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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맨 만큼 내 땅이다
김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1월
평점 :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 일이 좋습니다. 노력한 것에 비해 쥐꼬리만 한 보상이 주어지더라도 찬란한 미래보다 암울한 현실이 더 커 보일지라도 제 이야기로, 제가 펴낸 말들로, 제가 계획한 공간에 온 모든 이들이 삶의 어떤 순간에 아주 일부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그 사실 하나가 저를 움직이기 만듭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보면, 만들어진 것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관점이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세상은 늘 그대로 있지만, 관점 하나로 수많은 것들이 새롭게 포착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회'라는 이름의 선물로 다시 찾아오게 됩니다.
pp.22~24
마음을 먹었으면 그냥 하면 됩니다. 마음만 자꾸 먹으면, 마음에도 살이 쪄서, 더욱더 움직이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사실 안 될 건 진짜 없으니 말이죠.
p.46
"코카콜라도 첫해엔 25병밖에 팔지 못했다. 포기하지 말길!"
p.52
결국 일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잘 경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p.62
진정한 행복의 열쇠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강도가 아닌 빈도에 있었습니다. 거대한 성취가 주는 단 한 번의 강렬한 쾌감보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하고 확실한 즐거움의 총합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저는 저의 일터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행복은 미래의 어느 날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경험 속에서 발견하고 채워나가야 할 구체적인 감각의 총합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더 이상 행복을 좇지 않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지도 않습니다. 대신, 저의 유전적 기질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불안한 욕망의 근원을 이해하며, 일상 속에서 구체적인 쾌감을 수집합니다.
pp.126~129
많은 사람이 줄 위에서 발만 내려다보며 위태롭게 걷는 데에만 급급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발이 아닌 저 멀리 있는 목적지를 응시하며 걷는다고 하죠.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균형을 잡아주는 긴 장대가 들려 있습니다.
그 장대가 바로 '나만의 기준'입니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길지, 어느 쪽으로 무게를 실을지 스스로 정한 단단한 기준 말입니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그에 상응하는 이점과 결점은 모두 제가 감당해 내야 할 몫입니다. 그렇기에 '나만의 기준'이 필요한 거예요.
pp.133~134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는 것과 '모든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어떤 폭풍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p.183
이 모든 변화의 끝에 무엇이 남게 될까요? 수많은 것들이 대체되고 사라지는 세상에서 어떤 인간이 남게 될까요? 저는 그 답의 실마리를 '직렬적 경험(Serial Experience)'이라는 개념에서 찾습니다.
AI는 수백만 권의 책과 논문을 1초 만에 분석해 '병렬적(Parallel)'으로 쌓습니다. 그것은 넓고 방대하지만, 결코 깊이에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삶은 다릅니다.
우리의 경험은 결코 동시에 여러 트랙으로 처리될 수 없는, 오직 하나의 시간 축 위에서 순차적으로, '직렬적(Serial)'으로 쌓입니다.
시간을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 실패와 고통, 사랑과 연대라는 무형의 감정이 새겨진 경험.
이것이야말로 기술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인간의 마지막 영토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가변의 삶 속에서 유일하게 변치 않는 자산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직렬적 경험뿐입니다.
pp.211~214
김상현, <헤맨 만큼 내 땅이다> 中
+)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겪고 느낀 바를 토대로 방황하는 시간, 헤매는 시간이 인생에서 왜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일에서든 우리는 흔들리며 좌절하고 실패했던 시간들이 있다. 그 시행착오의 시간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떻게 디딤돌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몇 개의 카페와 출판사를 경영하며 성공의 환희도 느꼈지만 좌절과 고난의 고통도 맛본 사람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가 깊이 깨달은 것들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인생의 지혜를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상당히 촘촘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에 있어서는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여유에 있어서도 저자는 틈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인 듯하다.
이는 저자가 언급한 '적당한 야망과 높은 행복'이라는 그의 잣대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가 그만큼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일도 부지런하게, 쉼도 성실하게. 그렇게 행해야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사람의 솔직한 표현이라고 본다.
무언가에 집중해 만들어본 경험이 만들어진 존재들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한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경험하고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자신의 취향과 방향에 맞는 걸 찾아 스스로를 채우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것, 끝없이 나를 탐구하는 과정이 일을 잘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것, 일상을 살피며 거기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것, 어떤 것이든 꾸준함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 분명한 방향성과 탄탄한 회복력으로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건너야 한다는 것 등.
저자는 이 의미 있는 것들의 가치를 이 책에서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다. 논리적인 문장들 사이에서 감성 어린 구절들을 발견하며, 독자들을 위한 인생 선배의 부드럽지만 단단한 조언이라고 느꼈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좌절과 실패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흔들림의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는 사람들에게, 이 과정이 왜 가치 있는 시간인지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헤매는 시간의 깊이를 수용하며 삶의 방향성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응원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싶은 이들에게도 위안이 되는 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