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의 무기가 되는 엑셀 파워 쿼리 - 방대한 실무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강력한 파워 쿼리 기능을 한 권으로! 일잘러의 무기가 되는 엑셀
최준선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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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방대한 실무 데이터를 빠르고 유연하게 다뤄야 하는 이들에게 파워 쿼리는 엑셀이라는 도구에 날개를 달아주는 존재입니다. 엑셀은 데이터 표현과 분석에 강하다면, 파워 쿼리는 데이터 정제와 통합, 자동화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파워 쿼리가 별도의 프로그램은 아니고, 엑셀 안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버전에 따라 별도 설치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쿼리는 데이터에 질문을 던져 필요한 정보만 쏙쏙 뽑아내는 기술입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주로 쓰이는 개념인데, 파워 쿼리는 엑셀 사용자들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든 기능입니다. 복잡한 함수나 매크로 없이도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통합하며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줍니다.


최준선 저자의 <일잘러의 무기가 되는 엑셀 파워 쿼리>는 막막하게 느껴졌던 파워 쿼리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줍니다. 유튜브 강의와 버전별 기능 안내를 통해 실무 중심의 학습이 가능합니다.


2010년부터 최신 마이크로소프트 365까지 다양한 버전에서 파워 쿼리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 살펴보며 첫 쿼리 생성까지 이끕니다. 표 형태의 데이터를 불러오고 연결해 변환할 수 있는 파워 쿼리의 기본 특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예제가 등장합니다. 특히 파워 쿼리의 핵심이 잘 드러나는 예제는 다른 파일의 데이터에 접근해 쿼리 생성하기입니다.


여러 파일에 흩어진 데이터를 마치 한 눈에 보듯 통합하는 마법을 체험하게 됩니다. 회계부서, 마케팅부서 등에서 매달 자료를 수집하는 이들에게 업무 혁신 그 자체입니다.


가장 자주 쓰는 8가지 기능으로 실무 자동화 방법을 알려줍니다. 파워 쿼리 입문자들이 가장 실감나는 효과를 느끼는 지점입니다. 각각의 기능에는 실습 예제가 있어 기능이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손에 잡히듯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엑셀의 셀 병합, 병합 해제, 빈 셀 보정 등 복잡한 작업을 파워 쿼리는 몇 번의 클릭으로 해결합니다. 필터나 정렬 기능 역시 기존 엑셀의 UI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느껴지며,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를 깔끔하게 바꿔주는 데 탁월합니다.





데이터 요약에 능한 일잘러들이 사랑할 4가지 기능도 소개합니다. 복잡한 데이터를 구조화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도출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도 있고요. 예컨대 매출 데이터를 불러와서 인덱스를 자동 생성하고, 조건부 수식을 적용해 그룹별 평균값을 산출하는 일도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예제를 따라가다 보면 실무자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 기능을 선택했는지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 단순 암기가 아니라 응용도 가능합니다. 파워 쿼리를 진짜 무기로 만드는 고급 기능들도 등장합니다. 다수의 쿼리를 하나로 통합하거나 폴더 전체 데이터를 불러와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병합 기능은 각종 판매현황표, 인사관리 데이터처럼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진 파일을 하나로 연결해야 할 때 유용합니다. 반복된 항목을 정리하는 데 고민이었다면 데이터 처리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능도 알려줍니다.


크롤링부터 PDF까지 전방위 활용법까지 파워 쿼리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팁을 통해  파워 쿼리의 숨겨진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정형화된 서식을 매번 수작업으로 입력하고 있었다면 기능 하나로 반복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협업 환경에서도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를 가능케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업무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예제를 따라하며 엑셀을 마치 새로운 프로그램처럼 느끼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데이터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는 평가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칭찬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일잘러의 무기가 되는 엑셀 파워 쿼리>는 데이터 홍수 시대에 엑셀로 무장한 직장인의 생존 전략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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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싶은 토끼
칼-요한 포셴 엘린 지음, 시드니 핸슨 그림, 이나미 옮김 / 윌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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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심리학자이자 행동과학 전문가가 설계한 베드타임 스토리북 <잠자고 싶은 토끼>.


