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야 되는데 너무 졸려서 글을 쓰기 시작. 



얼마전 동료들과 chatGPT 이야기를 했다. 누가 좀 갖고 놀아보니 뭘 찾아주거나, 요약을 해주거나, 좀더 요약 분량을 늘려준다거나 하는 건 잘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 그러면 참고문헌 좀 업데이트 시켜볼까? 하고 키워드를 좀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나름 그럴듯한 이름과 제목이 뜬다. doi (The Digital Object Identifie)까지 다 갖춰서 찾아줬다. 그런데.. 그런데. 아는 이름들이 있는데, 뭔가 같이 일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같이 있다..? 그래서 찾아보니까, 적당히 적당히 조합이 되어 있는데 찾아준 논문 다섯 개 중 하나 빼고는 실제로 존재하는 논문이 아니었다. 그걸 저자, 연도, 제목, 학술지에 권, 호, 페이지에 doi까지 형식을 갖춰서 만들어준 것이다. 가짜로. 그럴듯한 가짜로. 


와... 나 이거 그냥 썼으면 어쩔 뻔 했냐며. 


그러니까 요즘 영미권에서 학생들이 이걸로 과제한다고 하던데, 조금만 찾아보면 금방 뽀록(!) 나겠더라. 

왠지.. 다행(?)이다. 그러고 창을 껐다. 



아침에 다락방님이 이름 모를 누군가의 글이 읽고 싶다고 하셔서 찾아봤다. 그 사람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한데 영어로 읽기 귀찮아서 chatGPT에게 물어봤고, 그 결과를 댓글로 달았다. 그러고나니 아 그거 다 맞는 얘기 아닐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물론 출처는 chatGPT라고 써놨지만, 확인 안해봐도 될까? 찜찜. (확인 안했다)



그래서 다시 chatGPT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아까 그 사람 정보는 여전히 확인 안함) 





맞는 것도 있고 안 맞는 것도 있는데... 


일단 알라딘과 알라딘 서재를 혼동하고 있고 

알라딘이 온라인 중고 서적 거래 플랫폼인 줄 나 오늘 처음 알았네.

그리고 다른 중고 서적거래 플랫폼이 어딨는지 몰라도 안 저렴해!  

알라딘이 이거 보면 화내겠다. 


이쯤되면 맞는게 50% 안되는 듯. 



책먼지님이 전기가오리 얘기하셔서 저번에도 한 번 찾아보고, 오늘 점심시간에 또 찾아봤다.




철학 관련 플랫폼(?) 이라고까지 알려줬는데 안 찾다니... 





전기가오리라는 동물은 어떤 철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나... @_@ (진짜인가?)


내가 전기가오리를 잘 몰라서, 이중 얼마나 맞는지 잘 모르겠다. 

두 번 구경했지만 비회원이 볼 수 있는게 별로 없어서 많이 보진 못했지만 

전기가오리의 철학적 의미 빼고는 대충 맞지 않나 싶은데... 


(사실 별 내용이 없는지라)




한글 말고 영어로, 그리고 한글 아닌 영어 컨텐츠에 대해 물어보면 조금 더 잘 알려줄지도 모르겠으나

처음에 없는 논문 마구 만들어낸 걸로 봐서 그냥 재미로 찾아보는 거, 아니면 틀려도 그만인 정보 정도만 검색해야겠다. 

사실 구글에 검색하고 조금만 읽어보면 되는걸 chatGPT를 쓰려고 하면 

이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수준인거지. 



그래서... 가입도 했는데 좀 아깝지만 안 쓰기로 했다. 아직까진 나의 검색능력이 더 나은 것 같아.

(결과 정리 속도는 따라갈 수 없지만 진위여부를 확인하는게 더 번거롭다) 




+ 전기가오리는 궁금하긴 한데, 3월에 (일 말고 생활 스케줄 변화로) 충격이 너무 커서 

  좀 지나서 다시 구경해봐야겠다. 재밌어보이긴 합니다... 











