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뉴욕의 여름에 바깥에 있는게 좋았다. 밤에는 특히 그랬다. 조명이 꺼진 도시의 어둠, 뜨겁고 탁한 공기, 갖가지 소음과 차량 행렬, 미친 듯 울리는 사이렌, 북적대는 사람들이그는 좋았다. 그런 것들은 고독한 인간에게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과 단절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 P8

"케이트와 제이드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이건 그들의 싸움이 아닙니다. 특히 제이드와는 조금도 관계가 없는 싸움입니다. 만약 호바트나 나이트가 레인을 직접 뒤쫓았다면 나는 물러나서 두 사람을 응원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케이트와 제이드에게 손을 댔습니다. 악에 악을 더한다고 선이 되는 건 아닙니다."
"세 가지 악이 더해져도 마찬가지죠."
"이번 경우엔 그렇지 않습니다."
"케이트와 제이드를 본 적도 없잖아요."
"사진을 봤습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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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막이 오른다
김주연 지음, 김병진 그림 / 파롤앤(PAROLE&)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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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유럽을 향한 창을 내세우면서 표트르 대제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 도시는 처음부터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설계되었다. 궁전과 성당, 건물과 운하에 이르기까지 이 도시의 건축 지향점은 오직 하나, 유럽적인 것이었다. 덕분에 온갖 유럽적인 풍경이 도시의 외관을 수놓게 되었지만, 실제로 이곳은 유럽이 아닌 러시아다. 러시아 작가 게르첸은 "페테르부르크는 유럽의 다른 모든 도시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그 모든 도시들과 다르다"라고 썼다. 바로 이 간극에서 오는 묘한 부조화와 이중적인 정체성이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무대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6쪽


표트르의 도시 페테르부르크는 이후 성곽을 뜻하는 독일어인 부르크를 대신해 슬라브어의 마을, 도시를 뜻하는 그라드를 붙여 페트로그라드로, 소비에트 혁명 이후에는 이 도시에서 시작된 혁명을 기려 레닌그라드로, 그리고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다시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이 도시. 이름만으로도 역사책 1권쯤은 가뿐히 써낼 것 같은 러시아의 이 도시를 규정짓기에는 아마도 저자의 말처럼 수많은 무대를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무대가 되는 도시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의 러시아 음악, 말리의 드라마극장의 연극들, 에르타미주를 비롯한 미술관들.

이름만 들어도 아 하게 되는 수많은 예술가들과 작품들을 배출한 도시.

하지만 이런 것 정도야 유럽의 다른 도시들도 꽤 있고, 정작 명성으로 따지자면 파리를 따라가긴 힘들것이다.

그러므로 페테르부르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저 유럽적이면서도 유럽이 될 수 없는 수많은 운하의 안개속에 신기루처럼 떠있는 도시 그 자체일것이다.


푸시킨, 고골, 투르게네프,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에 이르기까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작가들의 소설 대부분은 이곳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펼쳐지거나 이곳을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대부분의 러시아 소설에서 이곳 페테르부르크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이 펼쳐지는 현실적인 도시가 아니라,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거나 매우 환상적이고 신화적인,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93~94쪽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들고 이 도시를 탐험하고 싶은 것은 나만의 꿈이 아니리라. 


무엇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격동의 역사의 무대가 된 이 도시 자체의 역사이다. 

그 중에서도 2차대전중 레닌그라드 봉쇄기간중 이곳을 살아냈던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를 듣는것만으로도 장엄한 인간의 힘과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872일간의 봉쇄기간동안 레닌그라드의 사람들은 굶어죽고 얼어죽어갔다.

길거리에서 시신을 보는건 일상이 되어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시의 도서관은 문을 열었고, 사람들은 열람실에서 책을 펴놓은 채 굶어죽었다.

도시 내의 바빌로스 식물산업연구소의 연구원드은 대부분이 굶어죽었지만 누구도 종자 표본을 건드리지 않았다.

극장은 여전히 문을 열었고, 최선을 다한 음악회와 연극은 여전히 공연되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자 인간의 존엄에 대한 경배가 어쩌면 쇼스타고비치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자 했던 도시의 후예들이 오늘날 우크라이나 침략자가 된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그 러시아인들이 자신들의 휴머니티의 뿌리가 되는 그 기억들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의 자신의 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도 있찌 않을까라는 것은 또한 지나친 낙관인걸까? 

