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 유혹 1 크로스파이어 1
실비아 데이 지음, 정미나 옮김 / 19.0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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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우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가 있었다. 이번엔 『크로스파이어』시리즈 란다. 책 표지에 보면 전 세계 베스트셀러 1위인 책이라고도 했다. 또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강력한 라이벌 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책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이 궁금해,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하는 궁금함에 이 책을 읽는 것 같다. 이웃분으로부터 이어서 보면 좋을 거라는 말에 그냥 구입을 했더니 이 책 또한 1부, 2부, 3부작으로 총 6권의 책이 예정되어 있었다.

 

 

표지부터 보자면 20cm가까이 되어보이는 하이 힐이 표지다.

 

 

아찔한 굽, 아찔한 사랑을 말해주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레이 시리즈와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레이 시리즈를 읽을때의 그 충격과 짜릿함을 먼저 경험해서 인지 이 책을 읽을때는 그다지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다르게 느껴질수도 있었겠지만.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 답게 남자 주인공인 기데온 크로스 역시 억대 부자다. 서른 살도 안된 스물여덟 살의 청년이지만 그가 가는 호텔, 건물, 음반사, 피트니스 센터가 다 기데온의 것이다. 더군다나 큰 키에 완벽한 몸매를 가지고 있고, 외모 또한 한번 보면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배길만한 인물이다. 여자 주인공이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수 있으리. 하트를 뿅뿅 날릴, 한마디로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완벽한 남자인 것이다.

 

 

 

 

이런 섹시함까지 겸비한 남자를 한 눈에 반하고 마는 에바 트라멜이 있다. 그레이 시리즈 에서처럼 어릴 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레이 시리즈에서의 아나스타샤처럼 마냥 순진하지만은 않는 스물네 살의 여성이다. 에바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 나라의 반대편 뉴욕에까지 이사 와 광고회사의 보조로 채용되었다. 크로스파이어 건물의 20층에 있는 회사다. 첫날 거리를 알아보고자 온 곳에서 그레이와 아나가 만났던 것처럼, 기데온을 보고 놀라서 넘어지고, 그런 에바를 일으켜주고 에바의 외모와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 기데온과의 첫 만남이 있다. 역시나 에바의 이름을 기억하는 남자다.

 

 

 

 

 

기데온과의 다시 만남후 기데온이 같이 자자고 권하지만 이건 왠지 더 로맨틱하지가 않다. 차라리 그레이가 아나한테 도미넌트와 서브미시브 관계를 하자는 편이 더 자극적이었다. 이러다 갈수록 더 자극적인 내용만 찾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순간 해본다. 이에 대응하는 에바 또한 걸죽한 말로 대응을 하는데 이런 면은 좀 부담스러웠다. 이런 에바 보다는 얼굴이 자주 빨개지는 아나스타샤가 더 사랑스러웠다고 해야겠다. 또한 에바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무리 게이라지만 왜 남자랑 사느냐고. 더군다나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하는 남자를 놔두고 다른 모델 여성이랑 잠자는 남자라니, 친구라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바 말인데, 사람이 끈기가 없어 보였다.

 

 

사랑에 막 빠지게 되면 남자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건 알고 있는데 왜 시시때때로 더이상 못 만난다느니 하면서 도망치느냐고, 남자 불안하게. 에바에게 행했던 몰염치한 인간이 있던 반면에 기데온에게도 무언가 트라우마가 있었던듯 싶다. 1부 2권에서는 아직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에바가 불안해 할 정도의 커다란 사건이 있었던게 분명해 보인다. 그러한 불안 요소들이 있지만 이 둘은 만나기만 하면 눈에 불이 튄다. 당연히 그에 따른 행동도 하는 것이고. 또한 에바를 질투하게 만드는 여성도 존재하고, 기데온 또한 에바 곁에 있는 모든 남자들을 질투의 대상으로 본다.