이런 책들에는 대체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 걸까. 

(읽을 생각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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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3-16 14: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태그에 빵! 저도 졸리던 참이였거든요ㅋㅋ 옆지기는 이거 가입해서 써봤다고 하던데 저는 아직 써보진 않았어요.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써본다 해도 진위 여부 가려내는데 시간 더 잡아먹을것 같아서요. 검색 결과 보아하니 역시 많이 미흡한듯 합니다^^;

건수하 2023-03-16 14:49   좋아요 2 | URL
지금 졸린 시간 맞죠? ㅎㅎ

가끔 졸릴때 같이 노는 용도가 가장 적당할 듯 합니다 :)

DYDADDY 2023-03-16 14: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ChatGPT의 대답을 보고있자면 영혼빠진 직장인의 갈고닦은 아무말 프리젠테이션을 보는 느낌이에요. 게다가 논란이 있는 주제(인간의 엉덩이는 몇개인가 등등)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경우도 있구요. 인터넷을 크롤링하면서 교차검증없이 그저 높은 선호도(신뢰도가 아닌)의 말을 뱉어내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 조금은 안심입니다. (결론이 ChatGPT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16 14:50   좋아요 2 | URL
DYDADDY님 (...뭔가 약칭 없을까요?) 비유가 찰떡이네요...!!
높은 선호도 혹은 빈도의 말을 적당히 조합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전기가오리라는 동물이 철학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게 아닌 거 맞죠...? ^^

DYDADDY 2023-03-16 14:55   좋아요 2 | URL
“제가 보기에 당신께서는 외모나 다른 측면들에서 전적으로 바다에 사는 넓적한 저 전기가오리와 아주 비슷합니다. 왜냐하면 이것 역시 접근하거나 접촉하는 것을 항상 마비시키지만, 제가 보기에는 당신께서도 지금 제게 그와 같은 뭔가를 가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저로서는 영혼도 입도 마비되고, 당신께 무슨 대답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으니 말입니다.” (플라톤, 『메논』, 80a–b, 이상인 역)
전기가오리 소개에 있는 글입니다. ^^
약칭은 대디 혹은 댇이라고 부르시는 분도 있고 디 라고 하셔도 저라는 것을 알 수만 있다면 호칭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요. ㅎㅎㅎ (‘어이~ 거기‘라고 불러도 알아듣기만 하면 된다 라는 생각이라서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3-03-16 14:59   좋아요 3 | URL
그냥 댁이라고 하면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16 14:59   좋아요 1 | URL
DY대디님/ 그러니까, 저도 저걸 읽긴 했는데... 그냥 소크라테스를 ‘깐 것‘ 으로 보여서 말이지요. 혹시 ‘철학적 의미‘ 가 있나 해서 여쭤봤습니다 ㅋㅋ

건수하 2023-03-16 15:00   좋아요 2 | URL
댁님.. 스펠상 댇님이 더 맞겠지만 ㅋㅋ
입에 잘 붙겠는데요 ^^

DYDADDY 2023-03-16 15:03   좋아요 1 | URL
전기가오리처럼 철학적 충격을 주는 소크라테스를 닮고 싶다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
우리말 발음 구조상 댁님도 좋네요. 편하게 불러주세요. ^^

건수하 2023-03-16 15:07   좋아요 1 | URL
앗 그런 뜻인가요...

저는 소크라테스의 외모가 좀 (외모지상주의 그리스인들 기준) 추하다고 들었던지라,

외모나 다른 측면들에서 전적으로 바다에 사는 넓적한 저 전기가오리와 아주 비슷합니다.를 매우 부정적인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

<메논>을 읽지 않았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야겠네요 :)

