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지었다는 쇤부른 궁전으로 간다.
빈 중심가에서는 좀 떨어져 있어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고도 꽤 걷는다.
정문을 들어서서 보는 궁전은 벨베데레만큼 인상적이지는 않다.
궁전 뒷쪽으로 베르사유풍의 넓은 정원이 펼쳐지고, 멀리 언덕위에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글로리에테라는 전망대가 있지만 흐리고 안개낀 날씨때문에 딱히 인상적이지 않다.
여기 와서 맑은 날은 기차 타고 이동하는 날 뿐이다.
초록초록할 때 와야 아름답겠구나싶다.

하지만 쇤부른 궁전의 진가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입장권과 함께 주어지는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빈에서는 꽤 많은 곳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내용이 부실해서 오히려 작품강상을 방해하는 경구가 많았다.
하지만 쇤부른 궁의 오디오 가이드는 이 궁과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 각 영역에 얽힌 이야기 등이 꽤나 들을만했다.
비싼 값인가?
우린 비엔나패스를 썼지만 여기 입장료는 다른 곳과 비교해도 탁월하게 비싸다. 1인당 6만3천원정도. 젠장이다.

궁전의 모든 방을 공개하지는 않고 정해진 동선을 따라 공개한 방만 보는데 여기가 제국의 중심이라는 걸 느끼게 하긴 한다.

원래 쇤부른 궁전 나와서 정원쪽에 있는 글로리에테까지 가려했지만 날이 너무 추워서 길이 다 얼어붙었다.
기어가야 할판
거기다 안개가 또 심해져 전망대 가봤다 아무것도 안보이겠다.
과감하게 포기.
언젠가 날 따뜻한 날에 내가 다시 와서 너를 봐주마


쇤부른 궁전 다음에 간 레오폴트 미술관은 앞에 본 다른 미술관에 비하면 심심한 편이었다.
클림트, 에곤 실레, 코코슈카의 작품들이 골고루 있었지만 알베르티나와 벨데베레에 비하면 뭐 소소하달까?
그래도 좋았던건 케테 콜비츠의 조각 작품이 2개 있었던 것정도다

미술관은 레오폴트가 제일 심심했는데 뜻밖에도 한국인을 가장 많이 만난 곳이다
엘베를 탔는데 8명 모두 한국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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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잘 되어 있었는데 우리 나라 어떤 기업에서 스폰서 했다고, 입구에부터 그 회사 이름이 포스터에 명시되어 있더군요.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레오폴트 미술관 협력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저는 그거라도 가서 봐야겠어요 ^^

그레이스 2025-01-1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전시에 레오폴트 미술관 작품이 많이 와서 반가워 다녀왔는데 좋았어요.
쇤부른 글로리에테에서 아인슈페너 한잔 마셨던 재밌는 기억!
바람돌이님 덕분에 오래전 여행 기억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여행 되시길!
 

알베르티나 관람을 끝내고 나니 약간 출출하기도 하지만 밥먹을 사간은 안되고 간단하게 빵이나 먹자며 주벼능 돌았는데 스벅이 따악 있다.
에어비앤비에서 아침마다 김치에 밥이랑 국이랑 해먹고 나오는지라 한식은 안 땡기는데 한국식 아아는 너무도 그리운 것.
이곳의 카푸치노가 아무리 맛있어도 중간에 한 번씩 아아는 먹어줘야지
딱 그 순간에 스벅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진짜 문자 그대로 스벅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손에 넣은 아아는 고향의 맛이다.
언제부터 글로벌 기업이 내 고향맛이 되었는지...
그럼에도 아아는 참을 수 없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싶은데 여기서 주인공은 공연이 아니라 극장이다.
빈 최고가 아니라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싶은 것.
가족들과 공연을 고를 때 딸이 발레 보고싶다고 해서 고른 발레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작으로 꼽힌단다.

1시간 전에 공연장 도착. 그래봤자 알베르티나에서 길 건너편이다.
들어서자마자 입이 안 다물어진다.
크고 화려하고 웅장하고 드레스 입은 번쩍이는 언니야들 넘쳐나고...여긴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서 빈 음악협회처럼 돗대기 시장이 아니었다.
내 표를 보고 친절하게 방향 알려주고 3층 자리로 올라가니 자리까지 안내해주고 그러고는 지금 붐비지 않을 때 로비 내려가서 사진 찍으라는 조언도 해주고...

