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답장 창비만화도서관 8
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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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뒤늦은답장


남우의 아빠가 집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뒤늦은 답장>은 수능 준비는 뒷전이고 영화 동아리 활동에 빠져 있는 남우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분식집을 운영하며 남우를 키우는 엄마, 엄마는 '왕언니'라는 존재에게 '예쁜이'로 불리고 그들의 각별해 보이는 사이가 남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pc방 알바를 하며 놀러 오는 남우에게 하루에 한 개씩 먹을 수 있는 음료를 선뜻 내주는 성호, 남우와 비슷해 보이는 분위기의 재근은 영화를 찍으러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 도착해 밤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남우는 재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재근은 그런 남우에게 뽀뽀를 하는데...

여행 이후, 미묘하게 달라진 둘의 관계엔 균열이 생기고 남우는 그러한 변화가 맘에 들지 않아 어긋나고 싶어진다. 엄마와의 관계는 더욱 삐걱거리게 되는데...


"사랑했던 시간은 모두 제때다." _오은 시인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오은 시인의 글처럼, <뒤늦은 답장>을 읽다 보면 지나버린 '어떤 시절'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미처 헤아리지 못한 마음, 그 미완의 마음들이 때론 보내지 못할 답장이 되어 남아있는 건 아닌지, 미완으로 남아버린 그 시절을 완성하기 위해 나름의 답장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헤아리지 못했던 그 시절의 마음 길을 찾아보고 싶어졌기에...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르면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가 다시 페이지를 넘기고 싶어질 것이다.


이 편지는 네가 녹음한 편지에 대한 뒤늦은 답장이자,

초대장이야.

왜 이제야 답장할 마음이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어.

난 이제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고 생각하기로 했어.

파고들수록 오히려 막연해지는 게 있다는 걸 이젠 알겠더라. _22p.


엄마에게 왕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얼마나 남달랐으면 엄마는,

밤낮없이 왕언니의 예쁜이가 되어서 왕언니를 찾아갔을까._97p.


나는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고, 다짐해.

네가 보고 싶다기보다는 아마 그리울 거야.

그런 것도 사랑일까.

그렇다면 난 우리 동네처럼 너를 사랑해. _252~253p.


#정원 만화 #창비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추천 #추천도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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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검사들 - 수사도 구속도 기소도 제멋대로인 검찰의 실체를 추적하다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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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얼굴없는검사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검찰 권력을 여기 붙였다가 떼었다가를 반복한다고 해서 검찰이 개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그렇다고 교육과 연구의 가치조차 바작으로 추락시키는 검찰 조직에게 '셀프 개혁'을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 시민에게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는 '얼굴 없는 검사들' 대신, 검찰청 민원실에서 시민을 환대하는 '제 얼굴을 찾은 검사들'을 만나러 가자. _285p.

 

검찰 개혁, 정치인 손에만 맡겨둬도 될까?

 

정권교체가 되면서 가장 말이 많았던 검찰개혁, 드라마를 통해서 봐온 변호사나 검사에 대한 이미지가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그들의 역할이었다면 <얼굴 없는 검사들>을 통해 정말 날 것의 검사, 검찰의 생생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사연을 들고 검찰청을 방문하지만 그러한 일반 시민들이 검사를 만날 일은 희박하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검찰인가? 검찰은 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그럼 억울한 이들의 사연은, 사건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저자는 억울한 사연을 나눈 시민들, 그 사연들을 해결해보고자 의기투합한 활동가들과 변호사, 그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 언론인들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유령 대리 수술 사건,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검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검찰의 조작된 증거와 반성 없는 태도, 검찰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 등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인가? 의심하게 된다. 고여있는 물이 쉽게 바뀔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여있는 물에 관심 갖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진다면 고여 썩어가고 있는 물도 바뀌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흐름이라도 만들려 하지 않을까?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 검사들이 하는 일에 대해, 그리고 지금의 현실에 대해 쉽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한민국 검찰이 그들의 역할과 본분을 제대로 다해주길 바라게 된다. 검찰개혁, 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우리는 억울함을 안겨준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요청을 할 때 고소장을 쓰는 수고로움을 들일 필요조차 없다. 그냥 가서 말로 하면 된다. 그러면 검사는 우리의 말을 경청하고 그 내용을 조서로 정리해 주어야 한다. 그건 검사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의무 사항'이다. (···) 그러나 검찰청 민원실 어디에도 형사소송법 제237조는 적혀 있지 않으며 검찰 역시 우리가 민원실 문턱을 손쉽게 넘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_62p.

