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 

저자 미겔 데 세르반떼스

문예출판사

2021-05-14

원제 : 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 (1605년)

소설 > 스페인/중남미소설

고전 > 서양고전문학 > 서양근대문학




그 누구도 멈춰 세우지 못할 우스꽝스럽고 위대한 질주가 여기 있다.




■ 책 속 밑줄


자네가 힘써야 할 것은 자네의 이야기책을 읽어가면서 우울한 독자는 웃고, 쾌활한 이는 더욱더 유쾌해지고, 단순한 이는 성내지 않고, 신중한 이는 그 독창성에 탄복하고, 점잖은 이는 업신여기지 못하고, 용의주도한 이는 그것을 읽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도록 하는 걸세.



아무튼 이제 우리 신사 양반의 정신은 완전히 이상해져서 이 세상의 어떤 미치광이도 시도하지 못했을 기이한 공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자신의 명성을 높이고 나라에 봉사하기 위해서는 편력 기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모험을 찾아 무장하고 말에 올라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그가 읽은 편력 기사들의 수행을 본받아 잘못된 것을 죄다 고치면서 어떠한 위험 속에라도 몸을 던져 이를 극복함으로써 후세에 길이 남을 이름과 명예를 얻기로 결심했다.



자네는 나를 미쳤다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속 진실은 나조차도 막을 수가 없네.



칭찬은 늘 덕행의 대가였으며 덕행을 베푼 이는 반드시 칭찬을 받지 않을 수 없지.

덕을 행하는 길은 좁디좁은 오솔길이며 악행의 길은 널찍하고 앞이 훤히 트인 대로라는 것도 알고 있네. 또 그 목적과 종말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 악덕으로 가는 길은 광활하고 앞이 훤히 트인 길이지만 죽음으로 끝나게 되고, 덕을 행하는 길은 비록 비좁고 힘들지만 삶으로 끝나게 되니, 끝나는 삶이 아니고 무한한 삶이란 거야.



신중함에서 나온 부드러움은 어떠한 신분이라도 피하기 어려운 그런 악의에 찬 험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네. 산초, 자네의 혈통이 비천함을 자랑으로 생각하게나. 그리고 자네가 농사꾼 출신이라고 말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게나. 자네가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자네에게 창피를 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네. 오만한 죄인보다 덕망 높은 천인이 되는 것을 더 으스대게나. 낮은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의 지위인 교황이나 황제 자리에 오른 사람도 부지기수라네.



공정이라는 것이 행해지거나 행해져야 할 때는 범죄자에게 법률의 준엄함을 지나치게 적용하려고 하지 말게나. 인정이 많은 재판관의 평판보다 준엄한 재판관의 평판이 더 나쁘게 소문이 나기 때문이네. 혹여나 재판에서 정의의 지팡이를 굽혀야 한다면, 그것은 선물의 무게가 아니라 자비심의 무게 때문이어야 한다네.



자유란 말일세, 산초,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귀중한 선물 중 하나라네. 대지 속에 파묻혀 있거나 바닷속에 은닉되어 있는 금은보화도 그 자유와는 필적할 수 없다네. 명예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위해서는 생명을 걸 수도 있고, 또 생명을 걸어야 한다네.



가장 큰 광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네.



꿈을 꾸는 일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다만, 그 꿈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 것이 진짜 수치일 뿐이지.



■ 끌림의 이유


『돈키호테』는 고전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다층적 세계를 품은 작품입니다.

말도 안 되는 환상에 사로잡힌 늙은 기사는 현실이라는 이름의 무력함에 맞서 싸우는 존재입니다.

그의 여행은 실패로 점철되지만 독자는 그 안에서 희망과 인간다움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산초 판사와의 대화는 합리와 이상이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끝끝내 동행하는 관계의 힘을 보여줍니다.

이 둘의 여정은 각자의 믿음을 고수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가는 아주 독특한 인생 수업처럼 느껴집니다.