발레 공연 태어나서 2번째 보는데 직접 오케스트라가 현장에서 연주하는 발레공연은 처음이다.
발레야 당연히 멋있지.
하지만 발레를 보면서 감동을 받기는 힘든거같다.
멋있고 아름답지만 발레라는 장르 자체가 뭔가 가름 가득 감동을 주는건 아닌거 같아.
그저 예쁜거 좋아하고 춤추는거 좋아하는 딸이 행복했으면 됐다
그런데 진짜 발레 공연은 예쁘구나.
인간 신체의 한계를 보는 느낌이랄까.

빈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연장 2개를 모두 갔다.
만약 음향이 멋진 곳에서 근사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싶다면 무조건 빈 음악협회다. 소리와 울림의 차원이 다르다.
빈 국립 오페라극장도 음향이 좋기로 유명하다는데 빈 음악협회와는 비교가 안되었다.

그런데 빈에 와서 멋진 공연 하나 보고 멋진 극장에서 사진도 찍고 추억을 남기도 싶다면 빈 국립오페라극장에 갈 일이다.
물론 제일 좋은건 2군데를 다 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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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01-09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멋지네요. 저기선 드레스 좀 입어줘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ㅎㅎ

바람돌이 2025-01-09 16:57   좋아요 1 | URL
드레스 입고 오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멋지더라구요. 저도ㅠ살빼고 싶었어요. 드레스입고 태 나려면 말이죠. ㅎㅎ
 

벨베데에서 그림 보며 행복하다 행복하다 하며 다녔는데 빈 최고의 미술관은 벨베데레가 아니었다.
최고는 알베르티나
마리아 테레지아의 26명의 자녀 중(마리아 테레지아 진짜 대단. 혼자서 16명을 낳았다) 가장 사랑받은 딸로 유일하게 연애결혼을 허락받았다는 마리아 크리스티나와 남편 알베르트공이 살던 궁이다. 이들 부부가 생전에 모은 미술품이 백만점이 넘는단다.
이 동네 부자는 자꾸 내 인지력의 한계를 넘는다.
나는 그 중 하나만 줘도 입 찢어지게 좋아할텐데....

어쨌든 알베르티나는 컬렉션이 최고다.
파카소. 에곤 실레, 클림트, 모네, 모딜리아니 뭉크...
하여튼 미술 책에서 보던 작가들이 총 망라되어있고. 컬렉션도 한 두 점이 아니라 전시실 한칸을 채울듯이 있다.
나는 내가 인상파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인상파의 좋은 그림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였다는 것을 까달았다.

이 미술관에서 컬렉션 다음으로 대단한 것은 그림을 맘껏 즐기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림에 줄 쳐서 접근 금지하는 선이 없다.
관람객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거리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붓터치를 보기 위해 코앞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관람객에게는 행복한 순간이다.

이 미술관에서는 또 샤갈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샤갈 역시 딱히 좋아하지 않는 화가였는데, 그의 초기부터 말년까지 대표작들을 총망라한걸 보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화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상실과 꿈과 미래에 대한 소망 같은 것들이 한 개인으로서의 샤갈로 다가오는 것이다
샤갈 기확전을 보면서 느끼는게 알베르티나정도 되면 전 세계의 컬렉션을 다 모을 수 있구나하는 감탄.
우리 나라에서 해외기획 전시를 하면 보통 메인 작품 2-3점에 나머지 스케치나 판화 소품들로 전시를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수십점의 작품이 모두 메인 작품이다.
이건 큐레이터의 힘으로 되는 것도 돈의 힘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이 미술계에서 가지는 위치를 기획전시의 규모가 여실히 보여준다. 이틀 뒤에 고갱 특별전을 보러 갔는데 한국 기획 전시보다 조금 나은 정도. 오스트리아라고 해서 모든 미술관이 똑같지은 않은듯..
.
어쨌든 결론은 알베르티나가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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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1-08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푸른색 남자는 피카소의 <잠든 술꾼> 꼭 나를 보는 듯 짠하여..


그레이스 2025-01-1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의 유명한 작품이 많네요
 

빈에 왔으니까 당연히 빈소년합창단 노래는 들어야지라는게 남편의 생각. 딸들은 늘 뭐든 좋아좋아고.

