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일은 땅속에 파묻혀 있던 벽돌벽 뿌리와 어제 자른 나무 밑둥 뿌리를 뽑아내는 것이었다. 일을 마치고 나니 데크가 터잡을 사각형 공간의 각이 나온다.



2. 흙을 다 헤집어 놓았기 때문에 벌레들이 그대로 노출된다. 새들이 좋아라 달려 든다. 


3. 애초 정원은 블럭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잔디보다는 블럭이 낫다고 생각했었다. 잔디를 깍는 영국 남자들이 그다지 멋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난 그런 일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정원 관리하는 데 시간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어쨌거나, 어쩌면 다행이도 나는 결정권자가 아니다. 지금은 내 손으로 데크를 깔고, 내 손으로 잔디를 깔고 싶은 욕망이 차오른다. -다행히도 나는 결정권자가 아니다.

4. 베토벤의 9번, 마이크 올드필드의 튜블라 벨스를 들으면서 일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콧 니어링은 4시간의 육체 노동, 4시간의 독서, 4시간의 사회적 교유를 이상적인 하루 일과로 여겼다. 나는 이걸, 마르크스적 의미에서의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 노동 + 생활을 위해 보장된 시간 = 인간다운 삶.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체제. 이름을 뭐라하든, 난 사회주의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암튼. 아마 분명한 사실은 지구인들은 이미 생존을 위한 4시간의 노동과 그 나머지의, 생활을 위한 시간을 지구인 모두에게 제공할 만큼 발전된 생산성을 갖추고 있을 게라는 것.

5. 그러나 아마 혁명은 프롤레타리아트에게서 올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예언은 틀린 것이리라. 난 라즈니쉬의 오만하고 위험한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다. 인도가 영적인 나라라면 그대는 왜 인도에 머물며 인도 사람들을 교화하지 않고 서구에 와 있는가? 인도 사람들은 너무 가난하여 영성에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자본주의의 혜택을 받아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된 사람들에게 반자본주의는 윤리적 강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네들의 부는 필연적으로 착취를 전제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강남 좌파라고 하나?)

6. 영국에 '세인즈베리'라는 대형 생활 용품 매장 체인이 있다. 이 회사의 주인의 재산은 매해 거의 변동이 없다. 번만큼 다 기부해 버리기 때문이다.나도 그래서 이 매장을 애용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다른 관점도 있을 것이다. 삼성같은 경우를 보자. 악착같이 벌고, 쉽게 내놓지 않고, 끊임없이 재투자한다. 만약 삼성과 세인즈베리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한다고 해보자. 장기적으로 누가 이길까? 당연히 삼성이다. 세인즈베리와 같은 영국 기업은 우리 눈에 나약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6월 23일 이사를 왔다.

2. 집풀고 이거 저거 정리하다 지난 주말부터 집일, 정원일을 시작했다.

3. 계단밑 벽장(해리 포터가 살던 방)에 선반을 두 개 달았다. B&Q라는, 가정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커다란 매장에서 널판지 두 개를 사왔고,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주고 간 공구를 이용해 작업을 했다. 벽이 콘크리트인 줄 알았는데 석고판인 것 같다. 구멍을 너무 크게 뚫어 버렸다. 다시 또 뚫어야 했다.

4. B&Q에서 사온 전기 체인쏘(chainsaw)로 정원에 있는 나무를 쳤다. 처음엔 체인 거는 방향이 틀려서 고생을 했다. 나중에 바로 잡았더니 톱이 잘 들더라. 정원 구석에 있는 꽤 큰 나무를 베어넘겼다. 유튭에서 나무 베는 법을 배웠는데 막상 자르려고 하니 어느 쪽으로 넘어갈 지 확신이 서지 않아 머뭇거렸다. 덕분에 톱이 나무에 껴서 또 헤맸다.

5. Car Boot이라고 일요일 아침에 열리는 노점 시장에서 해머를 12 파운드 주고 사서 정원에 있는 낮은 벽돌벽을 깨부수었다. 부서진 벽돌들을 푸대에 담아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렸다. 두 번을 갖다 버렸고 한번만 더 나르면 될 것 같았는데 문닫는 시간이었다. 


왼쪽이 쳐낸 나무들이다. 이걸 차로 운반할 수 있게 잘게 잘라야 한다. 정원 바닥은 잔디로 덮을 예정이다.



벽돌벽을 깨부순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사각형 공간에 데크(야외용 마루)를 놓을 계획이다. 우리가 하고 싶지만 아마... 사람을 부르게 되지 않을까...


