 때마침 도서관 개가실에 책 한 권이 놓여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뽑아 읽었다. <함락된 도시의 여자: 1945년 봄의 기록, 이하 “함락된”으로 씀>.


​  <함락된>은 1945년 4월 20부터 6월 22일까지 독일 베를린 변두리 지역에 살고 있던 서른 살 정도의 전직 기자 출신 여성이 쓴 일기다. 드디어 제국의 수도에서도 무기가 그르렁거리고 요란한 폭발음도 들리고, 아군인 용맹한 독일 병정들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수척하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늙은 여성보다도 느린 걸음으로 터벅터벅 걷거나, 20세기도 거의 절반을 채운 이 시대에 비쩍 마른 말이 끄는 수레를 밀며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주민들은 사이렌이 불기만 하면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가리지 않고 지하 대피소로 피하는 것에 이골이 났는데, 만일 그러지 않았다가는 정말로 소련군(을 포함한 연합군)의 폭격기가 떨어뜨린 폭탄을 맞은 민간인 거주용 건물 속에서 집과 함께 세상을 하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시민들은 굶주림과 추위와 부상 또는 죽음의 위협을 날마다 체감하고 있어서, 곡식 가루 백 그램, 색깔이 푸르게 변해버린 버터 한 덩이를 위해서 손톱을 세워가며 악착을 떨어야 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사는 곳. 지하 대피소 안에서는 그들은 비록 가끔씩이기는 했지만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진짜 가끔씩은 술도 찔끔 한 방울씩 돌아가며 마시기도 했다.

  임지현의 책 <희생자…>에서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소련군에 의한 독일여성에 대한 성폭행이 말 그대로 “무시무시”할 줄 알았다. 일찍이 솔제니친을 통해 소련 정부가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자국 병력을 얼마나 가혹하게 수용소에 감금했는지, 쇼샤를 통하여 소련 내 유대인 수용소에서 그들이 얼마나 독한 방법으로 유대인들을 학살했는지 설득을 당한 나는, 점령지역 안에서 소련군의 눈에 뜨인 독일 여성들의 가장 흔한 피해가, 강간폭행이나 강간살인이며 그것이 전체 범죄의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 않았다. 임지현이 자신의 책에서 슬쩍 의도한 것보다도 많이 약한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소련군의 범죄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그냥 그렇다는 뜻이다. 어느 것이 더 사실과 가까울까?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읽고 들은, 소련 군인들에 의하여 저질러진  독일 여성들에 대한 무차별, 폭력적, 심지어 악마적이기까지 한 성폭행과 무명여인이 <함락된>에서 묘사한 내용 중에서.

  유럽 지역에서는 다양한 전쟁이 숱하게 있었다. 이 가운데 어느 종족도 싸울 때마다 족족 이기는 법이 없어서, <함락된>을 읽으며 이 사람들은 전쟁에 지고 있음을 체감하게 되면 여성 스스로도 점령군에 의한 성폭행을 숙명처럼 각오하고 있구나, 라고 이해 또는 오해하게 만든다. 사람들, 여성도 있고 남성도 있다. 그러나 남성의 대부분은 전선에 가 있기 때문에 거의 8할 이상이 여성이다. 이들이 지하실에서 대피를 하고 있을 때, 아무리 통신이 두절되었다 하더라도 말은 바람에 따라 전해오는 법, 이제 독일의 파국이 거의 확실할 무렵, 지하실에서 여성들이 논의를 시작한다. 별로 심각하지 않게.


​  “지하실. 밤 10시. 오늘은 대포 소리가 뜸했고,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공중공습도 지금까지는 없었다. 불안한 쾌활함이 살아났다. 온갖 이야기들이 나왔다. W부인이 외쳤다. ‘러시아 병사가 배 위에 올라타는 게 미군 병사가 머리에 올라타는 것보다야 낫지.’ 그녀가 달고 있는 검은 상장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농담이다. 벤 양이 지하실이 울리도록 날카롭게 소리쳤다. ‘어디 솔직히 말해봅시다. 우리 모두 분명 숫처녀는 아니잖아요.’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나는 누가 아직 숫처녀일지 곰곰이 생각했다. 아마 수위의 둘째 딸은 숫처녀일 것이다.” (p.32~33)


​  이후 비슷한 묘사가 두 번 정도 더 나온다. 그러니까 유럽 여인들은 군인들에 의한 능욕행위가 전쟁의 일부로 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만은 아니다. 전쟁이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전쟁 중 기근과 폭격에 의한 사망과 부상 같은 것들의 두려움만 해도, 반드시 전장에 나가있지 않더라도 사람을 충분히 고갈시킬 수 있을 불안인데, 여기에 능욕에 대해서도, 겁탈 행위 이후엔 성병과 임신의 공포에서 자유스럽지 못하게 된다.