 

수사 기록의 소유권은 검찰에게 있지 않다. 국민인 우리 소유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으로 수사를 한 검찰은 그 기록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_89p.

 

대리 수술을 한 의사들을 상해죄로 기소한 검사는 아직까지 대한민국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 환자로부터 동의 받지 않은 수술을 감행해도 형사처벌은커녕 의사 면허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대한민국은, 피해 입은 환자에게는 지옥이고 의사에게만 천국인 나라다. _114p.

 

#최정규 #인문 #사회정치 #도서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블랙피쉬 #사회교양 #검찰 #검사 #도서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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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병률 지음 / 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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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이라는 걸 알려주는 이가 없고, 세상엔 사랑을 가르쳐주는 교실도 없었기에 당신은 물감을 짜놓고 막막해할 뿐 도화지에 점 하나조차 찍을 수 없다. 그러다 사랑은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어느 날에는, 그래서 사랑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어느 날에는 체기를 누르고 누르다, 그저 흐릿하게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 사랑을 배운 적이 없어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당신이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세상은 사랑의 풍경을 보여주며 페이지를 넘긴다. _48~49p.

 

이병률, 최갑수, 변종모, 오소희작가님등 개인적으로 애정하고, 책장에 늘어가는 책들을 정리하고 싶어도 이 책들만은!! 하면서 사수하게 되는 작가님들이 있다. 작가님마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이 있으신데, 이병률 작가의 글은 시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진달까? 가볍지 않으면서도 일상에 조금 더 깊이 와닿는 이야기와 사진들은 한 번에 읽어내기 아까우면서도 호로록 읽고 다시 페이지를 넘겨보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2005 #끌림

2012 #바람이분다당신이좋다

2015 #내옆에있는사람

2019 #혼자가혼자에게

2022 #그리고행복하다는소식을들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에는 사랑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살아가는데 왜 '사랑'이 있어야 하는지 우리는 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지에 대해 읽어가다 보면, 사랑쯤이야 없어도 살아가는데 괜찮지 않을까?라는 시니컬했던 마음이 '왜 사랑하는 마음 없이 살아가려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일이요? 생깁니다. 곧, 그거"라는 저자의 사인처럼, 일상에 스며든 작고 사소한 사랑의 흔적들을 반짝! 하고 찾을 수 있기를... 책 읽기 참 좋은 계절, 추천하고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사는 삶이란 그저, 사랑하는 모두가 빠져나간 자리의 뒷전을 자주 느끼는 일이며, 사랑이 사랑의 힘만으로 도달할 수 없다는 불가능을 여러 번 체험하는 일이며, 도무지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신산한 시절을 그저 견디고 견뎌야만 하는 일. 피할 수 없어서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의 쓸쓸함을 삼키고 또 삼키며 삽니다. _160p.

 

당신이 행복하다는 소식을 또 들었습니다. 당신의 행복은 당신 혼자 만든 것이기를 바랍니다. _162p.

 

행복하려고 사랑을 하는 걸까? 사랑을 하면 행복해지는 걸까? 설교 투의 이 질문은 '파도는 밀려오는 것인가, 돌아가는 것인가' 하고 따지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랑과 행복은 한몸이어서 그것을 생선 바르듯 뼈와 살로 발라낼 수는 없다. 다만 사랑이 무엇이라고는 말은 못 해도 행복의 다른 말은 '충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_172~173p.

