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철학 이야기 100 - 깨달음과 해탈의 철학
왕혜천 외 지음, 송춘남.송종서 옮김 / 서책 / 2011년 7월
절판


이전에 출간된 유교철학과 선철학에 이어 불교철학 이야기까지 읽게 되었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책의 내용구성이나 난이도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허나 철학서라서 쉽게 쉽게 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생각하고 이해하느라고 마냥 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옛 이야기를 듣는 듯한 포근함 또한 변함없어 찬찬히 느린 호흡으로 며칠에 걸쳐 읽었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반감이라던가 선입견 그리고 편견없이 이야기를 듣고자 하니 더위도 괴로움도 무상에 대한 끊임없던 갈급함도 적어도 책을 읽고 있던 그 순간만큼은 덜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익히 알고 있었던 이야기와 교리도 있었으나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이 알게 되거나 오해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바로 잡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이를 먹다보니 이래저래 괴로움이 많아졌다. 그것이 끝없는 욕망과 탐욕, 그리고 우매한 어리석음이란 것을 알면서도 쉬이 놓아지지가 않았다. 심리에 관한 서적도 자기계발서도 그때 뿐이라 결국 늘 나의 용서를 기도하며 매일 밤 잠드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나마의 참선이었다. 종교가 다르다고는 해도 놓아야 할 것, 내려놓을 것, 비워야 할 것은 다 같은 의미였다. 지금 내게 닥친 시련이 너무도 커서 당장 삶을 놓으려 할 때도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죄를 짓는다하여 구원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한낱 미물의 命도 귀하니 인간의 생명은 아니 귀할 것이냐고 묻는 듯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내어 놓는 다는 것은 절개와 정조를 지켜가는 것일 수도 있으나 지금 시대의 우리에게는 비움과 내려놓음이 아닌 포기하고 놓아버리는 것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읽으면서 성경구절 말씀과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었는데 그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거나 그렇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물론 선한 의미는 같으나 다소 그것을 가르키는 손의 방향이나 매개체가 사뭇 다름을 느끼는 부분도 많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종교의 시선이 아닌 이론과 바른 말을 접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하니 서로 다른 종교에 대한 차이가 아니라 다름을 자연스레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100가지의 이야기 중에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말씀은 해인해기(害人害己)남을 해치고 자신도 해치다 였다. 마음속에 심어진 나쁜 기운은 그것을 현실화시킨다. 화제가 되었던 시크릿을 비롯하여 근래에 출간된 마음치유 도서들에서도 공통된 의견이 바로 해인해기 였다. 코가 아름답지 못한 부인을 위해 타인의 코를 베어내 붙여주려 했던 어리석은 남자는 결국 부인의 코도 베었지만 그자리에 붙일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부인에게도 코를 베어낸 그 여인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해를 가하게 되었다는 내용인데 때때로 나의 경우가 그렇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가진 좋은 것과 은혜받은 것은 제쳐두고 타인의 더 좋은 것을 탐내는 내 모습이 엿보여 뜨금했던 것이다. 비단 나 뿐이 아니라 그로인해 내 지인들까지 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글로 보니 한 번 더 되새기게 되었다.


기도를 하고 관련 서적을 읽고 좋은 말씀을 책을 통해 반복해서 접해도 인간이 갖고 태어난 업 혹은 죄를 닦아내고 용서받는 동안에도 우리는 또 다른 죄와 업을 쌓아가게 된다. 이전에 읽었던 유교철학이 학교 선생님이고, 선철학이 인생을 오래 사신 어르신들의 충고라면 불교철학은 성경말씀과 표현이 상이한 결국 비슷한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지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가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서도 그리고 불교에 대해서도 이제 막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라 더 많은 것을 느꼈어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마음을 어지럽히고 내 시야를 멀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을 사라지게 해야 하는 방법 또한 내안에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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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브러시, 오래된 사진
와루 글 그림 / 걸리버 / 2011년 7월
품절