 

 

 

 

아직 1부 두 권만 읽었기 때문에 다음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핫한 로맨스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핫해도 너무 핫하다. 하긴 이런 책을 구입한 나도 있지만 세계 여성들이 은근히 이런 책들에서 위안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남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다른 것들을 찾고 싶었는지도. 책에서만이라도 완벽한 남자를 만나는 것을 원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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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장이의 딸 - 상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아고라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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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 『좀비』로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 악인을 다룬 글임에도 굉장히 냉정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그 차가운 감성에 조이스 캐롤 오츠라는 작가의 이름을 머릿속에 새겼다. 그리고 만난 『사토장이의 딸』. 난 처음에 사토장이란 말을 잘 몰라, 느낌상으로만 흙을 만지는 사람인가 했다. 단어를 검색해보니 무덤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때부터 무덤이 떠올라 왠지 으시시한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돌무덤처럼 생긴 곳에서 살아가기란 굉장히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작가는 실제 사토장이의 딸이었던 할머니의 삶을 모티프로 삼아 이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었다.

 

 

제2차세계전쟁이 한창인 때 독일에서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 사토장이로 살던 아버지, 미국으로 건너오는 배의 항구에서 태어난 레베카, 오빠들이 살아가지만 동네 아이들로 하여금 '유대인'이라며 멸시와 핍박을 받으며 가족이 무너지고, 그 속에서도 살기 위해 애썼던 한 여성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었다. 독일에서 피아노를 쳤던 엄마 안나, 수학교사였던 아버지 제이콥 슈워트는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왔지만 그가 가질수 있었던 직업은 사토장이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들이 살 집인 돌오두막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빠들의 가출, 부모의 죽음후 레베카는 러터 선생님의 집에 얹혀 살다가 남편 티그너와 살지만 그는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는 남자였다. 남편의 이름을 딴 아들 나일리에게도 폭력을 휘두르자 오로지 살기 위해, 남편으로부터 도망친다. 이름도 헤이즐 존스로 바꿨다. 언젠가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을때 레베카를 따라 왔었던 남자가 헤이젤 존스 아니냐고 물었을때의 그 이름. 그녀에게는 새로운 삶이 펼쳐졌다. 피아노 연주를 하는 아들 나일리도 재커리어스 존스가 되어 새 삶이 시작되었다.

 

 

책 내용의 주축은 레베카와 제이콥 슈워트의 심리를 다룬 1부와 헤이즐이 된 레베카와 그녀의 연인이며 아들 잭의 후원자이자 재능을 알아 본 갤러허, 잭의 심리가 나온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도피행각을 벌여 살아남았지만 그 속에서 그녀가 느껴야 했던 삶의 정체성이 책의 마지막에 가서야 회복을 하게 됨을 볼 수 있었다.

 

 

 

 

그 시절엔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했지만, 이토록 힘든 사람, 사람에게 받는 핍박과 아픔이 컸을지는 몰랐다. 그들에게도 유대인이라며 무시하고 멸시했었다는 게, 심지어 가족인 갤러허에게조차 그 사실을 감출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아픔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사촌일지도 모르는 프레이다에게 쓴 편지글에서야 나는 레베카이자 헤이즐에게 깊이 동일시되었다. 그제서야 그녀가 감추고 살아야 했던 아픔들이 마치 내 아픔처럼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알림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했던 그 부분을 읽으면서 계속 눈물이 흘렀었다.

작가가 할머니의 세계를 보며 가슴아파했을 그 마음들이 그대로 전해져 왔고, 생각해보면 예전의 우리 부모 세대들도 그 힘든 과정들을 다 겪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어떻게든 레베카는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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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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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쓸 수 없는 걸작이다'라고 윌리엄 포크너가 말했고, 알베르 까퀴는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말했으며, 윌리엄 포크너가 1929년에 쓴 이 작품을 가르켜 현대문학의 지형을 뒤바꾼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고전문학을 꾸준히 읽어보자고 생각하며 책을 몇 권씩 구입했고, 이 작품의 예약판매가 떴을때 『곰』과 함께 바로 구입했다. 위대한 걸작을 남긴 윌리엄 포크너를 읽고 싶어서였다.

