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맨 만큼 내 땅이다
김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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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 일이 좋습니다. 노력한 것에 비해 쥐꼬리만 한 보상이 주어지더라도 찬란한 미래보다 암울한 현실이 더 커 보일지라도 제 이야기로, 제가 펴낸 말들로, 제가 계획한 공간에 온 모든 이들이 삶의 어떤 순간에 아주 일부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그 사실 하나가 저를 움직이기 만듭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보면, 만들어진 것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관점이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세상은 늘 그대로 있지만, 관점 하나로 수많은 것들이 새롭게 포착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회'라는 이름의 선물로 다시 찾아오게 됩니다.

pp.22~24

마음을 먹었으면 그냥 하면 됩니다. 마음만 자꾸 먹으면, 마음에도 살이 쪄서, 더욱더 움직이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사실 안 될 건 진짜 없으니 말이죠.

p.46

"코카콜라도 첫해엔 25병밖에 팔지 못했다. 포기하지 말길!"

p.52

결국 일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잘 경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p.62

진정한 행복의 열쇠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강도가 아닌 빈도에 있었습니다. 거대한 성취가 주는 단 한 번의 강렬한 쾌감보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하고 확실한 즐거움의 총합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저는 저의 일터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행복은 미래의 어느 날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경험 속에서 발견하고 채워나가야 할 구체적인 감각의 총합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더 이상 행복을 좇지 않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지도 않습니다. 대신, 저의 유전적 기질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불안한 욕망의 근원을 이해하며, 일상 속에서 구체적인 쾌감을 수집합니다.

pp.126~129

많은 사람이 줄 위에서 발만 내려다보며 위태롭게 걷는 데에만 급급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발이 아닌 저 멀리 있는 목적지를 응시하며 걷는다고 하죠.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균형을 잡아주는 긴 장대가 들려 있습니다.

그 장대가 바로 '나만의 기준'입니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길지, 어느 쪽으로 무게를 실을지 스스로 정한 단단한 기준 말입니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그에 상응하는 이점과 결점은 모두 제가 감당해 내야 할 몫입니다. 그렇기에 '나만의 기준'이 필요한 거예요.

pp.133~134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는 것과 '모든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어떤 폭풍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p.183

이 모든 변화의 끝에 무엇이 남게 될까요? 수많은 것들이 대체되고 사라지는 세상에서 어떤 인간이 남게 될까요? 저는 그 답의 실마리를 '직렬적 경험(Serial Experience)'이라는 개념에서 찾습니다.

AI는 수백만 권의 책과 논문을 1초 만에 분석해 '병렬적(Parallel)'으로 쌓습니다. 그것은 넓고 방대하지만, 결코 깊이에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삶은 다릅니다.

우리의 경험은 결코 동시에 여러 트랙으로 처리될 수 없는, 오직 하나의 시간 축 위에서 순차적으로, '직렬적(Serial)'으로 쌓입니다.

시간을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 실패와 고통, 사랑과 연대라는 무형의 감정이 새겨진 경험.

이것이야말로 기술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인간의 마지막 영토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가변의 삶 속에서 유일하게 변치 않는 자산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직렬적 경험뿐입니다.

pp.211~214

김상현, <헤맨 만큼 내 땅이다> 中

+)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겪고 느낀 바를 토대로 방황하는 시간, 헤매는 시간이 인생에서 왜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일에서든 우리는 흔들리며 좌절하고 실패했던 시간들이 있다. 그 시행착오의 시간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떻게 디딤돌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몇 개의 카페와 출판사를 경영하며 성공의 환희도 느꼈지만 좌절과 고난의 고통도 맛본 사람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가 깊이 깨달은 것들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인생의 지혜를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상당히 촘촘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에 있어서는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여유에 있어서도 저자는 틈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인 듯하다.

이는 저자가 언급한 '적당한 야망과 높은 행복'이라는 그의 잣대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가 그만큼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일도 부지런하게, 쉼도 성실하게. 그렇게 행해야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사람의 솔직한 표현이라고 본다.

