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시장을 지배하라 - 시장을 사로잡는 패션 마케팅의 모든 것
정인희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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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저자의 약력을 세심하게 보는 편인데 만약 2가지 이상의 주제가 결합된 경우에는 참 애매해진다. 패션마케팅이라는 주제 역시 패션을 전공한 사람이 마케팅까지 완벽하기란 쉽지 않고 그렇다고 패션을 공부하지 않은 자의 마케팅 이론은 수박 겉핥기 식인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점에서 볼 때 저자 정인희씨의 경우는 언뜻 약력으로만 봐서는 마케팅 실무분야 경력이 없어 약간의 우려가 생겼다. 하지만 어짜피 나역시 의류학을 공부한 적도 거의 없고 실무에서 일한 경험도 인턴 수준이라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무언가 배웠다는 느낌만 가질 수 있길 기대했다. 결론을 서두에 밝히자면 일단 득템한 기분.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구성이 상당히 맘에 들었는데 패션일러스트가 가미된 것도 그랬고 각 장이 끝날 때마다 self스터디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셀프스터디라고 해서 앞에 나온 내용을 요약하는 수준이 아니라 습득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미니멀리즘한 실습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도 저자가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들 중 일부가 아닐까 하는 짐작이 된다. 저자 서문에 밝힌 것처럼 한권의 책을 저술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자신이 배우고 가르쳤던 모든 것을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저술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책의 페이지를 넘길 수록 놀라운 것은 이전에 출간했던 책들과 교차되는 부분은 되도록 생략에 가깝게 편집했다고 했지만 읽다보면 과연 어떤 부분이 생략되었는지 모를정도로 그래프, 도표, 브랜드별 로고부터 가격비교분석까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주제가 패션이지만 다른 품목에 대입해도 충분히 공부가 될 수 있을 정도라고 할까. 물론 이에 따른 셀프스터디의 난이도도 점점 높아진다. 자신의 취향이나 신체치수를 재는 정도에서 나중에는 국내 물류센터 현황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 구입한 의복의 구매의사결정 과정을 EKB 모델에 따라 분석해보자는 등의 의류학과 학생들조차 쉽지 않은 과제를 던져준다.



책을 읽고 깨닫는 것은 대부분의 독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기계발서의 경우는 실천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인줄 알면서도 뻔한 내용을 반복해서 읽게 된다. 마케팅과 관련된 책의 경우는 이런식의 독서는 상당히 위험하다. 매출로 바로 이어지는 마케팅의 경우는 반드시 실천과 실습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지금까지 읽어왔던 대다수의 책은 그부분이 늘 아쉬웠다. 그런점에서 이책의 호감도가 가장컸다고 본다. 다소 난해한 과제이긴 해도 앞서 설명한 이론을 바탕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셀프스터디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되도록 상세하게 실린 패션 마케팅의 실제 브랜드소개 페이지도 좋았다. 어설프게 의류마케팅의 맛을 보았던 내게는 바이블과 같은, 저자의 말처럼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들을 정리해준 듯한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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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 - 우리 시대 작가 49인이 차린 평온하고 따뜻한 마음의 밥상
성석제 외 지음 / 뜨란 / 2011년 8월
품절


언니를 따라 올해 들어 자주 절을 찾았다. 몸이 좋지 않아 멀리는 가지 못하고 근교에 있는 봉은사, 길상사, 조계사 등을 잦게는 한 달에 2번 적게는 한번 씩이라도 들렸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교회에 출석한 날 보다 절에 가서 앉아있었던 적이 더 많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변심인 것은 아니지만 종교의 하이브리드라고 당당히 말하는 한비야씨나 이해인 수녀님처럼 그저 타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병원에 입원 하기전까지 종교는 스무살 이후부터 내게 늘 고민거리였다. 산사에 절에 가 앉아 목어소리를 듣고 있으면 편안해지기도 하고 자연의 품에 담긴 그 자태에 넋이 나가 절로 수양이 된다고 믿었던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절밥은 단 한번도 먹어보질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이 어떤 의미가 되는지 가깝게는 언니에게 그리고 책, 내 인생의 절밥 한 그릇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졌다.



