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로세서 1급 기출문제 필기 - 이것만은 알자!, 2009
아주큰선물 수험서개발팀 엮음 / 아주큰선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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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 자격증 필기시험 문제집은 완벽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아주 자세하게,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의 경우, 자세한 설명보다 핵심을 짚어주는 문제집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의 '요약'과 기존 시험에 출제된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시험에 붙었다. 

심지어 2번 이상 출제된 문제풀이까지 실어놓은 이 책은 바쁜 현대인들의 자격증 대비를 위해 매우 유익하다. 

다른 종류의 자격증 필기시험도 이 출판사의 시리즈로 공부할 생각이다. 

부담없이 합격의 길로 인도하는 책. 

권하고 싶다.  

얇고, 공부하기에 부담없으며, 합격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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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마리오네뜨
권지예 지음 / 창비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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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인가봐요. 불행이든 고통이든 말이지요.


-[고요한 나날]

 

 지치고 힘들 때, 누름돌에 눌린 것처럼 끝도 없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불가하해한 인생의 중압감이 느껴질 때, 자신이 견뎌야 하는 자신 만의 무거운 추를 떼어내지 못할 때, 남자 역시 이 세상에서 흔적없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존재를 지우고 싶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순식간에,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완벽하게 삭제하듯이.

 하지만 남자는 또 가만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무거운 중력만큼 또 그만큼의 부력이 삶에는 항상 내장되어 있는 거라고. 그걸 믿지 못하면 뜰 수 없다는 것을 전직 수영강사인 남자는 몸으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나무물고기]

 

웬만큼 살다 보면 자기 인생에 관한 한 '감'이라는 게 생기는 법이다.

-[투우]

 

내 삶은 늘 그랬어. 늘 원하면 사라지게 장치가 돼 있었지. 그래서 나는 늘 덤덤한 척하는지 몰라. 삶이란 놈이 눈치 채지 못하게 말이지. 그건 늘 주체가 되지 못하는 방관자적인 내 기질인지도 모르겠다.

-[사라진 마녀]

 

 

권지예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 中

 

 

+)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언젠가 어떤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권지예 소설 읽어봤어? 왜 그리 답답하지?" 그때는 아무 말도 못했다. 권지예의 소설을 읽지 않았으니까. 오랜만에, 오래된 책을 집어 들고 읽었다. 그제야 선배의 말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선배가 지적한 '답답함'이란 책 전면에 깔린 운무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큰숨을 몇번이나 쉬었는지 모르겠다. 그건 한숨이 아니라 큰숨이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함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작가의 필치에는 색이 보이지 않는다. 투명한 선을 긋고 있다고 해야할까. 여운을 남기는 게 아니라 의문을 남긴다. 찾고 싶으면 찾아보라고 공공연히 던져놓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걸 찾아야 할 이유조차 찾게 만드는 게 문제다.

 

작가가 일부러 새겨넣은 운무의 글자들은 책을 뿌옇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또 한번 큰숨을 쉰다. 나는 이 작가에게 좀 더 강렬한 것을 시도해도 괜찮다고 전해주고 싶다. 총8편의 단편 중에서 나는 맨 마지막 [사라진 마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 이유는 나머지 7편의 색깔이 짙은 회색이었다면 오직 이 한 작품만이 짙은 녹색과 어두운 회색의 조합이었으니까.

 

스토리의 변화를 원한다기 보다 소설의 구성에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말하는게 옳겠다. 뭔가 오르락 내리락, 툭 치고 나오다가도 슬그머니 들어서는, 그런 극적 긴장감이 부족한다. 맨 마지막 한 작품만이 구성의 선이 살짝 움직일 뿐이다. 그리고 뭔가 역동적인 삶을 그려도 충분히 괜찮다. 작가에게 여러가지 색깔을 요구해본다. 어쩐지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보다 소극적인 필치라고 생각된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글을 쓰길 바란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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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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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마음이란 '타인의 고통을 소멸시키기 위한 염원'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 게셰 툽텐 룬둡, [모기는 전생에 나의 어머니]

 

한번은 누군가 붓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의 가르침을 가장 간단하게 요약하면 무엇입니까?"