바이오 피드백 기법과 언어 패턴을 정교하게 활용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잠들도록 돕습니다.


처음 읽을 땐 내용에 익숙해지고, 그다음엔 책 속 안내에 따라 아이 이름을 넣거나 단어의 리듬을 살려 천천히 읽어보세요. 파란색과 초록색 단어, 반복되는 “천천히, 졸린” 같은 표현은 뇌파를 안정시키며, 하품을 유도하는 문장들은 수면 준비 상태를 자극합니다.





귀여운 아기 토끼 로저의 여정에는 수면 유도 기술이 숨어 있어요. 느릿한 달팽이는 호흡을 천천히 하도록 하고, 졸린 부엉이는 눈을 감게 만듭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어두워지는 배경 색상, 로저의 점점 졸려보이는 표정까지 시각적 구성도 수면 유도를 돕습니다.


부모도 함께 잠든다는 후기들이 쏟아집니다. 저도 읽다 보니 수면 명상처럼 읽게 되더군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나미 교수가 직접 번역을 맡아 원서의 효과를 최대한 살린 것도 장점입니다.


자극적인 디지털 화면 대신 따뜻한 그림이 담긴 책 한 권으로 아이의 밤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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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떠나는 수밖에 - 여행가 김남희가 길 위에서 알게 된 것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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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3년 차 여행자가 고백하는 여행의 고백록이자 시대를 통과하며 삶을 마주한 기록 <일단 떠나는 수밖에>. “여행이란 결국 낯선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편협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라는 고백을 통해 여행의 이유를 새삼스럽게 묻게 만듭니다.


그가 이끄는 여정은 화려한 여행지가 아닌 타인의 삶에 스며드는 길입니다. 키르기스스탄의 유목민 천막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흙먼지 속에서, 루마니아의 농가에서 우리는 타인의 삶을 만납니다.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낯선 풍경이 아니라, 낯선 시선으로 자신을 다시 만나는 그 자리라는 걸 보여주는 에세이입니다.





1부에서는 중앙아시아부터 유럽까지 작가가 걸어간 다양한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우리에게 낯선 중앙아시아 국가들부터 루마니아, 조지아, 스페인까지 다양한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풀어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가 단순히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자로서 현지를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유목민들의 텐트에서 잠을 자며 "새삼 너무 많은 것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백하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타지키스탄 파미르 고원에서는 표면적인 관광지가 아닌 진짜 그 나라의 모습을 찾아가는 그의 여행 철학을 보여줍니다.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위한 여행이 아닌, 진정한 문화적 교류를 추구하는 여행자의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조지아에서의 경험을 통해서는 "여행의 끝말은 언제나 같았다. '떠나길 참 잘했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여행의 과정에서 겪는 모든 어려움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결국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2부에서는 작가의 개인적인 변화와 성장이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변화를 직시하는 그의 현실적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작가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부터 방과후 산책단 리더까지 말 그대로 N잡러의 삶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그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의 경험은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연결감이 주는 특별한 기쁨을 보여주고, 프랑스 몽블랑에서의 트레킹 경험은 걷고 먹고 자고 일어나 다시 걷는 반복적인 행위 속에서 삶의 본질적인 리듬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3부는 가장 묵직한 울림을 남깁니다. 여행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통찰합니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더욱 절실히 실감하게 되는 건, 앓고 있는 지구라며 여행자로서의 윤리적 딜레마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지속 가능한 여행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보여줍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조금 더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라는 프롤로그의 문장은 에필로그에 이르러 완성됩니다. 여행을 통해 나와 타인의 경계를 흐리고, 지구의 고통을 감지하며, 작고 사소한 것들의 무게를 비로소 실감하게 됩니다.


<일단 떠나는 수밖에>는 우리 모두의 여행을 위한 출발선 선언문입니다. 목적지가 없더라도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때로는 실패하고 길을 잃더라도 떠나는 행위 그 자체가 삶을 확장시키는 일임을 거듭 말해줍니다.