  이러다 정말로 소련군이 진주하고, 그날로 화자 ‘나’는 두 명의 소련군에게 능욕을 당했으며, 쉰 살이 넘는 임시 동거인인 미망인 역시 계단참에서 아직 턱에 수염도 나지 않은 소년병에게 같은 일을 당한다. 익명의 여인은 또 다른 소련 사병에게 당하고, 이왕 당할 바에 우두머리 늑대 한 명을 잡아서 조련시켜, 한 마리의 늑대에게만 당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익명의 여인은 기자 출신이고, 젊은 시절 유럽 각지를 여행했으며 모스크바에서도 짧게 살아 간단한 러시아 말을 쓸 줄 알았으니까. 이래서 익명의 여인은 어줍지 않게 자기에게 로미오의 연담 비슷한 고백을 한 하사관과, 후에 소령계급의 장교인 우두머리 늑대를 찾아낸다. 게다가 이에 대한 답례로 그들이 물러날 때까지 정어리 통조림, 고기 통조림, 따뜻한 검은 빵, 보드카, 럼, 등 온갖 먹거리를 전쟁 중 가장 “풍족하게” 즐길 수 있었고, 하급 병사들이 접근하지도 못했다. 임지현은 자기 책에서 소련군 능욕의 대가, 주민에 대한 보상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뭐 그는 그가 집필하는 책의 목적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하여간 그렇다.

  물론 익명의 여인이 소련군 하사관이나 소령 그리고 육체적 교섭은 없었지만 상당한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던 장교 몇 명과 만나면서, 특히 소령, 하사관의 일종의 현지처 노릇을 하면서 성적인 수치심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하다못해 그들의 애무를 즐기고 엑스터시를 느끼는 것이 대단히 수치스럽고 모멸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결국 국부에 심하게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만다. 생각해보라. 하고 싶어서 했나, 죽지 못해 한 일이지. 다만 점령군에게 몸을 내주고, 저항 했다가는 목숨으로 대가를 치루어야 하니까 적극적으로 반항하는 건 생각도 못했을 터이니 그건 그냥 넘어가더라도, 능욕 자체를 대단한 수치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또는 그렇게 읽힌다). 이게 내가 여러 소설작품이나 영화 같은 걸 통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그리고 더 진실과 가깝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나는 게 먼저니까.


​  사병이 독일 여성을 능욕하려는 것을 장교가 보고 못하게 한다. 그러니까 소련 병사가 이렇게 말한다. 독일 놈들이 레닌그라드에서 했던 걸 기억하지 못합니까? 아이들 다리를 잡고 휘둘러 벽에 몸통과 머리를 부딪혀 죽게 하고 아이의 어미를 (이하 생략)

  전쟁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정당하지 않다.

  소련군이 베를린 중심지로 더 진격을 하고 며칠 후, 연인 게르트가 돌아온다. 익명의 여인은 그에게 자신의 일기를 읽어보라고 건네준다. 그는 읽었고, 여인을 쳐다보더니 말을 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도 떠났다. 차라리 말을 하지 않고 옛 연인에게서 도피하는 편을 택한 것. 여인은 이 모습에 관해 말한다. “남자들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고, 너무나 비참하고 무기력하게 보인다. 나약한 성gender가 된 남자들. 여자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움튼 일종의 집단적인 환멸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여성들을 지배하던 남자들, 강한 남자를 찬미하는 나치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남자들이 전쟁에 져서 이렇게 된 것이지, 이겼으면 여전히 지배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됐든, 저렇게 됐든, 여자를 위해서, 또 남자를 위해서, 전쟁은 반드시 없어야 한다.


​  세월이 흘러 익명 여성의 본명은 밝혀졌고, 책 후기에 누구라고 쓰여 있으며, 2001년 아흔 살의 나이로 숨이 졌다고 했지만, 내 독후감에서 그녀, 익명을 고수하기 바랐던 분의 이름을 노출시키기 싫다.





