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의 미치광이 아내 버사에게 발언권을 돌려주면 <광막한 사르가소>바다가 나온다.
사르가소 바다는 유럽과 아메리카 사이의 바다로 그 거리만큼 두 세계는 멀고 먼 세계다.
물리적인 거리도 거리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심리적 거리가 멀고도 깊다.
그 거리는 누가 만들었나?
제국주의와 가부장제, 남성 우월주의와 여성억압의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기제를 탁월하게 파악한 이 소설은 양 세계의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상황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앙뜨와네뜨가 이름을 뺏기고 버사가 되는 과정은 제국주의자 백인 남성이 식민지를 자기들의 이름으로 멋대로 명명하며 자신의 하위세계에 편입시키는 과정의 은유다.
문학은 이론서의 장황한 설명과 설득을 하나의 이야기로 압축해 명징한 이미지로 나를 이해시켜버린다.
역시 문학을 사랑할수밖에 없구나.
새로 나온 이 판본에는 번역자의 작품해설이 있는데 일독을 권한다. 작품해설이 이렇게 좋은 경우도 참 오랫만에 봤다.
아 그런데 <제인에어>의 제인의 팬으로서 한 마디 안할 수 없다.
˝제인! 제발 로체스터 그 새끼랑 결혼하지 마.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