■ 간밤의 단상


어떤 책을 메인 이미지로 내세워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기본으로 출간된 책 외에 스페셜 에디션들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두 세트 모두 몇 년 전에 구매했던 책들입니다.)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리커버 특별판 『돈키호테』는 푸른 색 표지 위에 금박이 되어 있고 책 두 권이 담겨진 박스까지 금색으로 되어 있어 고급스럽고 웅장한 맛이 있습니다.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돈키호테』는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으로 달리를 좋아하신다면 특별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돈키호테』가 워낙 방대한 양을 자랑하다 보니 두 에디션 모두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러분께 꼭 권하고 싶은 고전 중 하나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스페인의 시골 지주인 알론소 키하노가 기사 소설에 빠져 스스로를 돈키호테라 믿으며 떠나는 기묘한 여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그는 낡은 갑옷을 걸치고 말 로시난테를 타고 하인 산초 판사를 데리고 세상의 부조리함에 맞선다고 믿으며 모험을 시작하죠.

모두가 그를 비웃고 미쳤다고 말하지만 그 속에는 오히려 순수한 정의감, 사랑,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결국 그는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다 끝내 이성을 되찾고 조용히 생을 마주합니다.


어린 아이 때 읽었던 『돈키호테』는 그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엉뚱한 기사 이야기로 기억되었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돈키호테』는 훨씬 더 깊고 낯선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그는 단순히 미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차가운 현실에 단 한 사람이라도 맞서고자 한 진심의 화신처럼 느껴졌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의 말들은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고 그의 실패는 절망스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고결했습니다.

사실 저는 스스로에게 '정신 차려야 해!'라는 말을 되뇌이며 채찍질하곤 하는데 돈키호테는 반대로 "지금 너는 무엇을 믿고 있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현명한 현실주의자라 여기며 살아가지만, 실상은 나답게 꿈꾸지도 못하며 살아가고 있고 웃을 용기조차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비현실적 이상과 우스꽝스러운 현실의 충돌 속에서 현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여전히 유효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는 분

고전을 통해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분

꿈꾸는 용기를 내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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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0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의책장 2025-06-21 03:00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요리조리 분위기있게 찍어보려고 혼을 갈아넣어놨었는데.. 글 쓰는 것도 오래 걸리는데 사진찍는 것까지 신경쓰려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피아노 옆쪽에 남는 공간에다 책사진 찍는 배경을 아예 만들어놨었어요 ‘◡‘ 네, 백드롭 페인팅은 직접 그렸어요! 사부작사부작거리는 걸 좋아해서 생각날 때마다 잔뜩 그려놓고 있어요. 선물 다 보내고 지금은 딱 8점 있는데 핑크계열과 블루계열만 손에 잡혀서 번갈아가며 사용하게 되네요🩷🩵 생각난 김에 이번 주말에는 다른 색으로 칠해봐야겠어요☺️
 
사랑을 담아
에이미 블룸 지음, 신혜빈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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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저자 에이미 블룸

문학동네

2023-07-10

에세이 > 외국에세이






■ 책 소개


사랑을 어떻게 발견하고 나누는지,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회복과 용기를 주는지를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에세이입니다.

일상 속에서 흔히 지나치는 순간들을 사랑의 언어로 바꾸고 아주 작은 선택들이 우리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섬세하게 기록하였습니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삶을 중단하려는 게 아닙니다. 아직 나 자신으로 남아 있을 때 이 삶을 끝내고 싶을 뿐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점점 더 잃어가기 전에.



지금 우리가 디그니타스를 찾아가지 않으면 아이들은 머지않아 그의 생이 다하는 날 슬픔과 안도를 동시에 느낄 테지만, 이 방식을 택하면 그저 슬퍼하기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사랑 넘치고 재밌고 엉뚱하며 사탕을 잘 나눠주는 만만한 '하부지'로 기억하는 것이 브라이언과 내게는 몹시 중요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충분히 컸을 때 원한다면 이 책을, 그리고 할아버지가 각자에게 남긴 애정 담긴 작은 편지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같이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를. 더 머물다 갈 수 있다면 좋겠구나. 아이들이 십대가 되면 우리의 거짓말에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두 발로 설 수 있을 때 떠나고 싶어. 무릎 꿇고 살고 싶지는 않아."