DYDADDY 2023-03-16 15:50   좋아요 1 | URL
수하님 // 외모는 그다지 미남상이 아니었가는 것은 확실하지만 지적 능력으로 미남자(!) 애인까지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추앙받던 존재였죠.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3-16 14: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졸렸는데, 이거 읽으니까 흥미진진 태그 공감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알라딘이 중고거래 플랫폼인지 몰랐네 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3-16 15:00   좋아요 1 | URL
날이 따뜻해지니 다들 식곤증이신가봐요. ㅎㅎㅎㅎ 고냥님을 닮으신 잠자냥님은 이시간에는 햇살좋은 창가에 길게 눕거나 식빵을 구우셔야 하는데.. ㅋㅋㅋㅋ

건수하 2023-03-16 15:01   좋아요 0 | URL
제가 물어본건 알라딘 ‘서재‘ 였는데...
그래도 알라딘에 사용자 커뮤니티가 있다는 건 알고 있더군요 ㅋㅋㅋ

잠자냥 2023-03-16 15:02   좋아요 4 | URL
오늘 햇살 따뜻하다고 베란다 창문 열어두고 왔는데 아까 점심때 산책 나가보니 바람이 쌀쌀 장난 아니던데요;;;
울집 애들 집사 원망하며 다들 춥다고 이불 속에 숨어 있을 듯... 음;;

DYDADDY 2023-03-16 15:05   좋아요 1 | URL
잠자냥 // 갑자기.. 자칫 오늘 빨래를 많이 돌려야 하실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여닫지 않아 따뜻해서 옹기종기 모여 식빵만 굽고 있기를 바라요. ㅠㅠ

잠자냥 2023-03-16 15:07   좋아요 3 | URL
댁님, 아닙니다..... 아침에 나올 때 3호 혼자 제 방 차지하고 있었어요. 아주 만족스런 얼굴로......
나머지는 다 집사 2방에 가 있었음...

DYDADDY 2023-03-16 15:18   좋아요 1 | URL
집사 2호님도 바쁘실텐데 부디 별탈없기를 바라요. ㅎㅎㅎ

책먼지 2023-03-16 15: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잉?? 저 수하님께도 영업 성공했네요??? 🎊🎉🥳 챗GPT가 팩트 체크까진 못하는 게 확실합니다!!! 전기가오리 설명 전반적으로 다 어긋나 있어요ㅋㅋㅋ 특히 다양한 분야의 철학자들이 직접 글쓰는 거 절대 아님요!! 전기가오리 한분이 컨텐츠 제작하시는데(디자인이나 출판 같은 건 다른 분들 도움받는 것 같았어요) 그분 반엘리트주의자!!! 위의 대디님 말씀처럼 딱 영혼빠진 직장인의 아무말 프레젠테이션 느낌입니다ㅋㅋㅋ 아 딱 졸린 시간이었는데 수하님 글 덕에 정신 듭니다!!!

건수하 2023-03-16 16:08   좋아요 2 | URL
책먼지님 덕분에 알게 되었고, 관심은 가지게 되었는데 행동은 아직 안 했습니다 ^^;;
(절반의 성공?)

봄이라 다들 졸리운가봐요... 그리고 다들 졸릴 때는 서재에 들어오시는군요? :)

책먼지 2023-03-16 18:02   좋아요 4 | URL
전기가오리란 게 있단 걸 알린 것만으로도 성공!!!
ㅋㅋㅋㅋㅋ 여기 진짜 월급루팡들 와글와글한 것 같아요!! 일하다 집중 안 되면 자연스럽게 서재에 들어와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DYDADDY 2023-03-16 21:36   좋아요 3 | URL
월급루팡이야말로 자본주의에 대한 반항이지요. ㅋㅋㅋㅋ 서재에 들어오는 것이 자아실현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ㅎㅎㅎ

우끼 2023-03-16 15: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근데 가오리 운영자님은 소크라테스가 플라톤때문에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플라톤에도 부정적이신…. 소위 고전 원전이 우리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선을 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었던가 … 근데 반엘리트주의는 선을 넘어야 가능한 거라고 이해했어요.

