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만지다
김은주 지음, 에밀리 블링코 사진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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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당신에게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에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의 자격을

별 뜻 없이 한 행동에는 별 뜻 없이 한 행동의 자격을

그런 말과 행동들이 당신의 마음 전당의 요직을 차지하지 말도록.

당신의 심장 가까이에 자리를 내주어 뾰족한 그 말이 심장을 찌르지 않도록.

당신의 머릿속 한가운데 자리를 내주어 생각 없는 그 행동이 다른 중요한 생각들을 밀어내지 않도록.

그저 마음 한편, 나그네처럼 머물다 떠나도록

머무는 동안엔 눈에 들어간 티끌처럼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잠시-

머물다 떠났다는 사실조차 지워지리라는 것을 깨닫도록.

p.14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가 꼭 당신은 아니다.

지레 겁먹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당신은 몰랐겠지만, 세상은 당신에게 호의적이다.

p.25

상대방을 판단하는 데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방이 아니라 그날의 나의 기분,

나의 취향, 나의 상황, 바로 '나'이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유 없이 누군가가 미워졌다면 자신을 의심하라.

나의 짧은 그 사람을 미워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도 있다.

p.67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했고,

내일의 걱정은, 내일의 할 일은, 내일의 나를 믿고 맡기자.

필요할 때 멈출 줄 아는 것이 또한 삶을 계속되게 만드는 일이다.

p.92

의미있게 보낸 시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법이다.

p.232

김은주, <기분을 만지다> 中

+) 이 책은 제목처럼 순간의 '기분'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그 순간의 기분이 크게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순간의 기분이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러니 타인이 내게 하는 언행에도, 내가 타인에게 할 언행에도 그 순간의 '기분'을 고려하여 지나치기도 하고 망설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벼운 단상 위주의 글이라고 생각했다. 다 읽고 돌아보니 그래도 몇몇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이 있다. 그리고 '기분'이라는 것은 시시각각 달라지니 인간 관계에 있어서 너무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너무 상처받지도 너무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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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 - 블룸버그 선정 세계 1위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의 미래예측
제이슨 솅커 지음, 박성현 옮김 / 미디어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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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분야와 공급망 그 이상으로 첨단 기술이 접목된 직업,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직업은 고용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과 가치가 있다. 이런 직업은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한 가지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다. 바로 지식 노동자로 산다는 것, 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직업 종말의 시기에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p.23

재택근무가 길수록 확대되면서 향후 에너지와 연료 소비 증가세를 억제하리라 예측하지만 세계 인구 변화와 신흥 시장의 세계 부가 거대한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어 그에 따라 그 효과가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재택근무 확산은 미래에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는 데 기여하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p.47

언젠가는 유예 기간이 끝이 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동산 시장의 주택 공급에 큰 충격을 유발해 집값 하락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소득을 잃거나 혹은 일자리를 잃어 담보 대출을 감당할 수 없으면 동시다발적으로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p.56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앙은행이 수십 년에 걸친 경기 순환 주기를 지나면서 경제의 거의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부채, 주택저당증권, 국채, 주식, 심지어 실물 자산에까지 손을 댈 것인데 매입에 들어가는 돈은 만들어 낸 돈이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던 그런 돈 말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일종의 양자 상태가 되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아무 것도 없는 양자상태 말이다. 이렇게 되면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p.69

출산율 감소, 기대 수명 증가, 의료비 증가, 경제 활동 참가율 감소, 자동화 확산 등은 장기적으로 가속화되어 복지 지원 혜택으로 불리는 확장급여형 연금을 악화시킬 것이다.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부채 증가와 재원 없는 복지 시스템으로 미래가 한층 불확실해졌다는 것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배제하고서라도 미국의 장기 경제 성장률에 대한 우려는 크다.

pp.82~83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부동산 분야의 6가지 전망

기업 사무실 수요의 감소 / 자영업 가게 수요의 감소 / 주택 공급 과잉 및 가격 하락의 위험성 / 관광 밀집 지역의 부동산 고위험성 / 업무 공간에 대한 선호의 변화 / 물류 창고 및 유통 센터에 대한 수요 증가

p.86

앞으로는 이전 그 어떤 시기보다도 투자나 관련 직업, 국가 안보를 위해 농업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질 것이다. 농업에서 주요한 변화라면 단연 음식 배달 서비스의 광범위한 확대를 꼽을 수 있다.

p.93

만일 식량이나 다른 기본 물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어려워지면 국가 전체의 안정성은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국가적인 수준의 안정성 위험이 나타날지 모른다. 다만 현재로서는 우려할 부분이 아니다.