 

 

굉장한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윌리엄 포크너가 마음속에 떠오른 어떤 이미지 때문에 이 작품을 썼다고 했는데 나도 그가 말하는 이미지를 기대 했다. 하지만 내가 느끼게 된 『소리와 분노』의 이미지는 '어지럽다'다. 언어를 사용하기 이전에 병을 앓아 글을 모르는 3살 이하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벤지의 1인칭 시점, 하버드대학을 갔지만 여동생 캐디를, 가족이 떠올라 번민하는 지성 퀜틴의 1인칭 시점, 퀜틴의 동생이자 이 책의 주요 인물인 캐디의 동생이기도 한 제이슨의 1인칭 시점, 그리고 이 집의 유모이자 집안일을 하는 딜지의 시선으로 보는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전개되고 있다.

 

 

먼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서른세 살의 벤지 섹션을 보자.

그는 글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냄새로 파악한다. 또한 소리로, 눈에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글로 표현하기 때문에 벤지가 말하는 글을 따라가다보면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불이 왔다'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누군가가 자기에게 멀어져 가면 멀어져간게 아니라 '작아졌다'라고 표현한다. 그가 말하는 보이는 세계, 들리는 세계, 말하는 세계이다. 작가는 마치 벤지의 머리속에 있는 양 그렇게 서술하고 있었다. 벤지의 현재와 과거 사이를 오가고, 벤지의 곁엔 늘 캐디가 그리움처럼 자리하고 있다. 벤지의 울부짖음과 소리와 냄새로 구분되어진 언어의 서술이었다.

 

 

하버드 대학을 다니는 퀜틴 섹션은 더 어지러웠다.

퀜틴은 캐디의 오빠이지만 뒤로 가면 캐디의 딸도 퀜틴이 등장하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로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때로는 캐디의 딸인 퀜틴으로 보이기도 했고, 캐디의 오빠이자 벤지의 큰형인 퀜틴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가 고민하고 그리워하는 이 역시 자신의 누이인 캐디이다. 캐디의 결혼을 하려고 하는 찰나 캐디를 말리는 그와 캐디를 근친상간적으로 사랑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제이슨의 섹션은 콤슨 가의 가장으로서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와 형이 죽은후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으로 엄마를 보살피고, 캐디의 딸인 퀜틴을 보살펴야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제이슨은 동네를 휘저으며 돌아다니는 퀜틴을 믿을 수 없어하고 캐디가 퀜틴을 보고 싶어 할때도 돈을 내라고 할 정도로 돈을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지막 이 집의 유모이자 실질적인 주부이며 엄마 역할을 하는 실질적인 딜지의 섹션에서는 점점 어그러져가는 콤슨 가를 만날 수 있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벤지를 돌보는 십대의 러스터, 캐디의 딸인 퀜틴의 가출, 콤슨 가의 경제적 몰락을 다룬 섹션이었다.

솔직히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복잡하게 쓰여 있어서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사실 리뷰를 쓰면서 조금 정리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뒷 부분의 번역 작가의 해설에서 앙드레 지드는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쓰인 작품은 일독이 아니라 재독하라'고 말했다 한다. 포크너는 어려워서 세 번을 읽어도 모르겠다는 독자들의 호소에 '그러면 네 번 읽을 것'을 권했다고도 했다. 나는 이 책을 한 번 읽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때 이상하게 다시 앞장으로 가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포크너의 말처럼, 세 번 읽어도 어려운 작품이라면 네 번이라도 읽어야 할 것을. 언젠가는.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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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 책세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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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읽었다.

그것도 한 손으로 들 수 없는 특별판으로. 또한 호세 무뇨스의 흑백으로 된 일러스트된 이방인을.

