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저자 김민철

북라이프

2021-07-06

에세이 > 한국에세이




기억은 언제나 그리움을 이기지 못한다.




■ 책 속 밑줄


자신에게 맡겨진 시간 안에서, 일상적인 세계의 일상적인 업무에 불후의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 같지 않은 그런 인물에게는, 진실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일상을 살아가야만 한다.



소설을 읽으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인간을 배운다. 감정을 배운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분노하지 않는 것인지, 왜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왜 나와는 다른지, 왜 나와는 다른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 짚어간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희박한 이해의 가능성을 소설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하면서 읽는다.



그러니 나는 잠시 짬을 내어 마시는 커피에 한숨을 돌리고, 학원에 가는 길에서 새벽이슬에 젖은 나무들에 감사하고, 회사 난간에 서서 저녁노을에 먹먹해진 가슴을 느껴야 한다. 누군가가 내 아이디어가 좋다고 말해줄 때 진심으로 웃을 수 있어야 하며, 내가 쓴 글이 아니다 싶을 땐 다시 쓸 열정을 가져야만 한다. 바람의 서늘함에 옷깃을 여미며 가을을 느껴야 하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지긋지긋하지만 여름을 만끽해야만 한다. 나란히 앉아서 그 사람과 마시는 맥주에 행복을 느끼고, 그 사람의 눈빛 속에서 다시 나를 찾아, 다시 일상을 꾸려나갈 힘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나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일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꿈꾸는 그곳은 이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지금,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곳에서도, 그때,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때론 책이 우리를 구원한다. 책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책으로 구원받는다. 드물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귀하게도, 고맙게도.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광한다. 그 왜곡을 찾아 더 새로운 곳으로, 누구도 못 가본 곳으로,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끊임없이 떠난다. 그렇게 떠난 그곳에선 골목마다 프리마돈나가 노래를 한다. 이름 모를 클럽마다 라디오헤드가 연주를 한다. 나뭇잎까지도 사각사각 잊지 못할 소리를 들려준다. 햇빛은 또 어떻고. 들어본 적 없는 음악들로 세상이 넘쳐난다. 그 왜곡의 음악을 듣기 위해 오늘도 여행 계획을 세운다. 그 미세한 음악까지 놓치지 않을 정도로 귀가 열린, 마음이 열린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꿈꾼다.



…… 뭔가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렇게 비옥하게 가꿔진 토양이 있어야 회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새로운 카피도 쓰고, 새로운 뭔가도 시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내가 비옥한 토양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어떤 나무가 자라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무가 튼튼했으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물론 이미 카피라이터라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그 나무를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요일이 같지는 않다.

어떤 날은 사람이 두렵고 어떤 날은 사람 덕에 다시 살아난다.



■ 끌림의 이유


오래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오는 조용한 일상이 어쩌면 이렇게 따스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록으로 남기는 이 이야기들은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펜을 들고 싶어집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마음속 어딘가에 쌓여 있던 문장들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사랑했고, 미워했고, 기뻐했고, 후회했고, 그럼에도 살아냈던 나의 요일들.

『모든 요일의 기록』은 기억되지 못한 감정들에 조용히 불을 켜주는 에세이였습니다.



■ 간밤의 단상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한 주를 제대로 살았던 걸까, 아니면 그냥 ‘버텼던’ 걸까.


아직 제 인생은 작고 사소한 것들로만 가득하지만 그 작은 것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저는 매일 글을 씁니다.

아프고 나서부턴 더 그렇습니다.

잊히는 날들이 늘 아쉬워 혹시라도 놓칠까 봐 더 천천히, 더 조심스럽게 하루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기록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감각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꼈습니다.

책에서도 말하듯, 기록은 자신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일상의 연습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잊지 않기 위해 저는 펜을 들어 조용히 마음을 적어봅니다.

지금 이 마음을, 지금 이 문장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새벽이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오늘 하루, 빨리 잊어버리는 느낌이 드는 분

지나간 감정들을 다시 꺼내 보고 싶은 분

일상의 무게를 글로 표현하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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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리듬에 지쳐 있는 당신에게,

오늘은 영화 인턴을 권합니다.






