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 따위 넣어둬 - 365일 퇴직을 생각하는 선생님들께
장정희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나는 어차피 삶을 견디는 것,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스트레스가 나쁜 일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좋은 일에도 긴장을 일으킨다. 그러기에 우리의 일상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다. 누구나 견디며 살아간다면, 억지로 버티느냐, 기꺼이 버티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기꺼이 버티며 살아가자는 거다.

숨구멍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피아노, 요리, 독서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식구들 잠든 밤에 마시는 차 한 잔의 고요가 될 수도 있다.

p.26

나는 머릿속이 멍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는 걷는 편이야. 1박 2일로 걷기도 하지. 하루 일곱 시간도 여덟 시간도 걸어. 물론 혼자 걷지. 구례, 고창, 순천, 해남, 순창, 광주 천변을 따라 영산강까지 가본 적도 있어.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절뚝이며 걷는 동안 내 안의 모든 에너지와 물기가 다 빠져나가는 게 중요해. 학대에 가까울 만큼 완전 연소를 시키는 거야. 집에 도착할 때는 쓰러질 정도가 되도록.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비로소 내 안에 새 물이 찰랑찰랑 차오르는 것을 느껴.

p.42

등급을 매기는 구도에서는 누구 하나는 꼴찌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문제는 노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학점과 아르바이트와 자격증과 어학 공부에 죽을 둥 살 둥 매달려도 모두가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부족한 일자리로 인해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노력 부족'이라고 할 것인가.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 또는 모순된 사회 구조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슬픔은 나만의 슬픔이 아니라 우리들의 슬픔이 된다. 우리가 서로의 슬픔을 공유하고 손을 맞잡아야 하는 이유다.

p.81

"우리의 내면에도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해요. 혼자만의 고요함 속에서 사람들과 지내는 동안 부풀어 올랐던 온갖 감정들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 말이에요. 고독은 이처럼 우리에게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죠. 그러니 여러분,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고독은 우리를 안으로 익어가게 해 주는, 내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니까요."

pp.94~95

"쌤, 새로운 삶을 위해서 과거 인연을 끊으면 많이 외로울까요?"

잠시 할 말을 잃고 있던 내가 겨우 입을 열었다.

"새로운 삶은 또 다른 인연을 데려오기도 하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네가 만들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그 시작이니까."

p.102

그렇다. 나는 아이에게 진 게 아니었다. 용서를 받은 거였다. 용서 받는 마음이 그렇게나 아픈 줄 그때 처음 알았다.

p.117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그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어.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거야. 아빠도 아빠의 자리에서, 오빠도, 새엄마도, 할머니도, 제각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어딘가 아쉽고 불만스러운 점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바람(욕심)으로 생각하니까 그런 것일지도 몰라.

p.120

"내가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하고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떨쳐내지 못한 콤플렉스 중의 하나는, 재능도 없는 데다 살아온 삶 또한 지극히 평범했기에 고통이라는 재산도 없다는 사실이었어. 그래서 늘 작가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했지."

"네 불행한 삶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네가 아픔을 겪는다면 그건 너를 둘러싼 세계의 시스템과 어른들의 잘못이다.

게다가 글쓰기의 가장 큰 힘은 글 쓰는 사람 자신을 먼저 치유하고 구원한다고 믿어. 그것이 독자의 공감으로 이어지지."

pp.221~222

장정희, <존경 따위 넣어둬> 中

+) 이 책의 소개 글을 보면 '대한민국 교사의 비망록'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퇴직한 교사가 40년 동안 국어 선생님으로서 살아온 삶과,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한 가정의 아내로서의 삶도 담겨 있다.

정확히는 다양한 역할의 삶을 살면서 저자가 느끼는 고민과 복잡한 감정 등을 실은 책이다. 에세이집임에도 방대한 분량이 인상적이었는데, 천천히 읽다 보면 저자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았는가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성실하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요즘 학교에 많다고 생각하니 든든하면서도, 그들이 겪을 내적 고민과 그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가 이해되어 안쓰러운 마음도 깊었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학생으로 사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기본' 혹은 '근본'이라는 개념 하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런 것들이 정말 살면서 필요하다면 중요한 것만 선택해 깊이 있게,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본인들의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개정하며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경쟁 사회는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면서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옳은 것일까. 저자를 비롯한 수많은 교사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스트레스로 쓰러졌던 저자는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걷기'를 선택한다. 한없이 걸음으로써 자기 안의 것들을 감당하려고 애쓰는 저자를 보며 단단한 사람이면서, 단단한 선생님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선생님인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했는지,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어떻게 교류했는지, 특히 문예반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을 담고 있다.