 

#그리고행복하다는소식을들었습니다 #이병률 #에세이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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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위니 호텔
박설미 지음 / 비자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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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달위니호텔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나를 비롯한 손님들이 그에게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듯이 말이다. 나는 눈을 감고 만약 내가 이 호텔에 오지 않았다면, 그래서 지배인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마도 낮에는 카페에 앉아서, 새벽에는 편의점 카운터에 서서 쓸쓸한 얼굴을 한 채 지루하게 시간을 흘러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 세상은 가슴이 아릴 정도의 슬픈 일들로 넘쳐흐르지만 그 안에 분명히 소소한 기적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한 기적들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_257~258p.


취업에 연이어 실패하고 가족들에게 천덕꾸러기인 것 같은 취준생, 가족의 부재로 설 곳을 잃은 이복남매, 아픈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등 달위니 호텔은 이런 이들에게 그저 편안히 쉬어가라고 초청장을 보내온다. 적절한 타이밍에 어떻게 알고 보내오는 것인지...


내비게이션에도 잘 잡히지 않는 주소,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장소에 빼꼼히 자리 잡은 호텔은 분명히 있었다. '달위니 호텔' 달콤한 까눌레, 커피 한 잔, 푹신한 침대와 48시간 온천과 디저트, 뷔페 등이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는 초대장을 받은 이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로 향하게 되고 조금은 시크하고 엉뚱해 보이는 호텔 지배인 장만옥과 치즈 무늬 고양이를 만나게 될 것이다. 살짝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느껴져 아쉽긴 했지만, 마법이 깃들어 있는 듯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스한 온기를 건네주는 소설이다.


#박설미 #비자림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 #힐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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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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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나는실수투명인간을죽였다

​  




나는 천천히 얘기하자는 뜻으로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 순간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이질감이 엉덩이로 느껴졌다. 커다랗고 두꺼운 물주머니를 깔고 앉은 느낌이었다. 엉덩이를 보니 소파에서 한 뼘쯤 떨어진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소파 위에 보이지 않는 물컹한 덩어리가 하나 있고 내가 그 위에 앉은 모양새였다. 술이 덜 깼나? 싶었지만 그 순간 들려온 기영의 한마디가 완전히 술을 깨게 만들었다.

"아까 말했잖아. 투명인간을 죽였다고." _20p.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연기학원을 다니는 한수는 연락이 끊겼던 동창에게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장난일 거라 생각했던 문자였는데, 기영의 집 소파에 투명인간이라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성인 남자 크기의 물컹한 무언가가 있다. 기영을 도와 투명인간 시체를 파묻고 이틀 뒤 기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기영의 죽음은 투명 인간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기영의 형과 기영의 집을 정리하다 발견한 한수으로 남겨진 편지엔 특정 장소를 방문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일에 끌어들여 미안하다는 말이 적혀있는데... 기영이 죽기 전에 빌린 돈을 갚지 못했던 채무감에 거기까지만,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건의 시작이었을까? 설마 했던 존재의 실체를 맞닥뜨리고 그들의 일에 개입하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기분에 페이지를 넘길수록 보이지 않는 존재, '투명인간'의 존재감은 더욱더 입체적으로 다가오면서 등골이 서늘하면서도 정말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자'들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라는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우리와 비슷한 크기, 같은 언어를 쓰며 살아가지만 볼 수 없는 존재들로 표현된 투명인간이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을 표현하고, 이 존재들을 돕는 사람들인 기영과 한수를 등장시켜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으로 이야기는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보이는듯하다. 쌤앤파커스와 리디북스가 공동 주최한 K-콘텐츠 공모전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미스터리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나는 실수로 투명 인간을 죽였다> 흥미로운 소재와 열린 결말로 투명 인간들과 한수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다.


#경민선 #소설 #소설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K_스토리공모전 #미스터리최우수작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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