6. 쓰레기 버리러 가는 차도 옆으로 강이 흐른다. 햇살 좋은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반은 벗은 채 잔디에 누워 휴일을 즐기고 있다. 가족 단위가 많다. 휴일.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하거나 나처럼 집안일을 한다. 옆옆집 포루투갈 부부네 집에서도 뭔가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옆집 할머니는 하루 종일 정원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  

7. 이쪽 나라의 기본 개념은 DIY(Do It Yourself)인 것 같다. 관련된 책들도 많고 공구들, 자재들을 살 데도 많다. 나를 감동시킨 건, 그렇게 나온 폐자재를 직접 버릴 수 있는 시설이 인근에 있다는 것이었다. 옵션이 주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이곳 영국 시간으로 새벽부터 일어나 투표 상황과 개표 상황을 지켜 보고 있었다. 친구에게 문자로 출구 조사 결과를 알려 주었더니 "Oh, my god!"이라는 한탄이 돌아왔다. 젠장!

2. 어젯밤 친구와 이런 얘기를 했었다. 여론 조사 기간 동안 문재인이 서울, 경기에서 박근혜를 선명하게 앞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걸 한국 사회가 극도로 보수화된 결과라고 받아들인다. 내게 있어 보수화의 징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성형 수술이 만연하는 것, 아이를 하나만 낳는 가정이 엄청 많아 진 것, 유치원 입학 때부터 경쟁이 시작되는 것 등등이다. 즉, 사회 구성원 사이에 자력 구제의 경향이 심화되는 것을 나는 보수화의 징표로 받아들인다. 물론, 이것들은 주로 젊은 세대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그러나 어짜피 노장년 층의 보수화 경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3. 나는 이번 선거를 세대 간의 싸움이나 박정희 향수에 대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양극화 문제보다는 증세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드러운 리더쉽보다는 그것이 야기할 혼란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박근혜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투표율이 70 퍼센트 중반이 넘었음에도 박근혜가 과반으로 당선되었다면 그것은 어느 특정 세대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고, 그러므로 보수화 역시 그러하리라. 이러한 경향을 되돌릴 수 있을까? 이번 선거가 그 계기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이번 선거가 그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4. 어쨌거나 이번 선거 결과는 절대적으로 기성 세대들이 선택한 것이다. 기성 세대들은 아우성을 치며 젊은 세대를 머릿 수에서 찍어 누르고 새누리당 정권을 연장시켰다. 그러므로 그 책임도 전적으로 기성 세대들이 져야 한다. 그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길어야 1, 2년일 것이다. 나는 그 시간 동안 기성 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기를 소망한다. -나는 낙관주의자다.

5. 그러므로 진보 진영이 해야 할 일은 총선을 준비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일일 것이다. 첫째, 노무현 현상은 파산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 사회의 보수화는 김대중, 노무현 등의 민주화 정권에서 심화되었다. 물론, 당시는 IMF와 신자유주의 시대였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정권들을, 그 정권의 정책들을 큰 틀에서 지지했었다(한미 FTA 등등).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우리의 통찰과 비젼이 극히 협소했었다는 것이다. 그 비젼들, 그 정서들과 작별을 고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둘째, 민주당은 기득권을 내려 놓고 완전히 해체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라는 브랜드의 경쟁력이 극도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지나치도록 충분히 증명했다. 현재 야권의 선택은 안철수 중심으로 당을 만드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이번에는 민주당 사람들이 백의종군할 차례다.

6. 나는 박근혜가 대통령인 시대를 큰 실망감 없이 받아들인다. 우리 사회의 품격에 맞는 대통령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아직 바닥이 아니었다면 박근혜까지 가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 책임 소재가 너무도 분명하다. 선거가 극명하게 세대 대결로 갈렸고 젊은 세대가 머릿 수 싸움에서 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선거가 기성 세대들의 발언권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빌 뿐이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극도로 심화된 보수화 경향을 되돌릴 계기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나는 낙관주의자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이 글도 쓰지 않았을 텐데... 암튼 계속 잠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2-12-2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수 중에 반가운 글 써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weekly 2012-12-20 19:16   좋아요 0 | URL
아, 안녕하셨어요? 어제 결과에 충격을 받아서 주변에서 시민권을 신청했다는 소리도 들리고, 시민권을 신청하겠다는 소리도 들리네요. 뉴스를 보니 투표 당일날 여론 조사에서는 문재인이 다 이겼다는 얘기가 있네요. 그것이 뒤집어 진 것은 50대의 90% 가까운 투표율 때문이라는 것이고... 박정희 향수고 이념이고 지역이고를 떠나 젊고 똑똑해 보이는 여성이 노년에 접어든 여성을 모질게 조롱하고 공격하는 모습에 이분들이 정서적 결집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그 장면들을 보면서 낄낄대고 속시원해 했기에, 진보 진영들이 현장의 정서에 무감한 채 범하는 실수들에 대해 이제 철저하게 돌이켜 봐야 할 것이라는 반성을 하게 되더군요. 노년층 분들 중에 일제나 독재 시대에 향수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은 그 분들이 무식해서, 뭘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들이 그 시대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보 진영의 진정성은 그러한 정서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한 진보 진영은 그 분들에게 또 하나의 '공주님'일 뿐이겠지요. 저는 이런 것을 이번 대선을 통해 배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서, 감정이 전부일 수는 없겠죠. 현실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라는 것이겠죠. 이번 대선은 어떻게 하면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둘 이상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제는 개인들이 아득 바득 자력구제하지 않고 사회적 연대에 대해 주의를 돌려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공감을 형성해 내는 계기여야 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상당 부분 그런 합의가 이루어 졌다고 봅니다. 복지와 경제 민주화가 이번 대선의 주 의제가 되어 박근혜도 그에 참여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노장년 층들은 그 사회적 의제를 한강에 갖다 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현실에서 이유는 중요치 않죠. 결과만 의미있죠. 현실은 그렇게 냉정할 것이고, 그 책임은 박근혜를 지지한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입니다. 이번 대선은 그 책임 소재가 너무도 분명한 선거라고 봅니다. 50 대 이상의 노년층이죠. 너무 튀었거든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이 그에 대한 멍에를 지금껏 지고 있듯이 이분들도 그런 책임에서 오랜 기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시대가 힘들면 힘들수록 말이죠...

