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눈부시지 않나요? 이런 세상, 이런 아침이 정말 사랑스럽지 않으세요? 전 개울이 여기까지 웃으면서 오는 소리가 들려요. 아침이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 아니에요? 화창한 아침이라 정말 기뻐요. 하지만 전 비 내리는 아침도 정말 좋아해요.그래도 고통을 견디기에는 화창한 날이 더 좋아요."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강 머리 앤』




■ 하나의 사유


일요일 오후, 조용한 서재에서 앤의 목소리가 흘러옵니다.

세상의 모든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마치 숲길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문장이었습니다.


삶이란, 어느 날은 비 내리는 아침 같기도 하고 화창한 아침 같기도 합니다.

앤은 이 둘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고통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견디는 날이 화창하다면 더 나을 수 있다는 태도가 얼마나 따뜻하고 성숙한 마음인가요.


가끔은 아무 일도 바뀌지 않았는데 아침 햇살 하나에 기분이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앤처럼요.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각자가 가진 문제는 여전하지만, 그 모든 것들 위로 햇살이 내려앉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 문장은 좋은 날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 좋은 날이 우리를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지금 저의 이 평범한 하루도 누군가의 시선엔 충분히 눈부신 풍경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앤처럼 아침 햇살을 반기고 바람을 느끼며 오늘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이 문장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조용히 건네주세요.

말 한 줄,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오늘을 다르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음 주엔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한 문장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당신의 일요일에, 이 조용한 사유가 잔잔히 머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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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2025-05-30

원제 : The Genetic Book of the Dead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유전자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시간을 새긴다.




■ 책 속 밑줄


이 뱀은 거미가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과 놀라울 만치 흡사한 방식으로 꼬리를 움직인다. 정말로 진짜 같다. 뱀이 굴에 몸을 숨긴 채 꼬리 끝만 내밀고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새가 이 거미를 잡으려고 덮치면, 새는 뱀에게 잡히고 만다. 이런 기법이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다시금 되돌아볼 가치가 있다.



아귀의 성생활은 기이하기 그지없다. 앞 절에서 말한 내용은 모두 아귀 암컷에게만 적용된다. 수컷은 ‘꼬마’다. 암컷보다 수백 배 더 작다. 암컷은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꼬마 수컷을 꾄다. 수컷은 턱을 써서 암컷의 몸으로 파고든다. 그런 뒤 자기 몸의 앞부분을 소화시켜서 없애고, 암컷의 몸에 묻힌 상태가 된다. 뒷부분만 약간 암컷의 몸 밖으로 튀어나온 형태가 되는데, 암컷이 필요로 할 때 정자를 채취하는 생식샘이나 다름없다.



개인의 DNA에 든 정보는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 불멸이다. 화강암에 새긴다는 말은 이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DNA 정보는 복제됨으로써 불멸성을 획득한다. 복제되고 또 복제된다. 무한정, 잠재적으로 영원히 복제되면서 후대로 계속 이어진다.



코끼리물범의 Y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가 과거를 돌아볼 때, 길게 이어진 수컷들의 몸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하렘을 차지한 소수 우두머리 수컷들의 아주 비대하고, 크게 트림을 해 대며 살이 출렁거리는 몸들을 본다. 테스토스테론이 과다 분비되고 달랑거리는 코를 살아 있는 나팔로 써서 고함을 질러 다른 수컷들을 위협하는 몹시 호전적인 수컷들이다.



흡충은 달팽이의 행동을 조작해서 낮에 돌아다니게 만든다. 그러나 그 행동은 달팽이가 겪을 곤경의 시작에 불과하다. 흡충은 한살이의 한 단계에서 달팽이의 눈자루로 침입한다. 그러면 눈자루는 기괴하게 커지며, 길이 전체를 따라 눈에 띄게 고동치는 듯하다.

그 결과 눈자루가 기어다니는 작은 모충처럼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눈자루를 눈에 확 띄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 결과 새가 쉽사리 쪼아서 뜯어 먹는다.