무언가에 집중해 만들어본 경험이 만들어진 존재들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한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경험하고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자신의 취향과 방향에 맞는 걸 찾아 스스로를 채우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것, 끝없이 나를 탐구하는 과정이 일을 잘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것, 일상을 살피며 거기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것, 어떤 것이든 꾸준함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 분명한 방향성과 탄탄한 회복력으로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건너야 한다는 것 등.

저자는 이 의미 있는 것들의 가치를 이 책에서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다. 논리적인 문장들 사이에서 감성 어린 구절들을 발견하며, 독자들을 위한 인생 선배의 부드럽지만 단단한 조언이라고 느꼈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좌절과 실패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흔들림의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는 사람들에게, 이 과정이 왜 가치 있는 시간인지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헤매는 시간의 깊이를 수용하며 삶의 방향성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응원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싶은 이들에게도 위안이 되는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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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라이프
정하린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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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든가, 불행했으면 좋겠다든가 그런 건 잘 모르겠어. 너를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으니까."

"..."

"근데 그건 알아. 네가 나쁜 애는 아니라는 거. 나는 나쁜 사람 아니면 다 말해 주거든. 조심하라고."

p.33

"글쎄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저승사자는 그저 '신의 뜻'이라고 하니 신이 부를 때까지 이 세상에 남아 있어야겠죠."

몇 번이고 죽어도 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싶어도 세상에 남아 있어야만 하는 게 신의 뜻이라고? 신이 부를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그 삶은 어떤 형벌보다 끔찍한, 고통스러운 지옥 그 자체였다.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말했다.

"그러니까 어차피 못 죽는 거 그냥 조금만 더 살아 보자고요. 그러다 보면 신이 부를 날이 올 테니 그때까지 우리 같이 견뎌 봐요."

pp.56~58

"사람이라면 절대 못 그래. 신이니까 모르는 거야.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도, 남편 잃은 아내의 슬픔도,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모르는 거라고! 신도 막상 살아 보면 다를걸?"

그녀는 속사포처럼 설움을 토해 냈다.

"신은 인간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얼마나 고통 속에 사는지, 얼마나 아프게 사는지 전혀 모르잖아! 자기들은 맨날 뒷짐지고 구경만 하면서 왜 늘 인간에게만 견디래?"

p.91

"네가 뭔가를 받는 것에 익숙지 않은 건 알아. 그래도 이럴 땐 감사합니다 하고 받는 거야. 누군가의 호의를 고맙게 받는 것도 예의거든."

"..."

"그리고 다음에 너도 뭔가를 도울 수 있을 때 도와주면 되지. 그 사람한테 다 갚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도와줘도 되고, 그러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그렇게 도움이 돌고 도는 거야."

p.119

"너 말이야. 솔직히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거나 뭐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는 줄 알았는데, 오늘 네 얼굴을 보니까 알 것 같아. 나는 네가 평온하길 바랐나 봐."

"오랜 시간 너의 고통을 지켜봤으니까."

"봐, 어딘가에는 이렇게 너의 평온을 바라는 사람도 있지? 그러니까 스스로를 너만의 세상에 가두지 말고 살아.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어딘가에는 너를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까."

p.124

"나는 늘 아팠어요. 그리고 아픈 건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고요."

"이미 아파 봤다고 해도, 늘 아팠다고 해도, 또 아플 수 있는 법이니까."

p.137

"사는 게 참 힘들다."

"뭘 해도 미움받기는 쉬운데, 사랑받기란 쉽지가 않더라."

"원래 그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우니까."

p.295

정하린, <네버엔딩 라이프> 中

+) 이 소설에는 삶에 지쳐 여러 번 죽음을 선택한 이들이 등장한다. 여러 번 선택한 죽음이 되는 건, 죽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도 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저승사자들이 존재한다. 때가 되면 사람들을 저승으로 인도해야 하는 존재들이 바로 저승사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닌데, 아직 신이 부르지 않았는데 끝없이 죽음을 선택한다.

그런 사람들 중 저승사자와 인연이 되어 이 생을 다른 삶의 패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 서은이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어렸을 때 엄마를 잃고 아빠와 둘이 살다가 아빠마저 사고로 잃은 서은이는 가난으로 인해 아프고, 세상의 폭력으로 인해 아프고, 학교 폭력으로 인해 아프다.