DYDADDY 2023-03-16 15:54   좋아요 3 | URL
전기가오님의 소크라테스에 대한 평가는 강의를 들어봐야겠어요. 니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소크라테스를 좋아하기 힘들긴 하죠. ㅎㅎㅎ 아, 오늘 문자 링크 받았어요. 내일 받을 메일이 기대되요. ^^

우끼 2023-03-16 16:07   좋아요 3 | URL
오오~~ 언젠가 공부모임에서도 뵐 수 있기를 ㅎㅎ몰랐는데 니체가 선을 넘는 이야기를 했었군요!!
부디 전기가오리를 댁님께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활용하시기를 바라요 ㅎㅎ(저도 댁님이 찰싹 입에 붙네요)

DYDADDY 2023-03-16 16:23   좋아요 1 | URL
약간 문맥상 문제가 있어요. 제가 니체를 좋아하는 것이고, 우상의 황혼에서 니체가 소크라테스를 못생긴 염세주의 광대로 평가하고 있어요. ㅋㅋㅋㅋ

우끼 2023-03-16 18:10   좋아요 1 | URL
아아 그렇군요.. ㅎㅎ 제가 잘못이해했군요

DYDADDY 2023-03-16 18:36   좋아요 0 | URL
우끼님이 잘못 이해하신 것이 아니라 제가 글을 애매하게 쓴 것이라 죄송해요. ㅠㅠ

우끼 2023-03-16 21:42   좋아요 1 | URL
와악 아니에요 제가 너무 확대해석해서 ㅠㅠ 평안한 밤보내시길 기원해요!!

다락방 2023-03-16 15: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계속 졸린데 이 글 읽어도 잠 안깨는데요? ㅜㅜ 계속 졸린데요? ㅜㅜㅜ
저는 아마 진짜 잠을 자야만 안졸리지 않을까....(사실 어제,그제 음주했습니다. 킁.)

DYDADDY 2023-03-16 15:58   좋아요 2 | URL
졸린 상태에서 거래처나 다른 부서와 통화하시면 chatGPT처럼 말씀하실 수 있으실지도 몰라요. ㅋㅋㅋㅋ 퇴근시간에 어서 퇴근하시고 푹 쉬세요. ㅎㅎㅎ

건수하 2023-03-16 16:09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오늘은 금주하시고 푹 쉬십시오....

단발머리 2023-03-16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 아까 졸릴 때 이 글 읽었어야 하는데....... 저 이제 안 졸려요. 그렇다는 것을 알려드리며 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졸릴 때 쓰인 페이퍼와 그 페이퍼에 달린 댓글의 퀄리티에 감동한 1인 드림

건수하 2023-03-16 22:05   좋아요 2 | URL
사실 다락방님 글에 댓글 달아놓고 틀린 정보를 드렸을까봐 찔려서...
(그러나 사실 확인은 해보지 않음)
‘chatGPT‘ 믿지말자- 하며 썼습니다 ㅎㅎ

오늘 다들 졸리셨나봐요 :)
 

<전도> 만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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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틈> 을 쓴 지넷 윈터슨의 신간이 나와 기쁜 마음에 써본다. 이번엔 셰익스피어가 아니라 메리 셸리의 현대적 해석이다.



























지넷 윈터슨 / 재닛 윈터슨 두 가지 표기가 다 있어 최근에야 알았는데 

의외로 논픽션도 많이 쓴 작가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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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14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책이 있네요?! @.@

건수하 2023-03-14 16:03   좋아요 0 | URL
어제 사고싶은 책 참았는데 오늘 사고싶은 책 또 생기네요 휴...

바람돌이 2023-03-14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프랭키스스타인 저도 궁금해요. ^^

건수하 2023-03-14 16:08   좋아요 1 | URL
저두요!

<정희진의 공부> 듣고 좀더 요즘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하며 논픽션 좀 읽어야지 했는데
또 이거 보니 마음 흔들리네요 :)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 이 책을 11월에 읽기 시작했는데 어제서야 겨우 다 읽었다. 재미있는 책도 아니고 좋아하는 주제도 아니지만 필요성에 의해 읽다보니 그냥 꽂아만 두기도 했고 읽다가 괴로우면 방치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2월 부터다.