김남희 작가가 23년간의 여행을 통해 얻은 것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열린 사고를 갖게 되는 과정, 연결감의 발견, 감사의 마음 등 여행이 주는 진짜 선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중 가장 큰 선물은 포기하지 않는 힘이라고 합니다. 여행에서 겪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바뀌게 됩니다.


여행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삶에 관한 책입니다. 작가가 "여행이란 결국 낯선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편협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라고 정의하는 것처럼 진정한 여행은 물리적 이동을 넘어서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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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에서 건져올린 삶의 문장들 - 하루 10분, 고요하게 읽는 삶의 본질
제이한 지음,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원작 / 리프레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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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Walden)』 속 문장들을 건져 올려 오늘의 언어와 감각으로 새롭게 빚어낸 사유의 에세이 <월든에서 건져올린 삶의 문장들>. 소로의 문장을 중심축으로 삼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삶의 피로와 내면의 공허에 질문을 던지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 제이한(J.Han)은 하루 10분, 삶의 본질, 고요, 자립, 자연 그리고 나다움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따라가며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꺼내듭니다. 각 장마다 월든의 문장을 중심으로 '숲에서 들려주는 한 문장', '소로에게 배우는 작은 용기', '지금 당신에게 묻는다면' 등의 키워드를 통해 사유를 끌어갑니다.


소로가 말한 '조용한 절망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와 겹쳐 보입니다. SNS 피드를 무한정 스크롤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의미 없는 업무에 매몰되어 진짜 삶을 놓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자는 삶의 표면이 아닌 그 깊이에 다가서야 진짜 삶이 보인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묻는 문장들이 고요한 질문처럼 펼쳐집니다.


바쁨 자체를 가치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각성을 요구합니다. "나는 삶의 본질적인 사실들과 마주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라는 문장은 감정만으로 호소하지 않습니다. 소로가 자신의 삶을 실험하고자 1845년 월든 호숫가로 들어갔던 그 마음을 다시 불러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내면의 리듬을 되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고요함임을 강조합니다. "나는 고독만큼 친근한 친구를 본 적이 없다."라는 소로의 고백은 외로움과 고독을 같은 것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소로는 혼자 있는 시간에서 회복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저자는 이를 통해 스스로의 고독을 환대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이 건강하다고 느낀다."라는 문장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떻게 내적 성장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합니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과 만나는 시간은 혼자일 때 찾아온다는 걸 강조합니다.


"천국은 우리 발밑에도 있다."라는 문장은 우리가 흔히 미래나 이상향에 두는 행복의 무게중심을 바로 지금, 여기로 끌어내립니다.


"자연은 결코 서두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이룬다."라는 문장은 자연의 시계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삶의 방향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짚어줍니다. 도시의 속도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자연의 리듬은 낯설지만 곧 익숙해져야 할 '다른 시간'입니다.


더불어 충분히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바쁜가이다."라는 문장을 통해 여백이 있는 삶에 대해 일깨워 줍니다. 여백이 무언가를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곱씹는 시간임을 강조합니다. 이 여백은 사치가 아닌 필수입니다.


또한 "의식적으로 살아라."라는 문장에서는 삶은 '더 많이'가 아니라 '더 깊이' 살아가는 데서 비로소 빛난다는 걸 짚어줍니다. 더 많은 정보와 더 넓은 네트워크를 추구하기보다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길임을 들려줍니다.





마지막으로 고요 속 사유를 통해 회복한 나다움을 삶 속에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를 다룹니다. 소로는 자연을 통해 사라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삶의 무상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더욱 뜨겁게 살아야 할 이유를 부여합니다.


『월든』의 철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은둔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그 상상은 실행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삶을 유예하는 대신 지금 여기서 조용히 그리고 단단하게 살아가는 것 말입니다.


<월든에서 건져올린 삶의 문장들>은 가벼운 분량임에도 반복해 읽고 사유하며 결국 삶의 방식까지 바꾸게 만드는 묵직한 책입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전의 언어가 제이한 저자의 감각을 통해 우리 곁에 한 문장씩 내려앉습니다.