 * 혹시, 독일여성 2백만 명 이상이 소련군에게 강간을 당했으며 이것도 대부분 윤간의 형태였다, 70번(회) 윤간을 당한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등등의 자료는 오랜 냉전 기간 중에 소련을 악의적으로 광고하기 위해 이쪽 진영에서 만들어낸 것인가, 하는 의심을 잠깐 했다. 반면에 이 책을 쓴 익명의 여성은 소련이 점령한 독일민주공화국, 즉 동독 지역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소련 체제를 그대로 보여줄 수 없어 실제 내용에 상당한 분식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해야 했고. 둘 다 사실이겠지만 두 가지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 받아들이는가, 하는 건 다시 독자의 몫으로 넘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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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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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참화 삼부작”이 <우리 슬픔의 거울>로 마무리한다. 1부 <오르부아르>는 1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18년 11월 2일에 시작하고, 2부 <화재의 색>은 대공황이 막바지 준비 단계에 이른 1927년, 3부 <우리 슬픔의 거울>은 2차 세계대전이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시작해 나치가 에펠탑 위에 하켄크로이츠를 달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40년 6월 13일에 끝난다. 이 세 작품이 소위 삼부작이기 때문에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 물론 삼부작이란 체인을 생각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읽어도 재미가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왕 읽는 것, 순서대로 읽는 편이 낫다. 1부의 주인공 에두아르 페리쿠르는 이미 종전협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을 알고 있던 악당 앙리 도네프라델 중위의 공명심, 출세를 위한 공훈 욕심 때문에 진격 명령을 받아 고지를 향해 진격하던 중, 위기에 처한 동료를 구하려다가 포탄 파편이 날아와 턱과 혀 전체가 떨어져 나가는 중상을 입는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파리로 돌아와 앙리 도네프라델 중위에게 복수극을 펼치는 것이 1부 <오르부아르>. 이때 에두아르는 한 하숙집에서 꼬마 소녀, 자신의 흉한 상처에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는 거의 유일한 ‘사람’인 루이즈와 친하게 지내는데, 루이즈가 1909년생이니 당시엔 한 열 살 정도였고, 이 아이가, 점점 자라 초등교원 사범학교를 졸업해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면서 약혼을 하고, 파혼을 하고, 서른 살을 넘기는 1940년에 3부 <우리 슬픔의 거울>에서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줄은 몰랐다. 2부 <화재의 색>에서 1부의 악당 앙리 도네프라델 중위와 별로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하던 에두아르 페리쿠르의 착한 누나 마들렌이 등장한다. 에두아르가 1부에서 성공적으로 복수에 성공해 이미 과부가 된 마들렌은 아버지 마르셀 페리쿠르가 자신의 은행 후계자로 점찍은 귀스타브 주베르를 재혼 상대자로 정혼 비슷하게 해 놓고 생을 마쳤지만 아들 폴의 가정교사 앙드레 델쿠르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버지 마르셀의 장례식날, 생각지도 못하게 페리쿠르 저택의 3층에서 외아들 폴이 할아버지의 관을 향해 자유낙하를 감행해 구만리 만큼 창창하게 남은 세월을 휠체어 위에서 보내야 하는 불행한 일을 당하며 활극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 책의 주인공 마들렌 역시 <우리 슬픔의 거울>에서도 다시 등장하는데, 세월이 흘러 중늙은가 된 마들렌이 진짜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주인공 루이즈가 전쟁 중에 거두어 나중의 의붓딸을 삼은 고아에게 마들렌이라는 이름이 지어준다. 그러니 이왕 읽을 거면 순서대로 읽는 게 좋다는 말씀.


​  1부와 2부에서는 프랑스에서도 최고 수준의 부르주아 계급이 등장하지만 르메트르는 3부 주인공들로 ① 하녀의 딸 쉬잔 아드리엔 루이즈 벨몽, ② 천하의 야바위꾼이자 양아치 라울 랑드라드, ③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디카프리오를 찜 쪄 먹을 그러나 선한 사기꾼 데지레 미고, ④ 건실하지만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절도를 감행하는 기동 헌병대 페르낭 상사 등을 골랐다. 1, 2부와 마찬가지로 6백 쪽이 넘어가는 장편소설의 스토리를 다 간추리는 것이 번거로울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아 가장 중요한 주인공인 루이즈를 소개하는 것으로 독후감을 가름하려 한다.