쳇, 또 너무 말이 많았네요...-.- 종종 들르셔서 좋은 말씀 주시는 것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며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동반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미리 기원 드릴께요. 건강하세요~
 

안철수 사퇴 이후 현재 지지율은, 박빙이긴 하지만 박근혜가 우세라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박근혜는 이 추세를 선거날까지 그대로 끌고 가면 된다. 그러므로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이 아닌 한 텔레비젼 토론에 참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국을 돌면서 박근혜를 이렇게 열렬히 지원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테레비젼 화면으로 전국에 과시하기만 하면 된다.

문재인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두 가지 계기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텔레비젼 토론이다. 박근혜가 테레비젼 토론을 계속 피하고 있기 때문에 법정 테레비젼 토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고, 박근혜가 현재 유세를 하면서 독한 말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테레비젼 앞에 앉았을 때 미처 분위기 적응을 하지 못하고 큰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첫 법정 테레비젼 토론이 문재인에게는 절대적으로 중요할 것 같다. (물론, 한국 정치에서 테레비젼 토론에 큰 영향력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기는 하다.)

다른 하나는 물론 안철수다. 나는 안철수가 후보 사퇴를 하면서, 만일 그가 정치를 계속 할 생각이라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오직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즉, 문재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다. 만일 문재인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거나 불명확하게 한다면,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안철수의 정치 경력은 사실상 끝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엔 팽, 후자의 경우엔 대선 패배의 원흉)

안철수는 또다른 옵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문재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즉 옷에 때를 묻히지 않으면서 이번 대선 기간을 조용히 보내고 다음을 기약한다는 것. 아마 안철수가 선택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리라.

첫째, 정치는 지지층을 위한 어떤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데 좋으냐? 그럼 이걸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아 보자! 이런게 정치다. 안철수에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라는 개인에 대한 즉흥적이고 우호적 "감정"이 그런 프로그램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감정들은 어제 내린 눈과 같이 실체가 없다. 안철수가 지혜롭다면 현상을 실체로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능동적인 개입을 통해서!

둘째, 정치는 어떤 형식으로든 결국 개입이다. 지금 돌아가는 판국을 보라. 박근혜가 단독 토론하는 것을 보았는가? 그는 공정성 차원에서 단독 토론을 요구한다고 하였지만 그 토론의 형식과 내용은 박근혜에 대한 철저한 특혜였다. 저 사람들이 말하는 공정, 정의, 국민이라는 단어들의 실내용이 다 이런 것들이다. 저 사람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이념과 네가티브로 선거 국면을 한사코 정책과 인물 대결 양상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반칙들이 새정치의 혁신 대상 아니던가? 안철수가 입으로 말하던 새정치는 그저 단어일 뿐이었을까? 지금 대선판에서 이런 반칙들을 지적하고 룰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가? 바로 안철수 당신이다! 안철수는 시민들이 새정치에 대한 염원으로 모아준 힘을 지금 바로 쓸 수 있다. 그토록 새정치와 정권 교체를 말해왔지 않은가? 안철수는 개입을 통해 새정치를 현실 안으로 끌어올 수 있다. 그러나 물론 그렇게 안할 수도 있다.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싫다면, 혹은 민주당과 한 묶음으로 엮이기 싫다면... 그러나 어쨌든 불개입도 개입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갖고 있는 힘의 포기다.

셋째, 그러므로 안철수가 결국 대선 불개입을 선택한다면, 아마 누구도 5년 후 안철수를 대선에서 또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정치는 활발한 의견 교환의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열리지 않는 신탁과 같은 정치인은 박근혜와 2012년의 안철수로 이미 충분히 피곤하다.