"당신이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기적입니다."



우리는 죽음에 관해 좀처럼 얘기하지 않지만 죽음 없이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 책 속 메시지


사랑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아닌 실천하는 연습입니다.

작은 말 한마디, 작은 친절 한 번이 결국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지요.

책을 읽고 나면 진짜 사랑의 본질은 나를 위한 사랑이 아닌 누군가의 곁에 따뜻하게 남는 마음의 자국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외로움과 분리가 만연하는 시대에 사랑을 건네는 것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 하나의 감상


사랑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지난 날의 지나간 인연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는 작은 행동들이 행복의 실마리가 된다는 깨달음을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연인 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들에게도요.

사랑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누군가에게 충분하다는 위안과 자유가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존엄사는 인간의 생명권이 달려있기에 이해관계가 좁혀지지 않는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치료 개선이 불가한, 회생 가능성이 없는 이들은 죽기 전까지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삶뿐 아니라 죽음의 방식 또한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고통을 가진 분들에게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앞서 말했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는 질병, 극심한 고통 속에서 환자가 더 이상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을 경우 자율적인 선택을 보장하는 것이 존엄사의 핵심입니다.

사실 말기 환자나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고통도 일반인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하다고 합니다.

즉, 존엄사는 통증을 최소화하고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품위 있는 죽음을 가능하게 하죠.

연명치료가 오히려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죄책감은 물론 경제적 고통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존엄사는 가족이 마지막까지 함께 준비하고 작별할 수 있는 과정을 열어주기에 죽음 앞에서의 진짜 이별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그저 모두가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도 책장 정리중에 손에 잡혀 다시 읽어본 책입니다.

다시 읽어도 뭉클하고 눈물나는 감정은 언젠가 저 또한 이별을 겪어봐야 하는 인간이기 때문이겠죠.

막상 제 감상을 덧대고보니 지난번 리뷰와 비슷해 지난 포스팅을 첨부합니다.

잘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사랑을 담아』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203191850



■ 건넴의 대상


외로움이나 상실감 속에서 사랑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분

사랑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잊은 채 바쁘게만 살아가던 분

관계 속에서 작은 차이에 상처받고 돌아선 경험이 있는 분

진심 어린 말 한마디로 하루를 다정하게 열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면, 공감(♥)과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작은 위로의 도서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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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저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

더모던

2019-05-10

원제 : Anne of Green Gables (1908년)

고전 > 서양고전문학 > 서양현대고전

소설 > 테마문학 > 어른들을 위한 동화




다정한 위로는 때로 강한 힘보다 더 따뜻하다.




■ 책 속 밑줄


"미래가 제 앞에 쭉 뻗은 곧은길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걷다 보면 길모퉁이에 이르고,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지 모르죠. 전 가장 좋은 게 있다고 믿을래요!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가슴이 두근대요!"



"난 최선을 다했고 '경쟁하는 기쁨'이 뭔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거든. 노력해서 이기는 것 못지않게, 노력했지만 실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얘들아, 시험 얘기는 그만하자! 저 집들 위에 연둣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면서 에이번리의 진자줏빛 너도밤나무 위로 펼쳐진 하늘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봐."



앤과 다이애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처음 출발할 때만큼이나 즐거웠다. 아니, 사실은 길 끝에 자신을 기다리는 집이 있다는 생각에 더 즐거웠다. ... "아, 살아 있다는 것도, 집에 돌아간다는 것도 참 좋다."