제목 때문에 오해를 많이 살 것 같은 이 책의 원제는 'Write No Matter What: Advice for Academics' 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academic writing 자체에 대해 (그러니까 논문 혹은 책 내용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얘기하는 책이 아니고, '글을 계속 써서 출판해야 하는' 공부하는 사람, 결국 직업적 학자가 글을 쓰는 과정, 즉 어떻게 생산성 있게 지속적으로 쓸 지에 대한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러므로 책 중 일부 내용은 학자가 아니라도 글을 계속 써야하는 이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고

리뷰가 별로 없길래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한다. 


맨 앞에도 나오지만 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생산성 있게 글을 쓰려면 스트레스가 낮은 환경에서 좋아하는 글쓰기 과제를 자주 접해야 한다 

이다. 대개는 스트레스가 높은 환경에서, 부담스러운 글쓰기 과제를 드물게 접한다는 뜻이다. 


초반부에는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는게 왜 힘든가, 학문적 글쓰기가 왜 힘든가를 이야기하는데 

결국 글쓰기가 저자의 연구 능력 혹은 내적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아니라 (보통 학계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자질이라 생각하지만) 숙련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심리적으로 압박받지 않고 숙련공의 태도로 효과적으로 글을 쓰는 것에 집중하자고. 


그 다음부터는 실질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스트레스가 낮은 환경에서 자주 연구 과제를 접하기 위한 세 가지 길들이기 방법, 

그리고 글 쓰는 데에 필요한 시간, 공간,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 


세 가지 '길들이기' 방법은 


- 연구 과제 상자를 만들기

- 감정 환기 ventilation 파일을 쓰기

- 매일 최소 15분 동안 글을 쓰기 


이다. 


연구 과제 상자는 한 주제에 대한 자료를 모아두는 것이고, 꼭 실제 상자가 아닌 컴퓨터의 폴더가 될 수도 있다. 


감정 환기 파일은 글을 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인데, 적어보면 내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느 부분에서 불안해하는지 뭐가 나에게 걸림돌이 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일기 혹은 모닝 페이지와 같은 역할인 것 같다.


"글쓰기 과제가 재미없고 마음에 들지 않으며 내가 왜 이러고 사는 지 모르겠다는 말 따위를 떠오르는 대로 마구 썼다. 15분간 자유롭게 다듬지 않은 거친 어조로 마구 쓰고 나면,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다."


15분 동안 글을 쓰라는 이유 짧은 시간 동안 매일 글을 쓰는 것이 가끔 오랫동안 쓰는 것보다 창의력이나 생산력 측면에서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발적으로 편안하게 "몇 분 동안 글 쓰는 시간"을 최대한 자주 가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15분 글쓰기가 습관으로 잡히면 자신감도 생기고 더 길게 쓸 수 있게 된다고. 

(당연히 매일 15분만 써서 되는 것은 아니고)


그 밖에 중요한 내용이 몇 개 있는데, 


글 쓸 시간과 공간, 에너지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공간은 정돈되고 혼자만 보낼 수 있는 글쓰기 공간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시간과 에너지는 삶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서 중요한 것 (여기서는 글쓰기)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하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시간과 가장 좋은 에너지를 가장 중요한 일에 소중하게 쓰자."


(그러니까 내가 이 부분이 특히 문제가 있었던 것인데, 나에게 가장 좋은 시간 그리고 에너지를 요즘에는 알라딘 서재 혹은 페미니즘 책읽기에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보다 이 부분이 더 재미있고 또 이 일에 더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 필요에 의해서 각성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사실 어느 정도 도피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또 도피가 최근의 일만이 아니기도 하고)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건 폭식하듯이, 지칠 때까지, 쓸 말이 바닥날 때까지 글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매번 자신이 소모되기 전에 글쓰기를 멈추고, 다음 글의 출발점이 될 지점을 표시해두고 (메모하고), 다음 날 다시 돌아가라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여전히 기운이 남아 있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때까지만 쓰고 멈춰라."