사진 속 표지의 띠지에서도 보다시피 『이방인』출간 70주년과 알베르 까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판으로 제작된 책이다. 책 제목을 보자마자 소장 욕구에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큰 판형일줄은 몰랐다. 들고 다니기도 버겁고 오로지 집에 앉아 읽어야 할 판형이었다. 흑백의 일러스트를 보며 도대체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이방인' 뫼르소를 알아가려 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뫼르소를 다 알 수 있었나 하면 그건 아닌것 같다. 마지막까지 뫼르소를 다 알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뫼르소란 사람, 작가가 이 책의 제목을 왜 '이방인'이라고 했는지 조금은 알것 같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남의 죽음을 바라보듯 하고,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도 재판을 하며 남으로 인해 알게 된 사람. 자신의 재판에도 왜 먼 곳을 보듯 했는지 조금쯤은 알겠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이세상 사람같이 않는. 생각이 저 먼 곳에 있는 사람.

 

 

 

책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내용 또한 짧다.

선박회사에 근무하는 뫼르소, 양로원에 있는 어머니의 죽음을 알려주는 전보를 받고 그곳으로 향한다. 어머니의 시신을 보겠냐는 질문에 보지 않겠다고 하고 마지막 묘지에서도 어머니를 보지 않겠다고 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의 것으로 생각하는 그의 무관심에 그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 더군다나 그는 어머니의 나이도 몰랐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온 다음 날, 전에 같이 근무했던 마리를 만나 바다에 나가 해수욕을 하고 그녀와 정사를 벌인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레몽과 친구가 되고 개를 잃어버린 살라마노에게 위로의 말을 한다. 레몽은 연인을 자꾸 때리는 남자로 그와 관련된 어떤 사람을 총으로 죽이고 만다.

 

 

그러나 그때는 그러한 것이 나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한나절이 얼마나 길면서도 동시에 짧을 수가 있는 것인지 나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지내기는 물론 길지만 하도 길게 늘어져서 하루는 다른 하루로 넘쳐서 경계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101페이지)

 

 

  

지금이건 이십 년 후건 언제나 죽게 될 사람은 바로 나다. 그때 그러한 나의 추론에 있어서 좀 거북스러웠던 것은, 앞으로 올 이십 년의 삶을 생각할 때 나의 마음속에 느껴지는 저 무서운 용솟음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십 년 후에 어차피 그러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내 생각이 어떠할까를 상상함으로써 눌러버리면 그만이었다. 죽는 바에야 어떻게 죽든 언제 죽든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131페이지)

 

 

주인공 뫼르소가 사랑하는 건 작렬하는 태양이었다. 바다에서의 해수욕이었다. 빛나는 태양과 흑백의 일러스트가 전하는 건 삶의 어두운 이면이었다. 재판에서 그를 살인자로 몰아가며, 죄를 지었던 정황보다는 그의 사람됨을 더 부각시켜,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연인과 질펀한 정사를 벌이고, 코미디 영화를 보고, 기분좋게 해수욕했다는 걸 강조하며 그는 죄인 중의 죄인이라 몰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중죄인을 보는 재판장의 서늘한 눈빛, 어떻게든 그의 인간같지 않았던 행동들을 알게 해주며 그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검사와 차가운 눈빛들의 배심원들. 자신이 진짜 죄를 지었는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죄인이라는 걸 인식하게 되는 뫼르소의 아웃사이더적인 무심함. 이런 뫼르소를 보며 왜 이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는가를 생각했다.

 

 

 

책 속의 뫼르소를 나타내는 그림들은 모두 알베르 까뮈를 닮았다.

차가우면서도 무심한 눈빛을 지닌 뫼르소, 그리고 알베르 까뮈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였다. 그 전에 내가 읽은 알베르 까뮈의『이방인』이나 『페스트』는 수박 겉핧기식 책읽기 였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지금의 나이가 되어보니 까뮈가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부조리를 이제야 느끼겠다. 가슴을 치는 내용들이었다.

