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회 - 나우주 소설집
나우주 지음 / 북티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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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건 엄마 뿐이었다. 다들 가면을 쓰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시치미'라는 가면을, 아버지는 '망각'이란 가면을, 어쩌면 엄마도 '태연함'이란 가면을 쓰고 있는지 몰랐다. 동생은 어땠을까. 모르겠다. 나는 가면을 잘 못 골랐다. '무심함'을 쓰기엔 뻔뻔해질 수가 없었고, '태연함'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당함'을 썼다. 무참함에서 당당함까지의 괴리는 컸다.

p.33. [코쿤룸]

"뭐가 만날 다 괜찮아 엄마는. 왜, 왜 다 괜찮은 거냐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다 기억하면서. 엄마에게 처음 다락방으로 숨으라고 그 안으로 밀어 넣은게 나였다는 걸. 안 들어가겠단 엄마를 숨겨 준 것도 고자질한 것도 나였다는 걸.

"다 기억하면서. 다, 다 기억하잖아!"

엄마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버릇처럼 손사래를 친다.

"넌 뭘 그렇게 심각하게 사냐. 너처럼 기억력 좋았으면 난 벌써 죽었다."

p.40 [코쿤룸]

"꿈마저 잃은 루저로 살라는 거니? 글쎄다. 나도 처자식이 생기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하루에 하나씩, 하루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취하고, 하루는 게임 속 캐릭터에 취하고, 하루는 도서관에서 책 속에 파묻히고,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럼 도태되잖아."

"그러면 왜 안 되는데?"

왜 안 되냐고? 그러면 현상 유지가 안 되니까. 죽도록 노력해도 쉽지 않은 세상이니까.

p.76 [집구석 환경 조사서]

나우주, <안락사회> 中

+) 이 책은 등단 후 오랜만에 첫 책을 발간하는 저자의 단편소설집이다. 총 7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색감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신랄한 현실을 담고 있기에 더 그렇지 않나 싶다. 장면을 리얼하게 그려냄으로써 자본주의 현실의 이면을 비판하는 작가의 시선은 명확히 드러난 듯 하다.

[코쿤룸]에는 알코올중독의 아버지가 엄마를 학대하고, 그런 부모를 지켜보는 아이들의 심리와 성장 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가 엄마를 학대할 때, 그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순간을 모르는 척 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인공은 더 큰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면서 주인공에게 집이란 혼자만의 공간이면서 관계의 불필요함을 이어갈 필요가 없는 공간으로 형성된다. 즉, 어른이 된 주인공에게 집은 더이상 가족의 문제를 안고사는 공간이 아닌, 수치스러움 따위 끌어들일 필요가 없는 그런 곳이 된다.

그렇게 주인공은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편한 사람이 된다. 심지어 자신의 원룸에 숨어있는 엄마가 불편해서 아버지에게 데려가라고 연락을 할 정도니까. 그 불편함은 심리적 고통에서 발산된다.

주인공이 겪는 수치스러움은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보다, 스스로의 눈에 비친 자신이 더 견딜 수 없어서 생기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적나라한 그 감정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 소설 외에도 소외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을 감싸주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드러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초등학생의 진로희망란에 정규직이라고 써내는 부모의 입장을 헤아려보며, 정규직이 자기 가족에게도 얼마나 아프게 숭고한 표현인지 돌아보는 선생님의 이야기 [집구석 환경 조사서], 아빠가 사라진 상황에서 엄마가 관심갖는 하숙집 남자에게 고백하며 엄마의 입장도 아빠의 입장도 자식의 입장도 모두 감당해보는 딸의 이야기 [클리타임네스트라],

폭력적인 아버지와 무기력한 엄마, 장애인 오빠 사이에서 분노와 두려움의 감정을 쌓은 여자 이야기 [기억의 제단], 허세에 찌든 공인중개보조인 남자의 추락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낯낯을 드러낸 이야기 [아름다운 나의 도시], 아버지의 명예퇴직 후 초라한 모습이 취직도 못한 자기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아들의 이야기 [조용한 시장],

개 농장에서 길러지거나 유기견들이 안락사 직전에 겪게 되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배신 이야기 [안락사회], 번아웃 증후군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각기 나름의 사연과 병명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봄의 시] 등등이 그것이다.