그러자 그는 말했습니다.

"집착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아잔 지틴드리야, [나는 감각세계의 모든 것을 맛보았다]

 

고통이 주는 한 가지 장점은 그것이 우리를 도와 중단하려는 마음을 더 강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중단이란 결심을 의미하며, 윤회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강렬한 바람입니다.

-텐진 데키, [불행은 오래 기다린 친구가 마침내 도착한 것]

 

그 이상은 찾지마십시오. 싫어함이나 욕망도 없어야 합니다. 저는 사물을 그 자체로 받아들입니다. 저는 사물들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걱정도 하지 마시고, 불평도 하지 마십시오. 사물들을 있는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바로 부처입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그 이상의 것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무진, [나는 죽음 없는 것을 발견했다]

 

 

현각, 무량 외, <공부하다 죽어라> 中

 

 

+) 이 책은 국내외의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대전에 있는 '자광사'에서 매달 영어 법회를 연 자료이다. 수행자들의 강연을 모아 번역하여 책으로 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부처의 말씀을 따르며 삶의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 수행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이루어졌다. 동양이나 서양의 차이를 생각하기 보다 그것을 뛰어넘어 한 사람으로, 한 사람의 수행인으로서의 말씀이다. 그렇다고 다가가기 어려운 책은 절대 아니다.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쓰여진 글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수행하는 사람은 끝없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착을 버리고 자비를 행하는 삶, 스스로를 다지기 위한 수행이 얼마나 어려울까. 수행자들의 말씀대로 집착은 곧 고통인데 우리는 왜 수없이 많은 것들에 집착하며 살고 있을까. 외국인 수행자들의 대부분은 각자의 나라에서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다. 대부분 대학을 다니면서 불교 강의, 그러니까 그들의 스승들을 만나게 된 인연으로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나는 무엇인가' 혹은 '내 삶은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여행을 하고 불교를 접하게 되면서 불교에 입문하게 된다. 종교적 의미를 떠나 그들은 스스로를 찾기 위해, 참된 나를 발견하기 위해 평생을 수행하며 사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행은 나를 발견하게 되는 첫 걸음이고, 새로운 길은 두려움과 동시에 빛을 따라 나서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누구나 주어진 길에서 벗어나는데 두려움을 갖고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에 불만이 많지만 벗어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평온을 찾자. 이들이 강조한 명상을 통해 일상에서 평안을 찾자. 스스로를 찾아가는 공부, 타인을 위한 배려와 자비, 세속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명상, 오늘 하루 걷기 명상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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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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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볼 수 있는 것들과 비슷한 정서와 사람들을 표현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의 가치는 그것들을 우리가 묘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빼어나게 묘사할 수 있는 능력, 즉 우리가 명확히 서술할 수는 없었으나 우리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느낌들을 지적해 주는 능력에도 있다.

pp.40~41

 

너무 빨리 하지 않으면 생기는 이점은, 그러는 도중에 세상이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이다.

p.63

 

물론 고통 없이도 우리의 정신을 사용할 수 있지만, 프루스트가 제시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때에만 철저한 탐구심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앓는다, 고로 생각한다. 그리고 고통을 더 큰 맥락 속에 위치시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한다. 생각은 고통의 기원을 이해하고. 그것의 여러 특성들을 포착하고, 그 존재를 체념하고 인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p.92

 

불행이 끈덕지게 재발한다는 사실의 의미는, 불행에 대해 실현가능한 대책을 개발하는 것이 행복에 대한 어떠한 유토피아적 탐구보다도 분명히 가치 있다는 것이다.

p.99

 

책에는 거짓 상냥함이 없다. 우리가 이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보낸다면 그것은 우리가 진실로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p.173

 

 

알랭 드 보통,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中

 

 

+) 알랭 드 보통에 의해 프루스트는 되살아났다. 프루스트에 대한 학자들의 평가가 어떤 것이든 간에, 또 한 사람에 의해서 그의 삶과 작품과 사람이 화두가 된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까. 프루스트의 입장에 서 알랭 드 보통의 기특한 생각에 감탄했으리라 생각된다.