1996년부터 불교잡지에 연재되던 글들을 엮어서 그런지 어설피 중복되는 듯한 내용이 많이 보인다. 중복이란 말은 저자들의 이야기들을 따로 저술한 책에서 이전에 보았던 적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새롭지 않다거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와 닿았던 글은 밥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채움의 욕구이기에 비움을 강조하는 절과 상반되는 의미일수도 있는데 오히려 채움으로써 비움의 공을 쌓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때문에 비우기 위해 필요한 채움이지만 조금 부끄러운 곳이라는 의견이었다. 비움을 위한 채움. 일상에서 절밥이 아닌 매끼 식사때 우리는 채움을 위한 채움으로써 밥을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밥먹는게, 푸짐하게 한상 차려놓고 찬을 남기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일이 아니게 밥을 먹는다. 그것은 죄스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는 의미가 날적부터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절밥 한 그릇에 깨달음의 편린이라도 주어담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을 몰랐다. 대부분이 문인들이라 그런지 글솜씨도 수준급이라 읽는 내내 절에 가서 밥 한 그릇이 아니라 공양 한 번 받잡고 와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내 이것도 욕심인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 서점에 가면 절밥이라고 해서 요리책에 가까운 책들이 많아 뜻이 아닌 외형만 알리는 듯도 싶고 깨달음이 아니라 건강만을 강조한 책들이 많은 것이 아쉬웠는데 간만에 진짜 '절밥'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움이 든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진정한 내면의 비움을 원할 때 혹은 그럴만한 공덕이 쌓였을 때 그때는 누구 손에 이끌려 가거나 그저 편안함을 쫓는게 아닌 밥먹으러 절에 다녀와야겠다.




p.35
그것은 우리를 황홀하게 만든 햇살이며 바람 그리고 겹겹이 펼쳐진 오대산의 능선들은 아니었다.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려는 어느 노수행자의 마음이었다. 나는 그것을 먹은 것이다. 그 때문인가. 어느덧 3년 반이나 지났음에도 나는 마음의 배가 고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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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스킨의 드로잉
존 러스킨 지음, 전용희 옮김 / 오브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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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을 책으로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 존 러스킨의 드로잉




드로잉에 관련된 책은 이전에도 간간히 출간되었지만 개인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블로그와 SNS가 활발해지면서 정말 많은 관련 책들이 출간되었다. 몇몇 책들은 대놓고 따라그리기만 하면 되는 창의성 제로일지는 몰라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어떤 책들은 드로잉에 대한 부담감과 쉽게 배우지 못할 거라는 담을 허물게 해주기도 했다. 그런 경우 읽다보면 내가 정말 잘 그릴 수 있을거야 라는 희망에 무작정 화방으로 가서 관련 재료를 사모으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드로잉은 끊임없는 자기인내에서 가능해진다는 것 말이다.


p.17
드로잉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단 하나, 즉 인내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최고의 드로잉 스승은 바로 문 밖의 나무와 언덕이라는 것도.





서문에 밝힌 작가의 말이 정말 모든 것에 해답이다. 미리 책을 읽은 사람으로 앞으로 읽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일단 읽어나봐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당장 시작은 해야하는데 화실 수강료가 부족하다거나 깊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만 여유가 있어서 도저히 화실에 나갈 수 없어 조바심이 나는 상태에서 읽을 때 이책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연필, 잉크와 펜 그리고 종이만 있으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드로잉 수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저자는 드로잉 방법을 알려주면서 간간히 독자가 지루해 할 것을 자주 걱정하는데 그것은 저자가 말하는 드로잉의 핵심은 사물을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이 드로잉의 기본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거나 힘들어서 나누어 그리려고 한다던지 일단 대충 그려본다는 식의 방식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일단 그리자고 마음 먹었으면 충분히 피사체를 관찰하고 더디더라도 한 번에 제대로 그려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지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내가 모든 드로잉에 대한 질문의 해답이라고 했었던 건가 하겠지만 그건 아니다. 드로잉 자체는 인내심일지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 드로잉을 배우는 과정은 오히려 재미있다. 마치 소송에 걸린 사람처럼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리라는 말도 그러하며 초보자들이 어느정도 실력이 늘었을 때 하는 빈번한 실수, 자기능력을 과대평가 하고 고난위도의 작법을 해보는 것에 대한 충고를 적시에 해놓았기 때문이다.

1장과 2장에서는 기본기 없이 색을 이용하는 것에 주의를 주고 차분히 연필을 통해 대상을 관찰하고 옮겨오는 과정을 설명했다면 제 3장 색과구성에서는 드디어 채색의 방법을 알려준다. 내가 가장 중점적으로 보았던 부분이 바로 3장이었다. 솔직히 드로잉을 전혀 배우지 않았던게 아니었다. 미친듯이 그렸던 시절도 아주 짧았지만 지난 날의 내 삶에 존재했었다. 퇴근하고 들어와 연필을 붙잡고 4절지도 아닌 전지에 빈칸을 모두 회색의 명암으로 채워가던 때를 생각하면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해 포기했던것이 지금까지 후회되기에 다시금 존 러스킨을 통해 제대로 배우려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방법보다는 마음가짐을 배우길 원했고 나와 같은 이유로 드로잉을 포기했던 이들이라면 미리 말하지만 이 책을 선택한 것을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3장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색을 사랑하는 것이며 지나치게 형태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이다.


p.186
색을 사용해 좀 더 화려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색 자체를 진심으로 사랑해 그것을 사용한다면 훌륭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살면서 드로잉에 대한 어려움보다 날 두렵게 했던 것은 색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옷을 비롯하여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에 있어 보는 감각이 떨어진다기 보다는 '창조'에 있어서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하다못해 블로그의 스킨이나 일러스트를 마치고 나서 색을 입혔을 때 지인들은 말한다. '넌 정말 색이 아쉽다.'라고. 그것이 색을 많이 접하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아서였다는 것을, 이 단순한 진실을 이제서야 깨닫다니!