또 글쓰기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글과 생각을 만나며 스스로도 정화하고, 아이들은 글쓰기를 통해 정신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한층 성장하게 됨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소설 및 영화 그리고 에세이를 선정해 아이들과 교류하며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며 나누는지 제시한다.

한 권의 에세이집에서 중수필과 경수필 모두를 만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고민해 볼만한 것들과 일상에서 나누었으면 좋겠는 순수한 모습 등을 다양한 글에서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알찬 에세이집이었고, 솔직한 교사의 글을 읽으며 공감과 고민을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많은 이들에게 따라 걸어도 좋을 발자취가 될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수정빛 지음 / 부크럼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꾸준함이 만드는 단단함

책을 가까이하여 내면을 다지기

청결하고 단정하게 나를 가꾸기

가벼운 운동으로 꾸준히 체력 기르기

건강한 음식으로 잘 챙겨 먹기

긍정적인 사람들과 함께하기

나를 의심하게 하는 사람은 멀리하기

목표에 혈안이 되어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기

휴식을 즐기는 여유를 갖고 잘 활용하기

혼자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기

배움에 대한 즐거움은 놓지 않기

p.37

부정적인 사람과는 거리를 둔다.

그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저 나를 지키기 위함이다.

더 깊은 심연, 더 깊숙한 수렁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사람을 비롯해 부정적으로 이끄는 모든 것들을 멀리하는 태도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삶을 지켜 내기 위한 울타리라는 믿음이었다.

p.54

좋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사람은 변한다. 다른 사람의 눈에도 여지없이 티가 날 만큼, 웃을 일이 많아지니 인상은 자연스레 부드러워지고, 안정적으로 주고받은 사랑 속에서 마음과 얼굴에 드리웠던 그늘이 서서히 걷힌다. 환해지고 환해지다 주변 사람을 밝게 비추기까지 한다.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순간이다.

p.85

사랑이 더 깊어지는 태도

고마운 마음을 자주 표현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

화가 나도 다정함을 잃지 않는다.

말의 이면에 담긴 본심을 헤아린다.

자라 온 성장 배경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작은 것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언제든 남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한다.

p.121

진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요란스럽지 않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작은 것에 쉽게 감동하고, 말과 행동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불편한 상황을 겪어도 그 안에서 긍정할 부분을 찾고, 인연을 귀하게 여기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안다.

p.134

제법, 어른이 됐다고 느낄 때

끝난 인연에 미련을 두지 않을 때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알아볼 때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때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냉정히 끊어낼 때

문제를 만나면 유연하게 대처할 때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할 때

인생에 대한 고민은 늘어나지만

불만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낄 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을 때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우려할 때

p.171

볼수록 참 괜찮은 모습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묵묵히 자기 사람을 챙기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선의를 베풀되 생색내지 않으며,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에 말을 얹거나 함부로 옮기지 않는다. 삶의 가치관이 분명하고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다.

p.250

수정빛,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中

+) 이 책은 나와 타인,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을 여러 편의 에세이로 담고 있다. 저자는 나를 사랑하는 말과 상대를 사랑하는 말,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말을 다정하게 적어내려 간다.

그리고 그런 말들은 우리를 살리는 말이 되고 우리의 삶을 지키는 말이 되며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말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문장은 체험에서 우러나와 깊이 사고한 뒤 신중하게 쓴 것으로 느껴진다. 그 신중함을 달리 표현하자면 섬세함이라고 할 수 있고, 저자는 다정함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에는 나를 아끼고 살릴 수 있는 다정한 말, 사랑하는 상대를 이해하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말, 그리고 고된 삶을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는 말이 실려 있다.

메모처럼 짧은 문장에서도 저자가 사람을 얼마나 귀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거리를 두어야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런 사람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등을 잘 그려냈다.

더불어 스스로를 아끼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은지,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등도 따뜻하게 정리했다.

자기 계발 서적이 아니라 단상을 적은 에세이집인데도 읽으면서 진실하고 현명하게 사는 방법과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는 방법, 그리고 나를 아끼는 방법 등을 배운 느낌이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 타인에게 따뜻한 사람,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 등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젠가 너도 이 시간을 기억하겠지 - 사춘기 아들과의 일상 대화
오수아.최루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엄마, 나 나갈게."