고백하자면 책의 내용을 거의 알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꼭 읽어야지 하고 맘 먹은 것은 클래식 피아노위에 올라앉은 말갛게 웃는 아이의 모습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았다. 마치 이렇게 얘기하면서. "너... 말이야. 그러니까 너... 있잖아. 내 책 안읽으면...죽어-_-+"하고.
이야기는 와루의 유년시절 부터 근래에 찍은 서른 여덟장의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와 작가가 평소에 생각했거나 독자로 하여금 생각케 하는 여덟개의 이야기, 그리고 앞서 그 어떤 이야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들을 울렸을 번외편 장발과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여덟개의 사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작가와 비슷한 시기를 살아와서인지 공감되는 것도 있고 성별의 차이로 잘 알 수 없었던 남자들 만의 세(?)계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어 재밌었다. 그래서 책에 담긴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느낌별 베스트5로 정리했다. 우선 나를 가장 웃겼던 베스트 사진은 스무번째 사진 취미 였다. xx토가 되려는 후배의 전조현상을 전혀 의심없이 지켜보다가 사진 한장에 넉다운 된 와루를 보면서 읽다 말고 책을 덮고 배잡고 웃었다. 어찌보면 막 웃긴 이야기는 아닌데 메일을 클릭하려는 장면에서 어찌나 긴장했던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후배한테 같이 당한듯한 배신감과 리얼하게 xx토가 되어버린 사진에 진짜 사진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반대로 나를 가장 슬프게 했던 사진은 서른번째 사진 강아지 였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만화가 있었는데 그때는 매를 맞고 사는 엄마와 강아지의 처지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그때 결국 그 개는 복날 죽는 것으로 끝나고 그나마 엄마는 지아비를 뿌리치고 새출발을 하는 것으로 끝나 불행 중 이었다. 반면 와루의 사진 속 강아지는 다시 돌아오는 것에서만 끝나서 더 맘이 아팠다. 바보 이야기도 현실에 짓눌려 기타를 몰래 쳐야 했던 와루의 아버지의 뒷모습도 마음이 애려왔다.

가장 통쾌하다고 느꼈던 사진은 덩치 였다. 성인이 되어 화장실에서 만난 그 나쁜 동창에게 썩소를 날려주는 와루씨의 표정은 배워야겠다 싶을 정도였다. 물론 나의 경우는 어릴 적이 훨씬 덜 무시당하는 외모를 가졌었기에 그 썩소를 배워도 써먹을 기회가 거의 없겠지만 무언가 의기소침해지거나 불합리한 현장에서 살아남았을 경우를 대비해서 꼭 기억해두고 싶었다. 네번째로 많은 생각과 지난 날을 돌이켜 보게 만든 그야말로 추억의 사진은 열한번 째 겁쟁이 였다. 마지막으로 나를 울컥하게 만든 사진은 스물여덟번째 사진 할머니 였다. 예전에 집이 경기도일 때 직장을 서울로 다니며 출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이 넘는 곳으로 다녀야 할 때 이따금 서울 중심가에 있는 외할머니 댁에 들려 맛난 법을 얻어먹고 으쌰으쌰 기운 냈던 적이 있었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그사이 큰 수술과 잦은 입퇴원으로 할머니는 이제 혼자 드실 수 있는 밥상조차 차릴 기운이 남아있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그때 할머니가 차려주신 그밥상, 그저 자주 들러 먹어주기만 해도 오히려 고맙다고 하셨던 그 밥상을 난 열손가락에 꼽힐 정도 밖에 먹질 못했었다. 나름의 베스트5 사진을 고르긴 했지만 오래된 사진에 담긴 사연들에 맘이 가지 않은 사진은 단 한편도 없었다. 노력끝에 잡은 참새를 놓아주던 와루의 모습도 길치였던 와루의 모습도 자주 가던 할머니 밥집을 더는 갈 수 없게 되는 와루의 모습에도 내가 보였다. 반면 번외편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들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려다가 멈춘 듯한 것이 여운이 아니라 내게는 다소 답답함으로 느껴졌다. 아직 삶의 단면만 보고 사는 것인지 반드시 명쾌하게 인과관계를 밝혀주어야만 이해가 가능한 아둔함이 가득찬 까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만화는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는게 좋았다. 