1,2,3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로잉의 방법을 설명하고 서문과 장과 장사이에 남겨준 충고 그리고 마지막 부록까지 가급적이면 책의 내용을 말하기 보다는 이책이 내게 있어 혹은 나와 같은 이유로 드로잉을 배우려 한다던가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혀서 리뷰를 적었다. 하지만 나의 결론도 역시 단 하나다. 드로잉을 잘 하고 싶다면 드로잉 자체를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실로 사랑할 때 우리는 영원히라는 말을 붙인다. 그말은 역시나 인내라고 본다. 중간중간 힘겹더라도, 색을 칠하고 싶어 미칠 것 같더라도 저자를 믿어보자. 그는 100% 확신으로 우리에게 말해준다. 정말 그리지 못할 만큼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자신이 말한대로만 따라해도 충분히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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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왕 지만지 고전선집 646
장시궈 지음, 고혜림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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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가장 착한소설, 장기왕





소설 장기왕은 중국의 손꼽히는 작가 중의 한사람인 장시궈의 대표작이라고 불리지만 내게 있어서는 지금껏 내가 만나본 가장 착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잔인한 장면도, 성적으로 야한 농담이나 외설적인 표현도, 불륜을 포함 그 어떤 세상의 잣대를 들이댄다해도 도무지 걸릴게 없는 내용을 담았으면서도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갖게되는 많은 의문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생겨나는 희노애락을 제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이와 같은 내용은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을 통해서라던가 인간승리를 보여주는 계산된 주인공이 아니라 뜻밖에도 12~13세 가량의 오목신동-작품내에서 줄곧 신동으로 불리운다.-과 아이를 바라보는 칭랑을 통해 깨닫게 했다는 점이 장시궈라는 작가의 놀라운 필력을 증명한다.

신동의세계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예정인 오목신동과 꿈은 화가지만 현실에 부딪혀 광고회사일을 하는 칭랑과의 만남을 칭랑의 시선통해 이야기는 시작된다. 알고지내는 PD에게 별기대없이 신동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것이 실제 프로그램화가 되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출연자인 오목신동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 PD를 비롯하여 다른 관계자들이 눈치채지 못한 신동의 예지력을 칭랑형제가 제일 먼저 알게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예지력을 지닌 신동의 '비밀'과 함께 신동의 안위를 지키려던 것이 점차 칭랑의 욕심과 입방정으로 주변인들이 하나씩 알게되면서 문제가 커지게 된다. 그 문제란 것은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신동의 예지력을 돈버는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자신의 학구적 욕망을 위해 이용하려는 칭랑과 주변인들의 태도다. 흥미로운 것은 칭랑의 심경변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신동을 대하는 칭랑의 마음가짐이 처음에는 단순하게 신비로운 아이를 만난 것에 대해 동생과 자신만의 비밀스런 호기심이었지만 일순간 탐욕의 대상이 되기도 하다가 또 마지막에는 마치 자신도 역시 그 아이를 진심으로 걱정한것은 아니라고 고백하는 듯 하면서도 결국 각자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마무리 한다. 처음에는 그런 그의 태도와 결단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단순하지만 뼈있는 결론이라는데 동의했다. 그것은 류교수가 칭랑과의 언쟁에서 거듭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뿐 아니라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유조차 돈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에 반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류교수와 적의 관계에 놓여있는 칭랑의 면모가 훨씬 '착한 사람'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허풍이 강한 류교수의 진정성이 단순히 돈이나 사람을 부리는 위치에 대한 자랑에 머물지 않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피할수 없는 것이 바로 '관계'라는 것이며 저마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하든 소극적으로하든 각기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역으로 칭랑의 고민도 해결도 나 홀로하자라는 식의 결론이 맘에 들지 않았다. 물론 결과적으로보면 관계는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는 류교수의 말과 세상의 그 누구도 타인의 걱정은 둘째치고 자신의 걱정도 지나칠필요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된다는 말은 다 맞다고 느끼며 누구나 저마다의 철학안에서 다들 제대로 살아가고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토록 고민했으며 지금도 고민하던 문제가 결국은 너도 나도 다 하게 되는 것이기에 오히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까지 느끼게 되었다면 말장난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할 수 있을지말지에 대한 두려움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기전에는 장시궈가 대만SF소설의 창시자로 보아도 될 것이며 과학을 인문학으로 풀어낸 수작이라는 말에 더 기대가 되었는데 막상 다 읽고보니 전혀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느끼지는 않지만 굳이 창링 동생의 철학이론의 등장이 장시궈의 필력을 대단하게 만드는 요소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간혹 등장하는 이공계 학문의 이론이나 비유는 다소 작가로 하여금 류교수에서 느꼈던 약간의 허풍이 보여졌다. 어짜피 작가 장시궈도 대만의 지식인이자 가진자 쪽에 가까우니 이런 느낌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칭랑이 신동에게 예지력이 아직도 남아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은 대답과 관계없이 독자 누구라도 꼭 물어보고 싶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지난 해 다녀왔던 타이페이의 풍경이 어설프게나마 그려지면서 칭랑이 배고파 뛰어가 먹었던 간식천국의 녹두죽과 만두가 심히 먹고 싶어지는 친근한 소설이자 착한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타이페이의 녹두죽(위위안)이란 표현은 다소 아쉽기도 했지만 역자 고혜림씨의 간결한 문체 또한 이 소설이 착한소설이 되는 것에 한 몫했다고 본다.