그래서 서은이는 이번 생을 스스로 마감하려 하는데 문제는 죽어도 죽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혼란스러울 때 저승사자가 인도한 장소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생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게 된다.

저승사자 또한 인간에게 감정을 두지 말아야 하지만 안타까운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연민 등 복잡한 감정이 생긴다.

이 작품에는 저승사자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상황, 그들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들이 제시될 때마다 요즘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듯해 마음이 아프다.

반면에 자연스러운 죽음 앞에서 저승사자의 인도를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지만, 끝까지 저항하며 이 생을 더 이어가려 애쓰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지금 살아가는 생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또한 사람 사이 마음이 전해지고 전해지듯, 돌고 도는 인연은 한 생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생, 또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걸 신비롭게 풀어냈다. 마치 드라마 시리즈를 본 느낌이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사람들과, 그들이 삶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저승사자의 이야기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흥미있게 풀어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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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 관하여 - 이금희 소통 에세이
이금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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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저희 엄마가 항상 저에게 해주시는 말이 있습니다. '걱정보다는 격려가 힘이 세다.' 저도 누군가 걱정이 될 때는 무조건 격려를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타인의 삶을 고작 한 조각만 보고 지레짐작하며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상대방의 마음을 위축시키기보다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해주면 어떨까요.

p.29

가족은 짐이자 힘입니다. 배를 띄울 때 밑바닥에 싣는 '바닥짐' 같은 존재죠. 바닥짐이 없으면 배는 균형을 잡지 못한답니다. 반면 너무 많으면 정작 실어야 할 다른 짐을 실을 공간이 부족해집니다. 적당히 실어줄 때 배는 균형을 잡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습니다. 그러니 가족은 바닥짐입니다.

p.33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은 자기 인생이 재미없어서 그러는 겁니다. 자기 삶이 흥미진진하고 어디로 갈지 몰라 관심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면 그러지 않을 거예요.

남의 인생에 관심 두지 맙시다. 내 인생을 챙기기도 바쁜 삶인데요. 정말 죄송하지만, 가족도 실은 남입니다.

pp.52~53

"상처는 칼끝이 아니라, 가장 사랑한다고 믿은 이의 입에서 더 깊이 온다."

- 아리스토텔레스

p.83

"머무는 이유가 사라지면, 떠나는 건 결코 배신이 아니다."

- 이기주, [언어의 온도] 中

p.120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행복해질 필요는 없다."

- 달라이 라마

p.139

아침 일을 그만둔 후에 감사하게도 밥을 사주겠다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선생님,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다고 그럴까 봐 어디에서도 말 못 했는데요. 저는 불과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제가 아침 생방송을 진행했던 것이 삼국 시대나 고려 시대쯤인 것 같아요. 조선 시대도 아니고요. 저, 이상한 거 아니죠?"

'나는 왜 그럴까?' 두 가지 이유를 찾았습니다. 먼저, 과거에 살지 않고 현재에 살기 때문. 제가 뭘 했든 누가 뭘 했든, 그건 그 사람의 경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을 말해주는 건 현재!

다음, 저는 자기 연민이 별로 없어요. '내가 너무 불쌍해. 나만 힘들어.' 이런 생각은 안 하거든요. '나도 불쌍하고 너도 안됐고, 그런 거지. 다들 비슷하게 힘든 거지. 5년 6개월 동안 1주일에 7일을 일했어도, 고단하기는 했지만 방송 경험도 늘었고 감사하지.' 이렇게 말이에요.

pp.198~199

루틴은 나를 만들고 나를 지탱해 줍니다. 그 어떤 예술도 루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나는 루틴을 만들고 루틴을 이어 나갑니다. 루틴은 스스로 안정을 시켜주면서 나 자신을 만들어가게 해줍니다.