한 권을 다 읽고 리얼한 현실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고, 누군가는 바라보고 관심가져야 할 부분을 저자가 묘사했다는 점에 공감했다. 안락사회에서 안락하지 못한 이들과, 누군가에게는 전혀 안락하지 않은 안락사회의 모습. 즉, 안락사회는 어찌 보면 중의적이고, 또 어찌보면 반어적 표현이 될 수 있지 않나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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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않는 생활 - 정리, 절약, 낭비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후데코 지음, 노경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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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물건을 이렇게 자꾸 사는 것은 쇼핑이 너무 간편해졌기 때문입니다.

굳이 상점가까지 갈 것도 없이, 현관 밖에만 나서면 편의점이 있고 동네마다 균일가 상점, 대형 슈퍼마켓이 있으니까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계산 방법만 가르치고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돈을 소중히 여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 자녀는 부모가 돈을 어떻게 쓰는지, 돈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관찰하면서 어깨너머로 돈 관리법을 배울 것입니다.

pp23~25

- 사지 않는 도전

대상과 기간을 압축한다 / '자기 규칙'을 만든다 /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운다 (일주일에 하루는 돈 쓰지 않는 날로 지킨다, 한 달간 쿠키나 초콜릿을 사지 않는다, 집에 있는 새 책 10권을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을 사지 않는다, 6개월간 소모품을 대량 패키지로 구입하지 않는다 등) / 기록을 때때로 점검한다 /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 쇼핑에 쓸 자원을 다른 일에 쓴다 / 집에 있는 물건을 활용한다 /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산다 / 쇼핑의 계기를 알아낸다 /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다

pp.82~95

- 충동 구매를 막는 15가지 방법

  • 오프라인 상점의 경우

목적 없이 방문하지 않는다 / 쇼핑 목록을 지참한다 /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 사기 전에 잘 생각한다 / 심신이 안정됐을 때 쇼핑한다

  • 온라인 상점의 경우

상점의 광고 메일을 전부 차단한다 / 목적 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지 않는다 / 배송료를 절약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 상점에 접속하기 전에 쇼핑 목록을 준비한다 / 무엇을 살지 결정하자마자 결제한다 / 검색과 쇼핑을 분리한다 / 추천상품은 무시한다 / 쇼핑을 귀찮게 만든다 / 가격을 올려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다 / 상술에 넘어가지 않는다

pp.98~108

- 버리기에 있는 이점들

쓸데없는 물건을 샀음을 알게 된다 / 생각 없이 물건을 사지 않게 된다 /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된다 / 적정량을 알게 된다 / 쇼핑 경향을 알 수 있다 / 소유욕이 없어진다

pp.141~147

- 버릴 물건을 더 찾아주는 6가지 질문

평소에 쓰고 있는가 / 억지로 쓰고 있지는 않은가 / 소유할 필요가 있는가 / 지금 살 만한 물건인가 / 이상적인 생활에 도움이 되는가 /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인가

pp.175~181

후데코, <사지 않는 생활> 中

+) 이 책은 우리가 필요한 것이 아닌 물건을 무심코 사는 것에 주목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가 습관적으로 물건을 사고 있다고 지적하며 쇼핑으로 무엇을 채우려고 하는지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전과 달리 물건을 사는 것이 쉬워지면서 사람들은 끝없이 물건을 사고, 대량 구매를 한다.

