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요일날 장보러 갔다가 재외 선거 신청을 했다. 영사관에서 사람이 나와 신청을 받더라. 

아는 분 중에 한나라당 성향 분이 있는데 이 분이 요즘 민주당 쪽에 관심이 좀 있으신 것 같다. 한국이 너무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대안으로 야당을 보니 야당은 또 야당대로 한창 분열 중이라고... 그래도 표창원을 영입하는 등 야당이 혁신을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 한국 내에서도 한번 바꿔줘야 하지 않나 하는 의견이 많다고 하시는데, 흠... 물론 가봐야 알 일이겠지?

2. 공공의 적 안철수. 솔직히 나는 안철수에게 기대가 많았다.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고, 그러자면 기득권의 양보가 필수적이고, 그런 관점에서 기득권의 비토가 덜한 안철수나 손학규같은 사람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완전한 오산이었다. 나는 이제 정당 정치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인사를 믿지 않을 것이다.

3.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단다. 그래서 나도 유튭을 좀 찾아봤다. 젊은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창 세력을 확장 중인 것 같다.

영국에서는 작년에 제레미 코뱅이라는 골수 사회주의자가 노동당 리더가 되었다. 경선을 위한 추천인 수를 마감 불과 몇 분 전에 채울 수 있었지만 젊은 사람들이 대거 당원 가입하여 코뱅을 압도적인 지지율로 리더에 올려 놓은 것이었다.

이미 허다한 금융 위기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약점이 드러날 대로 드러났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더 이상, 심지어 미국에서도 금기가 아닌 것 같다. 시내 서점 넌픽션 코너에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다룬 신간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가 선전을 해서 중요한 계기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4. 몇 칠 전 북한에서 로켓을 쏘아올렸다고 이곳 영국에서도 계속 난리다. 네이버에 들어가 보니 미사일이라고 하더라마는...

또, 사드 배치가 거의 공식화되었다는 뉴스도 봤다. 한국은 거의 무정부 상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드가 북한에서 한국으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막는 데 거의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불러 올 것이라는 것도. 게다가 중국은, 무엇보다도 경제 관계에 있어서 한국에 엄청나게 중요한 나라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사드를 도대체 왜 한국에 설치해야 할까? 답은 딱 하나다. 한국군이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기 싫어서다. 전시작전권을 돌려 받아서 잘 할 자신도 없고, 그런 무거운 책임을 지고 싶지도 않고, 준비 과정에서 한국군을 재편하는 문제도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군은 사드와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딜하고 싶어 했다. 그러면 외교부, 통상부, 경제부, 관광부 등 관련 부서들은 가만 있을까? 당연히 반대를 하겠지. 한국에 정상적인 대통령이 있었다면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드를 옵션에서 배제했겠지. 그런데 한국에는 대통령이 사실상 부재하다보니, 특히 요즘과 같은 때는 대북 안보 라인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밖에 없고, 그네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한국의 입장으로 관철되고 마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역시 한국인들의 선택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나는 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5. 한 달 전 쯤에 런던에서 맘 놓고 논 적이 있었다. 사치 갤러리 가고, 서점에 가고, 소호의 재즈 클럽에 가고 등등. 사치 갤러리에서는 14인의 현대 여성 작가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한국 작가의 작품도 있었다. 물론, 현대 미술 어려워... 이러면서 대충 대충 지나쳤다. 런던에서 가장 큰 서점인 호일스 입구 정면에는 한강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한강을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놀랐다. 그러나 현대 한국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젊은 작가가 그 말고 또 누가 있느냐는 친구의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대영 박물관 내 서점에 가면 중국이나 일본 미술책들은 적어도 책장 하나 씩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미술책은, 나름 열심히 찾아본다고 했지만 찾지 못했다. 한국은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되었다고 본다. 한국은 아시아의 어느 구석에 있는 작은 나라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꽤 유력한 나라 중 하나다.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우리 입장에서도 우리 자신에 대해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예를 들면 테이튼 모던 갤러리에는 한국의 현대가 스폰서한 대규모 설치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만큼이 또 우리의 지분인 것이다. 피상적인 유행을 뚫고 조금만 더 깊게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면, 그때 우리가 내는 목소리에 귀기울여줄 사람들은 뜻밖에 많을 것 같다. 이런 것들은 물론 젊은 세대들의 몫일 것이다. 사실 나는 이런 것들을 종종 확인하곤 한다. 싸이가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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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2-11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녹색평론 김종철씨가 암울한 시대에 가슴 뛰게 만드는 노인들 프란체스코교황, 버니, 코뱅에 대한 글을 썼는데,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이번 설에 죽어도 새누리당 지지자이신 시어머니가 개구라당을 욕하더라구요. 하아.. 놀라워라. 노동법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그거 통과되면 자식들 짤리는 게 쉽다는 걸 아셨는지 한참을 개구라당 욕해서 놀랐어요. 어제 저는 친정모에게 한참 개구라당 노동개혁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먹힐런지 모르겠습니다.