세상을 사는 일도, 폭력에 대해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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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5-14 18: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르크가 독일어로 성곽이었군요...;;그래서 독일 여행할 때 ~부르크가 엄청 흔했던 것임을 이제 알았습니다.

정리해주신 도시의 역사를 보니 말씀대로 옛사람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대단합니다. 종자 표본을 보존했다는 이야기도 이 도시의 역사였군요...

바람돌이 2022-06-11 23:14   좋아요 3 | URL
부르크과 성곽이고, 성곽안에 사는 사람을 부르조아라고 했고.... ㅎㅎ
언어의 어원을 찾다보면 이렇게 재밌는게 많더라구요.
종자 표본을 보존한 이야기에서는 저는 좀 전율을 느꼈습니다.

새파랑 2022-05-14 19: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테르부르크는 너무 매력적인 도시인거 같아요~! 그로테스크하고 환상적인 도시~!

특히 러시아 소설을 좋아한다면 더욱 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습니다 ^^

바람돌이 2022-06-11 23:16   좋아요 2 | URL
저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러시아 소설도 좋지만 전 에르미타주 미술관 꼭 가고 싶어요.
그리고 일리야 레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도 꼭 가고싶구요. 코로나가 이제 잠잠해질까 싶으니 또 전쟁이라.... 지구는 정말 바람잘날이 없네요. 우리는 정말 나쁜 지구인인가 봐요. ㅠ.ㅠ

청아 2022-05-14 20: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람실에서 책을 읽다가 굶어죽다니...종자표본 건드리지 않은것도
어쩐지 경건해지게 만드네요.
러시아는 지금 언론통제와 조작을 아주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도 인터넷 특히 SNS는 다 통제가 안될텐데 말이죠.
당연한듯 보이던 문제들이 갈수록 복잡해지네요.

바람돌이 2022-06-11 23:18   좋아요 2 | URL
저도 열람실 이야기와 종자표본 이야기에서는 전율을 느꼈어요. 아 인간이 이렇게도 숭고해질 수 있구나 그런 느낌요. 러시아도 중국도 사회주의가 무너지면서 그 체제의 장점은 다 갖다버리고 그 체제의 가장 나쁜 악습들은 고스란이 가져와 재탕하고 발달시키고 있는 느낌입니다.
러시아만이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의 변화를 항상 주의깊게 봐야겟다는 생각을 러시아때문에 하게 되네요.

coolcat329 2022-05-14 22: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러시아 참 싫지만...페테르부르크는 참 가고 싶은 도시에요.
얼마 전 죄와 벌을 읽었는데 이 책 읽고 싶어집니다.

바람돌이 2022-06-11 23:19   좋아요 2 | URL
저도 러시아 싫지만 페테르부르크는 정말 가고 싶은 도시에요. 죄와 벌을읽은 사람들이 라스콜리니꼬프가 걸었던 거리를 그대로 걸어보는 여행자들도 많다고 하네요. ^^

희선 2022-06-10 02: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러 작가가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군요 현실보다 환상 신화 같다니... 2차 세계 전쟁 때는 종자 표본을 지키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죽었는데...

바람돌이 님 축하합니다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2-06-11 23:21   좋아요 2 | URL
19세기에는 러시아의 최고 도시였으니 당연하겠죠. 우리나라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많은 것과 같지 않을까요? ^^ 그럼에도 뭔가 떠있는 무대 또는 환상 같다는 이 도시 정말 가보고 싶어요.
축하도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6-10 06: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독서도 많이 하는 주말이 되셨으면 합니다 ^^

바람돌이 2022-06-11 23:22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도 축하드려요. 2관왕 맞지요? ^^
자꾸 외출할 일이 생겨서 책은 거의 못읽고 있네요. 노는데도 생각보다 하루가 짧아요. ^^

mini74 2022-06-10 08: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매력적인 도시네요. 종자이야기는 ㅠㅠ 바람돌이님 축하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2-06-11 23:25   좋아요 3 | URL
맞죠. 언제쯤이면 아무 걱정없이 이 도시를 여행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는 러시아 가는 아에로폴로트 항공이 연착 이런걸로 악명이 높아서 그렇지 가격은 굉장히 쌌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ㅎㅎ
축하도 감사합니다. mini74님은 2관왕 축하드려요. ^^
 