■ 영화 정보

제목: 인턴 (The Intern)

감독: 낸시 마이어스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

장르: 코미디

개봉: 2015년

러닝타임: 121분





■ 영화 줄거리


주인공 벤 휘태커는 은퇴 후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일상에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전단지를 보게 되었고 인생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자 패션 스타트업 기업에 지원하게 됩니다.

그가 배정된 곳은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한 젊은 CEO 줄스 오스틴의 조수였습니다.

벤의 품격과 진중한 태도, 섬세한 배려 무엇보다 삶에 대한 예의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었고 줄스 역시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벤은 줄스의 비서를 넘어 그녀에게 인생 조언을 해주는 진짜 친구가 되어갑니다.



■ 영화가 주는 메시지


벤은 조언이 아닌 경청으로 줄스에게 다가갔고 줄스는 의심 대신 신뢰로 벤을 받아들였습니다.

인생의 연륜은 여전히 의미 있으며 관계는 나이를 초월합니다.

영화 『인턴』은 모두가 세대에 상관 없이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또한 사람에 대한 진심과 일에 대한 열정, 성장에 대한 열망은 나이가 들어도 가치가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우리는 극중 줄스처럼 성공과 일상의 균형을 고민하곤 하는데 그 해답은 바로 속도가 아닌 방향에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영화에, 책을 더하다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데, 바쁘게 살아도 마음은 천천히 기록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영화와 꼭 닮았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


주인공 벤처럼 인생의 2막 앞에 선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책으로, 혜민스님이 삶의 소란 속에서도 여백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 하나의 감상


벌써 열 번은 족히 본, 제 인생 영화!

오늘은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영화 『인턴』입니다.


저는 경청의 힘을 믿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모모』가 그 시작이었고 『인턴』은 그 믿음에 확신을 더해준 영화였습니다.

벤이 회사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줄스가 무너져 내릴 때, 그는 조언 대신 곁에 있어주었고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조용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장면에서 문득 관계의 품격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사람을 바꾸는 건 충고가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시간의 온기라는 걸요.

우리는 너무 빠르게 판단하고 너무 쉽게 멀어집니다.

『인턴』은 그런 우리에게 기다려주는 관계가 가진 힘을 조용히 알려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정말 더 이상 세상과 함께할 수 없을까?"


하지만 70세의 벤은 단지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만의 품격과 속도로 새로운 세계에 스며든 사람이었죠.

그 모습을 보며 저 또한 벤처럼 나이 들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저 또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앞에서 종종 조급해지고 흔들립니다.

그럴 때마다 이 영화를 떠올립니다.

속도에 휩쓸리지 말고 나만의 결로 나답게 걸어가자!

진짜 여유란 변화를 부정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변화를 존중하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인턴』은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세대 차이로 고민하는 분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분

직장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분

세대 간의 차이를 넘는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부모님 또는 자녀


삶에 대해 고민하는 청춘과 중년 모두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다음 주에도 마음을 어루만져줄 따뜻한 영화를 소개할게요.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남겨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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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저자 양귀자

쓰다

2013-04-01

초판출간 1998년

소설 > 한국소설




모순은 모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어른이다.




■ 책 속 밑줄


어느 날 아침 문득, 정말이지 맹세코 아무런 계시나 암시도 없었는데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눈물이 없었다면 그 느닷없는 부르짖음은 눈뜨고 꾸는 꿈의 잠꼬대 정도로 잊혀졌을지도 몰랐다. 눈물이 없었다면 나는 내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온 격렬한 그 구호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저 혼자 흘러나온 혼잣말 따위 나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제 조금씩 가닥이 잡힌다. 되돌아보면 어제도 우울했고 그제도 우울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물까지 흘리며 절박하게 부르짖을 만큼 우울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예전의 나와는 달랐다.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인생은 늘 정답이 없다. 가족이란,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처 주는 존재다. 진실은 때때로 침묵 뒤에 숨고, 감정은 입술 끝에서 되돌아온다.



■ 끌림의 이유


안진진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질문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어머니와 이모, 서로 대비되는 두 여자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점점 깨닫습니다.

삶은 옳고 그름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모순 속에서 방향을 잡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모순』은 제목처럼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삶의 이중성과 충돌 그리고 그 사이를 건너는 법을 보여줍니다.

에피소드마다 웃음과 눈물, 이해와 분노가 교차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한 사람의 내면이 조용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과 사랑, 그 안에서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건네고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읽히면서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소설입니다.



