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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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하면 생각나는 건 음악이다. 그의 음악 중 특히 많이 알려진 게 《재즈 모음곡 2번 》의 [왈츠 2번] 곡은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곡을 좋아해 휴대폰 벨소리로, 휴대폰 통화연결음으로 한동안 사용했었다. 다른 곡들에 비해 부드럽고 감미로워 영화의 삽입곡으로도 사용되었는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도 사용되어 큰 인기를 얻었고,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사용되어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곡이다. 특히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배우 이병헌과 이은주의 숲속의 왈츠 장면은 아주 유명하다. [왈츠 2번]에 맞춰 춤을 추는데 그 장면은 매우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리처드 용재 오닐이 연주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몇 곡 들었는데, 역시 다시 들어봐도 좋은 곡이었다. 연주곡과 함께 그에 관련된 내용을 읽으며 쇼스타코비치의 삶의 한 부분과 음악에 관한 신념등을 바라볼 수 있었다.

 

처음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들을때 어디선가 검색해 본 글에서, 그의 음악은 좋지만 소비에트 공산당에 협조해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사실 전쟁 상황 속에서, 혹은 공산당 정치체제하에서 자신만의 순수한 음악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일제 강점기에 글을 쓰는 작가들이 일제를 옹호하는 글을 썼다고 해서 친일이라 몰며 얼마나 비난을 했던가. 아마 쇼스타코비치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음악이 없어서는 안될 것 같고,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에트 연방의 제재를 받아야 했다. 그의 생각과는 조금 순화된,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다.

 

줄리언 반스는 어두운 시대, 시대의 소음이 가득한 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음악을 하겠다는 쇼스타코비치의 신념을 소설속에 담았다. 줄리언 반스의 글답게 건조한 문체로 쓰여진 작품인데, 소설 속에서 우리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자유연애자였던 그의 삶에서 사랑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운명. 그것은 전혀 손쓸 수 없는 어떤 일에 대해 쓰는 거창 단어일 뿐이었다. 삶이 당신에게 "그래서"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을 운명이라 불렀다. 그래서,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로 불리게 되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22페이지)

 

그 말들이 그의 음악을 보호해 주었기 때문에 그는 그대로 놔두었다. 권력층이 말을 갖게 하라. 말이 음악을 더럽힐 수는 없으니까. 음악은 말로부터 도망간다. 그것이 음악의 목적이며, 음악의 장엄함이다. (87페이지)

 

쇼스타코비치는 자기 삶에서 12년 마다 액운이 찾아온다고 했다. 1936년, 1948년, 1960년, 1972년. 그 해마다 자신에게 액운이 찾아왔다. 1936년의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을 사랑했던 투하쳅스키 대원수와 친구였다는 이유로 잡혀 들어가 심문을 받았다. 그와 정치적인 이야기를 했느냐, 어떤 사람들과 있었느냐, 그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는 식이었다. 그 시기의 쇼스타코치는 작은 가방을 들고 승강기에 기대어 그들의 부름을 기다렸다. 아내 니타와 딸 갈리야에게 체포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승강기에 기대 밤을 새우며 이웃집 가족이 지나가면 다시 탔다가 내리는 식이었다. 마치 어딘가를 다녀오는 모습으로. 평범하기 보이길 원했다.

 

 

 

쇼스타코비치가 살았던 소비에트는 자기 마음대로 음악을 만들 수 없었다. 소비에트 관객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고, 그들의 검열을 받아야 했다. 정권이 바뀌고 정치가는 그에게 러시아 연방 작곡가 조합 의장으로 임명하고자 했다. 그러자면 그가 공산당에 가입해야 했다. 오직 음악만을 원했던 쇼스타코비치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시간이 없을 뿐더러 자기는 작곡가이지 의장이 아니라며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를 겸손함으로 보고 끝내 그를 작곡가 조합 의장으로 앉혔다. 그가 공산당에 가입한건 당연했다. 

 

책 속에서도 나타났지만, 공식 석상에서 공산당을 비난하는 사람을 비난했고, 글 속의 인물의 이름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사인해 넘겼다. 아마 이런 것들 때문에 쇼스타코비치가 소비에트 연방에 동조했다고 그런 것 같다.