"으잉? 15분인데?"

"진아가 지금 나온다고 톡이 왔어!"

현관 앞에서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이리 뒤적 저리 뒤적이더니, '오늘 쫌 괜찮은데?'라며 혼잣말을 한다. 거울에서 씨익 웃어 보이기까지. 그 모습을 쳐다보는 나는 정말 아무런 감정이 없는데, 그저 사춘기려니 하고 있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게 이런 건가?

"엄마, 사랑해~ 나는 엄마밖에 없어! 다녀올게~"

pp.26~27

썸 이야기 다섯 편을 볼 때, 아들의 감정 공유는 정체성 발달의 신호이며, '내 감정을 말해도 안전하다'는 경험은 평생의 관계 태도를 결정한다. 엄마의 반응 방식인 유머, 수용, 그리고 가이드의 세 박자 감정은 사춘기의 특징을 수용하되, 중심은 아이에게 두는 방식으로 자율성과 책임을 함께 키워 준다.

관계적 정서 조절에서도 정서적 공감과 행동조절의 루틴은 유쾌한 반응 속에서도 공부 얘기, 자기관리 얘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안정 애착의 예시다. 이처럼 사춘기에도 부모와 감정 공유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pp.32~33

"나의 감정이 기울어짐을 느꼈다."

"다른 날 같았으면, '오냐, 오냐' 했을 일."

엄마가 의도적으로 기대와 감정을 조절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처럼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조절하는 태도는 자녀와의 긍정적 관계 유지에 필수적이다.

pp.60~61

어버이날 편지를 쓴 것은 '애착 강화'와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특히 "편지를 안 쓰는 건 아닌 것 같아서"라는 문장은 아들이 부모와의 정서적 연결을 의식하며 노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내적 애착체계가 건강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p.114

뭘 하든 네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해. 그래야 행복과 감사를 발견하는 날들이 많아지는 법이야. 세상은 진짜 공평해. 내가 열심히 한 만큼만 뭐든 주어지는 법이거든.

민근아, 네가 매일 선택하는 순간순간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거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매일 너에게 물어봐.

p.194

오수아, 최루비, <언젠가 너도 이 시간을 기억하겠지> 中

+) 이 책은 저자의 아들이 중학생이었을 때 아들과 함께하며 나눈 이야기와 편지들을 에피소드로 엮어 만든 것이다. 임상심리사가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분석한 글도 각 대화의 말미에 실려 있다.

중학생 아들과 이토록 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읽는 내내 본받고 싶은 엄마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이 있다. 엄마는 수십 번 참았다가 한두 마디 하는 건데, 아들은 이제 막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엄마가 잔소리를 해서 하기 싫어진다고.

이 책 속 모자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엄마는 유머 있게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아들은 엄마의 진심을 위트 있게 받아들인다.

이들이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임상심리사의 분석처럼 부모 자식 간 정서 공유가 자연스럽고 서로를 향한 신뢰가 크며 애착 관계가 잘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관계이기 때문에 모자 사이 소소한 갈등에도 이내 다시 원래의 쿨한 모자 사이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관계는 내면이 긍정적이고 건강한 사람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분명 어른이고 엄마로서 잔소리를 하고 싶을 때가 많을 텐데, 편지를 쓰거나 그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감당하는 모습에서 내면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또 그런 엄마의 모습을 아들이 오해하지 않고 진심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면 아들 역시 내면이 맑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예상된다.

관계라는 건 어느 한 쪽만 잘해서는 형성할 수 없다. 서로를 위해 마음을 쓰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사춘기 아이들을 둔 부모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건강한 부모 자식 관계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런 부분을 실제 자기에게 적용한다면 유쾌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이정훈 지음 / 책과강연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소진되어가는 과정을 목격한다는 것. 그것은 어린 나에게도 견딜 수 없는 일이면서도 견뎌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 무력함을 깨달은 순간, 나는 내 슬픔을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슬픔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을, 내 슬픔은 뒤로 밀려나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감정의 위계를 배웠다.