마지막에는 대중 학자를 위한 글쓰기라는 작은 챕터가 붙어 있는데, 최근 십 년 정도 사이 대중 학자들이 책을 내거나 글을 기고하고 방송에 등장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시대의 요구랄까. (그래도 그런 책들 중 여전히 <코스모스>가 최고인 것 같다) 나도 계기가 있어 아주 작은 시도를 해 본 적이 있으나... 그런 글을 쓴다는 건 학문적 글을 쓰는 것보다도 더 어렵고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일이더라. 



추천하거나 인용하는 책이나 논문은 한국에 출판된 것이 별로 없다. 두 권이 있는데 둘 다 품절이지만 참고하실 분들을 위해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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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12 16: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제겐 꽤 유용한 리뷰였습니다! (사실 삶을 루틴화하는 건 정말 어렵죠..🥹) 수하님 ㅋㅋㅋ 알라딘 개미지옥에서 빠져나가 진지한 글쓰기를 하신다고 하면 제가 말리지는 않겠습니당?!?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3-12 18:24   좋아요 2 | URL
알라딘 개미지옥에서 빠져나가 진지한 글쓰기를 하신다고 하면 제가 말리지는 않겠습니당?!? ㅋㅋㅋㅋ

저는 반대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대, 결산반대, 결사항전!!!

건수하 2023-03-12 20:07   좋아요 1 | URL
쟝님 유용했다니 정리한 보람이 있네요 (사실 귀찮았는데 ㅋㅋㅋ)

알라딘은 취미 일은 일.. 빠져나갈 건 아니고 집중 잘 되는 시간에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던 것을 이제 진지한 글쓰기를 해야겠다 뭐 그런 거죠 ㅎㅎ

쟝님처럼 좀 줄이면 되지 않을까요? (좀이 아닌가..)

건수하 2023-03-12 19:49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안빠져나갑니다
진정하세요🥰

단발머리 2023-03-12 19:50   좋아요 3 | URL
약속하신 거에요 🥹🥹🥹

건수하 2023-03-12 20:36   좋아요 2 | URL
그러고보니 쟝님 저를 너무 빨리 쿨하게 보내준 거 아닙니까…?
단발머리님과 넘 비교되는데 ㅋㅋ

건수하 2023-03-12 20:37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

- 2023-03-12 20:52   좋아요 2 | URL
말리지 않아도 붙어있게 만들꺼니깐🧵🪡

단발머리 2023-03-12 21:19   좋아요 3 | URL
실패가 웬말이냐 나는 손하트 받았당!

- 2023-03-12 21:25   좋아요 2 | URL
손 하트 매력적인데요? 이거 어때요? 🧏🏻‍♀️ 볼 귀욤이

책읽는나무 2023-03-13 0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알라딘이 주업,
일은 책을 사기 위한 취미활동
그리 생각하시면 안되겠습니까?ㅋㅋㅋ
근데 수하님 알면 알수록 양파시군요?
작은 시도를 해 보셨다니?
저 자꾸 수하님 우러러봐도 되는 거죠?ㅋㅋㅋ

건수하 2023-03-13 09:28   좋아요 2 | URL
그런 상태나 마찬가지인데.. 일을 조금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ㅎㅎ

양파는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구요 흑역사로 남았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3-03-15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일 최소 15분 동안 글 쓰기 해야 할텐데요...
저는 아직 글쓰기는 습관이 안되어서 100자평 쓰기도 너무 어렵네요.
책 읽기처럼 루틴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루틴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일할 때 종일 노트북 들여다보니, 업무 외는 노트북은 쳐다보기도 싫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스마트폰으로 글 쓰기도 너무 불편하고, 손으로 쓰는 건 더 어렵고,,,
아직은 가장 좋은 시간과 가장 좋은 에너지는 책 읽기에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3-03-15 14:19   좋아요 0 | URL
저도 글을 잘 못쓰지만 100자평 쓰기는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안에 압축해야하니까..