 

그가 무엇으로 시대의 소음과 맞설 수 있었을까? 우리 안에 있는 그 음악 - 우리 존재의 음악 - 누군가에 의해 진짜 음악으로 바뀌는 음악. 시대의 소음을 떠내려 보낼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진실하고 순수하다면, 수십 년 년에 걸쳐 역사의 속삭임으로 바뀌는 그런 음악. (181페이지)

 

순수하게 음악만을 하고 싶었던 쇼스타코비치였다. '한 달간 자신을 즐겁게 해주고 10년간 대중을 즐겁게 해줄 아름다운 음악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싶었던' 그였는데. 그에게 있어 음악은 혼돈 이었을지 모른다. 음악으로 모든 것을 잊고자 했으나,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해야 했다. 죽음이 그의 음악을 해방시켜주는 것이며, 그의 삶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로지 음악 그 자체로 남기를 바랐던 작곡가로서의 쇼스타코비치의 번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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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 하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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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역사 속 인물을 제대로 다루기 보다는 팩션을 가미해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 시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역사속 인물을 재조명 하기에는 좋지만, 제대로 이해 못하고 팩션 속 인물로 새겨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재조명되는 역사의 인물에게 생명감을 부여하는게 사실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역사와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역사서에 나타난 몇가지의 사실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건 어쩌면 작가의 역량이기도 하다. 

 

사임당이 살았던 시기가 중종이 재위하던 시기로 나온다. 최근에 읽었던 소설에서 중종이 왕이 되기전까지의 팩션으로 된 이야기를 읽으며, 중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산군을 폐위 시키고 신하들에 의해 왕이 되었던 중종이 자신도 그처럼 될까 우려해 우유부단한 정치를 펼쳐왔다는 건 이해할 만도 하다.

 

조광조와 함께 개혁정치를 펼쳤으나 이러한 사림파의 정치를 반대한 훈구파의 세력을 겁낸게 또한 중종이었다. 이는 임금의 권위를 위협하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 소설에서 또한 대리청정을 한 세자와 함께 자신의 이상을 펼치는 이겸을 질투하고 그를 경계했던 것 또한 이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았다.  

 

 

 

동명의 드라마 원작에서도 나타난 것과 같이 작가는 사임당을 현모양처로만 그리지 않았다. 남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남편 역할을 했을 뿐더러 다정한 엄마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또한 자신 때문에 유민들이 핍박받았다고 생각해 그들과 함께 운평사 고려지를 만들고자 했던 것 또한 사임당과 유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함께 종이를 만들고 이윤이 생기면 함께 나눠갖는 것을 강조했다.

 

그림에 대한 열정 또한 죽지 않아서 자모회에서 곤란에 처한 한 부인의 치마에 포도 그림을 그린 장면은 압권이었다. 화기를 숨기고 살았지만 부지불식간에 찾아드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역할 탓인지 조선시대의 중종과 현대의 민정학 교수 역할을 했던 최종환이 밉상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성으로서 사임당, 어머니로서의 사임당, 화가로서의 사임당, 종이를 만드는 장인으로서의 사임당이 현대의 지윤과 겹쳐 보였다. 천재 화가로서 오로지 사임당 만을 향한 마음을 품고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이겸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역사적 인물의 재조명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그가 가진 열정과 재능이 지금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더한 열정을 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오래전에 오죽헌에 다녀왔었는데, 강릉에 가게 되면 오죽헌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것 같다. 진실이든 팩션이 가미되었든 사임당의 불꽃같은 예술혼을 기억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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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에 대하여 - 가치를 알아보는 눈
필리프 코스타마냐 지음, 김세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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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홍준 교수의 미를 보는 눈 시리즈의 세번째 책인 『안목』을 보았다. 그림과 예술품을 보는 눈, 즉 안목의 필요성에 대해 말한 책이었다. 뛰어난 안목을 가진 미술 애호가들의 수집 활동과 대가들의 회고전 리뷰, 대규모 기획전에 대해 다루었다. 유홍준 교수의 『안목』이 일반인에게도 유용한 '그림을 보는 방법'을 말한 책이었다면 필리프 코스타마냐의 『안목에 대하여』는 미술품 감정을 보다 전문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말한 책이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비교 뿐만 아니라 좀더 정밀적인 그림을 판별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 필리프 코스타마냐는 프랑스 아작시오 미술관 관장이며 세계적인 미술품 감정사이기도 하다. 그림을 바라보는 방법 뿐만 아니라 그림을 판별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위작품과 진품 임을 감정하는 것 또한 세밀한 관찰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말했다. 확실한 진품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적외선을 사용하여 안료 뒤에 숨은 진짜 그림을 가려내기도 했다.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눈과 작품을 바라보는 전문가적인 시선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었다.

