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기행의 마지막날, 상하이의 아침이 밝아오는 중이다. 조식 이후 일찍 공항으로 떠나기에 상하이와의 작별이 오늘의 일정이라면 일정이다.

어젯밤에 못 다 적은 일정을 마저 정리하자면 쉬자후어도서관을 나온 일행은 다시 디디(콜택시)를 타고 영화 <색계>의 배경으로 유명해진 우캉루(무강로)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우캉맨션을 둘러싼 많은 인파와 맞닥뜨렸다. 오전에 예원에서와 미찬가지로 관광명소임이 확인되는 순간. 차이라면 주로 노년층이 많았던 예원에서와는 달리 우캉로는 젊은 친구들로 북적였다. 문학기행에서는 <색계>의 원작자 장아이링의 공간으로 찾아온 터라 1킬로 남짓되는 거리를 걸으며 장아이링의 생애와 특별한 가족관계, 결혼생활 등과 작품의 상관성에 대해서 설명했다(절판본들이 있어서 여의치 않지만 언젠가 작품들을 더 자세하게 읽어보는 강의를 기획해봐야겠다. 루쉰과 함께 중국현대문학을 대표한다는 평가도 받는 작가가 아닌가).

중간쯤, 우캉로 113호가 1955년부터 바진이 살았던 집이다(바진의 후반생이 상하이에서 이루어졌다는 걸 나는 이번에 알았다. 이 시기 대표작이 그의 <수상록>이다). ‘바진 고거‘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데 원래 공개된 건물이지만 건물사정인지 내부출입이 통제된 상태였다. 바진의 생애와 작품세계에 대한 짧은 소개를 덧붙이고 문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에 다시 황푸강변 쪽 빌딩구역으로 이동하여 마지막 저녁만찬을 즐기고서 일행은 와이탄(조계지 시기의 건물들이 남아있는 명소) 야경 투어에 나섰다. 유람선들이 왕래하는 황푸강 건너편 고층건물들이 조명과 함께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핸드폰에 담았다. 어느 도시에 가건 야경 투어가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곤 하는데 와이탄의 야경은 어느 도시에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그렇게 하여 상하이 일정, 그리고 중국현대문학기행의 일정이 모두 일단락되고 일행은 다시 전망 좋은 숙소로 돌아왔다(호텔을 중국에서는 ‘‘주점‘이라 부른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우리가 묵은 곳은 ‘그랜드‘가 들어가서인지 ‘대주점‘이다). 여행 전체에 대한 마무리 소감은 공항에 가면서 적기로 하고 이제 조식을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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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옛 정원, 예원을 방문한 것까지 점심에 적었는데 지금은 어느덧 모든 일정이 종료된 밤이다.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나면 내일은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공항행 버스에 오르게 된다.

오늘 점심식사 후에 소화한 일정은 크게 세 가지였다. 서점(상하이서점)과 도서관 방문(쉬자후이도서관), 우캉루를 걸어 바진 고가까지 가기, 그리고 밤에 와이탄의 야경 구경하기.상하이 최대서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둘러본 상하이서점은 4층건물 전체를 쓰는 서점이었다(한자 이름으론 ‘상해서성‘으로 책의 성이란 뜻). 어차피 중국어책이라 읽을 수 없기에 문학코너의 책들을 주로 구경만 했다(철학쪽에서는 푸코의 콜레주 강의록 시리즈와 지젝의 <잉여향유> 번역본이 눈에 띄었다).

몇가지 눈길은 끈 대목. 먼저, 베이징의 서점에서처럼 일단 한강의 책들이 다수 매대에 깔려 있었다는 것. 그리고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책들(수상 사실을 알리는 포스터와 함께 두 권이 전시돼 있었는데, 한권이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이었다. 목록을 보니 중국어판으로는 다섯 권이 나와있는 듯했다). 중국작가 책으로는 단연 모옌과 위화 책이 눈에 들었다. 두 작가의 책만 모아놓은 코너도 있었다. 그리고 장아이링. 책이 새로 나외서인지 모르겠지만 매대 하나를 자아이링의 책들이 채우고 있었다.

우리가 찾은 도서관은 1847년에 처음 건립됐다는 쉬자후이도서관인데 지금은 세련된 디자인의 외관은 물론 내부도 멋들어지게 디자인돼 있어서 역사가 오래된 도서관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해주었다(위키에 따르면 현재는 상하이도서관의 분관이라 한다). 넓은 도서관의 장서를 다 둘러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나는 역시 문학코너 일부를 훑어보는 데 만족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건 세계시인선이었다.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생소한 시인들이 중국어로는 번역돼 있었다(데릭 월콧(월코트) 선집도 눈에 띄었다). 미국소설가로 필립 로스과 토머스 핀천의 몇몇 작품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번역돼 있었다(우리에게 없는 번역본도).

