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은유를 위한 은유를 하지 말라. 무언가를 은유하기 위해 당신의 마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저 평소의 사고 방식에서 한발 물러서서 머릿속을 지나가는 생각들을 계속 기록해 보라,

p.72

 

글쓰기에 관련된 오래된 속담이 하나 있다.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는 말이다. 무슨 뜻인가? 이것은 이를테면 분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 무엇이 당신을 분노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라는 뜻이다. 당신 글을 읽은 사람이 분노를 느끼게 하는 글을 쓰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독자들에게 당신의 감정을 강요하지 말고, 상황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정의 모습을 그냥 보여 주라는 말이다.

p117

 

인내심을 가지고 한결같은 균형을 유지하라, 생각의 지층에 있는 무의식의 세계 속으로, 당신의 핏줄 속으로 글쓰기를 삼투시키라. 그런 다음 드디어 당신이 튀어나올 때, 가령 아침 10시에 글을 쓰겠다고 작정했다면 그 주어진 시간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1시간이건 20분이건,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손을 멈추지 말고 모든 것을, 정맥에서부터 곧장 펜을 통해 종이위에 토해 놓게 만들라. 멈추지 말라. 망설이지 말라. 백일몽을 꿈꾸지 말라. 제한된 시간이 끝날 때까지 쓰라.

p.143

 

글쓰기에서도 커다란 들판이 필요하다. 너무 고삐를 세게 잡아당기지 말라. 스스로에게 방황할 수 있는 큰 공간을 허용하라. 아무 이름도 없는 곳에서 철저하게 길을 헤맨 다음에라야 당신은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

p.208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中

 

 

+) 언젠가 시인이면서 교수인 사람의 강의록을 보게 되었는데, 그가 제자들에게 권한 첫번째 책이 바로 이것이다. 그때도 제목이 의미심장해서 읽어봐야지 싶었는데 놓치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읽었다. 그리고 읽기를 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무슨 무슨 법, 혹은 무슨 무슨 방법 이라는 주제를 끌고가는 책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대부분 추상적인 몇 마디로 책 한 권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추상적인 개념보다 구체적인 경험담을 몇 가지 제시해 두었다. 그것을 글쓰기의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거창할테고, 지은이의 말대로 자신의 경험을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유익한 것들이 의외로 많다. 시간을 정해두고 글을 써보는 것, 크기나 재질에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서라도 적을 수 있는 창작노트를 만들 것, 몇시부터 몇시까지라는 제한된 시간이 아니라 하루의 어느 지점에서 반드시 글을 써야하는 시간을 만들어둘 것, 한 줄이든 한 단락이든 써볼 것, 억지로 창작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은유하는 방법에 익숙해질 것, 꿈에 대해서 써볼 것 등등 글쓰기의 힌트를 많이 준다.

 

나는 무엇보다 글이 써지든 써지지 않든 시간을 정해두고 글쓰는 연습을 하라는 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은 글이 써지지 않는다면 과감히 붓을 꺾었는데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쓰고 또 써야지 좋은 문장들을 얻을 수 있다. 작가 자신의 몇 가지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내게는 큰 위안과 든든한 버팀목이 생겼다.

 

간혹 많이 읽다 보면 글이 써지리란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쓰지 않는 이상 글쓰기는 늘지 않는다. 그말은 곧 쓰면 쓸수록 더 많이 깨닫고 배우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 책을 읽으면 그것을 배웠고, 그렇게 하리라 다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엉이 모의고사 기출모음집 ONE+ONE 언어영역 고3 - 2009
평가교육자료원 편집부 엮음 / 평가교육자료원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문제집은 고3에게 필요한 모의고사 기출모음집이다. 최근 2~3년(08~06년) 동안 고3이 본 모의고사와(평가원, 전국연합모의고사 중심) 5월과 10월의 학업성취도 평가 문제까지 실려 있다. 즉, 매년 고3이 보는 3, 4, 6, 9, 10월 모의고사가 실려 있는데, 이건 굉장히 중요하다.  

 고3이 되면 역대 수능시험 문제를 풀어보는 것과 고3의 모의고사를 다루는 것이 기출문제 경험으로 수능대비에 많은 도움이 되기 떄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수험생을 배려하는 자세가 역력하다. CD 1장에는 15회 모의고사 전부의 듣기 평가가 수록되어 있어,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듣기를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CD 2장에는 최근 4개년 수능시험의 문제, 정답 및 해설, 듣기평가 파일이 들어 있고, 또한 이 책에 수록 되기 직전 04~06년 모의고사의 문제, 정답 및 해설, 듣기평가가 수록되었다. 

 즉 한 권의 문제집으로 고3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기출문제를 접할 수 있어서 가격대비 만족도가 최고이다. 다른 여러권의 문제집 보다 이 한 권으로 알찬 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들 세계사 시인선 107
송재학 지음 / 세계사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닭, 극채색 볏'

 

 

볏을 육체로 보지 마라

좁아터진 뇌수에 담지 못할 정신이 극채색과 맞물려

톱니바퀴 모양으로 바깥에 맺힌 것

계관이란 떨림에 매달은 鍾이다

빠져나가고 싶지 않은 감옥이다

극지에서 억지로 끄집어내는 낙타의 혹처럼, 숨표처럼

볏이 더 붉어지면 이윽고 가뭄이다

 

 

송재학, <기억들> 中

 

 