 

미술품에 대한 안목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작품을 보아야 한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고, 직접 미술관에 찾아가 그림을 살펴보아야 한다. 많은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이 그림을 아는 일이라고도 했다. 얼마전에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천경자 작가의 그림이 위작이냐 진품인가를 놓고 시끄러웠다. 이럴 때 필리프 코스타마냐 같은 저자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확실하게 감정해 줄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울러 위작을 바라볼 때 미술품 감정가의 눈에, 딱 꼬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육감이 온다고 한다. 저자 또한 위작을 볼 때마다 단박에 알아차린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모방할 수 있는 것이 그림의 낡은 표면이다. 낡고 오래된 느낌을 주려고 가마에 굽는데 이 과정에서 그물처럼 만들어지는 금을 보면 시간을 통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금과는 사뭇 다르며 신기할 정도로 균일하다. 이처럼 지나치게 균일한 금이 보이면 대번에 위작으로 의심하게 된다. (81페이지)

 

파란색 중에서도 유독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색에 관해서 만큼은 과학 분석이 효용을 발휘한다. 프러시안 블루는 초록을 살짝 머금은 짙은 검푸른색 안료로, 18세기 초엽 베를린에서 두 명의 연금술사가 발견했다. (71페이지)

 

 

 

 

저자는 아주 중요한 발견을 했는데, 행방불명된 상태에 있었던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라는 브론치노의 그림이었다. 책 속에 그림이 삽입이 되어 있기도 한데,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그리스도의 모습이다. 브론치노는 이 그림을 눈앞에 시체를 두고 그렸다고 했다. 마치 도자기를 보는 듯한 매끈함이 있었다. 좋은 작품을 발견한다는 것은 미술계에서 커다란 입지를 다지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발견된 작품은 복잡한 역사를 품고 있다. 그래서 무심코 지나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 미술품 감정사들은 해박한 지식을 동원해 화가의 독특한 양식을 예민하게 감지함으로써 그런 작품들이 다시 세상 빛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155페이지)

 

원본인지 복제본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결국 안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흔히 복제된 그림은 어딘가 원본과 다른 것이 느껴지는데, 명작들 속에 함께 있으면 그 또한 중요한 작품이라고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167페이지)

 

미술품 감정에 대해 팀워크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미술품 감정가는 재감정 또는 발견에 대한 소견을 발표하기에 앞서 동료들의 직관이 어떠한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제 삼자의 시각이 어떤지에 따라 설득력을 얻거나 수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미술품 감정사를 미술계의 탐정이라는 가정하에, 미술상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본격적인 탐정 활동이고, 숱한 졸작을 포함해 그들이 보여주는 작품을 검토하는 것이 추적과 감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술관에 있는 그림을 도판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책에 언급된대로 미술관 여행을 해봐도 좋겠다 생각하고 있던 터다. 전문가적인 지식은 없지만 그림을 들여다봄으로 인해 우리의 안목도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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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피디의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삼시세끼>나 <꽃보다 할배>, <윤식당>등은 본방사수하며 금요일 저녁을 보내곤 하는데, 최근에 그가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을 출연시켜 만든 프로그램이 <알.쓸.신.잡.>이라는 것이다. 풀이를 굳이 하자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줄여 알쓸신잡이라고 한다.

 

사실 유시민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는데

유시민의 입담과 지식,

정재승 교수의 과학적 접근이 재미있었고 기발했다.

 

프로그램에서 정재승 교수가 이제껏 읽었던 책 중에서 좋았던 책이라며

<세계사 편력>을 소개했다.

 

 

 

 

 

 

 

 

 

또한 유시민 작가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말했다.

최근 신간을 낸 김영하 작가가 당연히 읽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구입해 두기만 했다고 했었나.

지금으로부터 이십여년전에 <토지>가 나올때마다 사서 읽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드라마라도 아마 방영이 되었었다.

 

열 권이나 되는 <토지>를 읽었다는 자부심.

책의 내용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최서희와 윤길상의 이야기가 드문드문 생각이 나긴 했다. 

 

 

 

 

 

 

 

 

 

 

유시민 작가가 새롭게 보였다.

그래서 그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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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씨 2017-06-08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가는 건 싫은데 이 프로그램 때문에 금요일이 기다려져요. ㅎㅎㅎ
이런 조합이 어떻게 가능하죠? 너무 재밌어요.

Breeze 2017-06-08 17:01   좋아요 1 | URL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조합이었는데 말이에요. ^^

닷슈 2017-06-08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시민책추천합니다 여러권보았지만 후회한적이없습니다

Breeze 2017-06-08 17:07   좋아요 1 | URL
네. 그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7-06-08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8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8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6-08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영석은 기발함은 좋은데
보고나면 결국 뭔가 비슷한 구석이더라구요.
이번에 알쓸신잡도 초반에 먹방만 보여주지만 않았어도
끝까지 봤을 텐데
이젠 이놈의 먹방이 질리더라구요.
물론 전 원래부터 싫었지만.
재방 중간쯤 보니까 재밌는 것 같긴 하더만
내일은 먹방 참고 끝까지 봐야겠어요.ㅋ