​  쉬잔 아드리엔 루이즈 벨몽. 1940년 4월 6일에 일이 벌어진다. 전에 내력을 좀 보자. 아빠 아드리앵 벨몽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1916년에 비뉴 협곡 동쪽 사면에서 전사해 별로 루이즈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그래도 1908년에 페르 가street에 집을 사둔 덕에 아내 잔과 외동딸 루이즈가 비싼 월세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이나 백년 전이나, 우리나라나 프랑스나 그저 돈 있으면 집 사두는 것이 장땡이다. 1차 대전이 끝난 후부터 어머니 잔 벨몽은 우울증이 발병해서 모든 일을 중단했고, 1939년 봄에 건강이 악화되더니 6월에 향년 52세로 생을 멈췄다. 삼촌 역시 전쟁통에 전사하는 바람에 루이즈는 하늘 아래 자신 혼자 신세다. 어머니로부터 약한 우울증 증상을 내리받아 그런 지는 몰라도 매우 예쁜 아가씨였지만 스스로는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많은 구애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아르망과 약혼을 했으나, 루이즈는 자신이 임신을 한 다음에 결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러나 여간해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에 가서 진료를 했더니, 반복된 나팔관 염증의 결과로 난관에 이상이 생겨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3년의 약혼기간을 날린 커플이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의견차이가 심해 결국은 헤어지고 만다. 루이즈는 임신과 출산을 갈망해 혹시 산과 의사의 오진일 지도 몰라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남자들을 만나 여기저기서 동침을 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다음 번 생리일을 기다리기 시작하다가, 결국 결혼과 남자를 포기하고 말았다.

  루이즈는 성마른 성격과 은은한 분노를 품은 듯한 모습이었으며, 임신을 포기한 후부터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말라는 의미로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지만 오히려 그게 더 예쁘게 만들어버렸다는 걸,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모나리자라는 별명으로도 부른다는 걸 본인만 모르고 있었다. 십대 때부터 거리 저 편 2백 미터 떨어진 카페(또는 레스토랑) 라 프티트 보엠, 우리말로 집시 아가씨라는 간판을 단 집에서 토요일마다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면 카페의 쥘 사장이 엄마 잔 벨몽을 연모했었다. 엄마는 카페가 보이지 않는 쪽의 방에서 하루 종일 창문을 연 채로 밖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줄도 몰랐다. 귓속에 정글처럼 털이 수북한 거구의 쥘 사장은 둥근 베레모를 쓴 대머리였는데 잔을 사랑했었기 때문인지 책이 끝날 때까지 루이즈를 마치 자신의 딸 같은 마음으로 보살피게 된다. 그러니까 그림이 그려지시지? 천하에 아무도 없고, 결혼과 임신의 희망을 접은 1940년대의 서른 살 무렵의 약한 우울증 증세가 있는 아름다운 미혼 여성. 그리고 루이즈의 엄마만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유일하게 사랑했던 거구의 순정파 늙은 남자.

  루이즈가 일하는 카페에 20년 넘게 단골로 같은 자리에 앉아 늙어간 남자가 있다. 조지프 외젠 티리옹. 70세는 확실하게 넘은 노인이며 전직 의사. 뇌이쉬르센 구 오베르종 대로 67번지 저택에 살면서도 매주 토요일 지하철을 타고 먼 거리를 와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보고 차를 마시다 가는 늙은이. 하루는 이이가 루이즈에게 제안을 한다. 자신을 위해 옷을 벗어 달라고.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더 이상 원하는 게 없다고, 손 끝 하나도 대지 않겠다면서. 대가는 루이즈가 정하란다. 몇 주가 흐르고, 세 번째 대화 후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루이즈는 노인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인 만 프랑의 대가를 요구했지만 노인은 수긍하면서 금요일 저녁 여섯 시, 파리 14구의 아라공 호텔을 티리옹이라는 이름으로 예약을 해놓았단다. 금요일은 다가왔고, 루이즈는 혹시 몰라서, 토스카가 스카르피아를 죽일 때 썼던 고기 써는 나이프를 핸드백에 넣은 채, 결코 어머니 잔이나 자신이 드나들 만한 곳이 아닌, 호텔의 현관문을 밀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하루 전에 답사를 해 본 루이즈를 주인 여자는 알아보았고, 3층의 객실을 알려주었으며, 별로 장식이 없이 낡은, 그러나 깔끔한 방 안 침대 위에는 은퇴 의사가 쪼그라진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의사는 얼굴과 존재 자체에서 무어라 말하기 힘들고 무한히 슬픈 무언가가 느껴질 뿐이었으며, 너무도 처절한 면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 문장은 본문에 나온 걸 줄여 쓴 것인데, ‘무어라’, ‘무언가’를 너무 남용해 읽기에 짜증이 났다. 명색이 공쿠르 상 수상 작가가 쓰는 ‘산문’이 무슨 이 따위야 그래. 혹시 역자가 대충 번역한 건 아니겠지?) 루이즈는 원피스 지퍼를 내리고 노인을 등지고 선 다음 브래지어도 벗고, 팬티를 아래로 내린 후, 왼발을 축으로 몸을 돌려 노인을 향했으며, 눈을 마주친 노인은 잠깐 후, 호주머니에서 권총을 빼들더니, 자신의 머리를 향해 발사해버리고 말았다. 노인은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오르부아르>의 주인공 에두아르 페리쿠르처럼) 얼굴의 반이 날아갔고, 작고 늙은 몸에서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피를 루이스를 향해 분사해버리는 바람에, 루이스는 경련을 일으키더니 피범벅이 된 몸으로 공포에 찬 눈을 하고 호텔 방에서 뛰쳐나가, 비틀비틀 갈지자로 몽파르나스 대로를 달렸다. 피칠갑을 한 알몸의 젊은 여성. 순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지만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도 몰라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머리에 터번을 쓴 늙은 여자가 자신의 외투를 벗어 루이즈의 어깨를 덮어주었으며, 이제 막 도착한 경찰은 상황으로 보아 루이즈를 범죄자로 체포했는데, 이 순간, 루이즈는 기절을 해버리고 말았다.