일상은 힘이 셉니다. 루틴은 소중하지요. 큰일이 생길 때일수록 일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p.239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 백무산, [정지의 힘] 中

p.293

이금희, <공감에 관하여> 中

+) 이 책은 아나운서인 저자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느낀 공감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사람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공감의 자세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하다는 걸 강조한다.

저자는 겸임교수로 재직할 때 만났던 학생들과의 이야기, 유튜브와 방송 청취자들의 이야기, 강연장에서 직접 뵙는 청중들의 이야기 등을 이 책에서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공감을 기본으로 하는 대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따뜻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걸 보여준다.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고, 저자 본인의 경험도 읽다 보면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공감과 소통이 핵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 '배려'의 자세를 통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소통의 시작이고 공감하는 자세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가족과 얽힌 사연, 직장 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태도 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저자는 각각의 사연을 성의껏 들어주고 그에 맞는 조언을 공감 어린 시선과 어조로 전달한다. 평소 저자의 표정과 목소리가 한 문장, 한 문장에서 묻어나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사연에는 맨 끝에 저자의 생각, 즉 문제를 헤쳐갈 방법 등이 짧지만 단단하게 실려 있다. 이런 부분에서도 독자를 배려하는 저자의 소통법이 드러난다고 느꼈다.

사회 초년생 젊은 세대들이나, 가족과의 관계로 힘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느낀다. 또한 직장 상사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배려의 자세를 배울 기회가 될 책이니, 멋진 인생 선배가 되고 싶다면 미리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별 뜻 없이 물었던 질문들이 상대방에게 부담으로 다가갔겠구나 싶어 반성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또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여는 게 미덕이라는 농담이 생각나는 순간이 많아서 아프지만 즐겁게 읽었다.

웃픈 현실이 담겨 있어서 속상한 적도 많았지만, 그와 달리 본받고 싶은 어른들의 모습이 떠올라 감사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걸 안다. 저자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사람 같다. 자기 연민이 적어 내면이 단단한 저자를 보며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느끼고, 배우고, 생각할 게 많은 에세이집이었다. 우리 사회 현실도 알 수 있고,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볼 수 있었던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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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 - 내 인생을 주도하는 시간 설계의 기술
릭 파스토르 지음, 김미정 옮김 / 청림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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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일정표는 모든 일의 기반이다. 그것부터 확실히 해두자. 언제든지 계획이 바뀔 수 있는 한 주의 업무 속에서, 당신에게는 항상 의지할 수 있는 한 가지가 필요하다. 혼란스러울 때 기댈 수 있는 확고한 한 가지, 일정표를 그렇게 만들어라.

  • 일정표를 사랑해야 하는 네 가지 이유

  1. 일정표는 한정적이다

  2. 일정표는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같다

  3. 일정표는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파악하게 해준다

  4. 일정표는 공개적이다

pp.17~20

- 머릿속이 복잡하면, 일단 써라

여기에 신속한 해결책이 있다. 종이 한 장을 꺼내 지금 생각을 어지럽히는 것들을 전부 적으면 혼돈의 감정을 이겨내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해야 할 후속 조치 등을 모두 적어라. 여기서 '전부'란 정말로 전부를 의미한다. 천천히 생각하라. 전부 적어라. 이 방법은 일시적인 해결책일 수 있지만, 여전히 매우 효과적이다.

pp.30~31

- 한 주 일정을 잡을 때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명심하라.

  • 30분 이상 걸리는 일만 일정표에 적는다.

  •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만큼의 시간을 배정한다.

  • 연달아 일정을 잡아 근무 시간을 빽빽하게 채우지 않도록 주의한다.

  • 도저히 비는 시간을 둘 수 없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시도해보라.

  • 일정표의 항목은 자신에게 명확한 방식으로 적는다.