61시간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오픈하우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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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다시 손에 잡은 잭 리처 시리즈 5번째

잭 리처가 사건에 말려든것으로 부터 61시간 뒤까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소설을 보는 독자는 이 61시간 뒤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시간이 줄어들수록 스릴이 증가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번 회에서는 우연한 버스 사고로 사우스다코타주에 있게 되는데 여기가 어딘지 싶어 지도를 찾아봤더니 미국 북쪽이다. 

북위 44도에 완전 내륙지역이니 아주 강력한 대륙성 기후를 보일테고, 책 속에서 끊임없이 추위에 대해 투덜거리는게 이해가 가긴하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사우스 다코타의 작은 마을에 격리된 잭 리처는 이번에도 역시 사건에 휘말리는데 이번에는 마약범의 거래현장을 직접 본 노부인의 경호이다. 이 지역의 경찰은 재판때까지 이 노부인을 경호해야 하는데 어쩌다보니 잭 리처가 여기 휘말려 들어간 것.

처음에는 어쩌다보니였지만 잭 리처는 점점 이 노부인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바로 재닛 솔터라는 지적이고 용감한 노부인이었다.


마약거래 현장을 본 사람들이 많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을 때 증언을 하기로 결정한 용감함에 대해 재닛 솔터 스스로는 

"난 참 대단한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에요..... 말을 행동으로 보여줄 기회를 얻는 사람은 무척 드물지요."라고 하면서 자신의 신념, 가치관과 일치되는 행동을 보여준다. 

또한 마약거래 현장을 보았으나 증언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못본 척하기로 한거지. 마을 서쪽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지는 다들 알고 있으니까. 모두들 그치들을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거기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에요."라고 사람들의 뿌리깊은 편견에 대한 일침을 놓기도 한다.

이토록 지적인 통찰과 용감한 노부인에게 누구인들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재닛 솔터라는 노부인을 만나는게 어쩌면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두근거리는 장면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기존의 시리즈에 비해서 모험이나 액션 추리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지만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주었으니 별 5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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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5-1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닛 솔터 아주 멋진 분이네요. 사실, 전 아주 예전에 읽어서 내용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그냥 잭 리처 생각만 해도 좋네요. ㅎㅎㅎㅎ아껴놓은 잭 리처 중에서 읽을 것 하나 찾아봐야겠어요.

새파랑 2022-05-14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더라도 못보여주는 사람이 대부분일거 같은데 대단하네요~!! 저도 그런 상황이 오면 힘들거 같긴 하지만 보여주고 싶네요 ^^

scott 2022-05-1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옹도 잭리처 팬이라고 합니돠! ㅎㅎ

영상에서 톰아저씨가 잭리처로 나온것이 가장 큰 흠 ㅋㅋㅋ

다락방 2022-05-1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잭 리처 시리즈 중에서 <61시간>이 제일 좋았어요. 이미 잭 리처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데 그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이 잭 리처 인걸 아는 순간 너무 짜릿했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캐닛 솔터 라는 캐릭터도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같은 이유로 아팠습니다 ㅠㅠ
 

18세기 유럽을 향한 창을 내세우면서 표트르 대제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 도시는 처음부터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설계되었다. 궁전과 성당, 건물과 운하에 이르기까지 이 도시의 건축적지향점은 오직 하나, 유럽적인 것이었다. 덕분에 온갖 유럽적인 풍경이 도시의 외관을 수놓게 되었지만, 실제로 이곳은 유럽이 아닌러시아다. 러시아 작가 게르첸은 "페테르부르크는 유럽의 다른 모든 도시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그 모든 도시들과 다르다"라고 썼다.
바로 이 간극에서 오는 묘한 부조화와 이중적인 정체성이 도시를하나의 거대한 무대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 P6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정말 부족한 것은 공감입니다. 우리는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연극은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하게 만듭니다. 연극을 본다는 것은아무것도 안 하고 무대를 쳐다보는 것이 아닙니다. 배우, 작가와 함께 위대한 정신적 모험을 하는 것이죠." - P40