​  이게 다냐고? 웬걸. 아직 독일이 벨기에로 쳐들어가지도 않았다.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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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8-01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악 여기서 끊으시다니! 오르부아르는 두껍고 재미없는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골드문트님이 쓰시니 왜이리 재미있어 보이죠?!

잠자냥 2023-08-01 11:18   좋아요 2 | URL
이 시리즈, 1부와 2부까지는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여름에 재미로 읽기 괜찮은 책.....(근데 왜 전 3부는 안 궁금해지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3-08-01 16:06   좋아요 1 | URL
이 책, 재미는 있는데요, 결말이 완전 아메리칸 스타일, 다 좋은 게 좋다... 이래버리는 바람에 말입죠. ㅋㅋㅋㅋ
잠자냥 님처럼 1부, 2부에서 멈추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 이 책을 아예 시도하지도 마시고요. ㅋㅋㅋ 일단 손에 잡으면 안 떨어집니다. 강력 본드예요.

건수하 2023-08-02 13:37   좋아요 3 | URL
자냥님/ 제가 1부는 책모임에서 읽었는데 잘 읽히긴 했으나 아주 재밌진 않았고 이렇게 두껍게까지 써야하는가 생각했거든요. 그게 3부까지 나오다니….

건수하 2023-08-02 10:02   좋아요 2 | URL
골드문트님/ 1부만 읽었는데 두꺼워도 참 잘 읽히긴 하더라고요 ㅎ 결말이 좀 아쉽가 하시니 살짝 찾아볼까 싶습니다 ^^

Falstaff 2023-08-02 13:32   좋아요 1 | URL
ㅎㅎㅎ 결말말 보시면 완전히 미국 영화 같아요!
좋은 게 좋은 거다. 착한 놈 우리편.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08-03 0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루이즈를 보고 싶어했던 노인은
루이즈를 붉은 빛으로 칠해버리고 싶었던 건가요...루이즈가 갈지자로 달릴 수 밖에요

3부 인물로 소개해주신 중에는 ‘캐치 미 이프 유 캔‘형 캐릭터가 궁금하네요

Falstaff 2023-08-03 06:02   좋아요 1 | URL
죽자고 마음 먹은 인간이 다른 사람 배려해가며 죽지는 않겠지요. 그냥 루이즈의 몸을 보고 죽는 게 소원이었을 겁니다. 죽다보니까 루이즈에게 그렇게 지독한 폐를 끼친 것 뿐이다, 라고 봅니다. 미친 영감 같으니라고....

저도 이 책에서 제일 유쾌하고 등장할 때마다 즐거웠던 인물이 선량한 사기꾼 데지레 미고였습니다. 심지어 데지레는 데지레인데 성이 미고인지 그것도 헷갈린답니다. ^^

coolcat329 2023-08-05 07: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1,2부는 읽었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또 안 땡기더라구요. 근데 강철 본드라니 ㅋㅋ 하긴 1,2편도 그랬죠. ㅎㅎ

Falstaff 2023-08-05 18:31   좋아요 1 | URL
재미는 있는데요,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뭐한 것이 좀 애매합니다. ㅋㅋ

- 2024-05-01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3부가 제일 재밌었어요!!! ㅋㅋㅋㅋ 아 여기서 왜 전쟁이 터지는 거얏!!! 왜왜왯!! (당연함…) 그리고 루이즈가 주인공인 것도 넘나 반가웠고!!!! 퐐님 본드라고 하신 거 넘 넘 넘 맞는 말씀 이십니다. 르메트르 소설은 잡으면 다음이 궁금해서 놓지 못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고!! 저는 그런 소설을(순식간에 페이지 넘어가는 소설) 무지 좋아합니다. 이런 소설 보다는 넷푸릭스가 더 잼나서 아쉬웠는데 ㅋㅋㅋ 모처럼 과몰입 독서였음돠! 또 추천 부탁드려요!!