  • 각 활동에 적합한 시간과 장소를 선택한다.

pp.37~38

< 할 일 목록은 한 번에 한 단계씩 만들기 >

  1. 이상적인 시스템 선택하기

2. 단일한 형식으로 할 일 목록 만들기

3. 할 일들을 작업 행동으로 진술하기

4. 작업을 프로젝트로 묶기

5. 작업에 라벨 붙이기

6. 업무 영역 태그 달기

p.63

  • 7가지 동기유발 요인

  1. 이루고 싶은 꿈

  2. 맛보기 :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를 세운다 / 범위를 한정한다 / 재미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3. 초집중

  4. 촉매제 (중간 결과) : 주요 인물들에게 작업물 보여주기 / 진행 중인 작업에 긍정적 피드백 받기 / 다음 단계에서 그 정보 사용하기

  5. 일의 완벽함 추구

  6. 보이스카우트 규칙

  7. 연쇄반응

pp.89~102

  • 금요일 재점검 체크리스트

지난 한 주를 돌아본다 / 일정표와 회의록을 검토한다 / 모든 인박스를 살펴본다 /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확인한다 / 목표 달성을 위해 이룬 진전 상황을 요약한다 / 이제 다음 한 주를 예견해본다 / 목표와 우선순위를 반영하도록 다음 주 근무를 계획하고 일정표에 써놓는다

p.142

[원동력 찾기]

  • 무엇이 당신을 행동하게 하는가?

- 당신의 사명을 적어보라 :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당신의 열정을 적어보라 :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 당신의 능력을 적어보라 : 당신은 무엇을 잘하는가?

- 당신의 사명, 열정, 능력에 맞춰 달성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그렇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목표들은 무엇인가?

  • 목표 설정

- 자신에게 물어보라. 나는 이 목표에 설레는가?

-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어떻게 알 수 있는가?

p.215

만약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항상 느낀다면 내적 기대와 외부 기대, 에너지 수준, 이 세 가지 요소 간의 역학을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게 좋다. 압박이 내부에서 오는지 아니면 외부에서 오는지 알게 되면 자신의 기대를 멈추고 조절하거나 외부 스트레스 요인에 정면으로 대처할 수 있다.

p.234

  • 전략적 사고 접근법

문제의 핵심을 파악한다 ㅡ> 기존 해결책을 살펴본다 ㅡ> 대안을 생각해낸다 ㅡ> 편견을 찾아내고 바로잡는다

p.256

릭 파스토르, <그립> 中

+) 이 책은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짤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시간 설계가 가능한지 현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일정표를 활용하여 시간을 관리 방법을 가르쳐주며 효율적인 삶이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한 주, 한 해, 한 생을 기본 틀로 정해 시간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추후 변경이 어려운 종이 일정표보다 실시간 변경과 추가 메모, 공유 기능 등이 가능한 일정 관리 앱을 추천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기 업무에 우선순위와 소요 시간 등을 정해 일정을 정할 것을 제안한다. 일주일 일정표를 운동 규칙처럼 실천하면 작업을 수행할 때 집중력이 늘어 효과적이라고 한다.

물론 일정표를 짤 때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대응 방안도 설명하고 있다. 할 일 목록을 정하고 이메일을 관리하며 일의 순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면 효율적으로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주일의 마지막인 금요일에는 지난 한 주를 돌아보는 재점검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진전 상황과 다음 주 업무를 예측하며 일정표를 조정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일주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한 해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필요하다.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지 사명, 열정, 능력을 중심으로 생각해서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삶의 원동력을 찾아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과정으로 한 해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그렇게 능동적으로 살기 위해 건강하게 자기 계발을 하고 타인의 조언을 들으며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구조적인 하루 일정 관리가 곧 한 주 계획이 되고, 일 년의 목표가 되며, 인생의 설계도가 된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없다며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 우선순위 시간 설계법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책이다. 일상의 작은 루틴들이 하루를 만들 듯, 그리고 그 하루가 일주일을 넘어 한 해, 한 생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책이다.

