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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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에서 나를 만나는 기분. 자괴감을 감추려 가까운 이에게 상처가 될 말을 의뭉스럽게 꺼내고, 나의 삶의 고달픔을 타인의 표면에 보이는 모습에 대한 공격으로 치환하고, 약간의 시간과 노력을 베풀고 나의 선량함에 도취하지만 끝까지 정의롭지는 못한 그런 나. 그래서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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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7-26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나니 단편들이 또 정확히 기억나질 않는데 백수린 작가를 알게 된 책이 이 책이었어요. 바람돌이 님의 백자평을 읽으니 백수린 작가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저도 이런 이유였던가? 생각하며 저 또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작가들이 쓴 한국 소설은 읽으면서 자괴감이 드는 게…읽을 땐 괴롭기도 한데 또 그 지점들이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돌아서면 금방 까먹는다는 게 함정이긴 합니다만^^
더운 날씨 속이지만 조리 잘하고 계신 거죠?^^
 

<제인 에어>의 미치광이 아내 버사에게 발언권을 돌려주면 <광막한 사르가소>바다가 나온다.

사르가소 바다는 유럽과 아메리카 사이의 바다로 그 거리만큼 두 세계는 멀고 먼 세계다.
물리적인 거리도 거리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심리적 거리가 멀고도 깊다.
그 거리는 누가 만들었나?

제국주의와 가부장제, 남성 우월주의와 여성억압의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기제를 탁월하게 파악한 이 소설은 양 세계의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상황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앙뜨와네뜨가 이름을 뺏기고 버사가 되는 과정은 제국주의자 백인 남성이 식민지를 자기들의 이름으로 멋대로 명명하며 자신의 하위세계에 편입시키는 과정의 은유다.

문학은 이론서의 장황한 설명과 설득을 하나의 이야기로 압축해 명징한 이미지로 나를 이해시켜버린다.
역시 문학을 사랑할수밖에 없구나.

새로 나온 이 판본에는 번역자의 작품해설이 있는데 일독을 권한다. 작품해설이 이렇게 좋은 경우도 참 오랫만에 봤다.

아 그런데 <제인에어>의 제인의 팬으로서 한 마디 안할 수 없다.
˝제인! 제발 로체스터 그 새끼랑 결혼하지 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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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07-25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강렬한 마지막!!!

바람돌이 2025-07-25 17:31   좋아요 1 | URL
이 책의 마지막도 강렬합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5-07-25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인 에어랑 같이 읽고 있어요
기대됩니다^^

바람돌이 2025-07-25 21:47   좋아요 1 | URL
무조건 제인에어 먼저 읽어야해요. 이 책 보고 나면 로체스터 분통터져서 못볼지도 몰라요. 정말 다른 작가의 다른 얘기인데 왜 이렇게 싱크로율이 높은것처럼 읽히는지.... ㅎㅎ
 
경성 주택 탐구생활 - 백 년 전 주택문화부터 방 치장의 내력까지
최지혜 지음 / 혜화1117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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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하고, 당대 인물들의 생각과 주장을 연결한 기획이 돋보인다. 다만 당대의 사회상과 좀더 밀착한 전개를 기대했는데 기대와는 달랐다. 근대시기 주택을 주택 자체만으로 면밀히 살피고 자료로 이용하고자하는 이에게는 딱 맞을 책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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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의 조선일보 만평

모던걸의 다리에 써진 글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여성비하를 보여준다.

피아노 한채만 사주면
나는 문화주택을 지어주는 이면 일흔살도 괜찮아요
나는 아직 독신입니다
나는 외국 유학생하고 결혼하고저 합니다
나는 집세를 못냈습니다. 구원해주세요
나는 처녀입니다. 돈만 많으면 누구에게라도
나는 신경질있니다. 이것을 이해해주어야해요.

이렇게 노골적인 말을 여성의 드러난 다리에 전시하는 끔찍함이라니.....
책 읽다가 너무 끔찍해서 일단 기록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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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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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장점은 작중 모든 인물을 공감이 가게 창조한다는 것이다. 무능력한 남편, 고서 서명 위조자, 알콜중독자, 신경질적인 원칙론자, 소소한 사기꾼 등등. 현실에서 피하고싶은 인물들이 사는게 그렇지 뭐 하며 테이블에 마주 앉아 소주 한잔 기울이고싶은 인물들로 변하는 마법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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