마치 <알라딘>에 나오는 마법의 궁전처럼, 페테르부르크는 어느 날 갑자기 솟아났다. 이곳은 오랜 시간을 두고 조금씩 발전해나간 자연스러운 도시가 아니라, 처음부디 완성된 모습으로 짜잔 하고 등장한 도시다. 아무것도 있던 땅에 갑자기 솟아난 이 눈부시게화려한 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처럼 보였고, 이를 바탕으로이 도시를 둘러싼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만들어졌다.  - P94

특히 페테르부르크가 네바강과 운하, 그리고 늪지라는, 물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사실은 이 도시가 땅에 굳건히 뿌리내린 곳이 아닌 신기루 같은 공간이라는 인상을 남겼고, 이것이 이 도시를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었다.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많은 문학에서 이곳이 초자연적이거나 환상적인 공간으로 그려지고, 도시를 배회하는 주인공 중 유난히 몽상가가 많은 것은 모두 이러한 도시의 태생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다.
- P95

또 한 가지, 페테르부르크의 특징은 이곳이 그전까지 러시아에서 찾아볼 수 없던 유럽풍의 도시라는 점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럽이 아니라 유럽 풍의 도시라는 지점이다. 페테르부르크를(유럽을 향한 창으로 만들고 싶었던 표트르 대제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을 불러 모았고, 이들은 강과 운하를 따라 베네치아와 암스테르담, 로마를 연상시키는 장대한 건축물들을 세웠다. 그러나 이렇게 온갖 유럽의 스타일을 가저 왔기 때문에 결코 유럽이 될 스 없는,
이 도시의 또 다른 특징이 생겨났다. 즉, 페테르부르크 전체에 걸쳐흐르는 유럽적이면서 유럽이 아닌, 인위적이면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이 도시에 어떤 특별한 정취를 만들어낸 것이다.
- P95

레닌그라드 봉쇄가 유명한 이유는 단지 참혹한 상황을 오랫동안 버텨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지옥보다 못한 조건 속에서도 사람들은 인간다움을 지키면서 단순한 생존이 아닌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도시의 반 이상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도서관은 여전히 문을 열었고, 사람들은 열람실에서 책을 펴놓은 채 굶어 죽었다. - P159

성 이삭 성당 근처에 있는 바빌로프 식물산업연구소는 소련의세계적인 식량학자인 바빌로프와 그의 동료들이 러시아의 기근을없애기 위해 전 세계 25만 종이 넘는 씨앗을 수집하고 연구한 곳이다. 독소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바빌로프는 스탈린의 숙청으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감옥에서 아사했다. 하지만 그가 사라진 뒤에도 그의 동료들은 연구소에서 종자를 지켰다. 극도의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그들은 차례로 쓰러졌지만 아무도 책상 위의 완두콩이나 귀리, 감자 씨 표본을 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결국 봉쇄가 풀린 뒤연구소가 다시 문을 열었을 때, 연구원들은 대부분 죽었지만 바빌로프의 종자 표본에서는 쌀 한 톨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 P160

이처럼 봉쇄 속의 레닌그라드를 진정한 영웅 도시로 만든 것은,
포탄도 탱크도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삶의존엄을 지키고자 했던 시민들의 신념이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의 의지가 이 도시를, 끔찍한 파국의 무대가 아니라 고통과 영광이 공존하는 비극적 영웅으로 만든 것이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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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본 척 하기로 한 거지. 마을 서쪽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지는 다들알고 있으니까. 모두들 그치들을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거기 살고 있다.
는 이유만으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에요. 그 사람들은 우리와 달라요. 그들 인 게지. 그리고 사실 그건 무척 꺼림직한 일이랍니다. " - P145

"그래요, 어쩌면 그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난 우리 집에 있는 게 좋아요. 사법체제란 가해자에게 벌을 줘야 하는거지 증인을 괴롭히는 게 아니잖아요? 이것도 원리원칙의 문제지요."
- P150

난 참 대단한 특권을 누리는 사람이에요. 그녀는 말했다. 말을 행동으로 보여줄 기회를 얻는 사람은 무척 드물지요.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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