이 여름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에 휴가가 있는 사람들도 없는 사람들도 몸이 꿈틀거린다. 그럴 때 와루처럼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놓고 사진 한장 한장을 들여다보며 나만의 추억에세이를 적어보면 어떨까. 글재주는 없어도 내 마음을 기억해내고 그들을 추억하는 데 본인만큼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으니 맘편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참, 왜 와루작가의 머리가 여인이라 착각될 만큼 계속 기르기만 하는 지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책 한권에서 느낀 감동과 울먹임도 놀랍지만 장발의 이유가 더 와루라는 작가로 하여금 친근하고 손내밀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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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유연하면 풀린다 - 당신의 관계에는 굳어진 패턴이 있다
클로에 마다네스 지음, 나혜목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1년 3월
절판


한 권의 책을 읽기 전 과 후 모두 타이틀에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서명이 주는 기대감과 상이해서 오는 허탈감으로 인해 재미있게 읽어놓고도 평가가 떨어지기도 하고 내용자체는 별게 아니지만 기대했던 바를 충실히 담아냈을 경우에는 다시금 책을 펴고 싶은 미련을 남기기 마련이다. 책, 관계 유연하면 풀린다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유연하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두고 읽는다면 분명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저자 클로에 마다네스는 현역에서 활동했던 사례와 상담자들의 이야기를 근거로 하여 관계에 대해 크게 2개의 파트로 나뉘어 설명해주고 있다. 첫번째 파트 관계, 엉켜 있는가? 에서는 관계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엉켜있다면 그런 문제가 왜 발생하게 되는지의 원인을 밝혀주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가정을 포함한 수 많은 관계속에서 느끼는 부담감과 두려움 그리고 불편함이 어디에서 오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이부분에서 좀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은 관계의 근본 목적이 '욕구'에서 온다는 사실과 근래 들어 비슷한 서적에서 줄기차게 강조하는 스스로가 만든 편견이 불러들이는 불행, 그리고 세모와 동그라미를 통해 알아본 서열관계 등이었다. 모든 내용이 앞에 내용을 부연설명하듯 이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관심이 가는 파트보다는 처음부터 차례로 읽는 것이 더 관계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서 언급했던 관계의 목적이 6가지의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만 깨달아도 문제를 일으키는 상대와 관계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폴과 젠의 사례를 통해 나 역시 누군가와 문제를 일으킬 때 단순히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덮어버리는 방식이 결코 해결이 아닌 오히려 관계를 엉키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의 욕구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바라는 욕구를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만 했어도 언어폭력의 대부분은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아니라 상대의 생각과 욕구와는 별개로 옳지도 않은 이야기에 스스로 믿음과 근거를 덧붙여가며 만들어낸 편견으로 내 자신도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을 만큼 놀라웠다.

첫번째 파트에서 편견에 대한 수정과 관계의 구성요소를 알고 나면 두번째 파트 얽힌 관계, 풀어보자에서는 이제 진정한 내면과 만나고 엉킨 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단계연습에 들어간다. 상담자 리사의 사례는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계 여성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의 유년시절만 떠올려봐도 울기부터 하는 아이는 오히려 상대를 지치게 하고 나약한 아이로 낙인찍힐 것이 두려워 강한 척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강한 모습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지나치게 감정에 솔직할 필요는 없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것이 상대로 하여금 오해를 낳게 하고 그 오해속에 살아가야 하는 스스로를 만들어버리는 악순환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계의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7단계로 설명하는데 이 부분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다. 상대를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잘못된 편견과 사고를 바로 잡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인 것이다. 관계를 해결하려 할 때 우리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다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듯 말한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당신도 나를 위해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길 강요하기에 애써 만든 자리를 불편하게 끝마치게 된 것이다. 내가 고치게 되고 상대의 욕구를 들어주려는 자세가 되면 관계의 불편함은 해소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세상에 어느 누구도 불편한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어하진 않는다.