15분씩 매일 시간을 정해두고 쓰면 좋겠지만
저도 이 글 쓰고서 못하고 있습니다 ^^;;;

좋은 시간과 에너지를 책 읽기에 쓰는 건 괜찮은데요? ^^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 스트레스 없이, 생산성 있게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매뉴얼
졸리 젠슨 지음, 임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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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대로 배경가리기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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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쓰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서 어제까지 할인하길래…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 빼고는 매우 좋다.



“짧은 시간 동안 매일 글을 쓰는 것이 가끔 오랫동안 글을 쓰는 것보다 창의력이나 생산성 측면에서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매일 15분씩 쓰라고 한다.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이 생각난다.

15분은 매일 지속할 수 있고 습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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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3-11 23: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5분을 쓰기 위해서는 1시간을 딴짓을 해야 하는 건 저만의 슬픔일까요? ^^

건수하 2023-03-12 06:09   좋아요 2 | URL
시동거는 시간이 다들
필요하죠 ^^ 저는 계속 딴짓하다가 이제 해볼까 하면 피곤해질 때도 있고 ㅠㅠ

이 책에선 ‘감정 환기 ventilation 파일’을 써 보라고 하는데 모닝 페이지와 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쏟아낼 거 쏟아내고 필요한 것에 집중하게 하는 기능이요.

그레이스 2023-03-13 06:29   좋아요 1 | URL
전 리뷰하려면 어떤 때는 한달이 걸리기도 해요ㅠ

은하수 2023-03-12 0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15분 쓰려면 머릿속으로 몇시간은 글을 굴리고 굴릴야 될듯해요.
15분이면 꽤 긴글을 쓸 수 있잖아요~~
전 매일 5분 정도만이라도 쓰는 연습을 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짧은 글부터요^^

건수하 2023-03-12 11:41   좋아요 3 | URL
저는 서재에 쓸 때는 사실 별로 생각 안하고 그냥 일단 앉아 쓰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두서가 없지만요..

매일 5분도 쉽진 않겠지만, 실천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3-03-12 1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피너츠 엘레베이터 독서대!!! 제거랑 디자인 빼고 기능 거의 비슷한데 나중에 나와서 더 좋아진 것 같네요!!! 저는 피너츠 독서대 탐내다 독서대는 그만 사자…하고 피너츠 그려진 코렐 세트를 사 버렸습니다…… 맘껏 읽고 쓰는 삶이 지금 저의 바람입니다… 그러니 쓰고자 열망하는 그 순간 즐기시길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12 13:50   좋아요 3 | URL
피너츠 코렐 세트요…!!! _ 제가 다른 코렐이 많아 차마
지를 수 없는 그것이군요

독서대 예쁘기도 하고 편하네요. 노트북 거치대로도 쓰고 (여기 올려놓고 오늘 서재에 글 하나 썼어요)

쓰고자 열망.. 하진 않습니다. 그랬음 좋겠네요… 🥲

반유행열반인 2023-03-12 14:53   좋아요 2 | URL
네 저도 10년 전에 제일 싼 푸른 풀무늬(?) 세트 사고 부족할 때마다 낱개로 같은 시리즈 사서 충분한데도 이건 사각세트잖아, 2인용이니 과소비 아니야, 게다가 칼라 아니고 흑백이라 더 운치있어(?) 갖은 핑계를 대다 9피스 자리로 추가하였는데 만족합니다ㅎㅎㅎ(막 뽐뿌질)

책읽는나무 2023-03-13 0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독서대 이쁘다!!
결국 이걸 사신 거에요?
피넛 독서대는 못 본 것 같은데...이걸 살 걸 그랬어요!^^;;;
높낮이 독서대는 의외로 집 배경 잘 가려줘서 좋아요ㅋㅋㅋ

건수하 2023-03-13 09:29   좋아요 2 | URL
딸이 개시하구요 같이 쓰자며… 곧 뺏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덩치 큰 거 빼고는 엄청 편하고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