저자는 그 점에 주목하여 '사지 않는 생활'을 실천해볼 것을 권한다. 그동안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온 재테크 교육이란 아껴쓰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그것과 더불어 필요없는 것을 사지 않는 생활이 중요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기에 사지 않는 생활에 대한 도전, 충동구매를 방지하는 방법, 버리는 것의 가치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쇼핑을 할 때 목적의식을 갖고, 필요한 때 필요한 물건만 사는 것. 쇼핑 전에 사야할 목록을 적어가고, 필요한 것과 갖고 싶은 것을 구분하는 것. 가격을 올려서 생각하는 습관을 갖고 행사와 상술에 넘어가지 않는 것. 버리기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필요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 등

저자는 사지 않는 생활 습관이 정리, 절약 그리고 낭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냉장고와 냉동고 비우기를 실천 중인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거기서 더 나아가 집안의 물건들을 버리거나 기부하고, 필요한 물건만 남겨두는 것을 같이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가 언급한 몇 가지 방법들 중에서 자기 자신과 맞는 방법을 바로 실천해보면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주일에 하루 돈을 쓰지 않는 날을 만든다거나, 현금을 사용하는 날을 만든다거나, 쇼핑이 귀찮은 일이 되도록 상황을 만든다거나 등등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고 느꼈다.

왜 쇼핑에 집중하는지 이유를 같이 고민해보고 싶고, 사지 않는 생활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나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저자가 권한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막연한 절약이 아닌 현실적인 절약과 정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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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기로 인생 리셋하기
김선옥 지음 / BG북갤러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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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세우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자에게는 책 쓰기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특별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책 쓰기를 했으면 좋겠다. 책 쓰기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p.19

"그것은 사람이 밥을 먹어도 항상 뱃속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삭아서 배설물이 되어 빠져나가고, 그 정기만 남아서 신체를 윤택하게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라네. 책을 읽고 당장은 그 내용을 잊어버린다 해도 무엇인가 남아 저절로 지식이 쌓이는 법이라네. 그러니 잘 기억되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책 읽기를 포기해서야 되겠는가?

p.62

"알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때문에 참으로 알게 된다. 책을 쓴다는 것은 가장 잘 배우는 과정 중의 하나다."

p.72

그러면 책 쓰기 기획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 직장에서 하는 전문적인 업무나 자신의 특기 및 취미생활,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몸소 겪은 경험에 접근하는 것이다. 경험에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 삶의 노하우, 삶의 철학, 가치관 등을 바탕으로 퍼스널 브랜딩이 가능한 책을 기획하는 것이다.

책 한 권 쓰기 위해서 원고 분량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 A4용지 110~120매 정도의 원고를 쓰면 된다.

전체 몇 장으로 할지를 먼저 정해야 각 장 소제목의 개수를 정하게 된다.

pp.164~165

제목을 잘 짓는 방법 10가지 (윤영돈, '책 쓰기 마스터 학교')

- 끌어당기고 싶은 문고리와 같은 제목인가?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직관형 제목인가?

- 명확한 대상이 있는 제목인가?

- 시대를 읽는 키워드가 있는 명사형 제목인가?

-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비유형 제목인가?

- 반전이 있는 역설형 제목인가?

-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형 제목인가?

- 주어와 동사가 있는 문장형 제목인가?

- 해결책이 있고 구체성이 있는 제목인가?

- 수치가 포함된 제목인가?

세련된 목차는 어떻게 정할까? 경쟁도서 및 관련 도서의 목차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모방 및 창조를 하면 된다.

pp.174~177

"모든 문서의 초안은 끔찍하다. 글 쓰는 데에는 죽치고 앉아서 쓰는 수밖에 없다. 나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총 39번 새로 썼다."

- 헤밍웨이

p.192

김선옥, <책 쓰기로 인생 리셋하기> 中

+) 이 책의 저자는 책을 쓰면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있는 경험을 한다. 그렇기에 여러 사람에게 책 쓰기를 권하면서 가슴 속 열정을 일깨우는 경험을 함께 느끼길 소망한다. 저자는 책 쓰기가 자기계발은 물론 자신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다시 걷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이 책에서 저자는 본인이 어떻게 책 쓰기의 과정에 이르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책 쓰기를 통해 맺은 인연들을 지도하며 깨달은 점들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출판사에서 책 쓰기 제안을 받거나, 강연의 기회를 얻어서 자기 분야를 넓힐 수 있음을 언급한다.