책의 분량은 상당히 두껍다. 표지에서 체구가 작은 여자아이가 제 몸집에 몇 배가 큰 코끼리를 어루만지듯 우리는 그렇게 커다란 관계라는 문제를 헤아리고 어루만지듯 읽어가야 한다. 때문에 당장의 시급한 문제를 가지고 마치 사전을 뒤적거리듯 해답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책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고 답답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대로 읽지 않으면 '뭐야, 결국 문제는 내가 일으켰다는건가.'하며 오인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에필로그와 부록부터 읽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에필로그와 부록만 읽어도 책을 찬찬히 여유롭게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딱 맞는 해답은 아닐지라도 어느정도 완화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가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가 다소 가정문제에 치우쳐 아쉽기는 하지만 관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은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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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희정 옮김 / 지혜정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보면 너무 몰입한 나머지 내가 화자인지 독자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을 지경에 이를 때가 있다. 그런 책을 만나게 될 경우 가장 위험한 것은 한동안 그 소설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맘에 드는 결말이 아닐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 나였다면 그렇게 하진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책, 홀로서기는 하필이면 딱 그런책이다.

 

서른 여덟살의 올가는 어느 날 저녁 남편에게 이별통보를 받는다. 너무나 일방적이며 마지막 까지 자신이 모든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듯 비겁하게 그녀를 남겨두고 떠나버린다. 일주일 정도 아이를 보러 들리지만 굴욕적인 상황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올가를 남편 마리오는 아에 연락도 끊어버린다. 그 사이 올가는 차츰 망가져간다. 아이들 돌보는 것도 귀찮고 마리오가 아이들을 위해 선물했지만 결국 자신의 로망을 위해 데려온 늑대개 오토또한 그녀에게는 버겁다.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는 것도 벅찬 그녀에게 그녀나이 8살 때 남편의 배신으로 자살한 이웃집 여인이 자꾸 나타난다. 그녀의 모습을 통해 반추되는 것일 수도 있고 실제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는 그녀를 바라보며 올가는 다짐한다. 자신은 절대 그녀처럼 자살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지금의 슬픔을 이겨내겠다고. 하지만 실연하는 모든 여성들이 그러하듯 당당해졌다가 일탈을 시도했다가도 또다시 좌절하고 눈물흘리고 폭력적으로 변하게 되며 급기야 주변에서 그녀를 도와주려는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는 적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힘겨워 하는 올가의 모습을 작가는 마치 자신이 멀지 않은 과거에 직접 겪었던 일인냥 세세하게 서술해간다. 때문에 읽으면서 올가와 함께 나는 분노에 휩싸였다. 올가가 마리오와 스무살짜리의 그의 새연인과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그녀에게 손을 대지 못한 사실에 올가보다 더 억울하고 속상해졌다. 나였다면 마리오를 좀 더 박살낸 후에 난 반드시 그녀의 귀에서 마리오 할머니가 물려진 귀걸이를 빼앗았을 것이다. 그녀의 귀가 찢어지도록 피가 나든 말든 그건 내 알바가 아니다. 아마 올가의 마음에서는 그 이상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을테니까. 읽다보니 올가의 비이성적이고 상스러운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도 나올 것 만 같았다. 그리고 반복되어 생각하는 상상은 내가 올가였다면, 내가 그녀였다면 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일이 점점 비극적으로 치닫는다. 처음에는 올가에 눈치를 살피던 그녀의 아이들이 차츰 마리오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엄마를 비난하고 심지어 올가를 그지경으로 내몰았던 그녀와 비교까지 하며 무시하기 시작했다. 소설이라고는 해도 현실에서도 그런 경우는 많다. 아이들은 아직 성숙한 이성을 갖지 못했고 심지어 그들에게는 죄도 없다. 부부의 문제로 인해 이리저리 오가는 것도 스트레스인데다가 어찌되었든 아이들은 제 엄마의 불행보다는 자신들 앞에 놓인 불행에 당연히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책의 내용은 막바지에 이르러 점차 자신의 일을 찾고 이웃집 남자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올가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나지만 정작 독자인 나는 여전히 올가의 억울함과 제대로 하지 못한 복수에 열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서는 안되었다. 유치하고 통속적이긴 해도 좀 더 통쾌하게 마리오와 그녀에게 복수해야 한다. 물론 마리오의 체형이 점차 다시 이전의 마리오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아이들 양육문제로 새롭게 시작된 관계가 흔들리고 있음을 고백한다고 해도 그정도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서명이 홀로서기이긴 해도 무언가 그녀가 내뱉었던 그 잔인하고 적나라한 복수는 다 어디로 간것일까. 무언가 아쉬운 결말에 기운이 빠졌다. 오토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으면서 정작 올가가 홀로서기에 이르는 과정은 지나치게 짧고 간결한 것이 이책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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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오스 - 피의 맹세 스토리콜렉터 5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이미정 옮김 / 북로드 / 2011년 7월
절판