"감정의 위계를 배운다는 것은 결국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의 위계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것이지요. 그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성숙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pp.35~39

"코치님. 애들 정말 대단하네요. 어쩌면 이래요?"라고 하니, 코치의 말이 명언이다. "몸만 작지, 링에 올라가면 애어른이 어딨어요. 복서만 있지. 애들도 그걸 알아요. 여기 들어가면 스스로 해결하고 나와야 한다는 걸요. 애들 무르게 보지 마세요. 그 속에 단단한 게 들어 있다고요."

p.58

그때 노인이 낚싯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잡은 게 없네요."

"낚시하러 온 게 아니야." 노인이 천천히 도구들을 챙기며 말했다. "이 나이 먹어 봐. '오늘 뭐 하지?'하는 질문이 제일 괴로워. 갈 때가 마땅찮아서 온 거지. 여기까지 와서 욕심부릴 일이 뭐 있나. 그냥 왔다 가는 거야."

잠깐 강물을 바라보던 그가 덧붙였다. "그래야 내일도 올 이유가 있는 거고."

p.134

젊은이들은 급해지면 자기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부터 뺀다. 꿈, 희망, 관계, 돌봄, 온기. 그런 것들을 다 빼고 나면 그제야 그들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가격이 된다. 그런 상품들이 진열대에는 즐비하다.

사는 것이 거칠수록 잘 먹어야 한다.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고 존중하는 최소한의 의식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홀대하는 삶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pp.211~212

"'사람이 나쁜 게 아니구나. 상황이 나빴을 수 있겠구나.' 하는 관점은 사람에 대한 연민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사람을 미워하는 대신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할 수 있게 합니다."

p.219

이정훈,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中

+) 이 책은 작가의 섬세한 감수성이 와닿는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매 순간 본인이 느끼는 감정에 진솔하고 그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보인다.

자기감정을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에 비해 저자는 사소한 상황에서도 항상 많은 것을 느끼고 기억하려는 사람 같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순간의 솔직한 기록이다.

아이 아빠로서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아이들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 친구의 아픔을 알면서도 그 입장을 배려해 말을 아끼는 사람, 힘들었을 군대 시절을 제주도의 푸른 바다로 마음에 담은 사람.

이 책에는 수많은 저자의 발자취가 담겨있다. 그의 문장과 함께할수록 그 감정선을 공유하며, 우리가 살면서 겪었을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아프고 서툴지만 위로가 되는 순간, 오십의 인생 선배로 이전 세대에 전해주고 싶은 삶의 이치, 인간관계와 인생길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선 등이 담겨 있다.

어떤 글에서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다가, 어떤 글에서는 한없이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하면 할수록, 살아야 하면 할수록 감추어야 할 말이 자꾸만 생기고 마는 그런 날이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것이 곧 서툴지만 따뜻한 위로로 남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풍부한 감성을 담은 문장과 사진들로 꽉 채운 책이다. 저자처럼 비 오는 날 혼자 술 한두 잔 기울이거나 오래전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며 읽으면 반가울 책이라고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

2%

"알 수 없지. 확실한 건 우발적 살인이 아니라는 거야. 계획 살인이야."

"고등학생을 왜 그렇게까지...... 이런 어린애가 그 정도로 원한을 살 일이 있을까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몰라. 아무도."

30~31%

김준후는 반박해 보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다가 다물었다. 완전히 당황한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사람은 궁해지면 거짓말을 한다고. 뭐라고 답변을 할 것인가.

64%

너무 부연이 길었다. 과한 설명은 오히려 거짓의 냄새를 풍긴다. 그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영주는 별다른 의심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67%

"내 인생에 이혼은 없어요."

"난 당신의 완벽한 인생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냐."

"난 당신 사랑해요."

"나도 사랑했어."

79%

정해연, <홍학의 자리> 中

+)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작가와 소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즐겨 읽고 있었고 어떤 내용이길래 그런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소설을 펼쳐든 순간부터 마지막 마무리까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높은 흡입력을 가진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남자가 호수에 시체를 버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쉼 없이 범인 찾기로 이어지면서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사연과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무엇보다 결말의 반전이 놀라웠는데 그건 예측하기 힘든 파격적 결말이라서 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고정관념이나 통상적 관점이 짙은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결말을 예측한 독자가 있지 않았을까. 스포 금지라는 말에 동의하며 되도록 소설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으려 자제해 본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추리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이 가치관에 따라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추리 소설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에 몰입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영화 한 편 보듯 시간이 술술 잘 흘러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