우리 몸은 유전자를 위한 이동수단일 뿐, 유전자의 목표는 오로지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이다.



■ 끌림의 이유


도킨스는 우리 몸이 유전자가 자신을 복제하기 위해 선택한 운송체라고 이야기합니다.

유전자의 무한 반복이라는 개념은 기존 생명학을 넘어선 진화 이해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데 책에서 느껴지는 장엄한 유전자의 여정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 간밤의 단상


DNA는 이중나선 구조로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 물질의 일종입니다.

세포가 분열할 때 DNA의 이동의 편리를 위해 DNA가 엉겨붙으며 굵직한 구조체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염색체라고 합니다.

또한,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 그 자체를 유전자라고 하죠.

DNA는 스스로를 복제하고 유전정보를 통해 유전자 발현이 일어나게 합니다.

직접 유전자 발현을 실행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발현 과정은 DNA에서 전사된 전령 RNA(mRNA)가 지닌 코돈에 의해 진행되죠.


자고 일어나면 내 몸이 곧 유전자의 무대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습니다.

유전자는 세대를 넘어 계속되기 위해 우리의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작가 같은 존재입니다.

나라는 개체는 그 긴 이야기의 한 장일 뿐이지요.

저자는 단순히 과학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아와 행동이 유전자라는 드라마 속 인물임을 조곤조곤 설명합니다.

그렇다보니 나 자신의 삶이 아닌 그 삶을 기록하는 유전자의 관찰자처럼 느껴지며 그 순간, 나를 둘러싼 일상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전작인 「이기적 유전자」는 물론 에드윈 게일의 「창조적 유전자」도 추천합니다.

꽤 오래전에 읽긴 했는데 이번에 저자의 신작 소식에 저도 다시 읽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오후에 「이기적 유전자」의 리뷰를 짤막하게 줄여 업로드하려고 합니다.)



■ 건넴의 대상


유전자 중심 진화 이론에 관심 있는 독자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생물학적으로 사유하고 싶은 사람

과학적 통찰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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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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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저자 슈테판 셰퍼

서삼독

2025-05-16

원제 : 25 Letzte Sommer

소설 > 독일소설




삶은 계절처럼, 그 끝보다 또 다른 시작을 기억하게 합니다.




■ 책 속 밑줄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다음 생에서는 실수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더는 완벽해지려고 하지 않고, 더 느긋하게 지낼 것이다.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정신 나간 상태로, 많은 일을 심각하지 않게 여길 것이다. 그다지 건강하게만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모험을 하고,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많은 해넘이를 바라보고, 산에 더 많이 오르고, 강을 더 자주 헤엄칠 것이다.



나는 왜 나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나? 타인의 기대를 충족하는 일이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사람이나 일 대신, 돈을 벌기 위한 일로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던가?

하지만 이런 질문도 있었어요.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걸 왜 스스로에게 더 자주 허락하지 않았을까?

왜 살면서 더 이상 모험을 하려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고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났으랴?



게다가 전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오랫동안 소홀히 했던 근육을 쓸 때처럼 인내와 절약과 결핍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면서요. 모든 것이 언제나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 같은 요즘 세상에서는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특히나 소중하죠.



스물다섯 번의 여름.

이 하나의 단어, 이 하나의 숫자. 여기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었다.

내가 눈을 감았을 때, 사방이 완벽하게 조용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 순간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오늘은 어떠세요?"

카를의 대답은 두 문장뿐이었다. "인생에서 이 이상 뭘 더 바랄 수 있겠어요. 지금 이대로 좋아요."

나는 이제 정말로 완벽하게 할 말을 잃었다.



■ 끌림의 이유


이 소설은 정석적인 삶을 살아오던 40대 남자 주인공이 시골에서 우연히 만난 은둔 농부 카를을 통해 멈추는 법부터 느끼는 법, 돌아보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입니다.