(어쨌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오바마와 정상회담을 하는 재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영국에서 12월8일쯤에 부재자 투표를 할 것이고, 전진을 위해 또 한 발을 떼는 나의 사랑하는 한국을 기대하며 여기서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석사 학위 마칠 때까지 블로그는 접어야 할 것 같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2-11-2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페이퍼네요. 석사논문 잘 쓰시고 돌아오세요~^^

weekly 2012-11-28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사합니다.^^

2012-11-28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ekly 2012-11-29 17:09   좋아요 0 | URL
아마 저는 박근혜가 되어도 일초 정도만 실망하고 말 겁니다. 왜냐하면... 정권 교체가 안되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사람이 30% 정도 되고, 정권 교체가 되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사람이 또 30% 정도 되고, 정권 교체가 되든 안되든 별 다를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또 그 정도 되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고, 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런 포토폴리오는 상당 기간 거의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박근혜가 되는 것이 한국의 현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만약 이번에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부정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져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그것이 비록 지극히 상식적인 일일지라도, 저는 이러한, 정말 어렵사리 이룬 일보 전진에 무척 기뻐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제 좋을대로 생각하고 있으렵니다.^^
(격려 말씀 감사드리구요. 이제 학기 과제 에세이들 써야 할 때가 되었는데, 영어식으로 표현해서, 주제에 대해 너무 깊이 들어와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중이라죠?^^)

별족 2012-11-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는 '자신'의 의지는 없어?라는 게 '지지자의 입장에서 선택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저의 반응이었지요.

weekly 2012-11-29 17:1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습니다... 별족님이나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어떤 깊음이 안철수씨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12-11-29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읽고 있는1人인데, 석사 학위 마칠 때까지 블로그를 접는다뇨. 접지 마시고 간혹이라도 글 써주세요.

weekly 2012-11-29 17:19   좋아요 0 | URL
실은 그럴라고 했었는데, 도저히 조절이 안되더라구요.-.- 좋은 말씀 감사드리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램지는 철학계의 갈로와와 같은 사람이다. 너무 일찍 죽었고 많은 작품을 남기지도 못했지만, 후대 학문의 진보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나 갈로와가 프랑스 사람다웠다면 램지는 교양 있는 영국 신사의 전형과 같았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램지는 믿을 수 없이 어린 나이에 전설과 같은 천재성을 발휘했던 사람이었지만, 친절하고 너그럽고 낙천적이고, 문화적 소양과 사회에 대한 감수성을 모두 갖춘, 즉 인격적으로 균형 잡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램지가 어떤 사람이었느냐면... (주로 내 관심사에서... 약 좀 팔자~)
18, 19세인가에 비트겐슈타인의 "논고"에 대한 비평을 발표했는데, "논고"에 대한 첫 해명이자 지금까지 나온 해명 중 가장 우수한 것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the best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케인즈의 확률 이론을 비판하고 대안적인 논문을 써내는 데, 이게 게임 이론의 전조가 되는 작품이라고 하더라. (그 위대한 케인즈는 자기 이론을 비판한 젊은이에게 어떤 보복을 하였던가? 그 젊은이가 캠브릿지 대학에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다! 영국 신사들의 너그러움과 사물을 객관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찬양하라~)
럿셀의 "프랑키피아 마쓰마티카"라는 대작의 허술한 점을 보완하는 논문을 썼다. 럿셀은 이 대작의 다음 판을 준비할 때 램지의 도움을 받았다.
비트겐슈타인의 "논고"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논고"는 처음에는 번역 불가능한 책의 범주에 속한다고 평가받았다고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램지에게 "내 책을 그토록 잘 번역했으니..."라는 편지를 보낸다.)
비트겐슈타인을 철학계로 복귀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하였고, 비트겐슈타인이 전기 철학의 난점을 깨닫고 후기 철학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도 결정적이었다. (어쩌면 비트겐슈타인과 대등한 입장에서 토론할 수 있었던 유일한 철학자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랬기 때문에(!) 비트겐슈타인은 램지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비트겐슈타인이 일기에서 램지를 비판하는 대목을 읽는 건, 내게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그리고... 26세에 죽었다. (철학, 경제학 등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램지는 기본적으로 수학자다.)

갑자기 램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제 기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전에 사 놓은 램지에 대한 책을 아이폰으로 읽다가 한 대목에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과 램지와 나는 "논고" 5.542로 엮여 있다.)

"I find, just now at least, the world a pleasant and exciting place. You may find it depressing; I am sorry for you and you despise me. But I have reason and you have none; you would only have a reason for despising me if your feeling corresponded to the fact in a way mine didn't. But neither can correspond to the fact." (Ramsey)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