사드는 여러 글 읽어보았는데, 일본 방어용 미사일이라 하더군요. 일본을 위해 우리가 돈 내며 일본 지켜주는 거라고. 사실 대기권 밖으러 나가 오는 미사일이 누가 봐도 중국용이라는 걸 알겠는데 중국이 가만 있겠습니까? 저거 한다하면 중국 경제제제가 들어올텐데 곡소리 나겠죠. 진짜 멍청한 년이란 말이 욱하며 나옵니다.

weekly 2016-02-11 17:2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새누리당 지지자이신 시어머니께서 새누리당을 욕하신다니 반가운 뉴스네요.:) 분명 이명박 욕하면서 박근혜 찍으셨을 거고, 매일 아침 드라마 욕하면서 다음날 아침 또 채널 고정하시겠지만요...:)

버니 샌더스 관련 기사를 읽다보면 젊은 지지자들이 버니의 대학 등록금 면제 공약 이야기를 많이 해요. 영국에서도 대학 등록금 갖고 장난치다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였던) 자민당이 지난 총선에서 거의 박살이 났죠. 한국에서 똑같은 짓을 한 박근혜는 여전히 건재한 것 같구요.

미국과 영국의 예를 보면서 기득권에 묻어가려는 기성 정치계에 대해 새로운 정치 세력을 발굴해 내고 거기에 상당한 세력을 부여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힘만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적으로 정치 권력화하려면 기성 세대의 도움이 필수적이겠구요.

위 포스트에서 인용한 분 말씀이나 기억의집님 말씀을 들어보면 조금 변화의 바람도 느껴지는 것 같네요. 뭐, 마침 북풍이라 이번 총선은 별로 기대안하지만요...

2016-02-12 0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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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2 2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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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2 2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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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뒤가 필터 커피 뽑는 비이커(?), 그리고 왼쪽부터 그라인더, 터키 커피 만드는 포트, 모카 포트다.

 

일 이주 전에 동네 부엌 용품 가게에서 그라인더를 샀다. 딱 하나 있었고 칠도 약간 벗겨진 거였는데 지역 소상공인 경제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그냥 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터키 커피이고, 터키 커피를 만들려면 입자를 아주 곱게 갈아야 하기 때문에 커피콩 가는 시간이 제법 든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나로그를 받아들이고 있다. 내 생각에, 거창하게 말해서 윤리의 궁극적 근거는 손이고, 또 어떤 분 말씀대로 우리를 구원하는 것도 결국 손일 것이기 때문이다. 즉, 손을 쓴다는 것은 윤리를 배운다는 것. 그나저나 잘 볶아진 커피콩은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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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창비세계문학 40
마리오 베네데티 지음, 김현균 옮김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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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읽고 싶었던 바로 그런 소설이라고. 책날개에 "연애소설로만 읽으면 안될 것"이라고 적혀 있는데 난 반대로 말하고 싶다. 연애소설로만 읽어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처럼 여러 층위를 갖고 있는 소설. 소품이지만 진짜 소설.

 

내용에 관해서 간단히 말하자면 은퇴를 앞 둔 49세 남자와 20대 초반의 신입 여직원 사이의 사랑을 그린 1960년대 작품이다. 배경은 우루과이. 모든 진지한(?) 문학 작품이 그렇듯 이 작품도 세계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신은 존재하는가, 세계에는 의미가 있는가, 사랑이란 것이 가능한가? 화자인 중년 남자는 이 모든 질문에 부정적이다. 이 남자는 세계의 근본적인 무를 두 눈 딱 뜨고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면적 관계(돈, 권력, 가족, 성 등등)에 집착하는 것으로 나름의 회피를 하는데 이 남자는 딱하게도 순진하여 그런 알량한 것으로 스스로를 속일 수도 없다. 그리하여 그의 외관은 무기력, 허무, 고독, 위악, 냉소 등으로 채색된다. 이 중년 남자의 딸은 그런 아빠를 보고 운다. "난, 아빠처럼 늙어가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요..."  

이런 그에게 어느날 사랑이 찾아온다. 그런데 과연 사랑이란 가능한 것일까? 휴전은 인정한다 치더라도 영구적인 평화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탐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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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룰렛에 갔다가 모카 포트를 할인하길래 사왔다. 한국 돈으로 16000원 정도. 뚜껑 나사가 헐거워 조여줘야 하는 등 값싼 값은 한다.

 

사진은 커피를 추출하는 장면이다. 흔한 표현으로 죽음처럼 검고 지옥처럼 쓰디쓴 에스프레소가 2.5 샷에서 3샷 정도 추출된다. 맛은 내 입에는 좋다. 적어도 스타벅스보다는 나은 듯. (물론 스타벅스의 커피 맛이 최악이긴 하다.)

 

뜻 밖의 나의 커피 여정은 콩을 갈아 먹는데까지는 확실히 갈 것 같다. 주말에 커피 가는 도구를 사려고 한다. 그 다음에는 콩을 볶게 될까? 아직 거기까지는 확신이 없다.

 

(모카 포트의 단점은 커피가 너무 들어간다는 것. 터키 커피 만들 때보다 3배 이상 커피가 든다. 그래서 콩을 갈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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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06: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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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2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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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5 0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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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5 15: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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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에 광화문 큐브인가 하는 영화관에서 봤던 프랑스 영화다. 생각난 김에 디브이디로 구해서 다시 보았다. 좋은 영화다. 옛날에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었지만...

 

영화 주제는 제목 그대로 타인의 취향이다. 우리가 타인의 취향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 수 있는가, 하는 철학적 질문. 약간은 도식적으로 코메디를 섞어서 이야기를 잘 풀어놓았다.

 

절대적인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의 행위나 취향이 타인에게 말미암은 것인지 어떤 지 가름할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의 모든 행위는 타자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열림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열림도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열림이다.

(실제로는 소외된 취향, 대상화된 취향, 말 그대로 타인의 취향인 그러한 취향은 쉽게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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