"앤은 무지개처럼 여러 빛깔이 있고 그 색색마다 다 하나같이 예쁘다니까. 그 애는 스스로 사랑받게끔 행동해. 난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나게 만드는 사람이 좋아. 내가 사랑하려고 애써 수고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아, 정말 눈부시지 않나요? 이런 세상, 이런 아침이 정말 사랑스럽지 않으세요? 전 개울이 여기까지 웃으면서 오는 소리가 들려요. 아침이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 아니에요? 화창한 아침이라 정말 기뻐요. 하지만 전 비 내리는 아침도 정말 좋아해요.그래도 고통을 견디기에는 화창한 날이 더 좋아요."



"얘들아, 가끔씩 시험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저기 밤나무 가지에 움트는 꽃눈이랑 거리 끝에 피어오르는 푸른 안개를 보면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퀸스에서 돌아와 창가에 앉았던 그날 밤 이후로 앤 앞에 놓인 미래의 지평선이 좁아졌다. 하지만 발 앞에 놓인 길이 좁아진다 해도, 앤은 그 길을 따라 잔잔한 행복의 꽃이 피어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실한 노력과 훌륭한 포부와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다는 기쁨이 앤에게 깃들었다. 그 무엇도 타고난 앤의 상상력과 꿈이 가득한 이상 세계를 빼앗을 수 없었다. 그리고 길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었다!



■ 끌림의 이유


언덕 곳곳을 뛰노는 앤의 장난기 어린 상상과 진심 어린 말투를 보고 있으면 절로 생기가 도는 기분이 듭니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는 지금, 고전이 주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천천히, 깊이 바라보는 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앤은 작은 것에도 큰 기쁨을 느끼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그 솔직함 덕분에 길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우리에게도 아직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 간밤의 단상


앤을 읽을 때면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처럼 반갑고 설렙니다.

엄마께서 유치원 때 애니메이션 전집을 사주셨었는데 그때 처음 『빨강머리 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빨강 머리와 주근깨는 닮지 않았지만 수줍음과 호기심이 공존하는 앤의 모습은 마치 제 자신을 보는 또 하나의 거울 같았습니다.

'아, 나도 이런 쓸쓸한 밤에 하늘을 바라보던 때가 있었지.'

그녀의 감정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출렁입니다.

앤은 일상에서, 학교에서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여러 차례 부딪히기도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진심을 내어 놓습니다.

그 진심 덕분에 관계는 조금 어긋나도 다시 회복되고 상처는 조금 아파도 치유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배우고 용기를 실천하며 삶을 스스로 빚어갑니다.

그런 점은 어른이 되었어도 계속해서 배울 점인 것 같습니다.



■ 건넴의 대상


어린 시절의 순수와 감수성을 잊지 않고 싶은 분

일상의 작고 섬세한 감정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분

상처를 진심으로 마주하고 조금씩 나아가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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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시 「서시」,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함께 읽으려 합니다.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서시」는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 머리에 실린 작품으로 윤동주 시인이 자신의 시 세계를 여는 문으로 삼은 작품입니다.

첫 두 줄부터 삶 전체를 꿰뚫는 시인 자신의 도덕적 이상과 자아성찰 그리고 시인의 양심을 선언합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 구절은 극도로 예민하고 순결한 감수성을 드러내며 세상의 사소한 불의에도 가만히 지나치지 못했던 섬세한 연민과 책임의식을 상징합니다.

이는 곧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던 청년 시인의 시대적 자각과 인간적 고뇌로도 읽힙니다.

마지막 행인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세상과 자신의 무상함을 인식하면서도 삶과 우주의 리듬 속에서 작고 순한 존재로 살아가려는 결심을 의미합니다.


이 시는 시인의 내밀한 고백이자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별은 이상이고 바람은 시대의 고통이며 그 사이를 지나가는 시인의 존재는 지조와 책임을 지닌 시적 인간상인 것입니다.



■ 하나의 감상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하는 다짐, 이런 바람을 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요.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남에게 또 제 자신에게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래도 우리는 별을 노래하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자기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요즘처럼 쉽게 말하고 빠르게 평가하는 시대에 더 큰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무뎌지는 세상에서 윤동주는 끝끝내 예민하기로 선택한 사람입니다.