저자는 독자들도 책 쓰기를 통해 지금과는 다른 삶,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첫 걸음을 떼기를 응원한다. 책 쓰기가 인생에서 어떤 효과를 내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일화와 다양한 구절들을 사례로 제시한다.

책 쓰기를 위해 기획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제와 제목 목차는 어떤 방식으로 정하는 것이 좋은지, 책 쓰기 기간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책 쓰는 시간은 언제로 정하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저자는 책을 한 권 쓰는 일이 독자의 인생에 얼마나 큰 전환점이 되는지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책 쓰기에 대해 생각만 하던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저자의 응원에 힘입어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책 쓰기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시도해보라는 용기를 선물해주는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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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
정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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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잘 알아듣지 못할 암호 같은 것들을 만들며 쉽게 해독하고 둘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 무슨 의미인지 들리지 않는 속삭임처럼 작게 말해도, 확성기에 대고 크게 말하듯 또렷이 들리는 것.

p.27 [우리만 아는 문장]

한 사람과의 숱한 헤어짐과 이어짐을 겪어왔으나

어떤 이별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는 헤어짐이 있었다

p.48

삶에 몇 번씩, 특별하진 않아도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 나는 그런 이름을 보고 우주를 찾은 거라고 표현한다.

찾았다고 제 것은 아니었으니. 단지 검고, 맴돌고 있으며, 보이진 않는데 어딘가 있고,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작은 점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떤 수식으로도 풀리지 않는 것이다. 우주란 그런 것이다. 그 마음의 깊이를 알 수 없음에 가까운 의미의.

p. 88 [우주를 알았다]

마음은 내 의지와 반비례한다는 말이 정답인 거 같다. 행복하자 하는 순간 불행한 거고, 끊어내자 다짐하는 순간 이어져 있는 거다. 잘 살아보자 염원하는 순간 못 살고 있었고, 무너지지 말자 되뇌는 순간 흔들리고 있었다.

p.102 [반대의 마음]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

p.111

누군가를 위한 글만 쓰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 그게 가장 고민이다.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나이 지긋한 독자분이 말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것만큼 예술인 것이 있을까. 애정하는 마음이 가장 예술이에요. 작가님."

p.135

아름다웠다 말하려는데 미워지는 사람이 있이라면 아직 지나가지 않는 거겠죠. 아니지, 지나갔더래도 '덜'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p.250 [덜]

정영욱, <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 中

+)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주제로 만남과 헤어짐, 그 뒤의 떠오르는 잔상들을 짤막한 단상으로 적어서 엮어냈다. 누군가와 만나고 다투고 헤어지며 그렇게 깨달아가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 같지만 읽다보면 사랑과 이별을 겪은 사람들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생각들을 깔끔한 언어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짤막한 에세이를 모은 책이라 읽는데 어려움이 없고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간 중간 몽환적이고 우아한 그림들을 첨부하여 책을 읽을 때 그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는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사랑하고 이별한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공감하기에 위로가 될 부분이 있다. 자기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

사랑의 후폭풍이 거센 편이라 수없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기 내면의 그리움을 어떻게든 쏟아내야 하는데 형상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그리움과 후회 혹은 원망 등의 감정들을 저자가 대신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이별과 그 후의 감정들에 관한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랑의 다른 부분이나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닌 그 감정들을 저자는 글로 표현했다. 사랑 후의 감정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껏 아파하다가 이 책을 덮으면서 그렇게 흘려보냈으면 한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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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군대에 보내다
진동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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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는 대화에서 동기들이 말을 골고루 하게 배려해 주고, 잘 들어 주고, 재미가 있고 듣기 좋게 얘기해서 듣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게 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감동했어요. 앞의 두 친구가 저한테 그랬어요. 저한테 "너는 배울 것이 많고 성숙한 것 같다"라고 해요. 스승님이래요. "고민이 있으면 너한테 물어볼게"라고 하더라구요.