"나는 삶의 골수를 빨아들일 만큼 깊이 살고 싶었다."라는 소로의 문장을 되새기며 오늘 하루의 리듬을 천천히 다시 조율해보세요. 하루하루를 너무 빠르게 소비하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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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없이 - 선한 나, 악한 나, 아름다운 나에 대하여
폴리나 포리즈코바 지음, 김보람 옮김 / 북스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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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세계적 슈퍼모델이 되기까지의 여정과 함께, 화려한 외적 이미지 뒤에 숨겨진 내면의 갈등을 드러낸  폴리나 포리즈코바의 에세이 <필터 없이>.


아름다움을 단순한 외적 특성이 아닌 상태로 재해석하는 지혜, 30년을 함께한 뮤지션 남편의 사망 후 겪은 복잡한 감정들 그리고 나이 듦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저자의 시각이 와닿은 책입니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화려한 조명 아래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살아가는 동안, 정작 자기 자신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마는 아이러니.


<필터 없이>는 세계적인 슈퍼모델이자 배우로 활동하며 아름다움의 상징처럼 살아온 그가 마침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내 일은 상품이 팔리게 하는 것이었다. 내 사진과 영상은 상품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무분별하게 변형되었다." - p19


자신의 정체성이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의해 어떻게 조각되고 왜곡되었는지를 들려줍니다.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실존적 딜레마의 극단적 사례를 겪은 겁니다.


포리즈코바의 삶은 냉전 시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시작됩니다. 부모와 어린 나이에 생이별하고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다 이후 가족과 재회해 스웨덴으로 갑니다. 낯선 환경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가 열다섯 살에 모델로 데뷔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극적인 변화를 겪은 시간들을 담담히 풀어냅니다.


아름다움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겪은 극단적 경험은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옵니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정의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그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가 됩니다.


저자는 아름다움을 단순한 외적 특성이 아닌 하나의 상태로 재정의합니다. 아름다움을 명사(소유할 수 있는 것)가 아닌 형용사(상태)로 인식하는 시각 전환이 흥미로웠습니다. 아름다움을 위계적이고 경쟁적인 가치가 아닌, 다양하고 복합적인 경험으로 재해석하는 계기가 됩니다.


세계적인 명성이 가져다준 특권과 함께 그 이면에 숨겨진 고독과 소외감을 조명하기도 합니다. 1988년 에스티로더와의 역대급 계약으로 정점에 오른 그녀의 커리어가 얼마나 큰 대가를 요구했는지, 그 화려함 뒤에 얼마나 많은 타협과 자기 검열이 있었는지를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포리즈코바의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록밴드 '더 카스'의 리드싱어 릭 오케이섹과의 결혼 생활과 상실의 경험입니다. 이혼 이야기가 오가던 시점에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고, 남편의 유언장에서 자신이 제외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때의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솔직하게 그려냅니다.


개인적 비극을 넘어 여성의 정체성과 독립성에 관한 더 깊은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그가 경험한 감정적 종속과 자기 회복의 과정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으로 승화합니다.


<필터 없이>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나이 듦에 대한 재인식입니다. 반연령주의 활동가로 거듭난 저자는 젊음과 탄력을 지향하는 뷰티 산업의 협소한 아름다움 기준에 맞서, 시간의 흔적이 담긴 몸에 대한 경이로운 찬사를 보냅니다. 자기 위안이 아닌 여성의 몸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에 도전하는 정치적 행위이기도 합니다.


"자기 수용의 전쟁에서 내 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이 전쟁은 나를 지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자신감, 자기 확신, 자기 수용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다." - p301


포리즈코바가 자신의 삶을 통해 체득한 지혜의 결정체 <필터 없이>. 나이 듦을 쇠퇴나 상실이 아닌, 자기 해석과 선택의 깊이가 더해지는 풍요로운 과정으로 재구성합니다.


특히 용기에 대한 말이 와닿습니다. 그는 용기를 일생에 걸쳐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자신의 취약함과 상처를 대중 앞에 드러내는 용기. 그녀의 여정은 타인의 기대에 갇혀 살던 많은 이들에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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