성공과 효율에 매달리며 잃어버린 순수한 순간들을 다시 발견하는 여정이 마음 깊은 곳을 울렸으며 남은 계절을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무르도록 초대하는 메시지가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특히 책은 소설이지만 인문 에세이의 느낌도 줄 만큼 마음 속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 간밤의 단상


이른 새벽, 호수 위 빛이 잔잔히 흔들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주인공처럼 저도 어느 순간부터 이미 살아온 삶에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카를과 마주하며 가장 소중한 꿈은 무엇인지, 모험할 용기는 아직 남았는지, 삶의 기준이 나를 위한 것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들을 떠올리는 순간, 남은 삶을 어디에 집중할지에 대한 확신이 조금씩 선명해졌습니다.


당신은 주어진 남은 계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세상이 규정지은 인생의 정석에 맞춰 외부의 요구에 따라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길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죠.

방에서 나와 현관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깜깜한 어둠이 어느새 푸르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곧 해가 뜨기 위해 준비하는 새벽녘, 저는 제 안의 계절을 좀 더 알아가며 차분하게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P.S.

제가 예전부터 끄적이던 글들을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몇몇 주제는 책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으니 에세이도 꼭 읽어주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hanainbloom

구독과 라이킷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건넴의 대상


지금 지나온 시간보다 남은 하루하루에 마음이 가는 분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르고 싶은 분

남은 삶을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보고 싶은 분

문장으로 계절과 마음의 결을 함께 느끼며 읽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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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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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한계를 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오늘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마지막 시리즈인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Mission :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을 권합니다.






■ 영화 정보

제목: Mission :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 크루즈, 헤일리 앳웰, 사이먼 페그, 빙 라메스

장르: 액션

개봉: 2025.05.17

러닝타임: 169분





■ 영화 줄거리


이단 헌트와 IMF 팀은 전편에서 엔티티라는 인공지능 위협을 맞닥뜨린 후 위기에 맞섰습니다.

그런데 결국 최첨단 인공지능 엔티티(The Entity)가 러시아 핵잠수함 세바스토폴 호에서 스스로 깨어나 전 세계적인 위협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헌트는 세계 각지의 핵무기 시스템을 장악해 인류를 위협하는 엔티티의 코드를 무력화하기 위해 수중 잠수함 세바스토폴로 향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된 두 개의 십자가 형 키를 확보하기 위한 레이스가 시작되죠.

헌트의 든든한 지원군인 루터는 가브리엘에 의해 이번  시리즈에서 희생됩니다.

핵 발사 보유국들이 점점 엔티티에게 먹히는 순간, 이제 미국밖에 남질 않았습니다.

과연 헌트는 엔티티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요?





■ 영화가 주는 메시지


"우리의 삶은 결국 스스로 만든 선택의 연속이다."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진 자체 속도만으로도 부족하기만 합니다.

최후에 이르기까지 숱한 위기와 고립의 연속이었지만 단단한 팀워크와 신뢰 그리고 희생은 많은 깨달음을 남겨주었습니다.

특히 선택이란 우리 삶의 무대 위에 선 진짜 인간의 이야기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또한 인공지능은 더 이상 상상 속의 미래가 아닌 우리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자 문제임을 강조합니다.



■ 영화에, 책을 더하다


『초예측』 - 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급변하는 세계에서 과거를 강하게 의존하지 않고 다방면의 지식과 통찰로 미래를 읽는 법을 다룹니다.

예측이 아니라 가능성의 그물을 펼쳐 불확실성 속에서도 중심을 잡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영화 속 긴박한 전개와도 묘하게 연결되는 책이라 추천 책에 넣어보았습니다.



『듀얼 브레인』 - 이선 몰릭


우리 두 개의 뇌, 즉 무의식적 시스템과 의식적 판단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조명하는 책으로 가장 극적인 순간에 어떻게 냉정하게 해결책을 낼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영화 속 고강도 미션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보이는 판단력과 집중력을 뇌 과학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 하나의 감상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부터 극장에서 보기 시작했었는데 이번 시리즈가 마지막이라는 소식을 듣고선 개봉일부터 살펴봤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극장에서 직접 봤었던 5편의 영화 티켓만이 추억으로 남겠네요.