 

아홉개의 part로 정리된 이 책은 '~법'에 대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이나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가르쳐주려는 교훈서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 그저 프루스트의 생애와 글을 통해 깨달은 점을 적어 둔 것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읽는이에게 새로운 지혜를 전달하고, 신선한 충격을 준다. 생각에 근거는 프루스트의 삶이나 글에서 예시된다.

 

프루스트가 누구인지 몰라도 좋다. 한 사람의 작가를 통해, 그의 책을 통해 나열한 생각을 읽어보면 나도 그 한 사람과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 어떤 잠언집보다 괜찮은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을 때면 늘 하는 생각인데, 어떻게 하면 이렇게 지적이고도 아름다운 문체를 사용할 수 있을까 감탄한다. 내가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에게서 가장 배우고 싶은 점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깊이 있는 만큼 강동적인 글. 현학적이기만 한 글은 무겁고 흥미롭지 않다. 손쉽게 쓰여진 글은 너무 쉬운만큼 이해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없어서 아쉽다. 그런데 알랭 드 보통의 문체는 딱 그 중간, 적절히 섞인 현학적이고도 가슴을 탁 치는 글이다. 꼭 한 번 이런 문체로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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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팜 파탈 문학과지성 시인선 340
김이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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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조심하시오

맞닥뜨린 후에는 이미 경고가 아니다

 

파도가 들끓을 때

나의 눈 속에 물이 끓고

마침내 두 손을 불 위에 얹는다

깜깜한 바위들의 구멍들, 비행기

대여섯 대 낮게 날아오는 동안

새 떼가 고요하게 바위를 뒤덮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걸려다 입을 다문다

 

구멍으로 만들어진 검은 돌을 넘었다

모래가 없는 해안으로

그곳은 바다가 왔다 갈 뿐 바다는 아니었다

그 아래엔 갯지렁이

마루 아래엔 들쥐

복도에서 복도로

파도에서 파도로

 

폭우가 쏟아지던 밤이었다

서로를 통과한 후 우리는 다른 곳의 사람이 되었다

바다에서 소금을 한 줌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나는 그를 안고 바다 너머로 걸어간다

 

대피소의 나머지 사람들은 사라졌다

그들은 나를 실종자란에 기록했다

 

 

김이듬, <명랑하라 팜 파탈> 中

 

 

+) 김이듬의 시집에는 표독스러운만큼 안타까운 목소리가 흘러 넘친다. 이번 시집읽기는 무척 힘들었다. 어쩌자고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악을 써대는가, 그저 커다란 테두리로 보이는 '남성'을 향해 쏟아내는 소리인가. 혼란스러웠다.

 

팜므는 프랑스어로 '여성', 파탈은 '숙명적인, 운명적인'을 뜻한다. 이는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에 의해 문학작품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남성을 죽음이나 고통 등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가는 '악녀', '요부'를 뜻하는 말로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운명적'이라는 말은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굴레를 뜻한다. 즉 '팜 파탈'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될 숙명을 타고난 여성이다.

 

"들리지? 내 목소리, 이리 따라와 넘어와 봐 / 너와 나 오래 입 맞추게"([세이렌의 노래]) 이 목소리는 시집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특정한 개인 대 개인의 관계가 아니라 불특정한 다수를 향해 퍼붓는 목소리, 유혹의 소나타이다. "초라한 절망으로는 충분히 가벼워지지 않은 근육들이 핏물에 자유롭게 꿈틀거립니다."([유령시인들의 정원을 지나]) 여자, 그러니까 팜므의 운명은 끝없이 이어진다. 어디로?

 

물론 아주 간혹 간간히 들리는 한숨 소리가 있다. 거기에 팜므의 안타까움이 스며있지만, 명확한 곳을 건드리기가 쉽지 않다. 단지 그녀의 세계는 여자, 여자, 여자. 팜 파탈의 최종 목적은 '명랑'이 아닐까. 독한 기운 끝에 잠시 숨 쉴 지점이 명랑이란 두 글자이다. 그러나 이 시집은 표독한 기운 밑에 그 어떤 짐작을 허용하지 못한다. 그것이 안타까운 부분인데, 지나치게 잔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작품들이 많아 생각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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