엄마 아빠의 품을 벗어나서 스스로를 책임지고 저 스스로에게 의지하고 엄마 아빠 말고도 마음을 공유하게 이해받을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배운 것이 진짜 많아요. 여기에서 잘 지내고 건강도 잘 챙겨서 이 시간들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거예요.

pp.61~63

이제 확실하게 느꼈어. 행복은 상태의 기울기야. 집에 있을 때는 편의점 가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귀찮다고 느낄 때도 있는데 여기 있다보니까 작은 보상에도 엄청 해복한 거야. 부식으로 초코파이가 나오거나 훈련 받다가 물을 마시는 것, 불침번을 서지 않는 날 밤에 누웠을 때, 하루 3끼 밥을 먹으러 가는 시간들, 군대 가기 전이랑 행복의 기준이 달라진 것 같아.

p.68

어쩌면 아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지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걱정만 하는 것보다 현실에 적응을 해 가며 현재를 행복하게 지내는 아들이 오히려 더 현명할지 모른다. 오늘 행복해야 내일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하루하루 건강하게 잘 지내는 아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p.81 [아들과 나눈 편지]

핸드폰이 고장난 것은 마냥 비극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덕분에 중독 증세가 멈췄고 현재를 자각하게 된다. 사실 지금 하는 이 행동들은 수리비가 아까워서 그런 것이지만 어쨌든 이미 일이난 일은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고 일어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 맞나 보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만 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글을 쓰면서 삶에 희망을 느끼고 있다.

사람은 하루에 50000가지 정도의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까 세타파는 매우매우 중요하다.

자고 일어나서 세타파가 나온다. 이때가 나의 무의식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골든 타임! 그때는 꼭 좋은 말과 행동을 해야겠다.

pp. 196~198 [코로나 19 속에서의 군 생활]

진동식, <아들을 군대에 보내다> 中

+) 이 책은 아들을 군대에 보낸 뒤 걱정되고 헛헛한 마음에 써내려간 아버지의 에세이와, 아들이 군대에서 생활하며 보내온 편지와 일기 등을 모아 엮은 것이다. 입영 영장을 받고 육군 훈련소로 들어서는 아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걱정어린 시선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요즘은 '더 캠프'라는 앱을 통해 훈련소로 위문편지를 보낼 수 있기에 저자인 아버지는 매일 편지를 쓴다. 그리고 아들이 무사히 자대 배치를 받아 인제에서 군생활을 하며, 콜렉트 콜과 휴대전화 카톡 메시지 등으로 가족에게 안부를 전한다.

이 책은 크게 아들을 군대에 보낸 아버지의 시선과 군대에서 생활하는 아들의 시선으로 나누어 구성된다. 전체적으로는 그 시선들이 섞여 있지만, 큰 틀은 그렇다. 곧 군대에 갈 사람들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 하다. 궁금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요즘 군인의 가족들은 어떤 방식으로 군인들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지, 어떤 순서대로 군생활이 진행되고 있는지, 선임과 부대장들과의 연락은 어떻게 하는지, 코로나 19 시기의 군생활 모습과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모습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아들이 제대한 것도 아닌 듯 한데 왜 이 글을 쓰나 궁금했었다. 다 읽고 나서야 저자가 아들의 제대 기념으로 군대에서 주고 받은 편지와, 아들의 글, 아들이 군대에 있을 때 아버지의 마음과 가족들의 모습 등을 책으로 엮어 선물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이 함께 따뜻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군대에 가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되었고, 또 요즘은 아들을 군대에 보낸 뒤에 어떻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지 등의 모습도 알게 되었다. 몸이 약한 아들이 군대에서 한층 더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된 듯 해서 나도 같이 뿌듯했고, 한없이 깊고 넓은 부성애를 보며 부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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