선한 뱀파이어라는 것이 존재할까? 라는 의문과 그런 바람으로 탄생한 작품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정부의 공식정인 보호아래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처리(?)해주는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흥미롭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외계인, 늑대인간, 생체실험, 나치, 홀로코스트를 비롯 그동안 다양한 ~카더라 통신과 X파일을 통해 어디선가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을거라고 믿는 일들이 소설을 통해 좀 더 현실에 근접하게 다가옴으로써 느껴지는 긴박감과 스릴은 책 블러드 오스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반면 100여년을 넘게 살다보니 인간 따위의 행동들이 다 거기서 거기고 마치 자신도 이전에는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았으면서도 대단한 존재인냥 인간을 내리보는 듯한 시크한 매력의 뱀파이어 케이드와 이와 대조적으로 촐싹맞고 말빨하나 끝내주는 잭의 티격태격은 헐리웃 스타일의 구성은 지루하긴 해도 영상으로 만나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을 거란 기대로 독자로 하여금 빠른 호흡으로 읽게 만든다.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릴러물에서 빠지지 않는 뉴욕시립도서관은 이번 작품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케이드와는 달리 거칠고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듯하면서도 나약한 여자 뱀파이어 타니아가 등장하는 장소도 도서관이다. 마치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하고 기묘한 것을 따르는 이들을 부르는 주문처럼 도서관은 이작품에서도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여기에 나치가 자행했던 비윤리적인 사건들과 콘라트를 연결 시킴으로써 이전에 발표되었던 엑스맨 시리즈나 앞서 언급했던 엑스파일 그리고 고전 프랑켄슈타인까지 책을 읽다보면 비교하며 읽어봐도 좋은 만한 작품이 잔뜩 등장한다. 뱀파이어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다양한 이야깃 거리가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어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독자가 갖는 흥미와 만족도 역시 상이해질 수 있다. 결국 러시아나 핵무기를 가지고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들을 저 혼자 이겨내는 듯한 영웅주의적 미국소설로 인식한다면 지루하고 뻔한 스토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케이드가 비아냥 거리는 것처럼 그 어느쪽의 놓이더라도 전쟁을 일으키는 주범이 결국 인간이며 콘라트가 비웃는 사람의 불멸의 대한 허황된 욕구에 초점을 맞춘다면 자신의 욕심에 비례한 만큼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좀 더 내용을 확장시켜 뱀파이어라는 특수한 존재를 놓고 이야기 하지만 결국 케이드나 콘라트 그리고 타니아가 인간이었던 것처럼 지금 인간이 가지는 욕망에 따라 비틀어지는 현실과 종교도 막을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유한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름 밤, 당신이 누구든 어느 때에 이책을 읽든 흥미로운 만큼 두려운 소재가 분명 이 책안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자신의 원망이나 욕망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채 살아가는 딜런, 노예는 아니지만 피의 맹세를 통해 한 발자국도 미정부 밖으로 발을 뺄 수 없는 케이드, 그릇된 욕망을 놓고나면 그가 바라는 대로 케이드와 장기나 두며 길고 지루한 삶을 영위롭게 할 수 있음에도 제 발로 고생하는 콘라트 등 자신이 어떤 인물에 더 가까운지를 느끼는 순간 그 어떤 장면에서 느낀 공포보다 더 큰 두려움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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