■ 간밤의 단상


이 책은 마음속에 작은 물결을 일으킵니다.

처음엔 가볍게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이건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요.

모순은 대단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바로 이 하루하루 속에 숨어 있는 익숙한 감정입니다.


저는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수없이 많은 갈등을 겪었고 사랑과 미움, 책임과 피로, 애정과 거리감을 동시에 느꼈었습니다.

이 책은 그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게 합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의 나는 내 삶의 모순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모순을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사랑을 계속해서 배우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균형도, 완벽도 아닌 그저 부족하지만 함께 살아내는 용기 같은 것이요.

그 감정이 이 책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오늘 새벽 이 문장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분

사랑하지만 자꾸 상처 주는 관계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분

내 마음이 언제부터 멀어졌는지, 조용히 돌아보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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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의 책 DIGEST

5월 둘째 주, 책이 전한 마음의 결






■ 이번 주 〈간밤에읽은책〉 돌아보기


월요일 | 『강아지똥』 – 권정생

우리는 꽃을 피우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여겨졌던 존재가 꽃을 피우는 거름이 되기까지, 세상 모든 작은 것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랑을 건넨 동화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5576206



화요일 |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 나태주

풀꽃은 말합니다. 너무 높이 보지 말라고,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당신은 지금 여기에서 충분히 아름답다고.

작고 소박한 말들이 삶을 다독여주는 에세이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6435163



수요일 | 『완벽주의자의 조용한 우울』 – 엘리자베트 카도슈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완벽해지려는 시도보다 훨씬 인간답습니다.

성실한 사람일수록 무너지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내면의 압박감과 자기비판 속에서 무너지는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7365941



목요일 |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당신이 잃어버린 건 엄마가 아니라, 엄마라는 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존재의 부재가 드러내는 진짜 사랑인 엄마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시간과 감정의 결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8518674



금요일 | 『보통의 언어들』 – 김이나

마음을 살피는 언어가 관계를 지켜줍니다.

보통의 말들 속에 숨어 있던 감정과 진심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따뜻한 에세이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9680361





■ 이번 주 〈모든도서리뷰〉 돌아보기


화요일 |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 김태현

고전 철학자들의 사유에서 엿볼 수 있었던 500가지의 명언.

짧은 문장 속에서 삶의 좌표를 다시 그리게 만드는 고전 명언집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7087030





■ 이번 주 〈함께읽는시집〉 돌아보기


수요일 |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특정한 집을 중심으로 공간과 존재가 겹쳐지는 깊이감을 보여주고 있는 시로 우리 안의 오래된 감정을 따뜻하게 흔들어주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57934861




이번 주, 당신의 마음을 붙잡은 문장은 무엇이었나요?

책은 언제나 삶의 곁에 머물며 말을 겁니다.

다음 주에도, 한 줄의 문장이 따뜻한 하루의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독서 여정은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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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언어들

저자 김이나

위즈덤하우스

2023-09-20

에세이 > 명사에세이

에세이 > 한국에세이




마음을 살피는 언어가 관계를 지켜준다.




■ 책 속 밑줄


웨이브라는 의미에는 파동이라는 뜻도 있잖아요. 

'만물이 존재하고 있는 그 형태가 쪼개어 들어가보면 물질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하다'라는 것이 과학에 대해서 굉장히 지식이 없는 저에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아, 우리의 존재라는 것이 어쩌면 파동이겠구나!" 그래서 누군가가 누군가와 통한다는 것을 "쟤랑 나랑은 코드가 맞아, 주파수가 맞아"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관계라는 것은 파동의 만남이고 그 파동이 서로 박자를 맞추어가는 것이, 우리가 한 사람과 긴 길을 오랫동안 걷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그런 모양새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한 경계선이 없어 혼돈스러운 감정들이 있다. 좋아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다. 좋아하는 마음에 확실히 매듭이 지어져서 결단코 사랑이 아닌 경우도 많겠지만, 대개의 사랑은 '좋아함'에서 싹트므로 그렇게 방심할 만한 문제는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에 부등호를 붙일 생각은 없다. 이 둘은 맞닿아 있는 듯 완벽하게 다른 세계를 빚어내는 감정이며 그저 '좋아한다'는 마음이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지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실망이라 함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상한 마음'이 아니라 '바라던 일'이다.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고유의 모양으로 존재하는데,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그렇다.



