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이사오면서 내 방이 생겼다. 이제 테레비 소음과 싸울 일이 없어서 좋다. (한국에서부터 한 공간에서, 나의 룸메이트는 테레비를, 나는 책을 보곤 했었다. 사실은... 결코 익숙해 질 수 없는 짓이었다.)


벽에 붙은 포스터는, 벌써 재작년인가, 프랑스 여행 갔을 때 사 온 것이다. 프랑스에서 나는 많은 자극을 받았었기 때문에, 그 자극을 잊지 않기 위해 저 포스터를 벽에 붙여 놓았다. 


그라네(발음이 맞나?) 미술관에서 열린 "세잔의 모범을 따라"라는 전시회였다. 화상 플랑크(발음이 맞나?)가 유증한 작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었다. 나는 그 전시회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플랑크의 회고록을 사기도 했다. 거칠게 영어로 번역된 판본.


회고록에 담긴 한 이야기. 피카소는 세잔을 무척 존경한다. 세잔의 그림을 수집한다. 그런데 세잔의 어떤 그림(포스터 속의 저 그림?)을 사려고 배달시켜 와서 보니 그림이 약간 손상되어 있었다. 피카소는 그 그림을 거절한다. 플랑크는, 그래서 자신이 대신 그 그림을 사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플랑크 역시 그 그림을 거절한다. 이유는? "피카소에게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나에게도 만족스럽지 않다." 피카소는 신이고, 플랑크는 일개 화상이다. 그럼에도 플랑크는 자신의 미적 취향의 기준을 피카소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플랑크의 개인 코렉션이 방탕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한 이유가 이것이다. (피카소와 플랑크가 거절한 세잔의 그림은 현재 일본의 한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책상 오른쪽 구석 맨 아래 깔려 있는 것은 나의 석사 논문이다. 6월19일날 제출하고 아직 거들떠 보지 않았다. 조만간 다시 읽어야지. 조금 두렵다.)


(초록 책상은 친구네 가족이 귀국하면서, 그 집 아들이 쓰던 걸 내게 준 것이다. 넓어서 만족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층에서 바라 본 모습. 오늘은 좌우 구석의 베어버린 나무들의 밑둥을 최대한 잘라냈다. 전기톱은 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일반 톱으로 잘랐다. 다음 주에 사람을 써서 큰 나무를 잘라 낼 때까지 더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국정원의 조직적인 댓글 공작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국정원의 가장 큰 죄악은 여론 형성 자체를 봉쇄하려 한 것이다. 잇슈마다 좌빨, 종북, 전라도 운운하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나타나면 사람들은 좌절하여 논리적인 의견 제시를 포기하게 된다. 이것이 국정원이 노린 것일 테고, 결과적으로 국정원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사상이 자유로이 소통하는 것,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정의다. 어쩌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반민주주의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상의 내용보다는 그것이 누구를 통해 이야기되었는지에 따라 가치를 분배한다. 더 학력이 높은 사람, 더 나이가 많은 사람, 더 직위가 높은 사람,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착하게 생긴 사람, 더 예쁘게 생긴 사람, 피부색이 나와 비슷한 사람(한국인들의 경우는 자신들보다 피부색이 더 하얀 사람), 어투가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고향이 같은 사람... 등등. 민주주의는 원천에 상관없이 사상 그 자체를 가지고 사상을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추상적이다. 민주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본능에 반하여 행동하게 한다는 점에서 추상적이다.


국정원이 한국의 민주주의에 심각한 해악을 끼쳤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다. 그러나 여전히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아주 아주 어리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시민 사회에서는 특정 집단의 사상 공작이 이 정도로 철저하게 먹혀 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댓글 공작 사태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른쪽 귀퉁이에 있는 과일 나무를 베어냈다. 마음이 안좋다. 오른쪽에 있는 큰 나무도 베어내기로 했다. 밑둥이 다 드러나도록 땅을 파헤쳤다. 다음 주쯤 나무 자르러 사람들이 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이런 귀한 자료를 직접 읽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얼른 읽었다.

2. 이런 국가기밀 자료를 국정원에서 공개했다는 사실이 한국의 현재 모습이다. 국정원은, 특히 일본과 미국의 정보기관에 아주 좋은 일을 해줬다.

3. 읽으면서 느낀 건 노무현의 열정과 김정일의 회의감이었다. 회담이 진행되면서 노무현은 김정일의 회의적인 태도를 어느 정도 극복해 낸 것 같았다.

4. 나는 노무현의 노선에 동의한다. 현재 남북 교류에 가장 커다란 장애는 북핵이다. 그런데 북핵은 남북 문제라기 보다는 북미 문제다. 북핵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기 위해 가질 수 있는, 북한이 판단하기에 거의 유일한 카드다. 그러므로 남한이 북한에게 북핵을 포기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봤자 북한이 응할 리가 없다. 만약 북핵 포기를 남북 대화의 선제조건으로 내건다면, 그건 남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같다.

5. 그러므로 북핵 문제는 다자간 테이블에서, 즉 6자 회담에서 논하는 것이 옳고, 그렇게 의제를 독립시키는 것이 옳다. 

6. 사람들은 정부가 북한에 끌려다니는 걸 아주 못마땅해 한다. 그래서 박근혜가 북한에 강경하게 대하는 걸 지지한다. 그런데 이건 정말 유치한 생각이다.

7.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대화를 단절하고 지속적으로 압박한다고 해보자.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북한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들어 질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엎어진다고 해보자. 이 말은 북한의 예측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불투명해진다는 걸 뜻한다. 전 지역이 군사 요새인 북한에서 누가 정권을 잡게 될지, 군부 끼리의 준내전 상황으로 치달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북한이 불안정해지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것이고, 그것은 인접한 한국과 중국에 재앙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에. 북한 난민 한 100만명이 일시에 경기도 일대로 넘어온다고 상상해 보라. 

8. 나는 한국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는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부를 확실히 통제하고 있는 실권자가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한반도를 관리하는 열쇠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이 정상회담 가서 하고자 한 일이 이런 것이었다.

9. 북한의 불안정화를 가장 두려워 하는 나라는, 역설적으로 중국인 것 같다. 한국 정부는, 믿기지 않게도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한국 정부가 아무리 북한을 압박해도, 북한은 중국의 자본으로 지탱될 것이다. 북한의 대중의존도가 심화된 상태에서는, 만약 김정은이 맘에 들지 않으면 중국은 친중 세력으로 정권 교체를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 한국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북한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을 스스로 빼내고, 중국에 그것을 양보하는 것 같다.   

10.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는 너무 멀리 갔다. 개성공단이 그렇고, 정성회담록 공개가 그렇다. 박근혜의 대북 정책은, 아마 70 ~ 80%의 국민 지지도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가 북한에 강경하게 대하면 대할 수록 그의 지지도는 더 올라갈 것이다. 박근혜를 탓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