업무 일정표를 어떻게 짜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되는 직장인들에게 일정표 짜는 법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더불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버리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하루를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표본으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이 목표를 설정하고 일을 진행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긍정적인 자기 계발의 필요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 기획력과 실천력의 가치 등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는 걸 떠올리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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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연대기 - 식빵언니, 클러치박, 배천, 최리, 블로퀸, 쏘캡까지 루틴 10
김효경.류한준 지음 / 북콤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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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




그해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처음 시행됐다. 그러면서 세터들의 연쇄 이동이 뒤따랐다. 한국배구연맹은 판정 시비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을 전격 도입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첫 시도이고 세계에서도 최초였다. 2점짜리 후위공격은 5세트엔 1회만 인정하기로 했다가 해당 시즌을 끝으로 제도 자체가 폐지됐다.

p.37 [2007/08 시즌 - 부활]

그해 대표팀은 세 대회에 나가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 12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탈락. 30경기 가까이, 그것도 대부분 풀타임으로 뛴 대표팀 선수라면 오프시즌 동안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았다. 이재영과 박정아, 이효희, 임명옥 등이 쉬지 못했다. 그렇게 대표팀의 일정이 마무리됐지만 도쿄 올림픽을 2년 남겨두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p.109 [2018/19시즌 - 명승부]

정대영은 V리그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여럿 세웠다. 미들 블로커인데도 후위에 설 때 교체되지 않고 플레이를 했다. 그러면서 2005년 원년 정규리그에서 득점왕과 블로킹왕, 수비상을 싹쓸이했다. 세 상을 한꺼번에 받은 선수는 지금까지 그가 유일하며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뽑으라면 김연경과 함께 첫손에 꼽힐 선수다.

p.169 [미들 블로커가 후위공격까지 - 정대영 - 2005시즌]

"앞으로 이런 선수가 나오는 일은 다시없을 것 같다."

2005년 10월 26일, 2005/06시즌을 앞두고 열린 신인 드래프트. 당시 현장을 찾은 사령탑 5명(5개 팀)을 비롯해 한국배구연맹 관계자, 여고 배구부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얘기했다. 주인공은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의 김연경이었다. 2004년 2학년 무렵부터 공격뿐 아니라 수비와 서브 리시브에서도 고교 무대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p.179 [리그의 아이콘 - 김연경 - 2005/06시즌]

이정철 감독은 훈련의 효과를 믿는 지도자다.

이 감독은 경기에서 이기더라도 내용이 좋지 않으면 표정이 밝지 않았다. 기자회견 장에 들어서면 기록지를 살피며 조목조목 아쉬웠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그래도 연습이나 경기 도중 선수를 직접 칭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인터뷰에선 선수에 대해 만족스러운 면을 말하기도 했다.

p.267 [통산 최다승 감독, 코트의 호랑이 - 이정철 - 2012/13시즌]

김효경, 류한준, <V리그 연대기> 中

+) 이 책은 여자 프로배구의 역사를 시즌별로 살피며 열정적인 선수들을 주목해 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V리그 '연대기'라는 제목에 맞게 2005년 프로 원년을 시작으로 2025년 시즌까지 여자배구에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리얼하게 다루고 있다.

전반부인 '시즌 스케치' 부분에서는 각 시즌별 여자 프로배구 선수들의 활약과 팀별 포지션 전력, FA와 트레이드 움직임, 규정의 변화, 시즌마다 있는 결정적 순간 등을 사실 위주로 담아냈다.

후반부인 '열정의 역사'에서는 2005년 시즌부터 2024년 시즌까지 주목받은 열정적인 선수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경기력에 대한 분석과 배구 선수로서의 시작, 전성기, 은퇴, 복귀 등의 내용을 인터뷰와 분석 자료를 통해 언급한다.

이 책은 여자배구의 역사를 경기 내용 중심으로 성실하게 풀어낸 책이다. 스포츠 기사를 읽듯 시즌별 내용은 담은 느낌이라, 프로여자배구의 역사를 세세하게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의미가 있을 듯하다.

배구 경기의 내용이나 규칙 등을 설명한 게 아닌, 순수하게 배구 경기의 연대기를 적고 있는 책이라는 점을 고려했으면 싶다.

프로여자배구 경기를 학문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은 이들이나 지난 시즌 관련 분석 자료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다만 대중적인 관점으로 배구에 대한 포괄적 정보나 선수들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글들은 아니기에 참고하면 좋겠다.

에세이 형식으로 담고 있지만 느낌은 깔끔하게 정리된 스포츠 기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배구 경기의 현실적인 현장 상황을 차분하게 전달한 책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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