Breeze 2017-06-08 19:41   좋아요 0 | URL
먹방이라 비슷한 포맷인가 싶었으나, 중요한건 함께 모여 그 지방의 특색있는 장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더라고요. 더불어 출연자들의 각자가 가진 잡학 지식에 여러모로 즐거웠답니다. ^^
 
흉터의 꽃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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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그렇게 역사 공부를 하고, 역사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어도 모르는 것 투성이란 걸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알게 되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란 일본의 패망과 우리나라의 광복인데, 어떻게 이렇게 아픈 일들이 있었단 말인가. 그동안 눈과 귀를 닫고 온 사람처럼 여겨졌다. 나에게 합천이란 해팔만대장경의 해인사가 있는 곳이다. 그동안 몇 번 가봤지만, 이처럼 역사의 아이러니가 있는 곳이라는 건 알지 못했다. 합천이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리운다는 것. 합천에 살던 사람들이 히로시마로 많이 이주해갔고, 그들이 다시 돌아오며 이 곳은 원폭 피해자들이 유달리 많은 곳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을 투하했다. 원폭 투하로 많은 일본인과 한국인이 피해를 당했다. 한국인은 강제 징용과 이주 등으로 히로시마에 5만 명, 나가사키에 2만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한국인 생존자 중 약 2만여 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다수는 원폭 후유증과 빈곤, 사회적 편견에 시달렸다고 한다. 저자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에 대해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 

 

합천 출생의 화자 또한 자신이 태어난 곳이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렸다는 걸 몰랐다고 했다. 아주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는데 화자는 마치 숙명처럼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소설을 쓰기로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는 것을, 아버지도 원폭 피해자였던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더불어 숨기듯 키우고 있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아이에 대한 것도. 마치 숙제를 하듯 이 책을 풀어나갔다.

 

소설은 중학교 국어교사인 정현재가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찾아 그들의 증언을 듣는 과정이 한편의 이야기고, 다른 한편의 이야기는 그들의 증언으로 구성된 강분희 할머니의 가족사를 이야기한다. 일제 강점기, 먹고 살기 힘들어 아이를 밴 아내와 함께 히로시마로 건너간 강순구. 그의 첫째 딸 강분희가 겪은 이야기였다. 열다섯 살의 분희. 공장에 다니며 자기 색시라고 늘 말하는 동철이 준 노란 손수건을 품고 다닌다.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려 대피소로 피난해 있다 나와 공장으로 향하던 중 원폭의 한복판에 있었다. 온 몸에 화상을 입었으나 일본의 진료소는 조선인들을 받아주지 않았고, 가진 것을 다 잃은 분희네는 다시 합천으로 오게 되었다. 얼굴의 화상때문에 집밖에 나가지 않았던 그녀였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가족은 언제까지 분희를 껴안을 수 없어 홀아비한테 시집을 보냈다. 얼굴에 크게 흉이 져 있는 분희를 시어머니나 남편은 때리거나 구박을 일삼았다. 임신을 했으나 더군다나 아이는 죽은 채로 태어났다. 언젠가 뉴스에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았는데, 원폭 피해자는 2세, 3세가 되어도 유전된다는 사실이다. 뇌성마비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는가 하면, 시력장애, 다운증후군 등의 증세를 가지고 태어났다.

 

 

 

이렇듯 원폭 피해자의 유전에 대한 두려움에 피복자와의 결혼을 꺼리고 결혼 했더라도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피해가 컸다. 소설 속에서 가장 듣기 꺼려진 말이 '병신'이 들어간 욕이었다. 피폭자가 어디 자기가 잘못해서 그렇게 되었나. 그게 아님에도 경시하고 편견으로 대하는 것이 마음 아팠다.

 

강분희가 겪어 온 세상과 강분희의 딸 박인옥이 겪어 온 삶이 다르지 않았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사산아를 낳았거나 그게 어디 여자의 잘못인가. 그럼에도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며 아내에게 폭행을 가하는지 모르겠다. 장애 때문에 경제적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얼마나 피폐한 삶을 사는가. 마치 엄마의 삶을 그대로 사는 모녀의 삶은 지리멸렬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소설을 다 읽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소설에 거론되었던 인물인 김형률 씨의 기사(2002년 최초로 선천성면역글로불리결핍증을 앓던 그가 '원폭2세환우'의 존재를 알렸다)와 이 소설의 실제 주인공 듯한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장의 기사까지 살펴보았다. 내가 살펴본 기사는 2013년도분이었는데, 아직도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것을 보면 타인의 일이라 무관심한 우리 사회를 보는 기분이었다.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2016년 5월19일에 제정됐다고 한다. 특별법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 의료 지원, 피해자 추모 기념사업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원폭 피해자 후손을 지원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원폭 피해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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