Falstaff 2024-05-02 06:39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먼요. ㅎㅎㅎ 이런 작품은 영화로 만드는 것보다 소설책으로 읽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음 속편 <대단한 세상>도 아주 재미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ㅋㅋㅋ
 
마지막 연인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
찬 쉐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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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2022년 초에 독자들이 열광했던, 그러나 생각만큼 흥분이 오래 가지는 않았던 작가 찬쉐(殘雪)를 읽었다. 당시 나는 중국의 3세대 소설 작가들의 문법에 조금은 식상하고 있어서 찬쉐가 여성작가이며, 제목이 <마지막 연인>이란 것만 가지고 징글징글한 중국의 현대사를 다룬 남성 3세대 작가들과 달리 조금은 달달하고 도시적 감수성을 보여주지 않겠는가, 생각했으며, 기회가 닿으면 한 번 읽어 보기는 하겠는데 찬쉐에 대한 찬사가 좀 가라앉은 다음에 그리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했다. 그리고 코피 터졌다. 시대가 2020년대에 징글징글한 남성작가, 달달한 여성작가, 제목 가지고 스토리 짐작하는 것 등등, 이 모든 것이 말짱 헛생각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짐작한 내가 참 한심했다. <마지막 연인>은 참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언제부터인가 좀 야릇한 소설이 등장하면 “카프카와 보르헤스를 잇는 작가가 등장했다.” 라고 하면서 어깨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찬쉐의 경우에도 “중국산 카프카”라 칭하는 작가/평론가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 그래. 작품을 해설하기 힘들 때 카프카나 포크너 비슷하다,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하면 반은 먹고 들어가니까. 내가 읽은 <마지막 연인>은 자전적 이야기 같던데. 물론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헷갈릴 경우에 “자전적 이야기” 운운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기는 마찬가지다. 즉 나처럼 <마지막 연인>을 달달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책을 사거나 빌려 읽은 사람은 초장부터 보기 좋게 코피가 터질 것이다. 찬쉐는 자신의 이야기, 부유하게 살다가 폭삭 망했으며, 자기를 돌보던 외할머니마저 굶어 죽는 참화와 스스로도 심각한 결핵을 겪었으면서도 문학의 꿈, 작품 속에서는 책을 읽고 읽은 책의 스토리들을 다 합쳐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만들고자 하는 등장인물 존처럼 소설쓰기를 운명 또는 세상에 자신을 밀어낸 저 지하 또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부터의 운명이다, 라고 작품의 주제를 밝혔고, 형식적으로는 그걸 “초현실주의”에 발을 담그고 쓴 작품이라고 읽었다.


​  “옮긴이의 말” 속에는 “중국의 초기 선봉파 작가들이 평이한 현실주의로 선회할 때 찬쉐는 오히려 30여 년 동안 꾸준히 가장 전위적인, 때로는 서양의 모더니즘 작가들보다 훨씬 더 모험적인 실험을 감행했다.”라고 쓰여 있다. 선봉파?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  선봉파先鋒派. “문학예술에서의 선봉, 아방가르드란? 20세기 초에 기성의 문학예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나선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등 첨단의 문예사조를 말한다. (중략) 1980년대 중반 이후 개혁개방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상품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조성된 사회, 경제적 환경의 변화 때문이며 개혁 개방이 시작되면서 쏟아져 들어온 외래사조의 영향도 선봉문학이 등장하는데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출처: 씽크존)


​  찬쉐는 1986년, 33세 때 <황니거리>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또래 작가들은 시작은 선봉파로 했을지언정 점점 중국 안에서 잘 팔리는 현실주의로 선회했고, 찬쉐를 비롯한 골수 아방가르드 들은 끝까지 선봉파의 선봉에 섰다는 의미다. 그러면 옮긴이 강영희의 말마따나 초기 선봉파 작가로 훗날 평이한 현실주의로 선회한 대표적인 작가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칭한 것일까?