도망치지도 않았고 외면하지도 않았지요.

그의 부끄러움은 그저 순결함의 증명이 아니라 진실을 향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물음 앞에서 하루를 다시 돌이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별이 빛나는 밤, 당신도 누군가의 별빛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별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다음엔 유치환 시인의 「깃발」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내면의 의지와 저항의 정신이 깃든 시,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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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 박서영(무루)

어크로스

2020-05-12

에세이 > 독서에세이




사는 것이 무엇을 향해 가는 일인지 조금씩 더 선명해졌으면 좋겠다.




■ 책 속 밑줄


우리는 모두 태어나기로 결심한 아이들이다. 성장은 언제나 균열과 틈, 변수와 모험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들을 발견하며 조금씩 자신을 완성해 나가게 될 것이다.



나는 스스로 고독하게 살기를 선택했다.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조금 외롭게 보내고 있다. 외롭기 때문에 자유롭고 고요하며 느슨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채워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세상과 연결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세상 속에서 내가 무엇이 되고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지도 알고 싶다.



나에게 사람 인人의 두 획은 넓게 벌린 발이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한 사람의 다리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다가 가끔은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걷거나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도 안다. 그러나 기왕이면 혼자서도 잘 걷는 길이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나타났다가 또 어딘가로 사라지더라도. 우선은 혼자서, 두 발로, 씩씩하게 걷고 싶다.



이상한 것들은 자주 오해받고 소외된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이상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그럴 때의 이상異常은 이상理想을 조금 닮았다. 두 '이상' 사이의 교집합 속에는 다양한 이들의 각자의 본성대로 거리낌 없이 살아가는 자유로움이 있다. 노력의 방향이, 모두가 정상에 속하게 만들기보다는 누구도 어디에도 속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쪽으로 움직였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경험은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세계가 한 칸씩 넓어진다. 새로 문이 열리면 세계의 모양도 크기도 달라진다.



아마도 어른이 된다는 건 모순과 부조리와 불행의 중력 속에서 힘껏 저항하는 경험을 하나씩 늘려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시에 그럴 수 없는 순간을 맞게 되었을 때는 그것을 잘 감내하는 일이기도 할 테다.



자신의 삶을 자기 의지대로 자유롭게 완성해 나가는 것.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홀로 아름답게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은.



■ 끌림의 이유


비혼, 프리랜서, 채식, 고양이 집사, 그림책 읽는 어른.

일반적인 삶의 궤도에서 비켜나 있는 듯한, 그러나 너무도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기록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하고 자유로운이라는 수식이 단순한 개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정해진 틀 없이 자신만의 호흡으로 사는 저자의 일상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날카롭고 무엇보다 진실하게 다가옵니다.

누군가의 틀에 맞춰 살아가기보다 스스로의 어른이 되어가는 한 사람의 삶이 잔잔한 응원처럼 전해집니다.



■ 간밤의 단상


이른 새벽, 그녀의 글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기울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회가 만들어놓은 ‘정상’이라는 경로를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결혼, 직장, 내 집 마련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그 경로를 잠시 멈추고 질문을 던집니다.

"꼭 그래야만 할까?"

그 질문은 어느새 삶의 방향을 바꾸는 나침반이 됩니다.


저자가 아는 어른 중에 비혼자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그녀가 비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딱히 어떤 거창한 이유로 이러한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을 조용히 고르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인 것이지요.

하지만 그 담백한 태도에 오히려 더 큰 용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삶의 답안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문장을 써 내려간다는 것.

그건 분명, 자유롭고 단단한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 건넴의 대상


일상 속 작은 세계에서 자신만의 보폭을 찾아가는 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조금 더 선명하게 긋고 싶은 분

그림책처럼 짧은 이야기를 통해 삶의 울림을 찾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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