 
p.178  호랑이가 어디 있는가?

         사람이 스스로 두려워해서 산을 오르지도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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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의 그래픽디자인 -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BIG IDEA
애너 거버 지음, 송성재 옮김 / 미술문화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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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50인의 그래픽디자인 



그래픽 디자인은 가구와 건축 디자인이 그러하듯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참 우습게도 사는 동안 한번도 입어보거나 들어보지 못할 옷과 백을 만드는 패션디자이너의 이름을 한 두명씩은 다 아는 것과는 달리 그래픽디자이너를 떠올리면 달리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전공은 아니었지만 관련 업무를 했던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좀 더 발전적인 미래를 읽어봐야 할 도서라는 생각으로 접하게 되었다. 처음 도서를 받았을 때는 지나치게 얇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3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에 디자인 경향을 비롯 10인도 아니고 50인 씩이나 되는 인물에 이야기를 얼마나 다루었을까 읽기도 전에 기운이 빠졌다고나 할까.
 

저자 애너 거버는 미국 출신의 디자인 저술가이자 교육자로 현재 영국 전역과 인도, 미국, 프랑스, 호주, 말레이시아 등에서 워크숍과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디자이너로 주로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디자인이라는 서명보다는 유럽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시각디자인의 발전에 영향력을 미친 디자이너들의 소개서 정도로 보는 것이 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픽 디자인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쉬운 면들이 더 많이 보였는데 디자인 사조에 대한 이론과 설명 부분도 중간 중간 나누어 구성하기 보다는 초입에 차례로 소개되었으면 더 읽기 수월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들은 어떤 영향을 받았다고 계속 서술되는데 정작 경향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알고 싶을 때에는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디자이너를 알리게 된 가장 유명한 작품을 저작권 문제로 인해 실을 수 없었을런지는 몰라도 글로써 어떤 바탕에 어떤 서체를 사용했다는 식으로만 서술되어 있고 볼 수는 없어 정작 대표작을 별도로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과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만약 책을 읽는 장소가 컴퓨터를 사용하기에 어렵거나 스마트폰 사용자가 아닐 경우에는 따로 메모해두었다가 다시금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용어의 경우에도 주석을 달아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상당한 편이라 단순히 디자인에 대한 관심만으로 책을 펼친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지루한 감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아쉬워 하는 부분을 다 채워넣을려면 이 책은 아에 그래픽디자인 사전이라던가 전공도서에 알맞은 방대한 통론이나 이론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어떤 유명인들이 있는지를 확인 하거나 추가로 어떤 도서를 활용하면 좋은지를 알아보기 위한 초록으로서의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만족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뿐만아니라 소소하게 디자이너들의 관한 일화를 알고 싶은 경우에도 재미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가령 에드워드 맥나이트 코퍼의 실명은 에드워드 코퍼였는데 그에게 유럽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교수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교수님의 이름을 미들네임으로 사용했다는 문구에는 멘토의 역할의 중요성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역사적 사건이나 지도자들의 역할이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도 쉽게 알 수 있는데 히틀러가 바우하우스를 비롯한 독일태생이나 그들에게 사사받은 디자이너들에게 까진 미친 파장이나 러시아의 디자이너들이 예술사상에 미친 영향력에 흥미롭기도 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지도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픽 디자인 여행을 떠나려는 초보여행자나 자주 방문했지만 특별하고 독창적인 여행기를 남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방향을 가르쳐주는 책으로 더 알고 싶고 더 찾아야만 하는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견뎌낸다면 분명 그 여행의 마지막은 원하는 바를 성취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설프게 알고 있었던 지식이나 서체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던 그대라면, 일단 지도를 펼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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