빈 중심가의 호프부르크궁전 왕실예배당에서는 일요일 아침 미사때 빈 소년합창단이 성가를 부른다.
그래서 미사인데도 좌석비를 받으며 일찍 예매해야 한다.
단 미사가 중심이므로 빈 소년 합창단이 노래 부르는 공간은 공개되지 않는다.
목소리가 들리니 있으려니.... ㅎㅎ

이 미사와 공연이 좋은 점
와 안내하는 젊은 청년들이 미모가 와~~~
그 중 탑은 킹스맨의 콜린 퍼스랑 거의 똑같음.
우리집 식구 4명이 모두 집요하게 관찰한 결과 본인도 본인이 잘생긴거 알고 나같은 평범이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음.ㅎㅎ

미사는 본격적이어서 며칠 전에 참가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그리고 처음 봤는데 여성 사제들이 있었다는 것.
카톨릭에서 여성 사제를 인정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데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역시 압권은 성가
빈소년 합창단만이 아니라 남성 중창단이 함께 미사 중간 중간에 성가를 부르는데 성당의 울림이 너무 좋고 목소리가 너무 멋있어 진짜 카톨릭에 귀의해야 하나싶은 생각이 들기도ㅜ한다. 종교의식이니만큼 사진도 동영상도 찍지 않아 전해줄 수 없는게 안타까울뿐

하지만 어차피 이런 음악과 그 순간의 분위기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는 결코 전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1시간이 좀 넘는 미사를 끝내고 교회 밖으로 나오니 뭔가 속세로 다시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그 다음으로 근처에 있는 씨씨 박물관 방문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왕비였던 엘리자베스 왕비의 주거 공간을 전시실로 꾸민 곳이다
씨씨의 씨씨를 위한 공간이다.
딱히 감흥은 없었으나 화려한 공간과 역시 이쁜 것들이 최고군이란 감상평을 남겼다.

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은 왕실 도서관이다.
그냥 웅장하다. 이런 도서관은 뭔가 과시용이란 느낌이라 편안하게 책을 읽고싶은 공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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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01-08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바람돌이님 장기간 여행중이시군요? 사진 너무나 멋지네요. 앞의 여행기들도 쭉 읽어봐야겠습니다. 아니 여행 다니면서 어떻게 기록을 꾸준히 남기세요? 저는 그냥 뻗는데.. ㅜㅜ 이렇게 틈틈이 정리해두면 참 좋은데 말이예요.

바람돌이 2025-01-08 20:45   좋아요 0 | URL
나중에 한국 가서 써야지 하고는 쓴 적이 없어요. 안되더라구요. 이번에는 가족 여행이라 술을 작게 먹어요. 식구들이 나만큼 술을 좋아하지는 않아서...ㅠㅠ 쬐끔 다른 여행보다 여유 있어서 열심히 기록을 남기는 중입니다. 근데 밀렸어요. 지금 빈 6일 끝내고 인스부르크 가는 기차 안에서 가족들이 다 자길래 열심히 포스팅 올리고 있는거예요. 근데 인터넷이 또 어찌나 느린지.... ㅠㅠ
 

브르노는 밀란 쿤데라와 보흐밀 흐라발의 고향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밀란 쿤데라 도서관도 있지만 내가 간 날은 휴업일이었다.
사실 그다지 밀란 쿤데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에 나의 최애 작가로 등극한 이는 보흐밀 흐라발이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와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작년 나의 최애작품이었다.
브르노에 온 김에 그의 책을 사고 싶었다.

브르노는 서점도 힙하구나. 책으로 장식된 계단이 인상적인 서점이다.
서점 들어가자 마자 메인 판매대에 우리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떡하니 있다.
우와 감동이야.
체코어로 된 한강 작가의 책이 더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아직은 채식주의자뿐이란다.
나는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가 좋은데 없어서 아쉬움.
혹시 프라하에 가면 있을까싶어 구매는 미뤘다.

직원분에게 보흐밀 흐라발의 책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몇권 내준다.
구글 번역으로 제목 검색해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찾았다.
최애책 2권은 그런데 내용의 무게에 비해서 표지가 너무 귀엽다.
그래도 읽으려고 사는거 아니니까 - 제가 체코어를 어떻게 읽겠어요.ㅠㅠ - 기념품으로 사가는 책이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인생맥주를 만났다.
독일은 안가봐서 모르겠고 체코 맥주는 정말 맛있구나.
그리고 밥 겸 맥주 안주로 시킨 체코 전통음식이라는 소고기 타르타르를 시켰는데 참기름 빠진 육회다.
빵에 열심히 마늘을 문질러서 고기와 양파를 얹어먹는데 술을 부르는 맛이다.
한국인에게 마늘을 너무 쬐끔줘.
마늘 한 종지 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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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08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너무 근사하다…. 유ㅏ…으아 진짜 귀한 거 본 느낌이예욧!!! 부럽다 🤩 체코어 한강 책도 귀하고…. 눈이 띠용합니다!!

바람돌이 2025-01-08 17:43   좋아요 0 | URL
약간 아쉬운건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라는 표시가 없어요. 막 표시내주면 내가 막 자랑스러울텐데 말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