 

 

호세 무뇨스가 왜 흑백의 일러스트를 그렸는지도 책을 다 읽고 나니 가슴을 탁 치고 들어온다. 까뮈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호세 무뇨스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다. 까뮈가 말하고자 하는 자신의 일인데도 무관심함과 죽음을 흰 종이에 먹으로 된 그림을 표현한 것이었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삶이란 결코 불가능하다.  - 알베르 까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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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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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참 방황을 하던 십대때 만난 사람들이 평생의 삶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달라지기도 하는 걸 우리는 시간이 지난후에야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람을 만나서 진짜 다행이었음을. 그 사람을 만나서 내 삶이 이렇게 좋음을 느끼게 된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너무너무 고민이 될때 한 권이 책이 삶의 방향을 정해줄 수도 있는 일. 나에겐 책들이 그랬다. 수많은 고민들로 번민의 밤을 보낼 때 몇 권의 책들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내게 책이 그랬던 것처럼, 싱클레어에겐 데미안이 그랬다.

 

 

열살의 에밀 싱클레어가 막스 데미안을 처음 만나 스무살까지의 삶을 나타낸 글로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열살에 처음 만난 데미안. 싱클레어가 라틴어학교에 다닐 때 그보다 두살 정도 많아 보이는 데미안은 보통의 아이들보다 달랐다. 눈빛도 어른 같은 눈빛이었고, 행동도 어른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가 도둑질을 했다고 프란츠 크로머에게 거짓말을 했다가 진짜로 도둑질을 하게 돼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을때 그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학교에서 교사가 카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도 선생님의 말씀하신 것과 다른 견해를 알려주기도 한다. 

 

  

모든 사람의 삶은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의 시도이며 좁은 오솔길을 가리켜 보여주는 일이다. 그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이 없건만,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9페이지)

 

 

또한 김나지움에 대한 학교에서 학교 다닐때 성적으로 고민할때 그에게 나타난 젊은 숙녀를 보며, 그는 베아트리체라 부르며 고민을 하며 그녀에 대한 마음이 꿈으로 나타난다. 꿈에서 그는 영리한 소년의 모습으로, 숙녀의 모습으로 보이고 그는 그런 마음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한다. 그가 그린 그림은 자신이 모습이기도 하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데미안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왜 데미안을 잊고 있었던가 그가 그리워짐을 느꼈다. 그가 꿈속에서 보았던 그림을 그렸고 새매의 그림을 데미안에게 보내자 데미안은 '새는 힙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도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110페이지) 라는 쪽지를 써 싱클레어에게 보내준다.  

 

  

 

 

나는 때때로 그가 부담스러워서 주인처럼 쫓아버리곤 했지만, 그래도 그 또한 내게 보내졌음을, 내가 그에게 준 것이 그에게서 두 배가 되어 내게로 왔음을, 그도 역시 내게 길을 안내하는 사람, 또는 길 자체임을 느꼈다. 그가 내게 가져오는 정신 나간 책들과 문헌들, 거기서 그는 치유 책을 찾았는데, 그런 책들은 내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147페이지)

 

데미안이 전해준 쪽지에서  '아프락사스'란 말이 나오는데 나는 그게 궁금해 검색해 보았지만 자세히 알 수 없었다. 책의 뒷편에 실린 안인희 번역작가의 설명에서보니 '아프락사스'는 신이면서 동시에 악마의 신인 존재였다. 신을 받아들이고 악마가 자꾸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려할때 그걸 견제할 수 있는 마음들을 다독이는 것.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나 진정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알수 있었다.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  

 

자신의 삶에 어떤 길을 갈까 알 수 없을때 누군가가 자신에게로 다가와 미래의 길을 열어주는 것. 수 많은 번민의 세월 속에서 데미안 한 사람으로 인해 그는 번민의 시간들 속에서 견딜 수 있었다. 데미안의 모습이 자신이고 자신의 모습이 곧 데미안이기도 했던. 자신의 길 안내자였던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운명처럼 엮여져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한 사람쯤, 데미안 같은 사람이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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