(아쉽고 슬픕니다. 톰 아저씨! 못 보내ㅠ)

상영시간이 꽤 긴 편인데도 빠르게 끌고가는 스토리 덕분에 오히려 벌써 끝나서 아쉽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전세계의 팬들이 톰 아저씨의 목숨을 걱정할 만큼 대역없이 해내는 액션 장면들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특히 비행기 고공 액션과 잠수함 장면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본 관객들이라면 이런 질문을 항상 품고 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단 헌트는 왜,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헌트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데 그 과정엔 무수한 위험과 희생이 따르게 됩니다.

사실 저는 미션 임파서블의 마지막이 다가와도 꼭 이단과 일사가 맺어지길 바라고 바랐습니다.

지난 시리즈 때 일사의 죽음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이번 시리즈 때 뿅 하고 나타나주길 바랐습니다만.. 예.. 그 바람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일사의 죽음도 마음 아픈데 이번 시리즈에서 루터가 희생될 줄이야.. 그래.. 벤지는 이단 곁에 평생 있을 테니깐.)


고공 액션과 추격신, 수중신이 이 영화를 장식한 것만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에 맞서 결의를 다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점이지요.

엔티티는 강력했지만 이단은 끝까지 멈추지 않았으니까요.

사실 인공지능은 상상 속 미래를 넘어 우리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며 그 현실 속에서도 진심으로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진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글 뿐만 아니라 그림과 영상도 뚝딱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지금 인공지능의 능력입니다.

아이비리그 명문대 졸업생이 자신의 인공지능을 가리키며 졸업했다는 모습을 뉴스에서 잠깐 보았는데, 이렇듯 지금은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손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 장악력과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공지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무엇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지켜야 할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안녕, 이단 헌트!

Goodbye, Mission Impossible!



■ 건넴의 대상


톰 크루즈의 실감나는 액션 연기를 감상하고 싶은 분

AI 시대에서 인간의 선택과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은 분

결국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지, 삶의 질문을 던지고 싶은 분

압도적인 액션과 스릴을 기대하는 분




다음 주에도 마음을 어루만질 따뜻한 영화를 소개할게요.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남겨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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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5-06-22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드레코닝을 이제야 보고서 오토바이씬을 계속 돌려보고 있습니다 대체 저걸 어떻게 하지 ? 파이널에선 더 위험했겠죠? ;;;

하나의책장 2025-06-22 20:06   좋아요 1 | URL
오우 이번에는 비행기에서 거의 공중부양하다시피 연기를 펼칩니다🫣 ... 🤸‍♂️🏊‍♂️ ... 🤸‍♂️🛩✈️🛩... 상영시간이 꽤 긴편인데도 너무 짧아서 내용을 더 못 담은 것 같은 아쉬움도 느껴졌었어요☺️

서니데이 2025-06-22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신작이 시리즈의 완결편이라고 하니까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데, 아직 보지 못했어요.
리뷰 읽고 나니 1편부터 전편 시리즈 한번 다 보고 싶어집니다.
하나의책장님,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yamoo 2025-06-23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모든 작을 다 본 저로서는 마지막편처럼 느껴졌습니다. 헌데 마지막 장면을 보니 새로운 편이 예고되는 듯해서....^^;;
 




아무튼, 여름

저자 김신회

제철소

2020-05-29

에세이 > 한국에세이




여름은 결국 열 가지 풍경보다 한 가지 뜨거움으로 기억되는 시간이다.




■ 책 속 밑줄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초당옥수수 덕분에 여름을 향한 내 마음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여름옷을 입을 때마다 몸에 대해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옷 앞에서 살까 말까 망설이거나 사놓고도 못 입던 옷을 발견할 때 ‘입고 싶다’보다 ‘입어도 될까?’가 먼저 떠오른다. 옷은 예쁜데 내가 입어도 예쁠까. 팔뚝살에 탄력도 없고, 허벅지도 두껍고, 배까지 나왔잖아. 이런 식으로 내 몸을 검열하다 보면 그 옷은 나를 위한 옷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옷을 입으면 다들 이상하게 쳐다볼 거야, 정작 입고도 불편할 거야…. 그렇게 입고 싶은 옷은 저 멀리 치워두고, 입어도 되는 옷만 고르게 된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여름마다 수영장 근처에 있는 중국집에서 정모를 하고 싶다. 여름이 되면 수영하고 싶지만 수영을 못 하고, 그러면서도 결코 수영을 배우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모임 이름은 ‘수수수’. 일종의 자조 모임인데 언젠가는 수영할 수 있게끔 서로를 응원하는 모임이 아니라,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수영을 배우지 않게끔 서로의 발목을 잡는 모임이다.