식량이 최우선 순위라면 그 다음은 의료기기, 의료 장비, 개인용 의료 보호구다.

p.103

제이슨 솅커, <코로나 이후의 세계> 中

+)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지 몇 달만에 읽었다. 망설였던 것은 아마 제목을 통해 연상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저자는 생각보다 이해하기 쉽게 소재 별로 내용을 전개한다. 코로나 이전의 세계와 그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여러 자료들을 통해 설명한다.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이는 미국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저자는 미래학자로서 예측했을 뿐이지 이를 통해 어떤 것에 투자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미래학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예측 전문가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미래학이라는 분야가 있다면 다방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 책은 현재 코로나가 길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읽었을 때 대부분 예상대로 가고 있다.

물론 삶에서 변수라는 것은 늘 존재하기에 맹목적으로 저자의 생각을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앞으로 코로나 이후의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 변화로 달라진 것들을 예상하며 우리 스스로의 인생을 돌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들에 있어서, 어쩌면 그 대응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그에 맞게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꾸려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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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쉬게 하는 연습 - 흔들리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야하기 나오키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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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다면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그럴듯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으면 얼마든지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괜찮은 이유 중 하나는 건강입니다.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집중력이 흐려지고 기분에 따라 충동적인 선택을 해버려서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다른 이유는 시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분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충분히 시간을 두면 얻을 수 있는 선택지나 생각할 거리도 많아질 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 정보, 이익과 불이익, 합리성 같은 조건이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이를테면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신기할만큼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기도 합니다.

p.18

누구에게도 섣불리 기대하지 않습니다. 부모든 형제자매든 부부든 친구든 연인이든 친한 상사나 부하 직원이든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신뢰는 해도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기대 뒤에는 필연적으로 실망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p.27

술은 습관이나 버릇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내 몸과 잘 상의한 후 마시도록 합니다.

마시는 양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때가 적기입니다.

p.67

우리는 자신의 의식이 계속 부정적으로만 흘러가지 않게 바로잡는 요령,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요령을 익혀야 합니다. 말이야 쉽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좋아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너무 좋아해서 금세 열중하고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부정적인 상황이나 힘든 생활을 극복하는 데 힘이 됩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마치 투명한 보호막 같은 존재가 되어 자신을 지켜줄 것입니다.

p.90

적당히 건강하게 적당히 바쁘게.

이것이 지금을 즐기는 조건입니다.

p.134

야하기 나오키, <내 마음을 쉬게 하는 연습> 中

+) 이 책은 응급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겪은 의사가 지은 것이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보며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가 병을 유발한다고 언급한다. 너무 열심히만 사는 사람들은 제대로 쉴 줄 모르기에 피로가 쌓이고 그것이 정신적, 육체적 질병을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저자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기 위해 우리에게 적당히 살기를 권한다. 자연을 만끽하기도 하고, 우리가 느끼는 감각들에 집중하기도 하며,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라고 하기도 한다.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내 마음과 몸을 제대로 쉬게 할 시간을 주라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하루 단 몇 분이라도 내 마음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적당히 살고 좋아하는 일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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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통날
조성준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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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일지라도 듣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말하는 순간 공중에서 흩어져버리는 공허한 말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 되기도 한다.

당시 나의 마음에는 위로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만한 공간이 없었다. 나의 마음은 종이 한 장보다 좁았고, 어쩌면 그것을 반으로 접은 것보다 더 좁았을지도 모른다.

p.18

사람이 아프면 시야가 굉장히 좁아진다.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이 된다. 오로지 자신만 보이고 주변은 보이지 않는다. 애써 외면해서 안 보는 게 아니라 보지 못한다.

p.20

사람마다 주어지는 삶의 무게도 다르지만 사람마다 견대낼 수 있는 무게도 다르다. 같은 무게를 아무렇지도 않게 짊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겨우 버티는 사람도 있다.

p.31

물론 알고 있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에 더 집중하면 아쉬움은 점점 커지고, 인생은 그에 비례해서 불행해진다는 것을.