그러나 '기대'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가늠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자 낭만이니까. 그게 없이 어찌 사랑에 빠지거나 연민을 느낄 수 있겠는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결정적으로는 그 사람이 좋은 게 아니라 그 사람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거죠. 그때 느끼는 벅참이 있잖아요. 저도 그럴 때 벅참을 느끼는 거 같아요. 함께 있기만 해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그 순간 비로소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또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선을 긋는다는 말은 내겐 '모양을 그린다'는 말과 같아. 5개의 선을 그어 만들어지는 게 별 모양이다. 다시 말해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야'라고 알리는 행위가, 선을 긋는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지도를 떠올려보자. 꼬불꼬불한 선으로 나뉘어 있는 수많은 국가들은, 선이 있다고 해서 서로 단절된 관계들은 아니다. 한 예로 유럽의 경우 각국의 법령, 풍습, 기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차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지키기 위한 테두리로 그려져 있지 않은가.



나의 인생을 극으로 본다면 작가는 나고 주인공도 나다. 작가가 위기에 빠진 주인공 곁에 같이 앉아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하고 발을 동동 굴러선 안 되는 법이다. 걱정에 빠진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위해 작가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음 회차로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것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순리에 모든 걸 맡기는 것.



생각에 갇혀 잠 못 이루는 밤, 긴 숨을 쉬어보자.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만 집중해보자. '나는 숨을 쉬고 있다. 이렇게 잘 살아 있다. 걱정에 빠진 나를 구원하기 위해, 가만히 숨을 쉬며 누워 있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된 다음, 주인공을 위한 최선의 다음 화를 써내려가는 거다. 주인공이 방치될 순 없으니까.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자존심이 꺾이지 않으려 버티는 막대기 같은 거라면, 자존감은 꺾이고 말고부터 자유로운 유연한 무엇이다. 자존심은 지켜지고 말고의 주체가 외부에 있지만 자존감은 철저히 내부에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를 기특히 여기는 순간은 자존감 통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선행에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욕망이 부록처럼 딸려온다. 어릴 때 칭찬에 길들여졌을 수많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내성이고, 특별히 나쁠 것도 없는 점이기도 하다. 허나 선행이 누군가의 칭찬과 거래되는 순간 자존감 통장에는 쌓일 것이 없다. 나의 대견함을 '알아주는' 주체를 타인에게 넘겨버릇하는 게 위험한 이유다.




■ 끌림의 이유


김이나 작가의 글은 무심코 지나쳤던 감정의 결을 다시 어루만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번 책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우리가 흔히 쓰는 말들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담겨 있는지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말이란 참 무섭습니다.

가볍게 던진 한 마디에 하루가 무너지고 작은 표현 하나에 관계가 180도 달라질 수 있으니깐요.

때로는 위로가 되고 싶지만 말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사랑을 말하고 싶은데 어쩐지 거칠게 밀어내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그런 마음들의 낯선 감정을 조용히 조명해줍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말을 바라보았을까요.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오래된 친구의 조언처럼 따뜻하고 단호하게 마음을 일으켜 세워줍니다.

쉽게 쓴 글도 없었고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는 문장조차도 없어 단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말을 내뱉고 후회할까요?

그리고 얼마나 자주 말을 아끼다 오해를 쌓아갈까요?


말은 마음의 옷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말은 곧 나 자신입니다.

즉, 말을 탓하기 전에 나의 마음을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게 결국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니깐요.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말을 너무 가볍게 다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은 옷을 입기 위해 신중히 고르듯이, 좋은 말 또한 신중하게 골라야 합니다.

또한 진심도 말로 다듬지 않으면 날이 서 있을 수 있기에 조금 더 섬세하게, 더 성실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말을 아끼던 하루였나요?

혹은 너무 많이 쏟아낸 하루였나요?

오늘은 조금 더 따뜻하고 예쁜 언어로 스스로를 그리고 누군가를 다독여보세요.



■ 건넴의 대상


말로 상처를 주고 받은 경험이 있는 분

관계 속에서 마음을 전하는 법을 고민하는 분

일상 속 언어를 더 따뜻하게 가꾸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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