좋아하는 계절을 닮은 사람과 좋아하는 계절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동안 혼자로도 충분했던 여름의 순간들이 한 사람으로 인해 다른 색깔을 덧입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여름이 끝나는 것처럼 이 사랑도 끝이 날 거야. 난 다시 혼자가 되고 싶어 할 거야.



그동안 내가 식물에 쏟은 정성은 누군가에게 받고 싶은 관심이나 애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은퇴를 하거나 자식들을 집에서 떠나보낸 어르신들이 그렇게 매일 아기 돌보듯 식물을 가꾸는 걸까. 우리 아빠도 그러시는데. 세상을 살아가는 데 ‘나는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는 믿음은 꼭 필요하다.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돈을 벌게 되고 나서부터 여름이 되면 집착하듯 여행을 떠났다. 홀쭉한 통장 잔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같은 건 문제 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 하지 못한 경험을 지금이라도 스스로 선물하고 싶었다. ‘이제는 여행 가는 데 부모님은 필요 없어.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뻔질나게 나 자신을 여행시켰다. 모든 시간이 즐거웠을 리 없다. 아등바등 무리해야 떠날 수 있는 여행이었으니까. 하지만 몸소 만든 시간을 통해 텅 비어 있던 내 안의 어떤 구멍을 채워나갔다.



지극히 사사로운 여름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별게 아니다.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 순수한 기대라는 것. 내 흑역사들이 여름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게 될지 몰라도 이렇게 소심하게나마 여름을 아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근사한 추억 같은 거 없어도 여름을 사랑할 수 있다.



바닷물은 말보다 서늘하고, 피부에 닿는 햇살만큼이나 직설적이다.



■ 끌림의 이유


요즘 따라 하루하루 마음의 온도를 가늠하게 됩니다.

여름이 되면 늘 누군가 혹은 어떤 기억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잔잔한 물결을 만듭니다.

『아무튼, 여름』은 여름의 일상과 감정을 담백하고 섬세하게 포착한 글들입니다.

무심한 풍경, 소소한 행동 속에서도 작가 특유의 유머와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읽다 보면 여름에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습함과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의 감촉이 생생하게 다가와 계절이 주는 감각과 마음의 온도를 고스란히 전해줍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여운 속에 기대게 되는 이유는 아마 제 마음이 여름에 물드는 순간들이 포착되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 간밤의 단상


김신회 작가의 전작인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좋아해서 선물도 여러 번 했던 제게 『아무튼, 여름』 또한 익숙하게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책장을 덮으려고 하니 방 안에 남은 여름의 기운이 문득 피부에 닿았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여름날의 숨소리처럼 조용히 마음에 앉습니다.

곧 시작되는 장마, 긴 장마 끝에 다가올 뜨거운 한낮의 햇살 그리고 지난 여름의 기억들.

책을 읽고 나니 작고 따스한 여름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펼쳐보게 됩니다.


여름은 설렘과 불안이 공존하는 계절입니다.

햇살이 스며드는 오후와 그늘에 숨어 있는 무더위처럼 말이죠.

우리는 각자의 온도에 물들어 있고 긴 장마 끝에야 한여름의 태양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의 나와는 다른, 조금 더 따뜻해질 내일의 나를 떠올려 봅니다.



■ 건넴의 대상


소소한 일상이 담긴 감성어린 에세이를 마주하고 싶은 분

여름이 물씬 묻어난 책을 추천받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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