그걸 알면서도 참 쉽지가 않다.

p.100

조성준, <다시, 보통날> 中

+) 이 책의 저자는 20대 초반 암벽 등반 도중 추락하는 사고를 겪었다. 그 일로 같이 추락한 벗을 잃고 저자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의 수술과 재활 치료 과정을 겪으며 고통스럽게 지냈다. 그때 아픔과 고통을 겪으면서 저자는 평범한 보통의 일상을 꿈꿨던 것 같다. 그 보통날들이 더이상 오지 않을 것 같을 때의 절망감이 깊이 와 닿았다.

차차 건강을 되찾아가며 저자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저자 엄마의 말처럼 다시 태어난 삶이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에는 보통날의 소중함과 감사함만큼, 그 보통날을 다시 무디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안타까움도 담고 있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듯이 인간의 망각 또한 끝이 없다. 그렇게 원했던 순간들이 늘어날수록 그것에 무뎌지게 된다.

아마 저자는 그것을 잊지 않고 되새기고자 이 글을 쓴 것이 아닐까 싶다. 보통날의 소중함, 소소한 일상의 행복감,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마음이다. 이 책은 절망적이었던 날과 보통날의 이야기를 일기와 단상으로 풀어낸 것 같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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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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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백번 양보해서 친절함이라 한대도 거기에 책임감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이 남자의 성격인 것이다.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그런 순간의 연속이 그의 인생이었다. 다시 말해 어제를 반성하는 오늘도, 내일을 전망하는 오늘도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이 즐거우면 그만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어린아이 같은 것이다.

p.30

"...... 고마워. ...... 이제 안 아파 ...... 괜찮아."

노부요가 말했지만 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노부요의 상처를 계속해서 어루만져주었다.

린은 분명 자신의 화상을 만지는 것이다. 그 상처는 아직 아프고 아물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나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p.152

손에 쥔 젤리봉이 차가웠다. 쇼타는 린이 뒤따라오는 기척을 느꼈다. "동생한테는 시키지 마라." 할아버지의 한 마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쇼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가슴 깊은 곳에서 몇 번이고 씁쓸한 무언가가가 올라왔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p.162

한참 동안 버스를 뒤쫓던 오사무의 의지는 신호를 세 개 지났을 무렵 말끔히 사그라들었다. 그때까지 기다린 뒤 쇼타는 드디어 창밖을 돌아보았다. 등 뒤로 눈이 남아 있는 포장도로의 가로수가 흘러갔다.

"...... 아빠 ......"

쇼타는 입속으로, 처음으로 그렇게 불러보았다.

버스를 뒤쫓던 오사무는 멈춰서서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의 거대함을 깨닫고 목 놓아 울었다. 오사무는 이제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다. 누구도 그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p.295

고레에다 히로카즈, <좀도둑 가족> 中

+) 이 책은 영화 [어느 가족]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소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먼저 읽어보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는 내면에 깊이 간직해둔 것으로 '가족'이란 이름 아래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가족으로 모여 살게 되면서 각자 자기 안의 상처를 들여다볼 일들이 생긴다. 자신도 모르게 아파하다가 쓰다듬다가 다독인다. 책임감 없이 살아온 오사무는 가족의 아빠 역할을 맡게 되면서 묵직한 책임감을 배워간다.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생각해야 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전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노부요는 유리와 함께 하게 되면서 진짜 엄마처럼 모성애가 싹튼다. 아이의 상처를 마음 아파하지만 그것은 곧 본인의 상처고,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아이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한다.

물건을 훔치는 것을 일로 알고 살아가던 쇼타는 가게 할아버지의 조언에 큰 충격을 받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것이 쇼타가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아키는 하쓰에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생판 남과는 다른, 조금은 불편한 가족이었다는 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알게 된다. 그 불편함은 아키가 자신의 진짜 가족에게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와 비슷한 불편함을 앞에 두고 아키와 하쓰에 할머니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걸 알게 되면서 아키도 다른 선택을 시도하지는 않을까.

이 소설은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같이 살면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해주는 작품이다. 각자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이 모여 작지만 따뜻한 위안이 되어주는 순간이 그들에게는 가족의 품처럼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에서 어떻게 그것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사무와 쇼타의 찡한 사랑이 눈 내리는 겨울처럼 아름답지만 시리다. 잔잔한 울림을 주는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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