  내가 꼽기로는 찬쉐보다 3년 아래, 중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모옌, 아닐까 싶다. <홍까오량 가족>, <열세 걸음>, <술의 나라>, <인생은 고달파>, <달빛을 베다>, <풀 먹는 가족> 등등의 작품 속에 일정한 만큼 또는 적당할 정도의 (포스트)모던한 향미 첨가물을 살포해 놓았다. <개구리>는 좀 덜 그렇지만. 모옌과 비슷한 경우를 현실주의로 선회한 작가 그룹으로 봤을 수 있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단언하는 건 아니니 이 대목을 어디 가서 써먹지 마시라. 망신당할 수 있다.

  하여튼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니) 거장으로 이름 높은 모옌 선생의 이름까지 끌어들여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단지 찬쉐가 강단있게 중국의 아방가르드, 선봉파의 입장에서 굽힘 없이 작품을 썼으며, 그것으로써 중국 소설계의 다양성 확보에 크게 복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작 읽어볼 것을 그랬다. 소설, 또는 문학을 포함한 모든 세상살이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 바로 다양성일 터이니. 나하고 맞고 맞지 않고는 관계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과 표현법과 문자놀이로 감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일 것이다.


​  작품 속에는 서로 관계가 있는 세 커플이 등장한다. 장소는 특정하지 않은 세상의 어떤 곳, A나라 B시. 그곳에서 의류회사 “로즈”를 차려 사장으로 있는 빈센트와 발랄하고 영리하면서도 요염한 중년여성인 아내 리사. 회사 “로즈”의 영업부 매니저로 작은 키에 고집스러운 중년과 노년 사이의 남자 존과 존이 벌어오는 돈으로 귀금속 같은 장식품을 열라 수집하다가 정신차려 이제 직기를 사용해 벽걸이 카펫 작업을 해 제법 돈을 벌고 있는 아내 마리아. 존과 마리아 사이에는 서먹서먹한 부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열일곱 살 먹은 아들 대니얼이 있다. 얘는 공부하기 싫어서 학교 때려치우고 정원사가 되려 알아보고 있는 중으로 나중에 꽤 그럴듯한 정원사가 된다. 다행이다. 그리고 “로즈”의 오래된 고객으로 온열대 지방인 남부지역에서 거대한 규모의 고무나무 플랜테이션 농장을 경영하는 레이건 씨와 그가 오랑우탕이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갈색 피부와 새까만 곱슬머리를 한 아시아 여자 에다.

  이 A나라 B시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여인이 있으니 도시 청소부로 아침부터 빗자루를 들고 거리를 깨끗이 쓸고 있는 흑인여성 조이너. 조이너는 이 B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빈센트의 아내 리사는 도박의 도시 출생으로 나이든 빈센트가 한 번 마음먹고 아내의 고향인 도박의 도시로 길을 떠나 기차에 내렸을 때 텅 빈 도시에서 단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바로 흑인 여성 청소부 조이너였다. 도박의 도시에서 조이너가 말하기를 B시의 조이너가 자신의 자매라고 하고, 도박의 도시에서 사용하는 룰렛을 비롯한 모든 도박 장비는 벽 속에 들여놓았으며, 사람들은 지하 또는 동굴 속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 언제 지진이 나 건물이 무너질지 모르는데 지하에 있으면 안전할 것이란다. 그렇게 조이너의 말에 따라 여관 지하에 숙소를 정하고 무작정, 조이너의 약한 반대를 무릅쓰고 아내의 옛집을 찾아갔더니, 이게 웬일? 이미 죽었다고 알고 있는 리사의 부모가 안락의자에 누워 앵무새와 말장난을 하고 있는 거였다. 그러면 이곳은 시간의 차원이 없는 곳.

  존, 사실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일의 기단을 만드는 인물이다. 존은 영업부 매니저 일을 하면서, 워낙 머리가 좋아, 서류 아래에 소설책을 한 권 깔고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어가면서도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해 사장조차도 존이 회사를 그만두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해 하며 그만두지 않을 거란 다짐을 받고 싶어한다. 존은 또 사장의 태도를 자신이 그만두어 주었으면 하는 희망을 표시하는 것으로 여기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하여간 엄청난 독서량은 서재에 책을 산더미 같이 쌓아놓게 했으며, 그의 소원은, 물론, 당연히, 자연스럽게, 틀림없이 작가 찬쉐와 같은 소원으로, 평생 읽은 소설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더 읽고 난 뒤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보겠다는 웅대한 계획이다.