이어서 이번 여행에서 자주 이용한 디다(우리의 카카오택시)를 타고서 우캉루(한자로는 무강로)로 향했다. 피곤이 몰려와서 ㅇ이후의 얘기는 내일 귀국길에 오르면서 마저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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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3일차, 중국문학기행의 5일차 일정을 진행중이다. 오전 방문지는 명나라의 한 관리가 아버지를 위해 꾸몄다는 정원, 예원인데, 주변에 상가도 발달해서인지 관광객이 아주 많다. 정원 안에도, 밖에도. 내국인(중국인)과 외국인이 뒤섞여 상하이 대표 관광지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문학기행 코스는 아니어서 나도 여느 관광객들처럼 무심하게 거리와 상점들을 한바퀴 둘러본 다음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자유시간이 끝나면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게 된다. 예원과 상가의 모습 사진을 기념으로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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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문학기행 4일차 일정이 종료되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5박6일의 일정 가운데 마지막날의 일은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 전부라 사실상 내일이 마지막 공식일정이 된다. 어제저녁에 상하이에 도착했으니, 상하이 문학기행은 이틀간의 일정으로 구성되는 셈. 그 절반인 오늘 일정에서 핵심은 루쉰기념관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제 베이징에서 루쉰박물관을 찾은데 이어서 오늘 루쉰기념관을 찾은 것이니 사실 이번 문학기행의 절반이 루쉰문학기행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루쉰기념관 내지 박물관이 중국에는 여섯 곳에 있다고 하므로 이번에 1/3을 찾아본 셈이 된다.

어제도 적었지만 1927년 10월에 상하이에 온 루쉰은 1936년 10월 생을 마감하기까지 상하이에서 활동한다. 소설집 <고사신편>을 내고 무수한 잡문들을 수십 가지 필명으로 써내던 시기가 루쉰의 상하이 시대다. 루쉰기념관은 루쉰공원(구 홍커우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1932년 윤봉길 의사가 일본군의 전승기념행사에 폭탄을 투척하는 의거를 벌인 곳이기도 하다. 그 의거의 현장에 윤봉길의사생애사적전시관도 자리하고 있어서 루쉰기념관과 무덤을 둘러본 뒤에는 곧바로 윤봉길전시관도 챙겨볼 수 있었다.

루쉰기념관의 전시자료는 루쉰박물관의 자료와 상당히 겹치지 않을까라는 게 사전 예상이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아서 두 곳 모두 찾아본 의의가 있었다. 전시장의 마지막 코너는 루쉰의 책과 그에 관한 책들실물이 액자에 넣어져 전시하고 있었는데 한국어책도 여럿 포함돼 있어서 반가웠다. 중국어판 전집 외에 한국어판 전집(전20권)도 포함됐더라면 더 좋았겠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과거 프랑스의 조계지였던 신천지 구역으로 가서 먼저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를 둘러보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이미 오전부터 많이 걸은 탓에 나는 신천지 골목을 죽 훑어본 뒤에 찻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오늘 일정만 보면 결코 빡빡하지 않았는데 며칠간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피곤감이 몰려드는군. 아무려나 4일차까지의 일정이 무탈하게 종료돼 다행스럽다. 내일을 위한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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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까지는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조사해보니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는 1300킬로미터쯤 되고 서울-부산거리(KTX기준)의 3배 남짓이다. 시간은 두배보다 덜 걸리는 만큼 중국의 고속철이 상당히 빠르다고 할 수 있다(우리는 최대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이 짧아서 그렇겠다).

문학기행에서 장거리 기차를 탄 건 꽤 오랜만이다. 2017년 겨울 러시아문학기행(첫 문학기행이었다) 때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침대칸이 있는 밤기차를 탔었고 밤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8시간이 소요됐던 기억이 있다. 중국에서는 주간중의 이동이고 시간은 절반남짓. 땅의 넓은 두 나라여서 이동수단의 선택도 비슷할 수밖에 없겠다.

상하이에 도착하면 먼저 저녁식사를 하고 도시 야경을 본 뒤에 숙소로 향하게 된다. 이번 문학기행의 나머지 3박을 책임질 숙소다. 3일차가 되니 문학기행도 중반을 향하게 되는데 사실 상하이에 도착하는 순간이 정확히 중간이다. 마지막날은 귀국 외에 따로 일정이 없기 때문이다.

진행한 일정에 대해 아직 다 정리하지 못하고 있지만 막간을 이용해 중간정산을 하자면 현대문학관의 전시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바진에 대한 자료가 작가 바진과 작품보다는 현대문학관 건립을 주도한 바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좀 아쉬웠다. 곽말약기념관, 라오서기념관은 내부를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는데(특히 라오서기념관) 현대문학관을 통해서 일부는 상쇄할 수 있었다. 다수 건물로 구성된 현대문학관은 전시관을 풀가동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직 완성태의 모습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추가적으로 내용이 어떻게 더 채워질지 궁금하다.

어제 찾은 루쉰 고거와 박물관은, 특히 박물관은 중국 최고작가 박물관에 걸맞게 자료 전시가 잘돼 있었다(마오둔 고거는 예상밖으로 좀 방치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국내의 어떤 작가박물관도 그 정도로 충실하게 꾸며져 있지는 않다. 루쉰의 독자라면 언제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즐길 만한 공간이었다. 다만 우리 일행은 시간이 넉넉지 못해서 기념품샵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운데 상하이의 루쉰기념관에서 만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이 베이징의 이틀 일정에 대한 짧은 소감이다. 일정은 별다른 사고 없이 진행되고 있고 마지막날까지도 무탈하기를 바라는 건 언제나 마찬가지다. 이미 해가 떨어진 상태여서 차창으로는 야경이 보인다. 기차는 곧 쑤저우(소주)에 도착할 모양인데 그 다음이 종점인 상하이다. 우리는 상하이의 턱밑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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