+) 오래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들고 한참을 서서 읽었던 시집이다. 기억나는 시는 '평정을 잃으면 소리를 낸다'라는 시였는데 몇 년 전 읽었을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 시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꽃과 나무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아니, 꽃이름과 나무이름 같은 자연을 많이 알고 있다면 훨씬 더 가슴에 와 닿았을 시집이다. 가끔 사람들이 꽃 이름을 모르면 작가가 될 수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이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이젠 가끔씩 새삼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시집에는 꽃과 나무에 깃든 영혼과 인간의 영혼을 나누지 않는다. 즉 자연과 인간을 나누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특별히 '너' 혹은 '나'라고 칭하는 대상도 굳이 사람으로 볼 필요는 없다.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바람 혹은 나무일 수도 있으니까. 육체와 정신을 나누지 않고 한 몸에 두는 것처럼, 시인은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엮고 있다. 그것에 굳이 커다란 테두리를 만들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영혼이 사람에게만 한정되는 것이라 여겨서도 안된다.

 

경계라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생겨나는 것인가. 시인은 애초부터 경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곧 주변의 자연이며 사물이고, 자연이 곧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시집을 읽으며 내가 모르는 꽃과 나무들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알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팔십년대
임철우 외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엮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전쟁중에 우린 사람들을 만나면 서로 정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것도 영원히. 처음 만난 사람을 보면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드냐 하면 말이야, 내가 저 사람을 앞으로 두번은 더 만날 수 잇을까, 아니면 세번? 그 안에 우린 대부분 죽게 마련이니까. 살아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의 삶을 지탱해온 것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어머니가 우리 형제들을 기르면서 가르쳐준 사소한 것들이었어요. 내가 군대에 지원해서 전쟁터로 떠나던 날 어머니는 말했어요. '아들아, 그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 말을 들을 수는 없다. 사람들이 너를 미워하고 욕할 수는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누구한테서도 경멸받을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 방현석, [존재의 형식]

 

햇살 아래였다면 그 표정이 분명했을 것들이 안개 속에서는 애매하고 몽롱했다. 사람과 사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분명하지 않은 그 거리가 작은 위로처럼 마음에 와 닿았다.

- 정도상, [함흥, 2001, 안개]

 

 

김인숙 외, <소설 팔십년대>

 

 

+) 80년대는 자유와 진보를 향해 열정을 내뿜었던 시기이다. 민주화를 모색하며 모두들 걷고 또 걸었던 그 때. 시대의 아픔과 분노와 희망을 노래한 작가들이 있다. 글쓰기에 있어서도 상처를 안고 상처를 아프게 짚어 나가야 했던 때. 그때의 작품들을 묶어서 만든 소설집이다. 80년대의 소설과 80년대의 시대적, 사회적 상황을 엿보기에 좋은 기회이다.

 

이 책에는 '임철우'와 '정도상'의 광주와 분단 문제, '방현석'의 노동자와 노동 현장의 사실적인 묘사, '김인숙'의 금지된 이상을 향한 열망 등이 몇몇의 단편으로 그려진다. 읽으면서 언젠가 '방현석'의 문체가 얼마나 사실적인지 놀랐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마치 그 현장에 있는 사람처럼 인물을 살릴 수 있는 사실적이고 현실감 있는 묘사에 나도 놀랐다. 그만큼 그 상황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요즘 문학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의 문학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너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었다. 소설가 조세희가 말한 것처럼 70,80년대의 암울한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데 왜 그것을 강렬하게 고발하고 분노하며 안타까워하는 문학은 생겨나지 않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조차 그러한 현실을 글로 풀어내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왜 그럴까. 오늘은 그점에 대해 고민해야겠다.

 

어쨌든 80년대 문학을 엿보기에 좋은 작품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젊거나 나이먹거나 세월은 똑같이 소중한 거랍니다. 젊은 날을 잘 보내세요. 평범하고 지당한 말씀이었는데 그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p.17

 

너 준이 가끔 만나니?

응, 몇 번....... 근데 걔는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것 같아.

그게 누군데?

몰라....... 아마 자기 자신이 아닐까?

p.213

 

대위는 늘 말했다.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p.257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황석영, <개밥바라기별> 中

 

 

+) 이 소설은 황석영 본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까지 그의 방황기를 다룬 작품인데, 읽으면서 참 용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어진 길에서 벗어나 잘 보이지도 않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란 그 나이 때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이 선택한 것을 따라 갔던 그의 태도를 보면서 정말 맹목적으로 '그 용기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평생 그를 기다리기만 했을 그의 어머니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가족을 갖고 있다면 누구다 그럴테지만, 자신의 가족이 아프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 우선일텐데. 그는 달랐다. 어머니에게 죄송하고 동생에게 미안했지만 '준'은 자신의 뜻을 쉽게 굽히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을 믿었다. 아들의 선택을 존중했고, 아들을 붙잡아 두려 하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건 혹독한 청소년기를 보낸 인물과 삶의 목적을 찾아 방황하는 청년기의 삶을 꿰뚫고 있는 소설이다. 학교를 떠나고 무전 여행을 떠나고 일거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는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끝없이 삶의 목적을 찾는다. 살 이유가 없기에 자살을 꿈꾸기도 하는 사람이다. 그의 삶이 사춘기의 혼란과 방황이었다고 치자면, 그것은 꼭 그 나이 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을 살면서 사춘기는 언제라도 온다. 요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제2의 사춘기가 온 것 같다고 중얼거린다. 내 안의 '준'을 발견할 때마다 나 역시 떠나고 싶어진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떠난 것도 같고, 떠날 것을 결심하는 것도 같다. '준'과 나는 꽤 닮았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작가의 말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따라가는 것은 오늘을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