  뭐라고? 존의 계획이 존을 태어나게 한 작가 찬쉐의 계획이라고? 당연하지. 그리하여 이후의 작품은, 비록 상충하고 연결되지 않으며 버석거리기도 하다가 결국에는 막 흐트러져버린 것처럼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행위, 겪었던 경험, 그들의 공통점인 ①지하 또는 동굴, ②불운과 불행을 상징하는 뱀, 까마귀, 늑대, 말벌 같은 토템이랄까 상징, ③지진과 산사태로 입은 피해와 정신적 외상, ④몇몇 선한 동물에서 뿜어 나오는 자기장은 모두, 적어도 책의 앞갈피에 쓰인 극히 짧은 찬쉐 소개글과 “옮긴이의 말”에 나온 작가에 관한 정보 만으로도,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때로는 직접 말하고 거의 대부분은 변형하고 비튼 이야기임을 “추리”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사를 따라가보려 노력할 필요 없다. 나는 습관적으로 스토리 전개의 요약을 위해 메모를 하며 읽기 시작했다가 금방 때려치웠다. 책의 초반을 읽을 때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수면에 문제가 있어요. 잠이 모자라요. 그러니 낮에 졸려요.) 많이 헤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에는 오히려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그만큼 문장/문단이 독자를 흡인하는 파워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작품은 한 번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아마 독자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 선봉파 문학을 조금 하다가 적지 않은 작가들이 괜히 평이한 현실문학으로 노선을 바꾼 건 아니다. 찬쉐처럼 평단과 독자들의 박한 평가를 무릅쓰고 자기의 길을 걸은 외고집이 가끔은 멋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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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7-28 0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 궁금해 하실 줄은 아는데요, 그냥 아무 뜻 없이 다음 주 독후감 계획 알려드립니다. ㅋㅋㅋ
화요일, 피에르 르메트르 <우리 슬픔의 거울>
목요일, 익명의 여성 <함락된 도시의 여자: 1945년 봄의 기록>
금요일, 그레이엄 그린 <조용한 미국인>

stella.K 2023-07-28 10:53   좋아요 2 | URL
ㅎㅎㅎ 아뇨. 궁금해요. 근데 이리 알려주시니 기대되네요.ㅋ
근데 골드님 대단하십니다. 저는 한 주에 한 권 읽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이리 읽으시는지 존경스럽습니다.^^

우끼 2023-07-28 12:0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매우궁금합니다 독후감 매번 잘 읽고 있어요!

Falstaff 2023-07-28 15:0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좋은 마음으로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백수잖아요. 책이나 읽는 사람하고, 생활인하고 그냥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3-07-28 1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중국산 카프카 왜 이렇게 저렴해 보입니다 ㅋㅋㅋㅋㅋㅋ중국산 똘스또이 중국산 밀란 쿤데라 개터지네요 ㅋㅋㅋ내 안의 특정 국가 혐오 반성...중국산 고추가루... 중국산 우엉 중국산 고사리(중국 사람들 우엉 고사리 둘다 안 먹는대요 그럼 우리한테 뭘 먹이는 거냐 대체...ㅋㅋㅋㅋ)

Falstaff 2023-07-28 15:04   좋아요 2 | URL
크.... 분명히 중국인 차별입니다! 중국에도 좋은 거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배추와 오동나무입니다. 써 놓고 보니 둘 다 1차 산업이네요.
문학도 괜찮은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ㅎㅎㅎ 진심으로요.

반유행열반인 2023-07-28 15:31   좋아요 3 | URL
중국인 차별 아니고 중국산 차별로 수정해주옵소서ㅎㅎ(반체제) 문학이랑 ‘옛날’ 영화는 괜찮은 게 꽤 많은 걸로요...지금은 읍읍 아임그루트

얄라알라 2023-08-01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드문트님께서 새벽에 깼다 다시 자는 제게 말씀을 남겨주셨는데, 골드문트님 역시 밤에 푹 숙면하시지는 못하시나봐요.

초반에 ‘코피 터졌다‘고 하시길래, 무슨 말씀이신가했네요. 흐앙...줄거리도 난해하네요^^ 메모를 중단하셨을만큼 흡인력이 대단하다시니, 아직 중국 작품은 읽어본적이 거의 없는 저도 ˝찬 셰˝ ˝찬 쉐˝ 기억하고 갑니다. ^^

Falstaff 2023-08-01 16:07   좋아요 1 | URL
알라 님한테 댓글 달기 전에 쓴 독후감이거든요. 그래 별 것이 다 반가워서 얼른 댓글 단 겁니다. ㅋㅋㅋㅋ
메모 스톱 할 만큼 흡인력이 있는 게 아니라.... 메모 해봤자 나중에 하나도 써먹을 것이 없다... 뭐 이런 취지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